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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 California

미서부 6 - 차여행 시작

18.9.3 (여행3일차)

템퍼의 부작용인가 새벽 세시쯤 눈을 한번 떴는데 몸의 굴곡대로 하중을 분산하는 이 훌륭한 매트리스는 대신 한번 자세를 바꿔 뒤척이려면 아래 땅바닥이 없는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 중력이 없는것 같은, 힘을 주어도 힘이 안주어지는 느낌. 그 순간은 마치 아래에서 누가 잡아당기는 기분이었다. 다시 눈을 뜬건 아침 09:45
이걸 숙면이라고 해야하나 악몽이라고 해야하나.

이 숙소는 12시 체크아웃 예정인데 차도 없어 움직이기 어렵고 짐도 맡길수 없는 시스템이라 오전 시간을 어떻게 할지 자기전 고민을 했었다. 근데 그 고민이 한방에 날아갈것 같은 기상시간 ㅎㅎ

쿨하게 오전일정은 포기. 어젯밤에 사다놓은 라면을 끓여먹고 오후동선을 짠다음 천천히 집에서 나오기로 했다. 예전에는 정말 여행지에서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돈낭비 시간낭비에 죄책감 같은게 들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휴가로 떠난 여행에서 조금 더 찬찬히 움직이는 것도 괜찮다 생각한다. (나이들었나)

11:30이 지나서 숙소에서 출발. 우버를 타고 웨스트 할리우드에 있는 렌트카 회사로 이동했다.

예약한 차는 볼보. 12시부터 예약한 사람이 많은지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보험사 직원에게 풀패키지 보험을 강매당했다. 한국서 예약 당시엔 숙고하여 불필요한 보험은 제외하고 골라 왔는데도, 막상 차 수령할때 풀커버리지가 아니라니깐 뭔가 이곳 선진국 미국(백인) 사람들과는 다르게 쪼끄만 동양인들이 놀러와 목숨과 위험을 담보로 악착같이 돈을 아끼는 것 같은 느낌이라 왠지 기분이 조금 쌉쏘롬 해진다. 게다가 의사소통이 원할하지 않으니,렌트카 직원이 ‘너네가 잘 못알아들어서 지금 이러나본데 이거 되게 중요한거야’라는 표정으로 이야기하면 괜시리 더 쪼그라든 마음에 알았다고, 그럼 그냥 그렇게 해. 라는 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차가 상당히 큰 것이 배정되었다. rv차량이라는데 사이즈가 커서 좀 둔해보기긴 하는데 여긴 뭐 길 넓은 미국이니까. 차가 크고 하면 안정감이 있어 그것도 나름 좋겠지. 차에 탑승하고 나니 아까 보험 강매한 여직원이 미안했는지 빼곡히 들어선 렌트카들 가운데 차량을 빼는 걸 앞에서 열심히 봐줬는데 최소한의 손가락 까닥임과 몰입감 있는 표정으로 홀린듯 따라하게끔 귀신같은 신기술을 선보이며 차도에까지 나와 배웅을 해줬다.

몇블럭 떨어진 세븐일레븐에 잠시 차를 대고 물이랑 젤리를 좀 산뒤 재정비를 하고 출발, 바로 산타모니카로 가려고 했는데 가는길에 비버리힐즈가 네비에 보이길래 잠시 들러보기로 했다. 아랫동네는 일반적인 미국의 주택 모양이었는데 언덕을 올라갈수록 규모가 점점 커지더니 나중엔 산꼭대기인데도 어째 지었는지 멋쟁이 집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렇게 봐도 밖에서 뭐 이렇다할 보이는 것도 없고 금세 흥미가 떨어져 돌아나오는 길, 그저 초록초록하고 넓고 평탄한 길만으로도 충분히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