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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회사생활

바뀌는 세상과 멈춰버린 나

진동이 울려서 깼다. 어제 올린 블로그 글에 백다가 댓글을 달았네. 아침에 몽롱한 정신으로 그걸 읽다가 잊을뻔한 어젯밤 꿈이 생각이 났다.

10년 전 같이 일했던 선배님이 나왔다. 그분이 있는 곳에 가서 같이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또 거절당하고 그곳을 나오기까지의 꿈. 여기저기 미련이 또 덕지덕지 붙었다. 여자라서, 영어가 부족해서였다. 지나치게도 현실적이다.

돌아보면 10년전 간절한 소망대로 다시금 같이 일하게 된 행운의 몇달간이었다.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아주 소수의 사람들 뿐인데 임신을 핑계로, 또 물리적 환경을 탓하며 너무 그냥 쉽게 흘려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적 나의 열심한 마음을 곱고 예쁘게 키워주신 분. 몸소 보여주신 분.

14년 연차를 쌓으며 난 휴직을 하고, 그분은 관리자가 되고, 내 동기들은 퇴직을 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그래 은행 15년 다녔는데 회사 더 뭐 있나” 이런 멘트를 뱉는 날들이 늘어난다.

세상은 메타버스다 온라인화다 변하고 은행이 보여주는 리더십은 점점 실망스럽고 그것에 쉬이 가벼운 자조를 뱉을 만큼 짬은 찼는데 정작 회사의 본질에 내가 깊숙히 관여하여 모든 걸 겪어본 뒤 하는 불평인지는 백프로 자신이 없다.

꿈에 나온 그 선배님과, 또 다른 입지전적 인물인 선배와 휴직 두어달 전 함께 점심을 먹으며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난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행원이 된 기분이었거든.

동문회의 수석 부장님도 휴직 전에 전화드렸더니 “너 돌아올때쯤엔 난 없겠네” 라 하시던게 그냥 하시는 말인 줄 알았는데, 올해가 정년 마지막해라고 했다. 그럼 앞으로의 동문회는 이분이 없이 어떨지 상상도 잘 되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에 애매하게 지지부진 미뤄졌던 동문회와 휴직이 겹쳐 도망치듯 집에 머무는 오늘이 되었다. 돌아가면 동문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 지. 상상이 잘 되지 않네.

나의 은행생활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휴직 두달째가 되니 그간의 익숙했던 일과 회사와 굉장히 동떨어진 느낌이다. 나의 은행 사람들과 은행일들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런지 궁금하다. 나는 또 어떤 비전으로 이 업계에서 업무와 일을 이어나가야 할 것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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