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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에이트 - 이지성


엄마가 읽어보라고 주고간 책. 이지성 작가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읽고 나서 기록해두고 싶은 면면이 있어 남기는 포스팅. 이 책에서 여러번 언급된 유기윤 교수팀의 <<미래사회보고서>>도 나중에 한번 읽어봐야겠다.

- 미래 사회가 많이 바뀔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식으로 바뀔 것인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과 액션 플랜이 없던 자에게 친절한 힌트와 가이드를 제공한다. 기계와의 공존에서 인간이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능력. 지켜야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이 책에서 힌트를 얻고, 나만의 길을 모색해볼 수 있겠다. 복직하기 싫어 몸부림치고 있는 정년보장 직장생활 15년차인 내가 느끼는 위기감보다도 아이에게 어떤식의 교육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더 몰입이 되었다.

- 최소 10년뒤, 내 자리는 없다. 인류는 극 소수의 인공지능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과 절대다수의 지시를 받는 사람(프레카리아트)으로 나뉘게 된다. 밥그릇만 지키고 있으면 무엇이 될 지는 뻔한 일이다.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것은 '지식'과 '기술'을 쌓는 일이다. 그러면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인간만의 능력은 무엇인가. '화이트칼라'도 '블루칼라'도 아닌 '뉴칼라'의 시대에 우리의 살길은 무엇인가? 요새 광풍처럼 유행하는 예의 그 '코딩'인가? 작가는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말한다.

- 의사가 하는 수술은 로봇에게 대체될 수 있어도 환자를 상담하고 아픔을 공감하고 희망을 주는 것은 대체되기 어려울 것이다. 인공지능이 약물을 주사할 수는 있어도, 우울감을 나누는 것은 인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 것이 공감능력이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의 입장에서 느끼고 이해할 줄 알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다. 특히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처지에 서서 생각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할 줄 아는 능력이다.

-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거나 기존에 있던 것에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창조적 상상력이다. 이는 공감능력을 통해 발휘된다. 노인이나 저시력자를 위한 물건을 디자인하거나 개선하는 아이디어부터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 아이디어까지 모두 그렇다.


- 그럼 작가가 제시한 이 두가지 능력만 키우면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을 수 있을까? 창조적 상상력 좋다. 무엇을 만들 수도 있고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도 있다. 굳이 발명가가 아니라도 내가 속한 회사에서 어떤 서비스를 어떤 방향으로 기획해볼 수도 있다. 가령 은행에서는 다양한 계층을 위한 플랫폼을 확대, 유지하고 자동화하거나 구체화하거나 하는 행위들이 그렇다. 하지만 어떤 사업을 기획하고 발전시키거나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현재 우리 회사에도 일부의 사람들 뿐이다. 반이상, 아니 70% 가까운 사람들은 그 만들어진 시스템 내에서 적응하고, 유지하며, 사람들을 대하는 일을 한다.

- 은행업이 문제인가? 그럼 책에서 예시로 나온 법조계는? 마찬가지로 수많은 판례 검색은 AI에 대체되고 판결을 내리는 거조차도 AI가 공정하다고 추앙받게 되겠지. 그럼 법조인은 앞으로 필요없어지고 사라져야 되는가? 그저 소송인의 말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것뿐이라면 정신상담사가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게 낫지 않을까.

- 공감능력이 필요하고 쉬이 대체되지 않을 것은 분명해보인다. 그럼 앞으로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만이 살아남고 모두 이런 일을 하게 될까? 이 분야의 일자리가 증폭될까? 이 분야의 공급만이 매우 많아져서 사회복지사의 연봉이 변호사만큼이나 많아질까?

- 아직도 꽤 많은 단순 일들도 인간이 세부적으로 개입하고 있는데, 전체 자동화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 일부러 자리를 남겨주는 일도 생기게 될까?

- 예술은 어떨까. 디자인. 음악. 미술. 미식. 업계종사자인 오라버니의 전언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만드는 음악도 잘 팔린다고 했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현대미술)도 훌륭했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조화로운 맛을 만드는 요리도 극강의 조화가 무엇인지 경험치가 쌓인 인공지능이 못하리라는 법은 없어보인다. 예술의 분야의 침식이 늦을 거라는 것도 우리의 소망일 뿐이지 않은가 싶다는 것이다.

- 인공지능은 어쨌든 데이터에 기반해 러닝하는 것이니, 창조에는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바둑의 룰을 학습하면 바둑을 잘 둘 수는 있어도, 바둑 같은 게임을 만들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나중에 모두 창작의 고통을 겪게 될까?


- 어쨌든 그래서 작가는 다음 8가지 구체적 액션 플랜을 제시한다. 책 제목이 에이트인 것은, 8가지의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네. 인공지능과 지혜를 겨루는 비장한 책 치고 제목은 굉장히 단순하구만.

에이트 01 디지털을 차단하라
에이트 02 나만의 ‘평생유치원’을 설립하라 : 인공지능 시대의 리더를 기르는 상상력, 몬테소리교육- 자유 몰입 성취
에이트 03 ‘노잉’을 버려라, ‘비잉’ 하고 ‘두잉’ 하라
에이트 04 생각의 전환, ‘디자인 씽킹’ 하라
에이트 05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하라 : 트리비움
에이트 06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 : 예일대 의대의 미술 수업과 서양 사립학교의 역사 수업, ‘트롤리 딜레마’
에이트 07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 : 선교사
에이트 08 ‘나’에서 ‘너’로, ‘우리’를 보라


- 에이트 05 철학하라에서는 1)깊게 생각하는 능력 2)생각(논리)를 정밀하게 다듬는 능력 3)생각을 알기 쉽게 표현하는 능력 4)다른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트리비움은 철학을 하는 세가지 길, 문법학, 논리학, 수사학을 의미하는데 각각 철학서를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 그 사고법을 도구삼아 내 생각(논리)을 만드는 것, 그리고 내 생각을 글로 쓰고 나누는 것 을 말한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한문장으로 말하면 ‘미래사회에는 더이상 지식 습득이 관건이 아니고 최대한 아날로그적으로 유치원생들처럼 듣고 이해하고 상상하고 구체적으로 그리고 덧붙여보는 행위가 필요하며 깊게 생각하여 자기 생각(논리)를 가지고 그것을 잘 설명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에이트02에 나온 평생 유치원의 예시. 상상력과 창조성이란 이렇게 시작된다고 했다. 인공지능은 유년시절이 없다나.

인문학적 서술 교육이란 이런 구체적인 질문에 한시간짜리 토론이 가능한 것이다. 참여자도 물론이지만 이 문답이 가능하게끔 이끌어주는 선생님의 역량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ps 엄마가 주셨던 청소년을 위한 버전 말고 일반책이 밀리에 있어서 뒷부분은 그 걸로 읽었는데 왜 굳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수준은 그리 많이 차이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작가의 뭐랄까? 스스로의 노력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는 그런 패턴과 희한한 문장은 정말 익숙해지지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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