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의 책을 한권 주문해서 읽고 있다. 몇달 전부터 그의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있는데 가끔 남기는 그의 글이 워낙 여러 주제로 빼곡히 매력적이라 더 읽고 싶은 마음에 책을 사게 됐다.
먼저 읽었었던 ‘살고 싶다는 농담'이 최근 겪었던 암 투병과정과 그로 인한 달라진 인생의 태도를 담았다면, 이 책은 그의 청년기 시절과 성격에 대해 알게 한다.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겉모습을 고깝게 보았던 시선을 거두게 할만큼 그의 글은 설득적이었다.
책은 진지함만 가득하게 무겁지는 않았다.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와 언어적 유희가 섞여있기 때문이겠지. 그렇지만 가볍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솔직하게 개인사를 전부 쓴 것이 대단하게 보였다. 치부라 생각하면 하지 못할 일이다. 이만치 바닥까지 털어놓지 않으면 그의 고민에 대한 공감대도 어려울 것인데, 본인 속을 내보이지 않으면서 조언이랍시고 우세를 점하려하는 많은 이름 있는 위선자들에 비하면 이 솔직한 책을 쓴 하나만으로 그는 벌써 손해일 것이다. 그런 걸 고려하면 겉멋이라고 도저히 깔 수가 없다.
읽고 나니 제목이 달리보였다. 나는 그의 버티는 삶에 대해 충분히 납득되었고 나의 버티는 삶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이 책은 모두의 버티는 삶에 대해서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14년간 버텨왔던 나의 직장생활, 그리고 앞으로 시작될 새로운 버티기. 뿐만 아니라 내 주위 많은 친구들의 가지각색의 버티기가 생각이 났다. 스스로 구질구질하다 느낄 수 있는 각자의 버티기가 어떤 과정이고 의미인지 조금은 객관적으로 비껴볼 수 있게 한다.
또 하나 더 얻은 좋은 점은, 내가 요새 고민하고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가 의미있고 해봄직한가?’ 라는 질문에 얼마간의 격려를 얻었다는 것이다.
일상속 넘치는 자기위안과 힐링이 지겨워진 나같은 독자가, 세상에 또 하나의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에세이를 추가하는 것이 스스로 공해가 아닌가 고민하는 딜레마를 괜찮다 위로해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육아에세이의 분야에서. (사실 돌아보면 직장인의 회사생활 에세이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내가 본 육아 블로그들이 더 정돈되지 않은 글이어서였을 뿐)
치열하면서도 지루한 삶은 그럼에도 각자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또 그것을 돌아보는 작업으로써의 글쓰기 역시 아무리 소소해도 의미가 있다는 위안과 힘을 주었다.
그러려면
솔직한 내용으로
고민이 담긴 정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진부하지 않은 결론으로
계속 써야 한다는
그런 귀한 교훈도 이 책과 그의 글에게서 얻었다.
언젠가 나도 닮고 싶은 문장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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