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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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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물리학 - 카를로 로벨리 얇고 가벼운 책인데다 쉽게 쓰였다고 해서 몇년전 야심차게 집어들었다가 좌절만 맛본 기억이 있는 그책. 책보다는 영상(혹은 대면설명)으로 일차적인 이해가 뒷받침 된 후에 읽으면 조금 더 쉬운 것 같다. 최근 과학의 재미있는 꼭지들을 추리자면, 블랙홀, 우주의 팽창, 양자역학, 중력파, 상대성이론 등등이 있는 것 같은데 (여러 대중 과학 교양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복잡한 공식은 나오지 않으며 개념들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애쓰는 게 과알못의 눈에도 잘 보인다.책에서도 물리학의 복잡한 방법론을 배운다기보다 물리학 역사의 위대한 성과를 감상하는 측면을 이야기하고, 그 성과가 어떤 점에서 위대한지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그래서 ..
룬샷 - 사피 바칼 이 책의 제목 룬샷(Loon shot)은 문샷(Moon Shot)의 변형이다. ​ 문샷은 달에 사람을 보내고 다시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는 의미로 케네디 미 대통령이 처음 사용한 단어인데 그 후 문샷이라는 단어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과 야심찬 목표"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작가에게 룬샷은 그보다 더 발칙하고 미친(?) 상상을 의미하며, 모두들 홀대하고 무시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업을 살리는 핵심 아이디어를 뜻한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 “ 물이 가득 담긴 욕조를 얼어붙기 직전으로 만들어보자. 어느 쪽으로든 조금만 움직이면 전체가 얼거나 녹아버린다. 그런데 바로 그 접점에서는 얼음 덩어리와 액체 상태의 물이 공존한다. 상전이의 경계에서 두 가지 상태가 공존하..
표백 - 장강명 장강명님의 책을 연달아 읽고나니 우연히 요 두책이 그런건지 원래 이분이 그런건지 그 전의 책과 기조(?)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오륙십 대의 나이 든 사람들이야말로 인생 저물어 가는데 잃을 거 없지 않나요. 젊은 사람들은 잃을 게 얼마나 많은데……. 일례로 시간을 2, 3년만 잃어버리면 H그룹 같은 데에서는 받아주지도 않잖아요. 나이 제한을 넘겼다면서.” “대신에 그에 상응하는 경험이 남겠지.” “무슨 경험이 있든 간에 나이를 넘기면 H그룹 공채에 서류도 못 내잖아요.” “얘가 원래 좀 삐딱해요.” 누군가가 끼어들어 제지하려 했으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술을 마시면 멈추는 법이 없었다. “저는요, 젊은이들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뭣 모르고 잘 속는..
책, 이게 뭐라고 - 장강명 에세이 밀리의 서재를 구독했더니, 이런저런 작가분들의 책을 마음껏 들춰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장강명 작가님은 ‘책 읽어드립니다’ 에 패널로 나오셔서 알게 되었는데, 책을 보는 건 처음이다. 인류를 사랑하는 건 쉽지만 인간을 사랑하는 건 어렵다’는 명언이 있다. 내 기억에는 버트런드 러셀이 한 말 아니면 《피너츠》에서 스누피의 대사다. 어쨌든 나는 이 말에 썩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와 인간을 동시에 사랑하는 건 어렵다. 그러나 어느 한쪽만 사랑하는 것은 가능하다. 인류를 사랑하고 인간을 미워하는 것보다, 인간을 사랑하고 인류를 미워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아주 더. 굉장히 더. 쓰는 장강명과 말하는 장강명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에세이 중 김영하님과 김연수님과는 또 다른 내성적이고 시니컬한 면이 좀 ..
김연수님 두권의 책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로 김연수 님의 책을 여러권 시도해보았다. - '청춘의 문장들+' 는 10주년 기념 대담집을 잘못 샀고 (원래 책은 플러스가 아니라 그냥 청춘의 문장들이었다 ㅋㅋ)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읽다가 중단. 뭔가 내 타입이 아니야... 잘 읽히지 않음. 그 와중에 도서실에 예약해두었던 에세이 두권 ‘언젠가 아마도’와 ‘지지 않는다는 말’ 이 뒤늦게 도착하여읽어보았다. - 지지 않는다는 말제목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이 책. 특별히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은 아니지만 섬세한 필치가 느껴진다. 특히 소설이 아닌 에세이는 주제가 좀더 일상적인 것들이라서, 그로부터 나온 통찰이 더 와닿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가 이분이 완성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럽..
아무튼, 발레 - 최민영 - 곧 마흔 살, 청춘과는 이미 멀어진 나이이고 어차피 죽으면 썩어서 사라질 몸인데 난 참 쓸데없이 주저하는 일이 많구나, 회한이 밀려들었다. 그래서 발레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나이 마흔을 넘어서도 심리적 에너지 수준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린 시절 꼭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보는 게 좋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내게는 그게 발레였다. - 미사여구나 조잡한 합리화로 눈가림을 할 수 있는 말이나 글과 달리 몸은 내가 연습한 딱 그만큼의 나를 거울처럼 그대로 보여주는데, 보기에 쉬워 보이는 것 중에 진짜로 쉬운 건 정말 많지 않은 법이다. - 그래도 이렇게 배운 풀업을 매일 마음을 다스릴 때 써먹곤 한다. 내 존재가 아스팔트 위의 껌딱지처럼 하찮게 느껴질 때면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어깨를 양옆으로 ..
필사의 기초 - 조경국 바쁘다바빠현대사회에서 나 역시 눈으로 훑어보는 책읽기를 일삼은지 오래. (약용샘이 박학만 하면 안된댔는데) 좀 느린 템포로 읽어보면 그 책이 또 색다르고 의미 깊게 다가온다는 걸 몇번의 ‘낭독’으로 경험해본 적이 있다. 필사 역시 종국엔 천천히 책 읽고 음미하기의 일환일 것이다. 종이 위에 사각거리는 필압과 리듬을 즐기는 것은 덤.읽다보니, ‘종이의 신 이야기’나 ‘연필깎이의 정석’ 과 같은 정갈한(?) 오타쿠들이 생각나는 것은 기분탓인가. 일단 집에서 온 작정 태세로 필사에 몰입하여 있는 것 자체가 차분한 정신수양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그리 대중적인 것이 아님은 분명한 듯.그나저나 서예나 필사 같은 거 , 옛날엔 정말 시간죽이기 뿐이라고 왜 하는데 당최 이해를 못했는데 진짜 나이들었어 옴마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산문집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게 된 첫날, 가볍게 시작해보려고 ,전에 교보에서 한번 들춰봤던 배우 박정민의 산문집을 골랐다. 젊은 연기자들 중 이분 연기를 매우 인상깊게 보고 있던 터라 아마도 관심이 좀 갔던 것 같은데, 글쓰기 또한 매우 매력적이라 더더욱 좋아졌다. 은근히 필체가 귀여운 듯 , 셀프디스인 듯 , 인터넷 체 같기도하고. 진실된 에세이는 문장의 엄숙함이 아니라 그 내용인 것을 잘 보여주는 그의 글. 아무 고민 없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없을테니 모두 나름대로 부단히 자기만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겠지만은, 이렇게 그 과정과 속내를 내어 보여주신다니 배우들 특유의 신비로움과 거리감 대신 한층 인간적이고 친근한 면으로 와닿는 것 같아 그것이 내게는 좋았다. 그것도 이렇게 솔직하고 소소하게 재미있는 글짓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