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없던 모성애가 생기는 것 까진 아니지만 친한 친구가 연락이 와서 아이 키우는 건 어떻냐 물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아기가 나를 필요로 할 때 은근히 좀 감동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팔 안쪽으로 머리를 실어 품 안에 안아주려 할 때 보이는 표정이나, 품에 안겨 노래를 불러주면 무장해제하고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나. 그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건 아무래도 수유시간이다. 배가 고파서 신경이 곤두 서서 마구 우는 와중에도 수유를 하려고 품에 가까이 안으면 본능적으로 입을 오물거리며 먹을 것을 위해 집중하는 그 모습. 나만이 아기가 원하는 것을 가진 유일한 자로서 기꺼이 젖을 물려줄 때. 그 입으로 허겁지겁 가져가 곧 만족스러운 듯 빨아먹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이 작은 일이 그 친구에겐 세상의 전부인 일이라고 하니 그게 좀 감동적인 것 같다. .. 더보기 수유의 역습 그러게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할때 귀담아 들을 것이지 백일천하를 낭낭하게 누리다가 출산 직후 급습을 당한 기분이었다. 임신 1일차부터 280일차까지 쭈욱 마라톤 달리기를 하다가 열달만에 결승점을 마지막 피치를 올려 전속력으로(진통끝에) 통과했으면 이제 좀 누워서 쉬게 해줘야지. 방금전에 결승 통과했는데 헉헉거리고 앉아있는 애한테 이제 허들 경기 하러 갈까? 몸좀 풀래? 하는 기분. 제왕절개 수술한 당일날 침대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다가 전동베드의 도움으로 겨우 상반신만 일으켜 세운 다음날 오전, 신생아실 간호사가 와서 안내를 했다. "내일 오전 11시에 첫 수유하러 4층 수유실로 오세요." "네? 지금 걸을 수도 없는데 내일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컨디션 봐서 해도 되죠?" 간호사는 "뭐 이런 애가 다 .. 더보기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는 것이 확실하다 예전에 난 아기를 볼 일이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작은 신생아는 거의 처음 보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니 이전의 내가 아기에 대해서 뭔가 말했었다면 다 모르고 한 말임이 분명하다. 며칠째 아기와 가까이 지내다보니 아기를 점점 더 사랑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왜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천사같다 하는지, 아이는 선하다고 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배가 고프거나 졸리거나 안아줄 엄마를 찾는 것 말고는 다른 욕망이 없는 아기는 순수함과 심플함 그 자체다. 세상에 순수한 인간을 만날 일이 잘 없는 내 나이쯤 된 사람이 그런 순수함을 목격하는 일은 감동적인 일이다. 사람이 태어날때부터 선하니 악하니 이야기들 하지만 막상 태어난 아기를 직접 이리 보자니, 이 아이가 무슨 다른 뜻이 있어 악의 .. 더보기 이름 짓기의 기술 (출생신고 하던 날) 출산하러 병원갈 때보다 출생신고하러 주민센터 가는게 더 떨리네요 나는 내 이름을 좋아한다. 이름을 좋아했던 이유는 흔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이름이 특이함으로서 나는 특별하다라는 자아가 형성되었다고 하면 과언일까. 적어도 그것이 시작정돈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름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해왔던 나였기 때문에 언젠가 애를 낳게 된다면 기가막힌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태명을 지은건 한 9주쯤 되었을 때였다. 안 짓고 버티고 있었는데 육아 앱들에서 자꾸 태명을 요구해서 등이 떠 밀렸다. (이후로도 많은 육아 관련 사업들이 태명을 당당히 요구하여 좀 놀랐다. 엄청 내밀한 애칭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때도 짓기 어려웠다. 흔히들 태명은 흔하고 촌스럽게 지어야 무탈하다는데 나는 .. 더보기 수유를 하다가 1. 수유를 하며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다가 문득 이 아이의 작은 어깨로 혼자 앞으로의 험난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게 실감이 났다. 지금은 배고프면 울고 잠이 오면 자는 젖먹이일 뿐이나 이 아이가 커서 말을 하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돈 걱정을 하고 병이나 죽음의 상실의 아픔을 겪고 인생을 살아간다 하니, 갑자기 마음이 짠해진다. 좀 더 나아가자면 세상이 좀더 희망적이라면 왜 내 마음이 아플까. 아이에게 거짓말 없이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니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바꿔야 한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2. 새벽 수유를 하다가 이 시간이 마치 지하철 출퇴근 시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피곤하지만 꼼짝없이 버티고 있어야 하되 애는 오히려 조용하여 나에겐 두 손이 자유로운 시간 너무 졸려도 누워잘 순 없고 .. 더보기 버티는 삶에 관하여 - 허지웅 허지웅의 책을 한권 주문해서 읽고 있다. 몇달 전부터 그의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있는데 가끔 남기는 그의 글이 워낙 여러 주제로 빼곡히 매력적이라 더 읽고 싶은 마음에 책을 사게 됐다. 먼저 읽었었던 ‘살고 싶다는 농담'이 최근 겪었던 암 투병과정과 그로 인한 달라진 인생의 태도를 담았다면, 이 책은 그의 청년기 시절과 성격에 대해 알게 한다.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겉모습을 고깝게 보았던 시선을 거두게 할만큼 그의 글은 설득적이었다. 책은 진지함만 가득하게 무겁지는 않았다.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와 언어적 유희가 섞여있기 때문이겠지. 그렇지만 가볍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솔직하게 개인사를 전부 쓴 것이 대단하게 보였다. 치부라 생각하면 하지 못할 일이다. 이만치 바닥까지 털어놓지 않으면 그의 .. 더보기 사람 쓰는 건 처음이라 출산전 신생아에 대해 1도 모르던 시절, 나의 단순한 플랜은 '병원 + 조리원 2주' 코스였다. 들은 풍월이 그것 뿐이라 그랬을 것이다. 그런 나에게 친구들은 "아, 산후 도우미는 안한다고? (무식이) 용감하네 " 라고 얘기하곤 했다. 몇번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진짜 무모한 일을 벌이는 걸까 싶어졌다. 평소 어떻게든 되겠지, 유난 떨 거 있나 생각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 육아만은 두렵고 무서운 세계였다. 산후도우미 관리사분을 쓰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올해 5월부터 뚫린 정부 지원 때문이었다. (정확한 명칭은 산모 신생아 건강관리, 올해 봄부터 소득 150% 초과도 일부 지원가능하게 바뀌었다) 비용이 2주에 120만원 가량 되는데, 그중에 반절정도 지원을 받게 되었다. 여차저차 신청하고 .. 더보기 삼주만에 집에 돌아온 날 병원에서 나오던 순간도 감격적이었는데, 조리원에서 나오던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바깥 세상을 처음 보는 아기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느릿느릿 흘러가고 새롭게 보이는 기분이 든다. 신생아실에서 곱게 싸주신 겉싸개를 폭 안고 차에 타서 조심스레 운전을 시작하는 순간. 아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차창 바깥의 지나가는 광경을 살피고 돌연 조용해지는 순간. 나도 새삼스레 하나씩 새롭게 보이는 것이다. 작은 도로도, 하늘과 가로수와 늘 건너던 한강도, 강변북로도 모두. 집에 오는 첫 순간을 오래전부터 고대했다. 앞으로 우리가 그려낼 삶의 모습들이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집에 오자마자 안방에 있던 아기침대를 꺼내어 거실에 옮겼고 그 위에 아가를 눕혔다. 선물받은 침대가 온 것도 3개월이 넘었지만 그간.. 더보기 벌써 일탈 날이 너무 좋아서 그랬다. 그래 날씨가 그랬어. 아기의 수유시간에 맞춰서 평소 나답지 않게 일찍 일어나고 있는 요즘, 창밖으로 펼쳐지는 맑은 아침 하늘에 감탄할 때가 있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여전히 폭염경보였지만 뭉게구름이 예쁘게 가득한 새파한 하늘에 가을 바람이 슬며시 묻어오는 공기. 아침나절 잠시 밖을 바라보다가 다짐했다. “아 오늘 좀 나가야겠어” 점심을 먹고 산후도우미 관리사님께 볼일이 있어 잠시 외출하겠다고 얘기했다. 갑작스런 통보에 놀래실까봐 없던 볼일을 몇개 만들었다. 오늘 아침에 쌀이 떨어졌다 하셨으니 쌀을 사러간다는 것도 그중 하나. 그동안 없는 반찬과 물건을 마켓컬리와 비마트 배송으로 눈앞에서 시켜왔는데 굳이 쌀을 사러 홈플러스까지 나간다고? ㅋㅋ 마침 남편이 내일부터 다시 출근이다.. 더보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는 육아일기 육아일기.. 이런 제목을 쓰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상상 못했다. 음- 이런 서두 지난번에도 쓴 것 같은데... 난임일기였나? 출산을 하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조리원을 거쳐 집에 돌아온 지금까지 24일이 되었다. 아, 우리 아기가 태어난 지 24일이 되었단 이야기다. 10개월간 임신의 증상과 사건들을 몇배로 축약해놓은 것 같은 3주의 시간이었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예상만큼 기록을 남기진 못했다. 처음 겪는 일이 너무 많이 닥치면 한개 한개의 임팩트가 약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든다. 많이들 겪는(그리고 내 주위는 대부분 이미 겪은) 임신과 출산과 육아인데 나의 미미한 한개의 경험 이야기를 더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이제 알았어? 우쭈쭈. 그래 원래 그런거야. 그런 피드백을 당할 .. 더보기 코로나 시대의 조리원 라이프 목동 라테라 조리원 후기 2021.07.21~ 08.03 산전 프로그램 3월달에 조리원을 예약할 때 몇군데 조리원을 유선&방문 문의 해보았는데, 산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여기가 유일했다. 코로나로 프로그램 운영이 조심스러운 와중에도 별관/본관이 나눠져 있어 산전은 별관, 산후는 본관으로 완벽히 분리가 가능했기 때문인 듯 했다. 산전 프로그램은 요가와 마크라메 치발기 홀더, 차량용 차양막 만들기 등이었는데 각 수업마다 인원이 3-4명이 맥스여서 예약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상담시에 원장님은 산전 프로그램 운영하는 분이 따로 연락주신다고 했는데, 기다리다가 예약하면 원하는 시간에 예약이 좀 어려웠고, 특히 요가 시간을 택하려면 미리 먼저 연락해보길 추천한다. 다른 프로그램은 한달에 한번인데다 날짜.. 더보기 임신일기 11 (최종회) - 태교란 것이 따로 있나, 마음이 편하면 장땡이지 휴직 후 하고 싶었던 일들과 태교는 내게 별개의 일이었다. 내 평생 처음으로 쉬라고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일과, 태교로서 해야하는 일은 목적 자체가 달랐으니까. 그렇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원데이 클래스를 해도, 음악을 하나 들어도, 여행을 가도 태교 중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애초에 태교를 하겠다고 작정한 것이 많이 없으니 임산부로서의 성실한 태교를 말한다면 나는 낙제점일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을 하든 편안한 마음이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꽤 높은 점수일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딱 하나 대표적인 태교행위를 꼽자면 음악태교의 왕이라는 클래식을 자주 들었다. 원래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임신을 하고 나서는 여유가 더 생겨서 아침 출근 준비시간에 유튜브를 틀어놓고 많이 들었다. 휴직 후에도 아침마.. 더보기 임신일기 10 - 휴직라이프 직장생활 14년간 꿈 꿔온 휴직라이프. 휴직 후 출산 전까지 약 100일의 기간동안 누가봐도 잘 놀았다 싶을 정도로 알찬 나날을 보내는 것이 나의 휴직 목표였다. 이하는 그 100일간의 기록 (이 글을 포스팅하는 오늘은 나의 출산예정일, 새벽이다😊) [ 여 행 ] 1. 경주 + 정선 5박6일 연초부터 계획하고 휴직하자마자 떠난 본격 태교여행. 따스한 봄날씨에 잘 놀고 잘 먹고 여한 없이 돌아왔다. 후기는 국내여행에 남겼으니 생략 2021.05.16 - [Travel/국내여행] - 태교여행 1 - 경주 2. 송도 오크우드 호캉스 2박3일 휴직전에 마지막 기회를 불살라 신청한 휴양소. 신혼 첫날밤 묵었던 추억의 장소인데 7년만에 방문했다. 휴직 예정이니 투숙기간을 주중으로 골라 무려 오크우드가 미달인 주를 .. 더보기 임신일기 9 - 임신 축하 선물과 물려받기 (자랑 좀 합시다) 1. 축하선물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에 넘치는 축하와 축복을 받았다. 나만 이 사건에 마음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지 사람들에게는 누가 봐도 그냥 좋은 소식이었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대가 없이 많은 것들을 받게 되어 한편으론 얼떨떨하기까지 했는데 내 생에 거의 압도적인 양과 질이었다. 대학교나 동네 친구들은 코로나로,육아로 못 본 지 좀 되어서 최근 얼굴 보기가 좀 힘들었지만 매일 출근하여 얼굴 보거나 점심 먹거나 메신저 하는 회사 동료와 친구들이 여러 선물들을 초반부터 많이 해주었다. 몇 번째 받는 선물인지 사람들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히 멀리서 카톡이든 행낭이든 선물을 챙겨 보내주는 마음에 많이 놀랐는데 평소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사이라고까지 생각지 않았던 데다 나는.. 더보기 임신일기 8 - 몸의 변화 (임신 후기) 21.5.2 (8개월, 29주 3일) 계속해서 달라지는 건 태동의 세기가 가장 명확하다. 29주차에 접어들었는데, 책을 보니 양수의 양이 가장 많은 것이 28주이고 (약 1L) 그 이후로 양수는 점점 줄어드는데 (800ml) 아기는 점점 커져서 뱃속 공간이 좁아진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기는 공간확보를 위해 뱃가죽을 더 밀고, 마치 배의 피부 바로 아래쪽에서 덤불을 헤치며 다니는 탐험가마냥 방향성 있게 요동을 친다. 예전에는 그냥 불가역적인 당김음 같은 기분이었다면 이제는 의지를 가진 방향성이 있는 생명체 같은 기분. 21.5.19 (8개월, 31주 6일) 저녁먹고 소파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배꼽 윗부분이 팽팽해져서 손가락을 갖다대기만 해도 아프다. 급체한 것처럼 싸르르한 통증이 느껴지는데 이리저리 돌.. 더보기 임신일기 7 - 몸의 변화 (임신 중기) 다니엘 페냐크의 몸의 일기라는 책이 있다.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늙어 병들어 죽을 때까지 순수하게 신체의 변화와 감각을 나이별로 적어놓은 뛰어난 발상의 책. 흔히 일기라고 할 때 떠올리게 되는 내면에 대한 일기가 아닌 오로지 몸에 관한 일기다. 임신일기를 적는 것은 마치 나의 몸의 일기를 적는 기분이었다. 가장 놀라운 건 태어날 때부터 몸속에 품고 있던 임신에 대한 몸의 반응이 내 나이 39에 시동이 걸려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 그게 오작동 없이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21.02.19 (5개월, 19주 1일) 금요일이다. 아침에 7시에 나간다는 계획은 차츰 늦어져 오늘은 7시 35분에서야 겨우 문을 나섰는데 마을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앱 알림 덕에 주차장을 전력질주했지만 버스는 꽁무니도 보이지 않았다. 임.. 더보기 아직 내가 들을 차례 부서에 아끼는 후배가 하나 있다. 회사에서 성실히 일하고 선후배동료 인간관계도 열심히 하는 친구. 시행착오도 많이 겪지만 성장을 위한 노력과 옹골참이 느껴져서 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대견한 녀석이다. 어느날 오후 그 친구가 나를 사무실 밖 카페로 불러냈다. 평소에 심경이 불편하면 얼굴에 잔뜩 티가 나기 때문에 표정만 보고도 무슨 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들어본 즉슨 그 즈음에 우리 부서에 발령이 나서 새로 온 남자 과장이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가 본인이 없는 저녁 자리에서 본인에 대한 뒷이야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꼭 험담이라기보다 업무할 때 태도가 엄격하게 변한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좋게, 혹은 안좋게 비춰질 수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나를 앉혀놓고 과장의 .. 더보기 바뀌는 세상과 멈춰버린 나 진동이 울려서 깼다. 어제 올린 블로그 글에 백다가 댓글을 달았네. 아침에 몽롱한 정신으로 그걸 읽다가 잊을뻔한 어젯밤 꿈이 생각이 났다. 10년 전 같이 일했던 선배님이 나왔다. 그분이 있는 곳에 가서 같이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또 거절당하고 그곳을 나오기까지의 꿈. 여기저기 미련이 또 덕지덕지 붙었다. 여자라서, 영어가 부족해서였다. 지나치게도 현실적이다. 돌아보면 10년전 간절한 소망대로 다시금 같이 일하게 된 행운의 몇달간이었다.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아주 소수의 사람들 뿐인데 임신을 핑계로, 또 물리적 환경을 탓하며 너무 그냥 쉽게 흘려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적 나의 열심한 마음을 곱고 예쁘게 키워주신 분. 몸소 보여주신 분. 14년 연차를 쌓으며 난 휴직을 하고, 그분은 관리.. 더보기 임신일기 6 - 휴직을 앞두고 일하는 기분이란 출산&육아휴직을 앞두고 부장님과 밥 먹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왜 이렇게 빨리 들어가? " "그래도 이제 7개월인데요. 출산 전에 준비도 좀 하고 여유도 좀 가져보려구요. " "그게 들어가기 전에는 받는데, 나와서는 못 받는거 알지? " "네? 뭐를요?" "직장에서 봐주는 거 말야. 애 있다고. 임신 중에는 뭘 시키기를 하냐 갈구기를 하냐. 걍 가만히 있음되는데 나같으면 막달까지 다니겠다. " 2008년에 입사한 이래 쉼없이 다녔으니 난 올해 초 만 13년이 지나고 14년차 직장인이었다. 회사 쳇바퀴가 너무 지겨워 휴직이란 걸 간절히 꿈꾸던 때도 있었지만, 소망하던 때 이루지 못하고 나니 오히려 요새는 좀 덤덤해졌었다. 마치 끼니에 밥을 못 먹어 너무 배고픈 때가 지나면 배고픔이 오히려 좀 사라지는 것.. 더보기 포천 - 10개월차에도 떠날 줄 몰랐지? 산정호수 안시 1박 2일 산정호수안시 2021.6.17-18 경주 정선 태교여행 이후 송도에 다녀온 오크우드 호캉스까지하면 출산 전 여행은 더 없을 줄 알았는데 실시간 컨디션 점검하며 기어이 또 떠난 일박이일 여행. 양심상 멀지는 않은 곳으로 포천 픽! 조군의 회사 4회 콘도권을 이용한 산정호수안시로 픽! 산정호수는 몇번 와봤지만 일박을 한 건 처음이다. 한화리조트가 이곳에서는 가장 괜찮은 입지와 시설이라고 하여 숙소를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오층을 배정 받았다. 호수쪽 뷰는 아니고 반대쪽 산 뷰이지만, 뭐 호수쪽도 산정호수가 보일만한 고도가 아니라서 뷰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꽃그네라니 ㅎㅎㅎ 첫날 저녁은 산채비빔밥 정식으로! 평소 잘 먹을 기회가 없는 나물을 그득그득 먹었다. 산정호수 리조트에 붙은 별칭 안시.. 더보기 브런치 입성기 그러니까 마지막 마무리는 이렇게 썼다. “그간 혼자 여러 기록을 남겼지만 공허한 외침 같아 좀 외로웠는데, 브런치를 통해서는 글과 사진에 함께 웃고 분노하는 독자들을 만나고 싶네요. “ 그게 심사자의 심금을 울렸던 것일까? 🤭 개인적인 블로그를 지향하는 나는, 정보 리뷰 위주의 네이버 블로그로 노출되는 건 부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티스토리 블로그의 공허함 때문에 적잖은 고민을 해왔다. 블로그가 더이상 유행하는 매체가 아니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겠지만 그렇다고 클럽하우스로 갈아탈 얼리어답 마인드도 없는 나. 가끔씩 검색에 걸리는 브런치 글들을 보면서 여기가 적절한 건가 고민만 한지도 일년여째. 갑작스런 계기는 의외로 나혼산에 나온 브런치였다. 나라고 못할건 뭐냐. 작가 신청이라는 불편한 심정을 선사하는 절차에.. 더보기 영국 13 - 런던, 언젠가 다시 볼 날이 있을까 주빌리파크에 앉아 있다가 근처 워털루역에 문득 가고싶어졌다. 노팅힐이나 러브액추얼리 같은 가족 사랑영화를 많이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결국 액션 영화네 - 동경을 가지고 갔지만 역시 흔한 지하철역일 뿐이었다. 영상작품의 미화란 ㅎㅎ 다음 목적지는 셜록홈즈 박물관 일단 역 근처에 있다는 동상 한번 보시고 이곳이 박물관이다. 저 서있는 분 뒤에 221B 👏 오른쪽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면 소품 샵이 있는데, 셜록홈즈 성냥, 카드, 컵, 수건 등등 셜록 덕후들을 위한 잡화점이다. 고민끝에 컵을 하나 사왔다. 그래 난 컵덕후다 ㅋㅋㅋㅋ 유럽 어딜가나 볼 수 있는 PAUL 까페 마지막 코스로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 들르기로 했다. 세계 3대 자연사박물관이자 ‘박물관이 살아있다’에도 나온 그곳. 시작부터 사이즈가 .. 더보기 임신일기 5 - 임신 중 직장생활 : 단축 근무 고등학교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던 작년말쯤 우연하게 털어놓은 임신 소식에, 직장녀였던 친구 하나가 내게 조언을 건넸다. 회사에서 쓸 수 있는 ‘임산부 단축근무’란 것이 있는데, 초기 12주까지는 정규 근무시간 8시간 중에 두시간씩 단축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받게 해주는 것이라고. 무려 근로기준법 임산부 보호 항목에 명시된 내용이다. 처음에는 그런 걸 뭘 쓰나 싶었다. 임신을 했다는 건 어차피 몇달 후 떠날 사람이라는 것. 주기적인 발령이나 공모가 일상적인 이 조직에서 곧 발령(휴직)이 예정되어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장기적 업무에는 투입이 곤란하고, 마음도 성의도 떠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같은 업무를 나눠하는 조직의 특성상 옆 팀원에게 아무래도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더보기 임신일기 4 - 뭐 먹고 싶은지 그만 물어봐도 돼요. 입덧이 없그등요. 초음파 사진과 더불어 임신 클리셰의 최고봉 입덧. 담당 원장님이 6주차쯤 되었을 때 입덧이 없냐고 물었었는데, 그땐 아직 안 온줄만 알았다. 생각지도 못했지 마지막까지 없을 줄은. 당시 입덧이라고 이렇다할 뚜렷한 증세는 느끼지 못했지만 기분 탓인지 조금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그즈음 저녁 들른 껍데기 집에서 후식으로 시킨 닝닝한 냉면이 엄청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몇일 지나지 않아 조금 분명한 증세가 생겼다. 먹을 것이 한번에 많이 먹히질 않는 증세. 저녁으로 샐러드, 두부 반모, 묵 한 줌을 데쳐서 간단히 상을 차렸는데 한 두어개 집어먹고 먹히질 않아 죄다 버린 적도 있었다. 내 요리가 맛이 없는 건지, 입맛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는 게 함정이었지만. 이후에도 분명 충분한 양이 차지 않았다고 생각될 때에.. 더보기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