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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 청소년 추천문학이라고 하기에 주제가 무겁다. 가정의 해체가 정말 많아진 것은 사실이나 이만큼 격하기도 쉽지 않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거나 대할 때, 동화같이 순수성을 지켜줘야 할 지, 잔혹동화같이 현실 세계를 깨닫게 해야 할지, 무엇이 옳은지 혼란스러워진다. 예전에는 그저 순수함을 오래 지켜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였는데, 데미안이나 판의 미로 같은 이야기를 보면 아이들이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환상 유혹에 빠지는 것, 나아가 악함을 인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고, 이제는 어른들도 그것을 없는 것처럼 숨기지 않고 표면으로 노출시켜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마치 성교육 처럼 말이지) # 몇 문장. 특히 점장의 대사중에 청소년드라마에 나올법한 의미심장한 대사가 몇 있었다. 과..
매미 우리집 고양이는 어렸을적에 밖에서 놀다가 가끔 뭔가를 물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어. 어린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건드리는게 많거든. 그날도 평소같으면 문 열어달라고 현관에서 앙칼지게 울었을텐데 , 소리가 좀 답답하고 푸드덕 거리는 소리도 간간히 들리는게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별 생각없이 문을 열었어. 문이 열리는 걸 보자마자 고양이는 용수철처럼 튀어들어와 훈장처럼 자기가 잡아온 뭔가를 거실바닥에 내려놓았는데 난 그 시커먼 것에 기겁을 하고 몇발짝 물러났지. 고양이는 꼼짝도 않고 주인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기다리는듯 날 빤히 쳐다보는데, 바닥에 내려놓은 날개가 한장 뜯어진 매미는 죽을 힘을 다해 앞으로 기어갔지만 계속 원을 그리면서 돌아서 결국은 제자리만 뱅뱅 돌 뿐이었지. 그 매미를 보면서 난..
포르투갈 19 - 아쉬우니 암스테르담 공항에 붙은 호텔에서 눈을 떴는데 바깥이 또 흐리다. 스탑오버 하루를 틈타 암스테르담 시내를 둘러보기로 한 날인데, 일년중에 삼백일은 비가 온다는 이 죽일놈의 네덜란드 날씨가 그런 찬스를 살리게 둘것 같냐며 우리를 비웃는 것만 같다. 일기예보에 하루 왼종일 비라는데 부산스럽게 경유까지 계획한 우리가 갑자기 비참해지는 기분이다. 그나마 부슬비 정도가 내리는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나가보기로 하였다. 문득 어제까지의 여행이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다른 나라에 도착한 걸 내 몸이 아는 건가. 아마도 마지막 날인지를 내가 알기 때문일 것이다. 돌아가기 싫은 마음. 짝꿍과 함께하는 장시간의 여행이 싫지않다. 충분한 돈을 써서인가. 그가 매우 배려깊은 성격이기 때문인가. 누군가는 흔히들 싸우고 온다는데, 뭐 우리는..
전투력 출근하자마자 그놈의 업체가 또 말썽이다. 지난밤의 논의가 끝나지가 않았다. 우리부서에서 기재부에 보낸 확인 메일 답변이 오늘까지 오지 않으면, 법무법인이 대리로 영업점에 나가서 만드는 계정을 기어이 비거주자원화계정으로 만들겠단다. 그것이 외국환거래법 위반사항의 여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본인과 본인 클라이언트는 엄밀히는 상관없지 않냐는 변호사의 논리에 난 반박하지 못했다. 에스크로 계약을 앞두고 비거주자의 세금이동과 관련하여 여러경우로 발생하는 생황과 그에 맞춰 짜놓은 구조를 우리가 미리 예상하고 확인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양도세 에스크로 관련 발생할 수 있는 계정문제 자체를 치밀하게 점검하지 못했다. 외국환거래법은 은행 실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어서 우리(은행측)이 답을 내야한다..
아는 거 점심에 같은 부서 직원과 돈까스를 먹다가 문득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과장님은 아는 것도 많아보이시고 “ “아니 나 아는 거 별로 없는데” “헉, 그래요? “ “아니 근데 아는 거라는게 정확히 어떤 분야야?” “음 글쎄요 “ “내가 먼저 얘기해볼까? 난 좀 일단 정치나 경제 같아. 여긴 아무래도 은행이니까 경제가 좀더 우선이려나” “저는 그럼.... 역사요” “그래 역사 맞다. 그러고보니 난 역사는 더몰라. 정치나 경제는 물론이고” “근데 왜 전 과장님을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속은거지. 내 이미지에. 내 책꽂이에 쌓여있는 책들 때문에”
고급쾌락 벤담의 공리주의가 호소력을 갖는 이유는 사적 판단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취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 그것의 도덕적 가치를 심판하지 않는다. 모든 취향은 동등하게 계산된다. 벤담은 이 쾌락이 저 쾌락보다 본질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어떤이는 발레를 좋아하고, 어떤이는 볼링을 좋아한다. 어떤 이는 플라톤을 읽고,어떤 이는 '펜트 하우스'지를 본다. 벤담은 물을 것이다. 과연 누가 이 쾌락이 저 쾌락보다 더 고급이라거나, 더 가치있다거나, 더 고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밀은 이런 반박에서 공리주의를 구하려 한다. 그는 벤담과 달리 욕구의 양이나 강도만이 아니라 질을 평가해 고급쾌락과 저급쾌락을 구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밀은 가장 뛰어난 사람도 '더러..
외근 미팅이 있어 판교역에 가라고 했다. 판교는 정말 꼴도 보기 싫은데 , 어제 오랜만에 다시 연락 온 업체도 기억을 복기하려니 다 잊어버려서 부담되고, 마음만 바쁘고 막상 진척되는 건 없는 이런 사태가 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싫다. 순발력도 없고 무대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 때문이다. 낯설음을 즐겨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창구만 지키고 있는 것 답답하다고 내가 나불댔던건 언제인가. 후회한다. 나다니는게 이렇게 귀찮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 중이다. 판교에 있는 업체는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회사였다. 대표자가 처음에는 패기있게 왜 우리은행인지, 왜 하필 (동행한 지점장님이 있는) 이 지점인지 묻는 질문을 퍼부었으나, 나중에는 그냥 잘해보자며 우리회사는 꼭 유니콘 기업이 되겠다며 허리를 굽히고 연신 손바닥을 흔..
포르투갈 18 - 포르투 : 한달살기 하는 이유 알만하네, 대체 불가능한 포르투의 매력 오늘 아침도 흐린 날씨이다. 어제보단 좀 나은지 안개는 걷혀있지만 이건 할리데이 인에서보다 낮은 지역이라서 그럴수도 있다. 이쪽은 창이 눈이 많이 부시다. 벌써 8시가 넘었지만 푸르투에서는 흐린 날씨 덕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핸드폰 충전을 하면서 론리플래닛에 나온 쇼핑 스팟을 꾸역꾸역 구글 지도에 밀어넣어 기록했다. 펜으로 지도에 표시하는게 보기는 편한데 오프라인 지도와 온라인 지도의 과도기에서 나는 어디하나 적응하지 못하고 이거저거를 번갈아 보다가 제대로 하나도 안되는 상황에 외려 적응이 될 지경이다. 오늘은 포르투갈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이 마지막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자정쯤 비행기를 타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경유지에서 우리의 짐은 찾지 못한 채 네덜란드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