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al & Pic/일상

세상의 모든 친절함에 대하여(부제: 본질은 어디 가고 친절함에 매몰된 나를 본다)

정형외과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친절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몸이 힘들다. 피곤한 컨디션으로 인한 것. 그런 날에는 누구에게도 반응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기본 에너지로는 주어진 일만 간신히 할 수 있을 때) 스페어 에너지가 있어야 무엇이든 할 수가 있는 법이다. 뭐 이건 사람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가 없다.



두 번째, 과중하게 많은 매스 고객을 상대 하는 것. 출근하여 초반 대여섯 명을 대할 때는 괜찮지만 열 명 스무 명 백 명을 넘는 사람을 상대하게 되면 아무래도 친절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일하면서 지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체력소모로 인한 피곤함이 주는 문제이니 어쩔 수 없긴 하다. 해결책으로 이 문제는 한 사람당 대응하는 사람 수를 줄여 주는 방법이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몇 명까지 대응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노동의 소외와 관련된 일이다. 사람마다 한계에 이르기까지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의외로 같은 멘트,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일에 사람들은 굉장히 취약하다. 지루함을 굉장히 많이 타는 일인으로써 난 이 지루함을 덜어주는 일에 회사가 좀 관여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자본주의는 그렇게 할 수 없겠지.



세 번째. 고객들을 사실 속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잘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만약 일하는 곳에 해당 사장이 방문하거나 유명 외부인사, 하다못해 연예인, 아니면 가족이 방문한다면 어떨까. 누구라도 조금씩은 달라질 수 있다. 긴장하거나 조금 집중할 수도 있다. 근데 180도 딴판이 된다? 그건 탈락이다. 그런 특별고객에게 평소와 같은 그런 무심한 얼굴로 그런 표정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달라진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평소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네 번째. 호의가 반복되면 호구가 된다. 그러니까 함부로 친절하면 안된다. 나를 침대로 안내하면서 나에게 친절하게 굴면, 내가 물리치료 20분을 30분으로 늘려달라고 하나? 아니면 촉수 하나 더 붙여달라고 하나? 기계로는 시원찮으니 어깨 좀 더 주물러달라고 하나?



그렇지만 그보다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내 일만 잘하면 되지 왜 친절해야 하는가? "라는 상반된 주제로 방금 나처럼 하나하나 굳이 따져 생각해줘야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본질이 다르지 않은 서비스에 과도한 CS만이 평가의 척도가 되는 걸 극혐해왔던 사람이었다. 아.. 피곤해진다. 오늘의 에너지가 고갈되었으니 왜 친절해야 하는지는 다음에 생각해보기로 하자.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