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기억해둘 것은 적지 않은 좋은 책이다. 요약보다도 자주 읽기가 필요하다.
[이하발췌]
회사는 종종 계획을 얼마나 잘 세웠는지를 중요하게 따집니다. 그리고 계획대 로 일을 진행했는지를 따져 묻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 니다. 결과가 더 좋더라도 왜 처음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지 않았는지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해보는 일은 계획할 수 없습니다. 혁신은 계획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혁신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해나가 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중요한 건 계획을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 표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에 맞춰 계획을 수정하면서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특히 처음 해보는 일에서는 계획보다 실행력이 더 중요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일수록 판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죠. 오히려 사소한 의사결정은 가볍게 시도해볼 수 있지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일수 록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내가 이때 이걸 지원했어야 하는 데', 내가 그 사람에게 고백했어야 하는데'와 같이 기회를 놓치는 경우 들이 훨씬 더 많아서, 사실은 'GO/NO GO 순간'에 'GO' 버튼을 누르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안 하느냐. 99퍼센트, 95퍼센트 혹은 최소한 90퍼센트 이상의 확신이 드는 상황이 되어야 고백을 하고, 지원을 하 고, 선택을 한다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살다 보면 90퍼센트 이상으로 여러 조건이 맞고 확신이 드는 경우는 극히 적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확신이 들면 우선 실행에 옮길 필요도 있습니다. 마시멜로 챌린지의 유치원생 전략처럼 말이죠. 일단 한번 만들어보는 거죠. 잘못되었으면 다시 고치면 되고요
미국 해병대에는 '70퍼센트 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70퍼센트 정 도 확신이 들면 95퍼센트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일단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기라는 겁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게 별로 도움 이 되지 않는 조언일 수 있습니다. " 저는 평소에 너무 빨리, 그리고 쉽 게 의사결정을 해서 문제예요"라는, 일을 벌이는 타입의 사람들이 있 죠. '70퍼센트 룰'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항상 주저하시는 분들에게 권 해드리고 싶은 방법입니다.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를 오랫동안 방치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훨씬 더 많거든요.
회일화된 교육은 지난 50년간 제품 이어졌던 것이니 요즘 세대에만 국한된 문제여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왜 특히 요즘에 와서 결정장애가 더 사회적인 이슈가 됐을까요? 저는 그것이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과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해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어느정도 갖춰져 있었습니다. 좋은 대학을 못 가도, 대학에서 놀거나 취미생활에 빠져 성적이 안 좋아도 취직 걱정이 적었고, 어떤 시기를 놓쳐도 늦게라도 결혼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 을 제때 딱딱맞추지 못하면 완전히 낙오되기 때문에, 패자부활전이 점점 줄고 있어요. 한 번 미끄러지면 재기가 불가능한 사회에서 젊은이들로서는 매번 굉장히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거예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해 있고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상황이 사람들의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결정을 잘 못하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입니다. 실패를 많이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 람 중 어느 쪽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클까요? 안 해본 사람이 오히려 더 큽니다. 그렇다면 실패를 안 해본 사람은 능력 있는 사람일까요? 사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그 사람의 능력과는 큰 관련이 없어요. 인간이 가진 능력은 대부분 제한적입니다. 그 속에서 어떤 사람은 실패한 것 같아 보이는 일에도 도전해서 조금씩 성장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거든요.
우수한 대학을 졸업하고도 실패에 대 한 두려움이 큰 나머지 급여가 낮고 일하기 쉬운 직업을 고르는 사람 을 표현할 때 쓰던 신조어가 바로 햄릿 증후군이지요. 이런 성향의 사 람들이 도전정신이 없고 어려운 의사결정을 자꾸 회피하다 보니, 결국 은 저소득층에 갇히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증후군'이라는 표현까지 쓰 게 된 것입니다.
결핍이 욕망을 만듭니다. 뭔가 부족해야 그 결핍 때문에 뭘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요. 요즘 아이들은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해외에 보내달 라고 떼쓰지 않아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부모가 알아서 해외연수 를 보내주죠. 또 공부의 부족함을 느끼고 학원이나 과외를 받게 해달라 고 말하기도 전에 부모가 먼저 알아채고 가장 좋은 학원에 데리고 갑 니다. 그들은 결핍이 되기 전에 욕망이 충족된 경험을 오랫동안 쌓아오면서 무언가를 절실히 욕망하지 않는 세대로 성장합니다. 대학 때까지 는 부모 품에 있으니 별 문제가 없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해야 하 는 시기가 오면 내가 뭘 하고 살지 결정을 못하는 문제가 벌어지는 거죠. 이 연구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의사결정 과 정에서 '감정'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성에 비해 감정을 열등하다고 여기지만, 감정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요. 감정이 만들어낸 선호와 우선순위는 의사결정을 할 때 매우 중요하지요 그걸 섬세하게 파악하는 뇌 영역이 망가지면, 우리는 선택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신중함은 지금도 우리 사회의 덕목이기 때문에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제가 최근에 희한한 경험을 했습니다. 특허 분쟁 조정을 위한 국제 법원을 구성하는 일에 관한 회의었는데, 특허 관련 국제소송이 벌 어지면 쌍방 합의하에 영어로 변론하고 재판부도 영어로 듣고 판단을 내리는 법원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당연히 이런 법원이 있으 면 좋겠지요. 통상은 이런 요구가 있어도 사법부가 귀찮아하며 미룰 법 한데, 다행히 법원이 그 필요성에 공감해서 추진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민간에서 '신중하게 결정하자'며 미루는 거예요. 문제는 그들에게 미룰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런 문제는 신중히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가 이유였던 거죠. 그래서 결국 그해에 결정이 안 났어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말에 누가 반대를 하겠어요? 이 말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나 옳은 명제인 것처럼 받아들 여집니다. 결정 자체를 못하게 해서 변화를 막는 좋은 핑곗거리가 되지요. 얼마나 신중해야 신중한 것인지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힘듭니다.
신중함이 절대적인 미덕으로 간주되는 사회에서는 기민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기회들을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신중함이라는 모호한 신화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뇌의 에너지를 기꺼이 사용하면서 즐기는 일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일상은 습관이 관여하고, 우리는 거기에 굳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고 살아가죠.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중국집에 가서 메뉴판에 있는 음식을 보고 '와, 이건 무슨 음식이지?" 하면서 다양한 선택을 하시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음식 선택에는 인지적인 에너지를 별로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일상은 습판으로 가득 차 있게 되었습니다. 으레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지하철을 타면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하는 삶. 그렇게 판에 박힌 듯이 돌아갑니다. 그게 바로 우리 삶의 진폭입니다.
후회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을 선택했을 때 벌어질 일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아주 고등한 능력이죠. 그래서 오랫동안 '후회 라는 감정과 행위를 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후회하는 동물은 아직 영장류밖에 없습니다. 메뚜기는 실망은 하겠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는 건, 저 같은 뇌과학자에게는 ' 나는 내 전 전두엽의 시뮬레이션 기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으로 들립니다. 자기가 선택한 것 외의 다른 선택지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겠 다는 건 어리석은 태도입니다. 저는 인간이 이 시뮬레이션 능력을 통해 서 다음에 유사한 선택 상황이 왔을 때 더 나은 결정을 하라는 뜻으로 후회하는 기능을 부여받은 거라 생각해요. 우리는 잘못된 선택 때문에 후회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성찰하며 점점 후회를 줄여나가는 과정이 적절한 태도이지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는 태도가 적절한 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선택지들을 시뮬레이선하는 기능을 십분 활용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평소 일상에서 자 주 범하는 실수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제1종 오류와 ' 제2종 오류입니다. 제1종 오류는 아닌 것을 맞다고 판정하는 오류, 없는데 있다고 판정하는 실수, 즉 기각해야 할 가설을 채택하는 오류를 말합니다. 환자를 진단해서 암이라고 판정을 내렸으나 사실은 암이 아닌 경우. 임신을 안 했는데 임신이라고 판정 오류를 범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이를 '긍정 오류(alse positive)' 라 고도 합니다. 사실은 아닌데, 맞다고 판단하는 식의 오류인 거죠.
반면 제2종 오류는 맞는 걸 아니라고 판정하는 오류, 있는데 없다 고 판정하는 실수, 채택해야 할 가설을 기각하는 오류를 말합니다. '부정 오류(alse negative) 라고도 하지요. 그러니까 암에 걸렸는데 안 걸렸다 고 잘못 판단하는 상황, 임신을 했는데 안 했다고 잘못 진단하는 상황 을 말합니다. 사실은 맞는데 아니라고 판단하는 실수인 거죠.
이 실험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뭘까요?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 다라는 겁니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는 뜻밖의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얻었을 때 우리에게 찾아오고요, 이미 미래를 예측할 수 있 다면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선 어떤 것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월급날 원급이 들어올 때보다 지금 강연장을 나가다 복도에서 5만 원짜리 지 빠를 주웠을 때 더 기쁜 것처럼, 행복은 보상의 크기에 비레하지 않고 기대와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행복도 사라질 겁니다.
반면 불행은 미리 안다면 그 크기가 엄청날 겁니다. 우리가 불행이 닥친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에는 결국 견디고 감내하지만, 예고된 불행은 그 순간 더 큰 불행의 시작이 됩니다. 당신이 5년 후에 치매에 걸린 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상상해보세요. 지금부터 5년 동안 어떤 삶을 살 게 될까요? 아마 치매보다 더 큰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다시 말하 면,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행복은 더 크게 누리고 불행은 감 당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겁니다.
미신과 징크스는 미래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지만, 미래를 통제하는 것이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인생을 알 수 없기에,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에 흥미진진한 그리고 견딜 만한 탐험인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좀 더 창의적이려면, 문제를 굉장히 다양하고 이질적인 각도 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지적인 대화를 하고 영감을 주고 받고 지식도 섭취하고 흡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혁신의 실마리는 늘 엉뚱한 곳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한국에서는 너무나 평범하게 주입 받던 생각이 인도네시아에 가면, 혹은 스웨덴에 가면 "와,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생각하 지? 매우 창의적이네." 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남 들과 다른 경험을 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불 행하게도 정반대죠. '어떻게 하면 남과 똑같은 경험을 먼저 하느냐'를 중요하게 여기죠. 남들이 다 한 걸 우리 애가 안 하면 불안해하죠. 똑같 은 방식으로 교육받기를 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창의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우리 애가 남과는 다른 경험을 쌓고,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현상을 들여다보는 사람으로 성장할까?'를 고민 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우리는 자신과 생각이 유사한 사 람과 만나는 것을 선호합니다. 정치적 관점, 경제 계층, 미적 취향이 비 듯한 사람들과 만나는 걸 좀 더 선호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거든 요. 서로 힐링하면서 위로를 얻거든요
이처럼 결 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일자리의 지형도가 아니라 업무의 지형도 입니다.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이슈는 과학기술을 잘 이 해하고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사람들과 기술을 두려워하고 제대로 사 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입니다. 이른바 '기술 계급 사회' 가 저는 가장 두렵습니다. 데이터 과학자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연봉은 크게 오르겠지만, 단순노무자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연봉 또한 낮아지 겠지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기술 관련 직종이지만 사라지는 일자리는 단순 업무라서, 사라진 일자리에 종사 한 사람들이 새로 생긴 일자리로 옮겨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없어지는 일자리 만큼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많다는 말은 공허합니다.
게다가 우리 인생에서 '기계보다 체력이 좋고 인공지능보다 지적 인 시기'는 매우 짧습니다. 생물학적 수명은 길어지고 있는데 기계문명에 경쟁력을 갖춘 시기는 줄어들고 있다 보니 사회적 수명이 짧아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우리를 들 리싸고 있는 '아톰 세계를 그대로 비트 세계'와 일치시킨 세상에서 벌어지는 산업 변화입니다. 사물인터넷,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이용해서 오프라인 세상을 고스란히 비트로 옮겨놓을 수 있습 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읽고, 움직임은 사물인터넷 이 추적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는 여러분 의자에 달아놓은 사물인터넷 센서가 여러분 움직임을 모니터링해서 제 강연에 얼마나 집중하시는지 측정할 수도 있겠죠. (웃음) 사물인터넷으로 얻게 될 데이터는 그 양이 엄청나게 크고, 늘어나는 속도도빠르고, 포맷도 다양할 겁니다. 볼륨 (rolume, 양), 벨로시티(velocity, 속도), 버라이어티(variety, 다양성) 측면에서 기준을 만족하는 데이터를 빅데이터라고 부르는데, 이 빅데이터를 저 장하고 처리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최근 빠르게 발전한 것입니다.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오프라인의 개인들에게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그것이 바로 제4차 산업혁명입니다. 아톰 세 계와 비트 세계를 일치시킨 것을 '가상 물리 시스템'이라고 부르지요.
왜 이런 세상을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냐고요? 이런 세상을 설명할 패러다임이 현재 없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의 아톰 경제를 생 작해보세요. 아톰은 공간을 점유하고, 원본과 복제본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존재하며, 그래서 원본이 만들어내는 희소성으로 경제적 가치를 장출합니다. 여기 있는 물건을 다른 위치로 옮기러면 에너지가 필요하 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기에 인력을 제공해 인건비를 받으며 삽니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중앙화된 자본과 권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비트 경제는 다른 원칙이 통합니다. 비트는 공간을 점유하 지 않고, 원본과 복제본 사이에 차이가 없어서 무한히 확대재생산이 가 능합니다.처리하는 데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고 시간은 거의 필요 하지 않으며 비용도 별로 들지 않아요. 그러니까 자본이 없는 사람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온라인상에서 구현이 가능하죠.오프라인 아름 세계가 고전주의 경제학을 따른다면, 온라인 비트 세계는 용태일 경제학을 따릅니다. 그런데 두 세계를 일치시키면 과연 어떤 경제확이 통용될까요? 인간의 노동 가치가 한없이 추락한 온라인에서 대부분의 정보가 처리된 후 오프라인으로 제공한다면, 실물 경제에서도 인간 노 동의 가치는 한없이 작아질 텐데 말이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일치하는 세상이 되면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를 그곳에서 찾겠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많이 고용하지 않아도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 게 될 겁니다. '완전고용'이라는 자유시장 경제학의 가설은 앞으로 달성 하지 못할 가설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세상에서 예전처럼'일 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며 노동을 강조하면, 답이 안 나올 수 있 죠. 일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제공하지 않으면, 더 이상 자본주의 시스템이 운행하지 않을지도 모릅니 다. 생산에 기여하지 못하는 인간이 소비로라도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은 작동을 멈출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한 세상이 다가오기에, 우리가 그것을 '산업혁명 이라 부릅니다.
모호한 상황과 위험한 상황은 어떻게 다를까요? 상황이 모호하면 어떤 일이 받어질지 모르니 위험하겠지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두 상항은 다소 다릅니다. 내가 성공할 확률, 즉 내가 원하는 가치를 얻을 확률이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그 확률을 알 수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위험한 상황이라고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계산할 수 있지요.동전 던지기를 해서 앞면이 나올 확를 같은 것도 마 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것이 50퍼센트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위험한 상황입니다.
반면, 우리가 그 확률을 계산할 수 없을 때 그것을 '모호한 상황이 라고 정의합니다. 내 성공 확률이 100퍼센트가 아닐뿐더러, 몇 퍼센트 인지 계산조차 어려운 상황을 말합니다. 제가 다가올 국회의원 선거에 서 저희 지역 후보로 출마한다면 당선될 가능성은 얼마일까요? 높지도 않겠지만 그 값을 계산하기도 힘들겠죠? 이런 상황이 바로 모호한 상 황입니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투자를 했을 때 투자자가 이득을 보게 될 가능성이 40퍼센트 정도 나온다고 하면 여러분은 투자하시겠습니까? 해볼 만한 투자냐 아니냐, 그 정도 확률이면 가능성이 높은 거냐 낮은 거나, 40 퍼센트라는 숫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40퍼센트
'라는 확률을 아는 경우는 위험한 상황으로 분류되고요. 그 확률조차 모 르면 모호한 상황이라고 분류됩니다.
확률을 알 때와 모를 때 사람들의 행동은 달라야 합니다
창의적인 발상이 어려운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우리는 생존에 유리하도록 빠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과 유사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유리하겠지요. 그래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는 '순용하지 않는 자들은 가장 위태로운 사람들입니다. 생존에 가장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퍼스트 펭귄이라는 개념 아시죠? 혹독한 겨울을 남 극 빙하의 한가운데서 보내고, 봄이 되자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빙하의 끝으로 온 핑권들은 바닷속으로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거립니 다. 바닷속에는 펭귄을 잡아먹으려는 물개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이 때 처음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팽권을 퍼스트 펭권이라고 부릅니다. 매우 도전적인 그들은 물개가 없는 영역에서 마음껏 물고기를 잡아먹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고, 물개의 희생양이 되기도 합니다. 매우 위험하 지만 그만큼 얻게 되는 보상도 큰 리더이지요. 그러면 뒤를 이어 재빠 른 추종자들이 그 뒤를 따릅니다. 그들은 좀 더 안전하고 보상은 좀 더 적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왜 과감한 퍼스트 펭귄이 잘 안 나올까요? 너무도 당연합니다.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은 항상 우리에게 '모험 을 즐기고 과감하게 시도하는 퍼스트 펭귄이 되라'고 종용하지만, 퍼스 트 펭귄이야말로 무리에서 가장 위태로운 존재입니다. 그가 먼저 바다 에 뛰어들었는데 물속에 물개가 있으면 제일 먼저 잡아먹히고 바닷물 은 이내 핏빛으로 바뀝니다. 이를 본 나머지 펭귄들은 다른 자리를 찾 아 옮겨가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퍼스트 핑권이 아니라 재빠른 추종자가 되려는 이유는 나무도 당연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실패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성장하려 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성공한 안전한 전략만 받아들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왜 퍼스트 펭귄같은 스타트업이 잘 나오는 걸까요? 그들은 왜 글로벌 무대를 바탕으로 그토록 위험한 세계 최초의 시도에 과감할 걸까요? 그들은 우리보다 본질적으로 창의적인 존재 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제일 먼저 뛰어들어 실패 하는 경험이 오히려 생존에 도움이 됩니다. 스타트업을 시도했다가 실 패해본 경험이 대기업에 취업한 경험 못지않게 좋은 경력으로 인정받 습니다. 게다가 나이 제한도 없습니다.실리콘밸리에서는 '대박을 터트 리기까지 평균 4회 가까이 실패한다'는 통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 패를 격려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여러 번 실패해야 결국 성공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이 제한이 있어서 젊을 때 방 황하거나 다른 일 좀 하다 보면 도전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기 일쑤입 니다. 패자부활전도 없는 사회에서 실패는 너무나 치명적입니다. 스타 트업의 실패는 개인파산이나 신용불량 상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 러니 퍼스트 펭귄이 안 나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다시 말 에.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이지 우리나라 젊은이가 스타트업 정신, 기업 가 정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정재승 교수님은 과학의 대중화가 "적절하 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습 니다. 왜 그럴까요?
"왜냐하면 과학은 제게도 어렵거든요. 과학의 대중화라는 명목하 에 과학을 쉽고 재미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매 우 어려운 학문이며, 그 어려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선택받은 사람들이고 '누구나 다 과학을 잘하기는 힘들다'는 걸 모두가 인정했으 면 좋겠습니다. 그 힘겨운 과학을 하려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존중하 고 격려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과학자 로서 여러분과 과학에 대해 대화하려는 이유는 과학의 대중화 때문이 아닙니다. 과학은 무척 어렵지만, 수식의 숲을 지나고 어려운 개념의 바다를 넘어 결국 도달하게 되는 우주와 자연, 생명과 의식의 경이로움 은 어려운 과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인류 모두가 맛보아야 할 경험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견한 1905년이 아니라 '시간과 우주 공간의 상대성, 시간과 공간이 하나라는 결 인류 전체가 이해한 순간이 진정한 인류의 진보라고 생각한다는 정재승 교수님의 말이 예 사롭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과학자가 발견한 세상의 진실이 실험실과 논문 속에만 존재한다면 그 과학에 생생함이란 없을 겁니다. 반쪽짜리 과학에 불과하겠지요. 과학이 세상 밖으로 나와 비로소 많은 사람에게 감화를 일으키는 것, 그것이 인류의 진보라는 정재승 교수님의 말이 큰 올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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