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2 (여행2일차)
이 숙소에 있는 템퍼라는 매트리스가 얼마나 훌륭한지 잠이 거의 깨지 않았다. 일어난 시간은 8시쯤. 어제 사온 치킨 수프와 샌드위치 컵라면 하나로 아침을 해결했다. 테이블이 식탁 역할을 너무나도 잘해줬다. 이 숙소가 점점 마음에 든다. 딱 하나 단점이 있다면 캐주얼한 화장실이 예쁘지만 쓰기는 조금 불편한 듯. 샤워 물줄기도 약하고 드라이기도 약하다. 두 개의 수도꼭지를 돌려서 온도를 맞추는 구조인데 아무래도 꼭지가 하나인 것보다 온도 맞추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한30년전쯤에 쓰던거 같아.
첫 번째 목적지인 게티센터로 가기 위해. 처음으로 우버를 불렀다. 택시가 아닌, 운전자가 자기차로 개인적으로 우버라는 어플 시스템에 등록 후 운전 서비스를 해주고 , 손님도 그 어플을 받아서 콜택시처럼 부르고 타는 시스템. 카카오 택시처럼 앱으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할 수 있어 편리하다. 우리나라는 운수업의 결사반대로 우버가 불법인데 , 여기 미서부 몇 주는 우버가 합법이라고 하여 상당히 활성화되어있는 모양이다. 처음 타보는데 나오자마자 집 앞에 차가 대기 중이라 좀 놀랐다. 문을 열었더니 시원한 파란 원피스를 입은 아주 체구가 좋은 금발머리 여성분이 반겨주어 더 놀랐다. 바로 출발하였는데 고속도로를 슥 통과하거니 꽤 먼 거리를 삼십 분도 안되어 내려줬다. 아는 친구가 데리러 와 운전해주고 간 기분. 내릴 때 돈도 안 내니 더욱 그러하다(연계된 카드로 나중에 정산) 이렇게 잠깐 데려다주고 돈 버는 공유경제가 합법인 거는 참 놀랍다. 그냥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다른 때는 집에 좀 있다가, 시간 나면 나오면서 앱에 등록하고 자기 편할 때 들어가고 사납금도 없고 ㅎㅎㅎ돌아가면 이런 경제와 고용에 대한 것도 한번 찾아보고 싶네.
게티센터는 미국 석유 재벌로 유명한 게티라는 부호가 죽기 전 자기의 개인 컬렉션을 모아놓은 곳이다. 전시실만 다섯 관에 건축물에 소장품이 국립 미술관급 사이즈를 자랑하는 곳이다. 정원도 넓게 꾸며놓았고 건물도 예쁘고 볼거리가 많다 하여 짧은 LA 일정 중에서도 과감히 선택하였다. 그래도 트램을 타고 들어갈 정도의 사이즈인줄은 몰랐는데 깜놀! ㅎㅎ
건축물은 리처드 마이어라는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한다. 이분도 어지간히 유명한 양반인데, 세계 곳곳에 손을 안 댄 데가 없구먼 ㅎㅎ 티볼리라는 이탈리아 지역의 대리석을 공수해와 흰색 외장의 어여쁘고 독특한 구조물을 설계했는데 여러 전시실은 마치 떨어진 듯 이어지고, 천장인 듯 바닥이며 공간이 서로 이어지는 기분이 들게끔 하였다. 난 그중에서도 그리스 신전과 같은 높은 천장이 있고 그 아래 사이사이에 하얀색 기둥들이 떠받친 구조물이 가장 좋았는데 그 아래 넓은 공간에는 또 편안한 의자들을 깔아놓았다. 저기에 앉아 따뜻한 빵과 커피 한잔하면 그야말로 왕이 된 기분이겠네. 이따가 저기 갈 수 있으면 꼭 가야지. (결국 여기서 점심을!)
정원으로 향하는 길도 곳곳을 세심하게 다듬어 놨고, 식물들의 구성도 사막을 연상케 하는 선인장부터 북쪽의 침엽수까지 고루고루 신경 쓴 것이 이곳에 들인 애정을 알 수 있었다.
전시실을 많이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한 두관 정도를 살펴본 것 같다. 가장 유명한 고흐의 아이리스는 역시 색깔이 선명하여 눈에 확 띄었다. 고흐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파격적인 색깔을 도드라지게 사용한 것이 역시 당시에 희귀했던 게 아닐까. 물감 값이 많이 들었다는 러빙 빈센트가 기억이 나네 ㅎㅎ 그 외에 거대 사이즈로 ‘예수의 브뤼셀 입성’을 그린 그림도 좋았고 명불허전의 대리석 조각들, 그리고 작은 드로잉 작품들과 사진센터의 “스타일 오브 아이콘” 전시도 좋았다. 사진 전시는 몇십 년 전 것임에도 너무 세련되었다! 이 게티란 사람은 아주 고전 페인팅 조각품부터 가구와 양탄자(!) 현대의 사진과 옷에 이르기까지 안 모은 게 없네. 취향이 아주 다양하신 게 분명하다. 사진센터의 사진들은 주로 여성 모델들이 많고 느낌을 살린 과감하고 노출이 많은 사진도 많았다. 포즈들도 독특하고 콘트라스트가 극적인 그런 사진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더 찬찬히도 둘러봤을 텐데 나는 사실 여기 전시물들을 주목적으로 왔다기보다 건축 위주로 보려고 했던 거라 너무 많은 전시물들은 오히려 대충 훑고 갈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부담감만 늘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테라스 카페에 앉아있는 지금 시간은 11:58 , 열두 시부터 카페가 연다 하여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느라 커피도 한잔 못했다. 메뉴는 땅콩과 딸기잼 샌드위치와 시저 샐러드, 과일컵 샐러드, 핫도그 세트 , 커피. 그중에서도 샐러드 박스가 엄청 대용량이었다. 벌써 몇 끼 채 속이 편한 음식은 거의 못 먹은 거 같은데 양배추 더미들이 반가웠다. 땅콩&딸기잼 샌드위치도 조합상 맛없을 수가 없는 친구들. 적절히 따뜻하고 담백한 커피까지 합쳐져 아주 만족스런 점심이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버를 타고 출발. 탈 때부터 수다스런 기색이 완연하던 우버 아저씨가 관광은 어땠냐 묻더니 묻지도 않았는데 게티의 이야기를 아냐며 들려줬다. 17백만 불을 요구한 손자의 납치사건, 엄청난 갑부임에도 구두쇠로 지불을 거절했다 해서 유명한데 그 후로 막상 게티는 죽을 때 자기 소장품을 모두 저 게티센터를 만들어 사회에 환원. 실화로 영화도 나왔다는 거 보니 나만 무식하게 몰랐지 게티는 무지하게 유명한 사람이었다. 어쩐지 게티센터 클라스가 남다르더라
그나저나 아저씨가 살갑게 얘기해준 건 고마운데 너무 말 붙이는 건 좀 불편하다. 듣기 평가하는 거 같아. 그리고, 앞에서 창문 열고 달리는 것도. 고속도로 타면 닫을 줄 알았는데, 창문 말하니깐 뒷자리만 닫아줬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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