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는 느낌을 한번도 가진 적이 없었다. 수정처럼 맑은 아드리아 해안과 지중해 연안에서조차 늘 마음이 쫒기고 서두르기만 했다. 그러니 시간에 쫒기던 그동안의 여행에서 해변에 몇 시간씩이나 누워있는 경험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휴가를 즐기는 방법이란 시간을 잊고 해변에 누워있는 거라니.
‘바닷가에 살면 조금 더 행복했을까’ 라는 질문을 품고 바다를 꿈꿔왔던 친구는 이제 호주의 모래를 밟으며 산다. 그 친구의 말대로 바다가 너무 다이아몬드처럼 예쁘게 빛나서, 너무나 반짝거려서 다른 보석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아침에 바다 앞 해먹에 누워있다가 집에 걸어가 또 점심을 차려먹고 오후 나절에 또 햇살과 나무 그늘을 즐긴다. 자연보다 문명친화적이라고 생각한 나 역시도 머리속이 가볍게 하얗게 되는 투명한 날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귀국날. 떠나는 게 아쉬운 건 아니다. 이 아름다운 걸 다 본다는 것이 마치 한여름밤의 꿈 같아서, 아직 뻣뻣한 나에게 제대로 각인되지 않아서 좀 더 노력하고 싶을 뿐. 돌아가면 나흘간의 여행 전체가 꿈처럼 두리뭉술하게 떠오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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