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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골 조일 줄 아세요? 출산 후 최근 몇가지 운동을 하면서 관통하는 메세지가 있다. 무너진 코어를 바로잡는 것의 기본은 골반 경사를 바로하고, 늑골(갈비뼈)을 조이는 것이란 거다. 어정쩡하게 서 있거나 희한하게 걷는 걸 본 엄마 친구와 지인이 내게 제대로 된 자세를 잡는 운동을 권했을 때 설마 그렇게 이상한가 했는데 이제 왜 그랬는지 좀 알것 같다. 늘 늑골이 풀어진 채로 살아왔던 나는 처음에 도대체 그걸 어떻게 조이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뼈는 뼈잖아. 움직여지지 않는 딱딱한 것? 장기 다치지 말라고 갈비뼈가 그렇게 둥그렇게 공간 품은 모양으로 생겼는데 도대체 어떻게 조인다는 건가. 게다가 펴면 펴고 말면 마는 거지 늑골만 조이라는 것도 의아했다. 거북목에 습관적 롸운드 숄더인 나는 어렸을 적부터 '가슴을 펴라'는 .. 더보기
사십을 맞이하기 때문인가, 산후에 오는 우울감인가 기분이 이상하다. 이게 산후에 오는 특유의 감정인가 생각해보았다. 계획과 다짐과 미래를 그려야 할 때에, 착 가라앉아 마지막을 자주 상상하는 스스로가 그렇다. 몸의 이상신호를 느끼면서 난생처음 몇몇 검사와 진료를 거치면서. 간절함으로 잃어버렸던 신을 다시 찾는 나를 보면서. 남편의 회사에서의 기회가 갑자기 찾아왔는데 온갖 생떼를 써가며 기어이 가로막는 스스로를 목격하면서. 그 와중에 40을 맞으면서. 한달 사이에 마주친 여러가지 감정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그간은 그저 지루하고 행복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불안하다. 그간은 나이가 드는 것이 그냥 좀 짜증이 났다면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슬픔과 조바심이 같이 찾아왔다. 갑자기 할일이 늘었고 갈길이 먼데 나는 나이가 많고. 아이가 겪을 미래가 암담한 느낌.. 더보기
남편의 본사 부름기 남편의 인사이동을 앞둔 어느 쉬는 날 아침, 평소 남편이 가고 싶어하던 본부부서의 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서에 올거냐 묻는 물음에 그는 알겠다고 대답했고, 몇 시간뒤 만난 나에게 이야기했다. "나 본사에 갈거 같아" 대부분의 직원이 교대근무를 하는 남편의 회사는 일부 본사 업무로 일근을 하게 되면 생활 패턴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발령을 앞둔 직원과 미리 조율을 해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우리는 처음 겪는 출산과 육아를 앞두고 금번 발령은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확보되는 교대근무를 계속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미리 말을 해 뒀었다. 그래서 남편은 가고싶은 본부 부서 한군데를 제외하면 나머지 부서의 제안도 어지간히 물리쳐 왔으며, 물론 평소 그 특정 부서 러브콜에 대한 의향은 표시해왔으나 그 부서.. 더보기
온 마을이 키우는 아이 오늘자로 미접종자 방역패스가 풀려서 아기를 데리고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아기와 함께 갈만한 곳을 찾는 건 역시 쉽진 않았다. 어렵사리 찾은 곳에 들어가서 그래도 수월히 먹은 편이었으나, 조그만 카페에서 아기가 중간중간 소리를 낼 때마다 신경이 적잖이 쓰이는 게 사실이었다. 도대체 이렇게 불편하게 먹을거면 왜 나오나 싶나 하다가도 오늘 여기 있던 사람들이(주인 아주머니와 손님1) 아기에게 환하게 웃어주는 걸 보니, 사람들의 배려를 조금 더 구해도 되나 싶은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노키즈존과 노배드페어런츠존이 꽤 많은 이 동네에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앞으로도 수월친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어린 시절은 있고 아이 역시 사회구성원으로서 없는 존재처럼 취급받으면 안되는 법이다. 나는 오늘 그간 가.. 더보기
스몰토크는 아이스브레이킹 때만 쓰는 줄 알았습니다만 1. 최근에 다니는 정형외과에 담당하시는 원장님이 꽤 상냥하신 분이다. 동네 병원이라 손님도 많고 지칠만도 한데 늘 웃으시며 이런저런 이야기에 답변을 자세히 해주신다. 한달 넘게 다니다보니 이제 안면이 어느정도 있어 반갑게 아는척도 해주시곤 하는데, 갈수록 통증은 비슷하고 할말은 점점 떨어지는 느낌? "오 오늘보니 살이 좀 빠지신 것 같아요. " "아뇨, 비슷한데요." "그럼 몸이 좀 붓는 편인가요? 저도 좀 그래서요. " 얼굴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매직워드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누가 살빠졌다는데 싫어하겠소만은 난 왜인지 그런 서두가 별로다. 뭐랄까 좀 가벼워보인다고 해야되나. 얼마 안되는 진료시간에 쓸데없는 시간을 잡아먹는게 싫은 건가. 그러고 보면 그런 말은 진심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는 건가. .. 더보기
너무 빨리 크지마 아기가 부쩍 활발해졌다. 아직 기지는 못하지만 굴러굴러 가는 수준이 매트 끝에서 끝까지도 가능하다. 엎드린 자세에서 방향 전환이 엄청 자유롭고 이제 슬슬 플랭크 자세도 가능해지는 걸 보면 곧 기지 싶다. '발달'로만 따지면 기지 못하는 율이는 느린 편이라고 하겠지만, 그 애가 최근 분명하게 달라진 건 상호작용이다. 이제는 어떤 표정에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행동에 어떻게 대응하고, 얼굴을 보이면 웃어주고, 티키타카가 가능하다. 예전의 나는 말 못하는 아이와 붙어있는 오랜 시간이 고역일 것이라고 예상했고, 얼른 그 시기가 지나서 이성적 대화가 가능한 나이까지 훌쩍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와 반대로 '너무 빨리 크지마'를 실감하고 있다. 일단 말 못하는 아이와 붙어있지만, 말만 못한다 뿐 아기.. 더보기
감정을 나누는 사이 엊그제 신랑 친구네 놀러갔다 받아온 빨대컵. 한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던 터라 당연히 안될 것이라 예상했었다. 이유식을 주던 남편이 " 어 먹는다!" 하길래, 요리하던 나도 애 앞에 달려가 "어디 다시 한번 해봐!!" 했더니 처음인데 바로 성공하는 것이 아닌가. 안을 진공상태로 만들어주는 전용컵이라 그런지 훅 하고 손쉽게 빨려서 자기도 좀 놀랐나보다. 물도 차가워서 그런지 헥 하고 눈이 동그래진다. 신기해서 둘이 박수치며 크게 막 웃었는데 아기가 우리 때문에 갑자기 놀랐는지 아니면 놀림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급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이구 미안해, 아기 네게 잘했다 대견하다 눈맞춤도 말도 하지 않고 우리끼리만 신났구나. 미안해. 손사래치며 싱크대로 돌아갔지만 이 아이가 사람들의 반응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보기
아이들은 즐겁다 -허5파6 몇년전에 선물받은 이 책을 며칠전 우연히 꺼내어봤다가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웹툰 단행본(만화)인지라 얼마 안걸린 것도 있지만, 내용도 너무 좋았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이는 9살 남자아이 '다이'이다. 엄마가 아프고 아빠는 바빠서 외로운 아이. 가정 환경도 변변찮아서 돌봐주는 이 없이 늘 심심하게 티비를 보거나 친구들과 놀거나 버려진 책을 주워다 읽는다. 주변의 어른들 행동을 보며 생각하는 것이나 학교와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이 만화의 주요 포인트다. 이 책은 아이들의 순수함 같은 걸로 어필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적나라한 어른들의 세계가 아이들의 눈으로 보여지는 것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진다. 그건 이 아이가.. 더보기
당근과 알라딘의 친구가 되었다 나의 고질적인 악순환 중에 이런 게 있다. 물건을 버리는 것이 지구에 죄책감이 들어 버리지 못하겠다 -> 쓰레기 봉투에 넣지 못해 우리집에 버려져있다 -> 집에 버려진 것이 있어 새로 사지를 못한다. -> (안그래도 없던) 구매 안목이 점점 낮아진다. 요새 중고거래를 하고 있다. 주 플랫폼은 당근과 알라딘. 내 생에 중고 거래는 놀랍지만 처음이다. 처음엔 테스트로 집안에 굴러다니던 탭볼을 하나 팔아봤다. 의외로 하루만에 남자청소년 하나가 수줍게 구매해갔다.(손에 구겨쥔 오천원짜리가 자꾸 생각남) 그 이후로는 집에 이리저리 남은 임산부 용품을 정리해서 팔았다. 처음이라 혹시 몰라 사뒀던 것, 중복으로 선물받은 것, 세트로 구매하여 남은 것 등등. 사용할 일이 없는데 멀쩡하게 새것들이라 너무 아까웠던 터에 .. 더보기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 새해를 맞아 친한 언니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언니는 내게 안부를 물으며 본인은 요새 괴로운 것도 아니지만 행복하지도 않은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정신적 육체적 기능은 떨어지는 것 같은데 이뤄놓은 게 없는 것 같기 때문이란다. 새해를 맞으며 앞자리 나이가 바뀐 나 역시 언니와 비슷한 생각이었기 때문에 적잖이 공감했다. 그리고 언니의 입장이 되어보면 더더욱 그럴 것 같았다. 특히 결혼과 아이, 독립된 집 그리고 도무지 보람차지 않은 직업적 성취 부분에서였다. 10년 전 회사에서 만난 언니는 인원이 백 명씩 되는 부서에 3년간 함께 있었던 것 말고 나와는 같은 팀도 아니고 겹치는 업무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부서를 떠나고 거리가 멀어도 일 년에 한두어 번 꼭 만났고 만나면 누구에게 선뜻 .. 더보기
결혼 7주년 우리 세가족 매년 결혼 기념일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왔더라. 올해는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집이 아닌 곳에서 1박2일을 시도했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네스트 호텔. 호텔은 영종도 깊숙하고 한적한 곳에 있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것이 컨셉인지 모르겠지만 저수지 앞 들판에 바로 호텔이 서 있는 느낌이었다. 정돈이 안된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였다. 보문호를 갔을 때처럼 호수 앞 숙소의 고요함이 좋았다. 깨룩거리는 새들과 뚝방길을 지나는 차소리 가끔 낮게 나는 비행기 소리만이 정적을 깨트렸다. 아기는 새로운 공간에 어리둥절하였다가 익숙한 장난감들에 용기를 얻어 소파를 구르며 적응을 시도하였다. 저녁을 구할 겸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엄청나게 붉고 큰 지는 해를 보았는데 가히 인생 최고 수준의 사이즈였던 것 같다. 어두운 길.. 더보기
시작이 반인 나 같은 사람의 끝 없는 악순환 너무 정성들여 쓰다가 시간을 놓친다. 좋은 글감이 생각나면 키워드 메모장에 적어놓지만 뭉그적대다가 몇달이 (심지어 몇년도) 지나간다. 너무 감명받은 책은 캡쳐해놓은 문장이 너무 많고 그 감동을 더욱 잘 정돈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오히려 독후감을 쓰지 못한다. (오히려 별로인 책이 쓸말이 별로 없어 블로그에 대충 쓰고 반납해버리거나 치워버리는 경향이 있다) 간혹가다 맘 먹고 착수해도 더욱 잘 쓰려다보니 문장이 꼬인다. 타이밍을 놓치면 가뜩이나 명분이 사라져 공이라도 더 들여야하니 어지간히 맘에 차지 않으면 또 업로드를 못한다. 그러다보면 쓰고 싶은 이야기는 쓰지 못하고 늘 쌓여있어 부담만 늘어난다. 피터드러커의 '모두가 어제의 일로 바쁘다' 라는 조언을 보고 실소했지만 뜨끔했던 나를 고백한다. 내 공간(.. 더보기
책테크 최근에 책장을 정리하며 삼년전에 산 잡지(보스토크 매거진 7호)를 알라딘에 내놨다. 가격 책정 때문에 기존 온라인중고를 찾아봤는데 두 명의 판매자가 각각 4만원, 5만원에 팔고 있다. 뭐지 이건? 이 책 정가가 16,000원이었는데..? (심지어 그분들 중고책 상태도 최상 아니고 상과 중) 간단히 검색해봤지만 특이점을 찾지 못한 나는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35,000원으로 올렸는데, 올린지 일주일도 안된 오늘 주문 요청이 들어왔다. 하 요거 신기하네? 창간 초창기 시절이라 신간은 품절, 그래서 중고만 찾을수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잡지 다른 호는 중고가 8천원-1만원 수준인데 이것만 무슨 일이죠?? 30여호 중 현재 품절된 것은 초반 몇 개이고, 다른 품절 호도 일부 2만원 수준 중고로.. 더보기
공부머리 독서법 - 최승필 최근 읽은 책들이 공통적으로 독서교육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머리 독서법) 딱히 아이가 생겨서 독서 교육에 대한 책을 읽은 것은 아니고, 그저 '책읽기 책'에 대한 관심이 조금 많은 편인데, 이 책들을 읽으면서 정작 독서교육이 필요한 것은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비판적 사고'. 책을 읽으면서 '아 그렇구나~' 라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왜 그렇지? 그게 맞나?' 라고 질문해야 올바르게 책을 읽는 것이란다. 그러고보니 나는 왜 그렇지 하면서 책을 읽은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삐딱선을 탄 적은 있다. 내용이 좀 아니다 싶은 책도 있는데 그럼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는게 아니고 그냥 책을 덮는다. ㅋㅋㅋ 돌이켜보니.. 더보기
정형외과 병원기록 2 한달째 정형외과(신경외과)에 출석중이다. 8번의 체외충격파 치료와 2번의 도수치료를 받았다. 일주일에 두번씩 꾸준히 방문했는데 초반 1-3회는 현저하게 좋아지다가 이후 정체상태이다. 진료시간에 선생님께 어깨통증이 만성이 될까 우려하여 물었다. "환자분, 어깨는 나아질 거에요. 근데 만성이라는 건 심리적으로 '나는 으레 어깨가 아프지, 나는 원래 어깨가 아픈 사람이었지' 하고 받아들이면서 생기는 겁니다" 그도 그럴것이 요새 나는 어디가 아프면 곧 괜찮아지겠지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닌지 겁부터 더럭 나는 것이다. 어깨통증 엉덩이통증 꼬리뼈 등등 산후에 맞이하는 몸풀기(몸조리)는 100일이 지나면서 갑자기 더 심해졌다. 이어 물리치료를 도와주는 물리치료사가 내 어깨를 풀어주면서 말.. 더보기
정형외과 병원기록 1 어느날 매트에 누워서 스트레칭을 하는데 남편이 보더니 양팔이 너무 차이가 심하다고 한다. 요샌 오만군데가 다 찌뿌둥하니 이게 다 퉁쳐서 출산통인줄로 알고 마냥 나아지겠지 했는데 그러고보니 조리원에서 요가할때부터 오른팔만 유독 이상하긴 했었다. 최근 들어 더 심해진 건 나날이 커가는 아기를 안는 자세와 몇달간 지속된 모유수유 자세 때문이기도 할 듯. 그래서 처음 정형외과에 방문했다. 통증의 느낌은 특정한 자세를 취할 때 찌릿하고 묵직한 통증이 한 삼사초 나타났다 사라지는 식이었다. 그리고 몇 가지 생활 증상이 있었는데 바닥에 누워 양팔을 귀 옆으로 똑바로 올리면 오른팔은 바닥에 안 닿는다거나, 오른쪽으로 누워자면 묵직한 통증이 있고, 팔을 앞으로 뻗어 창문 여닫는 동작. 팔을 대각선 뒤로 뻗거나 접어 물건.. 더보기
세상의 모든 친절함에 대하여(부제: 본질은 어디 가고 친절함에 매몰된 나를 본다) 정형외과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친절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유는 무엇일까 ​ 첫 번째, 몸이 힘들다. 피곤한 컨디션으로 인한 것. 그런 날에는 누구에게도 반응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기본 에너지로는 주어진 일만 간신히 할 수 있을 때) 스페어 에너지가 있어야 무엇이든 할 수가 있는 법이다. 뭐 이건 사람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가 없다. ​ 두 번째, 과중하게 많은 매스 고객을 상대 하는 것. 출근하여 초반 대여섯 명을 대할 때는 괜찮지만 열 명 스무 명 백 명을 넘는 사람을 상대하게 되면 아무래도 친절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일하면서 지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체력소모로 인한 피곤함이 주는 문제이니 어쩔 수 없긴 하다. 해결책으로 이 문제는 한 사람당 대응하는 사람 수를 줄여 .. 더보기
아기를 갖기 전에 두려워 했던 것 아기를 갖기 전에 두려워 했던 것 중 하나는 “수없이 반복되는 소음” 이었다. 누군가는 픽 웃으며 두려울 것도 많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라 자평해왔던 내가 '소리'에 평균이상으로 긴장하고 영향을 받는다는 걸 깨달은 것은 큰 발견이었다. 내게는 연남동 골목이 너무 시끄러웠어서 강화도 조용한 곳의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는 엄마와, 드라이브할 때 틀어놓은 음악소리도 소음이 되는 오빠도 있으니 '소리민감도'도 가족력이란 게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렴풋이 예상만 했던 소음은 아기가 우는 소리, 아기가 맥락없이 빽빽 지르는 소리, 그리고 아기 장난감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소리였다. 앞의 두가지야 아기와의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질 일이지만 마지막 소리는 내가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것.. 더보기
달리기 하여 실행력을 갖춘김에 쓰는 일기 트렌디하게 미니멀리즘까지 들먹일 필요없다. 궁상맞게 쌓아둔 물건들을 버리자. 오늘 만약 주변을 정리한다면, 아니 그게 좀 거창하면 나라를 떠나거나, 회사를 떠난다면, 집을 이사한다면 뭐든 좋다. 어떤식으로든 외부요소에 의하여 정리를 하게 된다면 내가 추릴 물건들이 뭐가 있는지 돌아보자. 시간이 나면 해야지. 그렇지만 하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것들을 지금 하자. 오늘이 바로 그것을 할 날이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면, 그렇게 깔끔한 기분으로 살수 있다. 정리된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는 기분이 얼마나 즐거운지. 정리된 화장대를 보는 기분이 얼마나 깔끔한지. 등떠밀려 살았던 직장인 시절에 못했던 일들. 지금은 가능하다. 시간 날 때 기어나가거나 뻔한 티비를 보거나 인터넷을 보지 말고 아래 일들을 해보자. 그러지.. 더보기
아기와 노래 1.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시간이다. 자장가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기도 노래를 좋아하는 것인지 아직 확실친 않지만 노래를 불려주면 울던 아기도 조용해지는 건 분명하다. 내가 늘 좋아했던 노래부르기를 이 때에 원없이 해볼줄은 몰랐다. 아기는 노래를 듣고 불안을 잠재우고 조용해지고, 나는 힐링이 된다. 2. 처음에는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가 부르시던 섬집아기로 시작했는데, 그 노래를 듣고 난 뒤이어 등대지기, 보리수, 선구자, 봄처녀가 생각이 났다. (왜 주로 가곡이죠) 그리고 몇가지 동요도. 동요 가사가 가물가물하여 찾아봤더니 '초등교과서'란 카테고리로 많은 노래가 나온다 그래서 요새 완성된 최근 목록 보리수 / 등대지기 / 선구자 / 겨울나무 / 노을 / 아기염소 / 고향의 봄 .. 더보기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너 요새 아기는 부쩍 애착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아침에 깰 때 혹은 낮잠을 깰 때 침대에 가까이 들여다보면 여지없이 활짝 웃는 표정으로 날 반기는 얼굴이 있다. 그 얼굴을 쓰다듬으려 손을 뻗으면 아기는 자기의 두 손으로, 내민 내 손을 양쪽에서 움켜쥔다. 그리고 자기 얼굴로 갖다대곤 눈을 감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얼굴에 부비며 냄새를 맡는 것이다. 본능적인 이 행동이 얼마만큼이나 사랑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인지. 그 해사한 표정과 따뜻한 고사리같은 손에 잡혀본 자만이 알 수 있다. 더보기
오랜만에 교외 마트 쇼핑몰이 금지된 지 두어달만에 나오기도 했고, 갑작스런 건강 염려증이 일단락 된 후로 나오기도 했고 그리하여 마음가짐이 좀 남다른 것 같다. 복작거리는 동네 골목에서만 다니다가 오랜만에 탁트인 아울렛이 (오버 좀 보태) 영미권에 여행온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는 공간의 매장을 둘러보는 것이 여유있는 기분이다. 얼마나 자주 왔던 아울렛인데 새삼스레 이런 기분이라니. 아무리 집에서 음악을 틀고 집안 정리를 하고 한강을 내다보아도 부족한 것은 이런 것이다. 바람과 공간. 주로 쇼핑에서 쾌감을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맘에 드는 모자를 하나 산 것도 좋았다. 그간 필요하다 노래는 불렀지만 구매 시도는 성인이 된 이후로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두산베어스 모자는 빼자) 그간 왜 그렇게 시도조차 해.. 더보기
애가 나에게 너무한다 싶은 순간이 오면 애가 나에게 너무한다 싶은 순간이 오면 그건 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번아웃이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잠과 체력이 부족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갑자기 못 견딜 것 같은 기분이라면 꼭 몸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마음의 문제랴, 가능한 마음을 다잡고 달리 먹어보려하지만 잘 안될 때는 스스로에게 자책하지 말고 인정해야 한다. 평소같은 옹알이도 견디지 못하고 소음으로 느껴질 때는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 부모의 편안한 마음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더보기
연말정산 때문에 집앞 지점에 갔다가 팬을 만났다 뻘쭘하게 은행 직원 공간 뒷쪽 구석에 스캔피씨 쓰고 연말정산 서류를 인사부에 전달해주십사 근처 있던 직원에게 행낭 봉투를 건넸다. 첨에 쭈그리고 컴퓨터 쓸때는 이상하게 쳐다보던 직원이 봉투에 쓰여진 내 이름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어머 윤** 과장님이세요?” 라며 말을 걸었다. 나의 지난 역사인 외센과 충정로도 알고 있는 이아이는 자기 신입 때 내가 강의 연수도 하러 왔단다. 나는 모를 테지만 자기는 안다고. 휴직은 언제했냐 첫째냐 둘째냐 묻는 것이 어색했지만 사실 좀 반가웠다. 들어갈 땐, 업무적으로 이름만 알고 있던 한 차장님한테 "저 아시죠?"하고 사원증 들이밀고선 반응이 시큰둥하여 뻘쭘했는데 나올 땐 조금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나왔다. 아주 조금 아주 조오금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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