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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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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지치는 날 몸과 마음이 지치는 날이다. 내가 옆 사람과의 적당한 업무적 거리가 이렇게나 필요한 사람인 줄 몰랐다. 부서내 발령난 사람도 같이 일하기에 있어 이렇게까지 가려가면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된 줄 몰랐다. 내 타이밍이 준비되지 않으면, 윗사람의 지시든 아랫사람의 질문이든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걸 힘겨워하는 나인 줄 몰랐다. 나름 민주적인 소통을 하고 짜증을 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빌어먹을 타이밍 때문에 아랫사람을 눈치보게 만드는 사람인 줄 몰랐다. 마치 맡겨놓은 것처럼 답 내놔라 늘어놓는 질문에 폭발하게 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그런 사람이 본인만의 고민없이 앉아있는게 눈에 보이게 되면 그렇게나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인 줄 몰랐다.
전투력 출근하자마자 그놈의 업체가 또 말썽이다. 지난밤의 논의가 끝나지가 않았다. 우리부서에서 기재부에 보낸 확인 메일 답변이 오늘까지 오지 않으면, 법무법인이 대리로 영업점에 나가서 만드는 계정을 기어이 비거주자원화계정으로 만들겠단다. 그것이 외국환거래법 위반사항의 여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본인과 본인 클라이언트는 엄밀히는 상관없지 않냐는 변호사의 논리에 난 반박하지 못했다. 에스크로 계약을 앞두고 비거주자의 세금이동과 관련하여 여러경우로 발생하는 생황과 그에 맞춰 짜놓은 구조를 우리가 미리 예상하고 확인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양도세 에스크로 관련 발생할 수 있는 계정문제 자체를 치밀하게 점검하지 못했다. 외국환거래법은 은행 실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어서 우리(은행측)이 답을 내야한다..
외근 미팅이 있어 판교역에 가라고 했다. 판교는 정말 꼴도 보기 싫은데 , 어제 오랜만에 다시 연락 온 업체도 기억을 복기하려니 다 잊어버려서 부담되고, 마음만 바쁘고 막상 진척되는 건 없는 이런 사태가 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싫다. 순발력도 없고 무대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 때문이다. 낯설음을 즐겨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창구만 지키고 있는 것 답답하다고 내가 나불댔던건 언제인가. 후회한다. 나다니는게 이렇게 귀찮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 중이다. 판교에 있는 업체는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회사였다. 대표자가 처음에는 패기있게 왜 우리은행인지, 왜 하필 (동행한 지점장님이 있는) 이 지점인지 묻는 질문을 퍼부었으나, 나중에는 그냥 잘해보자며 우리회사는 꼭 유니콘 기업이 되겠다며 허리를 굽히고 연신 손바닥을 흔..
지점장 2년 반동안 나의 일기장에 아주 많이 등장했던 인물 중 하나인 지점장님이 오늘을 마지막으로 다른 영업점으로 발령이 났다. 글쎄 이 인물을 어떻게 묘사해야 하나. 애증이라고 해야되나. 애는 애같아서, 증은 말 그대로 증이다. 입이 아플정도로 부서사람들이 늘 이야기했던 안주거리. 다시 나열할 필요는 없다. 되짚을 시간조차 아까우니. 축구선수에게 감독이 어떤 존재인지 가끔 중계에까지 비춰질 때가 있다. 어떤 유명한 감독과 어떤 유명한 선수. 누가 누구를 이뻐하고 누가 누구의 눈에 들려 애를 쓰며, 감독의 존재감과 선수의 존재감이 교차되기도 한다. 어떤 선수는 감독에게 반항하면서 태업을 하고, 우리팀이지만 망해라라는 무언의 시위를 하기도 한다. 영업부에서 이 부서로 떠나오던 날이 내게는 아직도 생생한데, 그날의..
강의 영업본부 강의가 있는 날이다. 아는 지점장님 부탁으로 나오긴 했는데, 영업본부 연수는 할게 못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게 다들 강제로 앉아있는데다가 내가 영업점에서 강제적으로 세팅해놓은 연수를 들어본 결과 좋았던 적이 별로 없다. 욕망이 필요를 낳는 법이다. 나는 일대다 연수보다 그냥 궁금한자에게 개별적으로 전하는 방식이 훨씬 마음에 든다. 영업본부는 어수선했다. PB지점장과 영업추진지점장은 따로 방도 없이 아예 밖에 나와 앉아있고 본래부터 크지 않은 사무실은 강의자와 연수생들로 어수선했다. 강의를 할 공간은 생각보다 너무 컸다. 디귿자로 책상을 둘러쳐앉아있고 내가 그 나머지 한곳에 서서 칠판에 써가며 설명했다. 내가 생각한 건 이거보다 좀 작은 사이즈에 다닥다닥 붙어앉은 규모였다. 마이크까지 들고 ..
회사를 떠나는 동료를 보며 상을 치르면서 홍 생각이 많이 났다. 남편이 계속 아프고, 회사 부서는 너무 늦고 힘들게 하여 그저 가족에게 충실하고 싶어했던 그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그 친구에게서 처음 들었을 때 , 분개했던 건 나였다. 오히려 억울하게 네가 왜 관두냐며 회사의 그 부조리함에 분노했던 건 아무 액션도 하지 않고 있던 우리 부서의 나였다. 그러나 시부모님을 보내면서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그친구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소리랍시고 지껄였지만 , 다 부차적인 것이다. 마음을 보듬어주는 그런 말을 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했다. 그친구의 마음, 배우자를 그저 바라보고 기도밖에 할 수 없는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마음에 대해 난 들어주지 못했다. 홍은 결국 그만두는 걸 택했다. 그녀..
내가 왜 수동적인 인간이 되었나 다음주 클로징을 두고 내게 불거진 죄책감이 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완벽한 클로징을 위해 시간적 압박 업무적 압박을 견뎌가며 열일하면서도 굳이 내색하지 않는 황과장님의 마음과 표정, 말투를 느끼면서 모른척하는 내 스스로가 너무나도 비열하여 기분이 좋을수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다른 참여자들의 공던지기식 업무토스와 의존현상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진다. 나는 여전히 너무나 소극적인 사람이다. 시간이 갈수록 어쩔수 없이 부서에 녹아들고 동화되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나를 보게 된다. 내가 원하는 바인가, 아니면 다잡아야 할 때인가. 무른 내가 할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내가 왜 수동적인 인간이 되었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7살 이래로 계속해서 스케줄을 정해줬던 학교와 회사 때문이었다. 학교는 교육이니 그렇다..
성격과 염치 윗사람 몇이 자리를 한번에 비웠다. 예상은 했지만 훨씬 더 조용하고 일 할만 하였다. 영업점에서 물어보는 질문들에 대응하여 차분히 생각하고 이곳저곳 물어보기도 하고 대답을 정리할 수 있었고 훨씬 생산적으로 일할수 있었다. 물론 무기한 이런 상황이면 이렇지만은 않겠지. 내게도 관리자와 책임자의 역할이 추가로 부여될 것이다. 원래 그들이 있다가 지금만 잠시 없는 시간이라 편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그런 걸 접어두고도 귀마개따위 생각나지 않는 오랜만에 너무도 정말 일 할만한 날이었다. 피신을 떠나지 않아도 마음이 어지럽지 않았다. ​ 전에 친구와 함께 만났었던 한 차장님이 휴직을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육아나 건강으로 인한게 아닌, 퇴직 대신 어쩔수 없이 선택한 자발적 휴직이다. 벌써 경력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