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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님 두권의 책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로 김연수 님의 책을 여러권 시도해보았다. - '청춘의 문장들+' 는 10주년 기념 대담집을 잘못 샀고 (원래 책은 플러스가 아니라 그냥 청춘의 문장들이었다 ㅋㅋ)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읽다가 중단. 뭔가 내 타입이 아니야... 잘 읽히지 않음. 그 와중에 도서실에 예약해두었던 에세이 두권 ‘언젠가 아마도’와 ‘지지 않는다는 말’ 이 뒤늦게 도착하여읽어보았다. - 지지 않는다는 말제목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이 책. 특별히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은 아니지만 섬세한 필치가 느껴진다. 특히 소설이 아닌 에세이는 주제가 좀더 일상적인 것들이라서, 그로부터 나온 통찰이 더 와닿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가 이분이 완성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럽..
셔터스톡에서 사진 좀 팔아볼까 몇달전 내게 글친구 책친구가 없는데에 ㄷㅇ언니에게 찡찡댈 때 언니가 내게 셔터스톡 앱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해줬다. 게티이미지뱅크같이, 전 세계 사람들이 사진을 올리고(기고) 또 다운 받을 수 있는 거대한 이미지 박스. 정당한 초상권과 계약금을 지불하고 사진을 파는 시스템. 그날 저녁에 브런치작가에 대한 내용도 처음 발견했다. 나역시 수월히 읽히던 글이 필력이 검증된 그런 필터링 때문이었겠구나 싶고, 글을 발행하고 검증된 글에 고정독자들이 있는 시스템이란 건 분명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정신산만한 광고도 없고 가독성도 좋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이곳에 올리는 글이 독자를 상정하고 쓰는 글이라는 것이다. 나처럼 개인적 글쓰기 와중에 간혹 특별한 형식의 글들을 발행하고 싶은 ..
거참 소심하고 예민하네 나이가 들면서 예민해지는 건지 소심해지는 건지 , 거침없는 언변에 남몰래 상처받는 나를 자주 본다. 마음이 계속 쓰이고 속상하다면 내가 소인배처럼 너무 집착하는 건지 그녀가 너무 상처주는 말을 한건지. 그걸 꺼내어 말하면 별거 아닌데 거참 예민하네 라고 할지 두렵다. 어떤 이의 말하기에 한구석한구석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생기고 그럼 그걸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 친구와 그만 만나야 하는지 고민이 생긴다. 입을 다물수록 슬프고 속상하다.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이 든 뒤에, 오후 내내 쉽사리 털어내지 못하고 뭔가가 응어리지게 되기 전까지 계속 신경만 쓰고 마음만 졸이는 내가 솔직히 좀 싫었다. 상처받은 마음이 괜찮은 척 하는 것이 남몰래 물밑에서 이렇게나 치열한 과정을 거치는 줄도, 예전엔 몰랐던 나였다...
아무튼, 발레 - 최민영 - 곧 마흔 살, 청춘과는 이미 멀어진 나이이고 어차피 죽으면 썩어서 사라질 몸인데 난 참 쓸데없이 주저하는 일이 많구나, 회한이 밀려들었다. 그래서 발레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나이 마흔을 넘어서도 심리적 에너지 수준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린 시절 꼭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보는 게 좋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내게는 그게 발레였다. - 미사여구나 조잡한 합리화로 눈가림을 할 수 있는 말이나 글과 달리 몸은 내가 연습한 딱 그만큼의 나를 거울처럼 그대로 보여주는데, 보기에 쉬워 보이는 것 중에 진짜로 쉬운 건 정말 많지 않은 법이다. - 그래도 이렇게 배운 풀업을 매일 마음을 다스릴 때 써먹곤 한다. 내 존재가 아스팔트 위의 껌딱지처럼 하찮게 느껴질 때면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어깨를 양옆으로 ..
필사의 기초 - 조경국 바쁘다바빠현대사회에서 나 역시 눈으로 훑어보는 책읽기를 일삼은지 오래. (약용샘이 박학만 하면 안된댔는데) 좀 느린 템포로 읽어보면 그 책이 또 색다르고 의미 깊게 다가온다는 걸 몇번의 ‘낭독’으로 경험해본 적이 있다. 필사 역시 종국엔 천천히 책 읽고 음미하기의 일환일 것이다. 종이 위에 사각거리는 필압과 리듬을 즐기는 것은 덤.읽다보니, ‘종이의 신 이야기’나 ‘연필깎이의 정석’ 과 같은 정갈한(?) 오타쿠들이 생각나는 것은 기분탓인가. 일단 집에서 온 작정 태세로 필사에 몰입하여 있는 것 자체가 차분한 정신수양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그리 대중적인 것이 아님은 분명한 듯.그나저나 서예나 필사 같은 거 , 옛날엔 정말 시간죽이기 뿐이라고 왜 하는데 당최 이해를 못했는데 진짜 나이들었어 옴마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산문집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게 된 첫날, 가볍게 시작해보려고 ,전에 교보에서 한번 들춰봤던 배우 박정민의 산문집을 골랐다. 젊은 연기자들 중 이분 연기를 매우 인상깊게 보고 있던 터라 아마도 관심이 좀 갔던 것 같은데, 글쓰기 또한 매우 매력적이라 더더욱 좋아졌다. 은근히 필체가 귀여운 듯 , 셀프디스인 듯 , 인터넷 체 같기도하고. 진실된 에세이는 문장의 엄숙함이 아니라 그 내용인 것을 잘 보여주는 그의 글. 아무 고민 없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없을테니 모두 나름대로 부단히 자기만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겠지만은, 이렇게 그 과정과 속내를 내어 보여주신다니 배우들 특유의 신비로움과 거리감 대신 한층 인간적이고 친근한 면으로 와닿는 것 같아 그것이 내게는 좋았다. 그것도 이렇게 솔직하고 소소하게 재미있는 글짓기 ..
역대급 장마 속 여름휴가 - 평창 # 출발 장맛비가 한달째 주룩주룩 내리던 주말, 평창을 찾았다. 평창을 찾을 때마다 나는 선자령을 떠올린다. 대관령 푸른 풀밭에 점점히 박혀있는 양떼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하얀색 풍차들.가슴이 답답할때 많이들 찾는 바다보다 오히려 가슴이 탁 트이고 평화로워 보이는 것은 초록 들판이라고 난 가끔 생각했다. 특히 평야지대도 아닌 높은 산위에 펼쳐진, 선산한 바람이 부는 푸른 들판. 원주근처 터널을 통과할때쯤 꾸물꾸물하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터널을 지나니 설국이 나타났다는 묘사처럼 산하나를 넘는 것이 얼마나 인위적 기후변화를 느끼게 하는지 짐작되는 대목이었다. 횡성을 지날때쯤엔 거의 폭포수 아래를 지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와이퍼가 더 빠를 수 없는 속도로 움직였지만 그 1-2초 ..
시녀이야기 -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이야기 # 그래픽 노블은 처음인데, 색다른 방식의 전달감이 느껴졌다. 소설은 보고싶은데 활자읽기에 피로감이 느껴질 때 꽤나 도움이 될 것 같다. #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 대작 ‘멋진 신세계’ 속의 세계관과도 일견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 도 생각나고. 그만큼 우리 미래 사회에서 출생통제, 아니 출산 자체가 곧 권력이 된다는 데 모두 동의한다는 거겠지. 그런데 희한한 건 이만큼 모두 비슷한 미래를 예상하는데도, 현대 사회에서 저출생에 대한 인식과 현실 갭차이가 상당하다는 것. 미래로 가는 역사의 길 위에서 ‘가임과 출산’이 권력이 되는, 딱 역치를 넘어가는 날이 몇년쯤이 될까. 그러나 여자가 출산의 주체라고 해서, 여자에게 그 통제권이 반드시 오는 것은 아닐 것 같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