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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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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모성애가 생기는 것 까진 아니지만 친한 친구가 연락이 와서 아이 키우는 건 어떻냐 물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아기가 나를 필요로 할 때 은근히 좀 감동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팔 안쪽으로 머리를 실어 품 안에 안아주려 할 때 보이는 표정이나, 품에 안겨 노래를 불러주면 무장해제하고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나. 그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건 아무래도 수유시간이다. 배가 고파서 신경이 곤두 서서 마구 우는 와중에도 수유를 하려고 품에 가까이 안으면 본능적으로 입을 오물거리며 먹을 것을 위해 집중하는 그 모습. 나만이 아기가 원하는 것을 가진 유일한 자로서 기꺼이 젖을 물려줄 때. 그 입으로 허겁지겁 가져가 곧 만족스러운 듯 빨아먹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이 작은 일이 그 친구에겐 세상의 전부인 일이라고 하니 그게 좀 감동적인 것 같다. ..
수유의 역습 그러게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할때 귀담아 들을 것이지 백일천하를 낭낭하게 누리다가 출산 직후 급습을 당한 기분이었다. 임신 1일차부터 280일차까지 쭈욱 마라톤 달리기를 하다가 열달만에 결승점을 마지막 피치를 올려 전속력으로(진통끝에) 통과했으면 이제 좀 누워서 쉬게 해줘야지. 방금전에 결승 통과했는데 헉헉거리고 앉아있는 애한테 이제 허들 경기 하러 갈까? 몸좀 풀래? 하는 기분. 제왕절개 수술한 당일날 침대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다가 전동베드의 도움으로 겨우 상반신만 일으켜 세운 다음날 오전, 신생아실 간호사가 와서 안내를 했다. "내일 오전 11시에 첫 수유하러 4층 수유실로 오세요." "네? 지금 걸을 수도 없는데 내일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컨디션 봐서 해도 되죠?" 간호사는 "뭐 이런 애가 다 ..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는 것이 확실하다 예전에 난 아기를 볼 일이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작은 신생아는 거의 처음 보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니 이전의 내가 아기에 대해서 뭔가 말했었다면 다 모르고 한 말임이 분명하다. 며칠째 아기와 가까이 지내다보니 아기를 점점 더 사랑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왜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천사같다 하는지, 아이는 선하다고 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배가 고프거나 졸리거나 안아줄 엄마를 찾는 것 말고는 다른 욕망이 없는 아기는 순수함과 심플함 그 자체다. 세상에 순수한 인간을 만날 일이 잘 없는 내 나이쯤 된 사람이 그런 순수함을 목격하는 일은 감동적인 일이다. 사람이 태어날때부터 선하니 악하니 이야기들 하지만 막상 태어난 아기를 직접 이리 보자니, 이 아이가 무슨 다른 뜻이 있어 악의 ..
이름 짓기의 기술 (출생신고 하던 날) 출산하러 병원갈 때보다 출생신고하러 주민센터 가는게 더 떨리네요 나는 내 이름을 좋아한다. 이름을 좋아했던 이유는 흔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이름이 특이함으로서 나는 특별하다라는 자아가 형성되었다고 하면 오바일까. 적어도 그것이 시작정돈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름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해왔던 나였기 때문에 언젠가 애를 낳게 된다면 기가막힌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태명을 지은건 한 9주쯤 되었을 때였다. 안 짓고 버티고 있었는데 육아 앱들에서 자꾸 태명을 요구해서 등이 떠 밀렸다. (이후로도 많은 육아 관련 사업들이 태명을 당당히 요구하여 좀 놀랐다. 엄청 내밀한 애칭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때도 짓기 어려웠다. 흔히들 태명은 흔하고 촌스럽게 지어야 무탈하다는데 나는 ..
수유를 하다가 1. 수유를 하며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다가 문득 이 아이의 작은 어깨로 혼자 앞으로의 험난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게 실감이 났다. 지금은 배고프면 울고 잠이 오면 자는 젖먹이일 뿐이나 이 아이가 커서 말을 하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돈 걱정을 하고 병이나 죽음의 상실의 아픔을 겪고 인생을 살아간다 하니, 갑자기 마음이 짠해진다. ​ 좀 더 나아가자면 세상이 좀더 희망적이라면 왜 내 마음이 아플까. 아이에게 거짓말 없이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니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바꿔야 한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2. 새벽 수유를 하다가 이 시간이 마치 지하철 출퇴근 시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피곤하지만 꼼짝없이 버티고 있어야 하되 애는 오히려 조용하여 나에겐 두 손이 자유로운 시간 너무 졸려도 누워잘 순 없고 ..
사람 쓰는 건 처음이라 출산전 신생아에 대해 1도 모르던 시절, 나의 단순한 플랜은 '병원 + 조리원 2주' 코스였다. 들은 풍월이 그것 뿐이라 그랬을 것이다. 그런 나에게 친구들은 "아, 산후 도우미는 안한다고? (무식이) 용감하네 " 라고 얘기하곤 했다. 몇번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진짜 무모한 일을 벌이는 걸까 싶어졌다. 평소 어떻게든 되겠지, 유난 떨 거 있나 생각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 육아만은 두렵고 무서운 세계였다. 산후도우미 관리사분을 쓰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올해 5월부터 뚫린 정부 지원 때문이었다. (정확한 명칭은 산모 신생아 건강관리, 올해 봄부터 소득 150% 초과도 일부 지원가능하게 바뀌었다) 비용이 2주에 120만원 가량 되는데, 그중에 반절정도 지원을 받게 되었다. 여차저차 신청하고 ..
삼주만에 집에 돌아온 날 병원에서 나오던 순간도 감격적이었는데, 조리원에서 나오던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바깥 세상을 처음 보는 아기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느릿느릿 흘러가고 새롭게 보이는 기분이 든다. 신생아실에서 곱게 싸주신 겉싸개를 폭 안고 차에 타서 조심스레 운전을 시작하는 순간. 아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차창 바깥의 지나가는 광경을 살피고 돌연 조용해지는 순간. 나도 새삼스레 하나씩 새롭게 보이는 것이다. 작은 도로도, 하늘과 가로수와 늘 건너던 한강도, 강변북로도 모두. 집에 오는 첫 순간을 오래전부터 고대했다. 앞으로 우리가 그려낼 삶의 모습들이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집에 오자마자 안방에 있던 아기침대를 꺼내어 거실에 옮겼고 그 위에 아가를 눕혔다. 선물받은 침대가 온 것도 3개월이 넘었지만 그간..
벌써 일탈 날이 너무 좋아서 그랬다. 그래 날씨가 그랬어. 아기의 수유시간에 맞춰서 평소 나답지 않게 일찍 일어나고 있는 요즘, 창밖으로 펼쳐지는 맑은 아침 하늘에 감탄할 때가 있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여전히 폭염경보였지만 뭉게구름이 예쁘게 가득한 새파한 하늘에 가을 바람이 슬며시 묻어오는 공기. 아침나절 잠시 밖을 바라보다가 다짐했다. “아 오늘 좀 나가야겠어” 점심을 먹고 산후도우미 관리사님께 볼일이 있어 잠시 외출하겠다고 얘기했다. 갑작스런 통보에 놀래실까봐 없던 볼일을 몇개 만들었다. 오늘 아침에 쌀이 떨어졌다 하셨으니 쌀을 사러간다는 것도 그중 하나. 그동안 없는 반찬과 물건을 마켓컬리와 비마트 배송으로 눈앞에서 시켜왔는데 굳이 쌀을 사러 홈플러스까지 나간다고? ㅋㅋ 마침 남편이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