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Book

(98)
책, 이게 뭐라고 - 장강명 에세이 밀리의 서재를 구독했더니, 이런저런 작가분들의 책을 마음껏 들춰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장강명 작가님은 ‘책 읽어드립니다’ 에 패널로 나오셔서 알게 되었는데, 책을 보는 건 처음이다. 인류를 사랑하는 건 쉽지만 인간을 사랑하는 건 어렵다’는 명언이 있다. 내 기억에는 버트런드 러셀이 한 말 아니면 《피너츠》에서 스누피의 대사다. 어쨌든 나는 이 말에 썩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와 인간을 동시에 사랑하는 건 어렵다. 그러나 어느 한쪽만 사랑하는 것은 가능하다. 인류를 사랑하고 인간을 미워하는 것보다, 인간을 사랑하고 인류를 미워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아주 더. 굉장히 더. 쓰는 장강명과 말하는 장강명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에세이 중 김영하님과 김연수님과는 또 다른 내성적이고 시니컬한 면이 좀 ..
김연수님 두권의 책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로 김연수 님의 책을 여러권 시도해보았다. - '청춘의 문장들+' 는 10주년 기념 대담집을 잘못 샀고 (원래 책은 플러스가 아니라 그냥 청춘의 문장들이었다 ㅋㅋ)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읽다가 중단. 뭔가 내 타입이 아니야... 잘 읽히지 않음. 그 와중에 도서실에 예약해두었던 에세이 두권 ‘언젠가 아마도’와 ‘지지 않는다는 말’ 이 뒤늦게 도착하여읽어보았다. - 지지 않는다는 말제목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이 책. 특별히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은 아니지만 섬세한 필치가 느껴진다. 특히 소설이 아닌 에세이는 주제가 좀더 일상적인 것들이라서, 그로부터 나온 통찰이 더 와닿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가 이분이 완성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럽..
아무튼, 발레 - 최민영 - 곧 마흔 살, 청춘과는 이미 멀어진 나이이고 어차피 죽으면 썩어서 사라질 몸인데 난 참 쓸데없이 주저하는 일이 많구나, 회한이 밀려들었다. 그래서 발레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나이 마흔을 넘어서도 심리적 에너지 수준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린 시절 꼭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보는 게 좋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내게는 그게 발레였다. - 미사여구나 조잡한 합리화로 눈가림을 할 수 있는 말이나 글과 달리 몸은 내가 연습한 딱 그만큼의 나를 거울처럼 그대로 보여주는데, 보기에 쉬워 보이는 것 중에 진짜로 쉬운 건 정말 많지 않은 법이다. - 그래도 이렇게 배운 풀업을 매일 마음을 다스릴 때 써먹곤 한다. 내 존재가 아스팔트 위의 껌딱지처럼 하찮게 느껴질 때면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어깨를 양옆으로 ..
필사의 기초 - 조경국 바쁘다바빠현대사회에서 나 역시 눈으로 훑어보는 책읽기를 일삼은지 오래. (약용샘이 박학만 하면 안된댔는데) 좀 느린 템포로 읽어보면 그 책이 또 색다르고 의미 깊게 다가온다는 걸 몇번의 ‘낭독’으로 경험해본 적이 있다. 필사 역시 종국엔 천천히 책 읽고 음미하기의 일환일 것이다. 종이 위에 사각거리는 필압과 리듬을 즐기는 것은 덤.읽다보니, ‘종이의 신 이야기’나 ‘연필깎이의 정석’ 과 같은 정갈한(?) 오타쿠들이 생각나는 것은 기분탓인가. 일단 집에서 온 작정 태세로 필사에 몰입하여 있는 것 자체가 차분한 정신수양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그리 대중적인 것이 아님은 분명한 듯.그나저나 서예나 필사 같은 거 , 옛날엔 정말 시간죽이기 뿐이라고 왜 하는데 당최 이해를 못했는데 진짜 나이들었어 옴마 -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산문집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게 된 첫날, 가볍게 시작해보려고 ,전에 교보에서 한번 들춰봤던 배우 박정민의 산문집을 골랐다. 젊은 연기자들 중 이분 연기를 매우 인상깊게 보고 있던 터라 아마도 관심이 좀 갔던 것 같은데, 글쓰기 또한 매우 매력적이라 더더욱 좋아졌다. 은근히 필체가 귀여운 듯 , 셀프디스인 듯 , 인터넷 체 같기도하고. 진실된 에세이는 문장의 엄숙함이 아니라 그 내용인 것을 잘 보여주는 그의 글. 아무 고민 없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없을테니 모두 나름대로 부단히 자기만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겠지만은, 이렇게 그 과정과 속내를 내어 보여주신다니 배우들 특유의 신비로움과 거리감 대신 한층 인간적이고 친근한 면으로 와닿는 것 같아 그것이 내게는 좋았다. 그것도 이렇게 솔직하고 소소하게 재미있는 글짓기 ..
시녀이야기 -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이야기 # 그래픽 노블은 처음인데, 색다른 방식의 전달감이 느껴졌다. 소설은 보고싶은데 활자읽기에 피로감이 느껴질 때 꽤나 도움이 될 것 같다. #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 대작 ‘멋진 신세계’ 속의 세계관과도 일견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 도 생각나고. 그만큼 우리 미래 사회에서 출생통제, 아니 출산 자체가 곧 권력이 된다는 데 모두 동의한다는 거겠지. 그런데 희한한 건 이만큼 모두 비슷한 미래를 예상하는데도, 현대 사회에서 저출생에 대한 인식과 현실 갭차이가 상당하다는 것. 미래로 가는 역사의 길 위에서 ‘가임과 출산’이 권력이 되는, 딱 역치를 넘어가는 날이 몇년쯤이 될까. 그러나 여자가 출산의 주체라고 해서, 여자에게 그 통제권이 반드시 오는 것은 아닐 것 같다는 ..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 청소년 추천문학이라고 하기에 주제가 무겁다. 가정의 해체가 정말 많아진 것은 사실이나 이만큼 격하기도 쉽지 않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거나 대할 때, 동화같이 순수성을 지켜줘야 할 지, 잔혹동화같이 현실 세계를 깨닫게 해야 할지, 무엇이 옳은지 혼란스러워진다. 예전에는 그저 순수함을 오래 지켜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였는데, 데미안이나 판의 미로 같은 이야기를 보면 아이들이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환상 유혹에 빠지는 것, 나아가 악함을 인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고, 이제는 어른들도 그것을 없는 것처럼 숨기지 않고 표면으로 노출시켜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마치 성교육 처럼 말이지) # 몇 문장. 특히 점장의 대사중에 청소년드라마에 나올법한 의미심장한 대사가 몇 있었다. 과..
시계태엽 오렌지 - 앤서니 버지스 원형(오리지널)이 되는 책과 케릭터가 있다면, 그중의 하나가 시계태엽 오렌지의 알렉스이지 않을까 싶다. 여태껏 본 세계문학 중 가장 큰 충격을 안겨준 책. 이런식으로 책을 써도 되는지 근본적 의문이 들만큼 어마무시한 묘사. 아마도 청소년들이 고전 문학 중에 이런 책이 있는 줄 안다면, 고전 따윈 지루해 라는 말을 하지 못할 듯? 이 문학을 바탕으로 하여 스탠릭 큐브릭 감독이 만든 영화판 시계태엽 오렌지도 그 명성은 오래전부터 들었지만 보지는 못했는데, 아마도 계속 보지 못할 것 같다. 글자로도 충분히 끔살인데, 영상으로 보면 너무 오랫동안 남을것 같아 . 데미안은 마태수난곡을 틀어놓고 보았고, 이 책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을 틀어놓고 보았다. 음악이 이리도 무섭게 들린 건 처음이었네.읽다보니 1984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