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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완전한 행복 - 정유정

병리적 자기애성 성격장애자가 탐닉하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 방식은 좋게 말하면 길들여짐으로 요샛말로 치밀한 가스라이팅으로.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게 그지없었다. 물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 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 받아야 마땅하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작가의 말 중에서


불편한 인간케릭터와 상황은 끝까지 나를 괴롭혔다. 520페이지에 달하는 긴긴 사건이 어떻게든 끝나기 바라면서 읽었다. 작가가 공들여 세팅한 지독한 가스라이팅의 면면을 여럿 주변인물의 입을 빌어 다각도로 관찰하며 “그래 이정도의 사이코면 이렇게 행동할 법 하고 그런 일이 일어날 법도 하지” 정도의 공감을 이끌었다.

한때 유행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었을 때처럼 뭐 읽는 동안은 나름 흡입력이 있고 범인 찾고 상황퍼즐 맞추는 짜릿함이 있다지만 정작 읽고 나서는 별로 남는 것이 없고 기분만 끈적하다.

그런 인물이 이 사회에 어딘가 분명 있고, 독자는 이에 비춰 “그때 그 놈이 역시 이런 작자였네 그런 의도였네 혹은 내가 지금 겪는 것도 이런 것일수 있겠네” 정돈 할 순 있겠으나 세팅이 너무 극적이고 인물이 절대적으로 그려져서 그런지 나는 공감되거나 새로이 깨닫는 바는 별로 없었다.

좀 더 격하게 말하면 어떤 사이코가 이토록 미쳐있고 뻔뻔하고 거침없으며 무례한지 알아보느라 나의 여섯시간을 들인 것이 좀 아깝달까.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본문 중에서


다만 행복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는 것은 흥미로웠다. 물론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만이 ‘완전해짐’과 ‘가능성 없애기’ 두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테지만.


ps. ‘7년의밤’을 읽어봐야 정유정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다는데, 문제는 그 책까지 읽을 의지가 생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게다가 이번에도 불편한 스릴러를 꾹참고 읽었는데 그책도 스릴러인 것이 또 문제.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적은데 기회가 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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