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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상

아펠 운동센터 운동 후기

아펠 공식 인스타에서 펌

처음 갔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지만, 10회를 마치고 나니 여전히 만족스러운 것이 뿌듯하여 후기를 남기기로.  

1. 인터넷을 뒤지다가 발견했다. 신촌에 1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데 후미진 그 쪽 길을 아는 터라 조금 의아했다. 그리고 건물이나 위치나 시설내부나 첫인상은 좀 변변찮았던 것이 사실이다. 가격이 오픈되어 있는 점이 맘에 들고 재활 전문이라 지금 내 상황에 적합하지만 일반인 후기가 거의 없는 것이 조금 망설이게 했는데 구독하는 물리치료사 유투브가 이곳 출신이라고 해서 신뢰도가 +1 되었다.    

2.일단 상담을 해보기로 하고 날짜를 예약했다. 인터넷에서 미리 뵈었던 카리스마 넘치는 소장님이 직접 마주 앉아 상담을 해주셨는데, 아주 조용하시고 큰 리액션도 없으셨지만 특유의 뚫어지게 쳐다보시는 눈빛에 하마터면 속에 있는 말을 다 할 뻔 했다. 내 평생 만나보았던 '상담' 중에서 가장 압도당한 느낌이었다. 내 증상을 다 들으신 뒤에는 별 말씀 없이 시범 클래스를 하게 시키셨는데 한 물리치료사분께서 20-30분정도 내 척추와 어깨뼈를 '만져'주셨고 내려와 주저없이 10회 계약했다.  

2.1. 여태껏 내가 겪은 상담의 경우 대개 상대방 쪽에서 본격적으로 소개와 말을 하게 마련이었으나 이번은 내가 거의 현재 몸상태를 고백하고 결과는 정해져있는 느낌이었다. 이 센터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그랬다. 들어봤는데 생각해볼께요 하고 다시 나갈 순 없었다.

2.2. 어깨 통증을 호소한 나에게 맛보기로 보여준 체험은 견갑골(날개뼈) 위치를 바로잡고 등을 펴주는 몇가지 동작이었다. 내 자세만 보고, 팔 몇번 움직이게 하고 근육을 조금 만져보면 바로 어디가 안 좋은 지 알 수 있는 그런 전문가들이었다. 운동을 시작할 때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났다는 확신을 갖는 건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시작도 잘 못하면서 쓸데없이 의심이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3. 운동 전 밸런스기구(보수)에서 5분, 햄스트링과 고관절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10분정도 스스로 하고 나면 준비 완료. 그 후로는 물리치료사 한 분이 전담으로 붙어서 한시간 가량 운동을 지도해 주신다. 이 곳의 특이한 풍경은 슬링운동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천장(기구)에 매달린 줄에 고루 몸을 내맡기고 엎드린 자세, 누운 자세 등으로 바꿔가며 근육을 하나씩 움직이는 법을 배운다. 그간 직립으로만 서 있어서 습관적으로 켜켜이 잘못 쌓여있던 척추와 경추가 한개씩 풀어져 제멋대로 움직이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 덕에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느끼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3.1. 그래서 이 운동의 최대 단점은 집에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계를 통으로 들여온다고 해도, 몸을 잘 이해하는 누가 붙어서 도와줘야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운동이다. ​

3.2. 물론 근육을 제대로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주요 목적이기 때문이라고는 해도 운동을 하면서 땀이 많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어느 날은 좀 늦을 것 같아 합정역까지 뛰어가서 지하철을 탔는데, 신촌역 센터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땀이 식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운동 다 하고 나오는 길에는 뽀송해졌다는 후문.


4. 이 곳 분위기는 처음부터 좀 묘한 구석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엄청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헬스장 분위기가 아니라 그런지 특유의 활기참은 커녕 절간 같이 조용한 것이 가장 특이한 점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정형외과 도수치료센터 한켠에 자리잡은 맨손운동 지도수업 같은 느낌? 입구에 안내자가 따로 없고 각자 역할을 하는 와중에 상담도 예약도 전화도 커버하고 있어서 드나들 때 반겨주는 이가 없는 것이 조금 뻘쭘하다. 남의 집에 불쑥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중간중간 기구에 올라탈 때 잡아주거나 하는 등 손이 필요할 떄에는 어떻게 알아서 때맞춰 누군가가 착 등장한다.

4.1.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도 있지만 나이 드신 분들도 꽤 있었다. 그렇다고 동네 사랑방처럼 출석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진중하신 분들이 많은 기분. (회당 단가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좀 특이한 것은 청소년이 꽤 많다는 것.10대 후반 쯤 되어보이며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 같은 친구들이 정기적으로 출입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엄마손에 붙잡혀 피아노 학원에 끌려온 친구처럼 선생님과 티키타카 밀당을 주고받으며 운동을 하고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체대 입시를 준비하거나, 운동 중 다쳐서 재활이 필요한 친구들이었던 것 같더라. 함께 찾아본 바로는 골프, 피겨, 사이클 등 프로 운동선수들 지도도 많이 하는 모양이었다.  

5. 삼주차쯤 되었을 때 지도의 방향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주로 고관절과 엉덩이 햄스트링 위주로 단련하여 다른 곳(어깨 허리 무릎 등)에 불필요하게 집중된 힘을 균형있고 바르게 쓰는 것을 도와주는 것. 일단 골반 경사를 바로잡는 것부터 해서 아주 천천히 시작한다. 그냥 배에 살짝 힘주고 숨만 쉬는 정도부터. 지루하고 반복적이지만 그래서 어디에 어떻게 힘을 주는 지 제대로 배우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5.1 어쩌면 이곳에 내가 처음 왔을 때, '제대로 서고 걷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라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천천히 지도해주셨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특별한 증상은 없었고(어깨 염증과 꼬리뼈 통증 정도) 산후 관리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기에 뭔가 정해진 커리큘럼보다는 현재 내 상태를 보고 맞춤 처방을 해주신게 아닌가 싶다. 적지 않은 값을 치렀지만 덕분에 몸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증진되었고 예전부터 궁금했던 ‘자세’에 대한 점검을 할 수 있어서 만족.

6. 필요한 지인에게 꽤나 추천하고 싶은 곳. 내가 쌤 이름도 받아놨으니 궁금하신 분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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