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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Australia: Cairns

케언즈 11 - 바닷가에 살면 조금 더 행복했을까 나는 바다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는 느낌을 한번도 가진 적이 없었다. 수정처럼 맑은 아드리아 해안과 지중해 연안에서조차 늘 마음이 쫒기고 서두르기만 했다. 그러니 시간에 쫒기던 그동안의 여행에서 해변에 몇 시간씩이나 누워있는 경험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휴가를 즐기는 방법이란 시간을 잊고 해변에 누워있는 거라니. ‘바닷가에 살면 조금 더 행복했을까’ 라는 질문을 품고 바다를 꿈꿔왔던 친구는 이제 호주의 모래를 밟으며 산다. 그 친구의 말대로 바다가 너무 다이아몬드처럼 예쁘게 빛나서, 너무나 반짝거려서 다른 보석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아침에 바다 앞 해먹에 누워있다가 집에 걸어가 또 점심을 차려먹고 오후 나절에 또 햇살과 나무 그늘을 즐긴다. 자연보다 문명친화적이라고 생각한 나 역시도 머.. 더보기
케언즈 10 - 호주에 오기로 한 순간부터 할일은 오직 한가지야. 릴랙스, 알지? “와 진짜 완벽한 낙원이다. 반칙이야. 여기서 일하는 건” 나도 모르게 이런 감상을 내뱉었다. 이런 경치를 두고 일 생각을 하는 것도 반칙이지만, 사실 속으론 불과 일주일 전까지 날 괴롭히던 극심한 스트레스도 일이고 이곳 경치를 벗삼아 오렌지 주스와 커피를 날라주는 것도 일이라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호주에 오기로 한 순간부터 할일은 오직 한가지야. 릴랙스 , 알지? “ 채드가 말했다. 그래 그말이 맞다. 내가 여기 올때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어떤 여행조차 꾸미지 않는 아무것도 할게없는 도시에 오고 싶었어. 뭘 하지 않으면 죄짓는 거 같은, 돈 많이 들인 여행에서 짧게 있다 가면서 아무것도 안하면 죄책감 느낄까봐 일부러 아무것도 없는.. 더보기
케언즈 9 - 케언즈엔 완벽한 순간이 많았다 케언즈 식탁은 전부 다 맛있었다. 친구가 어련히 알아서 좋은데 데려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여기는 평화를 깨트리는 무언가가 없는 기분이다. 난 휴가지만 이들은 일상일텐데 그럼에도 너무나 여유롭고 너그럽다. 어딜가나 붐비지 않는 밀도, 뭐든 경쟁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다. 맛은 뭐 말해뭐해. 식당도 완벽했는데 라군은 더욱 완벽했다. 다운타운 한가운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이런 공공 야외수영장이라니 정말 예상조차 못했다. 수영복을 갈아입고 발 담그고 드러누워 릴랙스 타임. 분수를 끼고 앉아서 물개 수영 하는 사치. 따뜻한 온도와 적당히 미지근한 물. 완벽이란 말이 아깝지 않았다. 더보기
케언즈 8 - 사이즈가 다른 호주 식물 클라스 어느 도시에나 있는 보타닉 가든에 갔는데 , 어느 도시에서나 볼 법한 풍경은 없었다. 자연의 사이즈가 다르다. 다만 꽃은 좀 취향이 있어서 너무나 화려하고 큼지막한 열대지방 꽃에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치는 나였다. 더보기
케언즈 7 - 여행에서 만난 사람 다시금 혼자하는 여행의 매력을 느끼게 되는구나. 어색하고 눈치보고 좀 뻔뻔해지고 예정된 사진은 놓칠수 있지만 곧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사람을 얻을 수도 있겠다. 오늘 나의 원래 일행과 같이 스노쿨링을 했다면 돌아가는 길에 이만큼 즐거이 얘기할 순 없었겠지.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고 내일 또 포트더글라스에서 만날 수도 있는데 물론 두번째는 첫번째만큼 반갑기 어려울수도 있다. 다시 헤어질 타이밍을 잡기가 첫번째보다 어려워서. 그건 홍콩행 비행기에서 그친구와도 이미 느낀바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중간 틈에 만난 사람들과 나라는 사람과 너라는 사람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이다. 아주 다른 배경의 사람이 여행이라는 공통분모로 그리고 한국이라는 공통분모로 친해진다. 나와 완벽히.. 더보기
케언즈 6 -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배를 타고 꽤 멀리 나왔다. 배멀미를 하는지 아닌지 잘 몰랐는데 아마 아닌가보다. 한시간 십오분 지나니 모두 초토화 됐는데 나만 멀쩡한거 보니. 호주 북동쪽에 있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하루짜리 투어를 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가 자라는 곳. 리프의 길이가 2300km에 달한다는데 상상은 잘 되지 않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섬 북동쪽을 가볍게 둘러싼 형세쯤 되겠다고 혼자 모양을 그려보았다. 여객선으로 한참을 달려와서 바다 한가운데 있는 포인트에 떨궈졌으니 이곳이 산호가 어떤지 어디서부터가 리프인지 사실 여기서는 알기가 어렵다. 다만 알 수 있는 하나는 옅은 하늘색 바다가 드문드문 보인다는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 띄워놓은 수상정박기지에 짐을 풀었다. 여러 액티비티 중 선택하여 즐길 수 있는데 나는 체험다.. 더보기
케언즈 5 - 화창한 팜코브의 하루 '어제 새벽비행기를 타서 그런가 졸리네 ' 라고 생각하고는 친구랑 앉은채로 세시간은 떠든 것 같다. 떠들다보니 잠도 깨서 나 낼 아침 일곱시에 나가야 되는데 벌써 열두시 사십분이네? 머무는 4일중에 벌써 하루가 지나갔다는 생각보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휘적휘적 마켓을 구경하고 푸드트럭에서 파는 핫도그를 먹은 다음 야자수 숲과 리조트를 구경하고 동네 공원에 들렀다 집에 들어와 커피 타임 하얀 쌀알같은 친구의 중고 대우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가서 와인을 골랐고, 저녁엔 친구가 스테이크를 구워줬는데 정말 맛있었다. 퇴근한 친구의 남편과 함께 술도 마셨다. 한국에서 챙겨간 자몽의 이슬과 피터 르만 와인을 마셨는데 장소 때문인지, 친구의 외국인 남편 때문인지 영화에서만 보던 외국의 따뜻한.. 더보기
케언즈 4 - 불안과 걱정 끝 새벽잠 어차피 오래 타고 있을 비행기, 게이트에서 최대한 늦게 탑승하는 편이다. 이날도 그랬다. 어차피 혼자고 좌석도 정해져 있으니 긴 줄이 거의 줄어들어 손으로 사람을 셀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원에게 여권이랑 탑승권을 내밀자 바코드를 삑 하고 찍었는데 뭔가 에러난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직원은 모니터를 확인하더니 내 티켓을 다시 출력해주며 말했다. "오버부킹 돼서 네 좌석 업그레이드 해줄께" 홍콩-호주간의 꽤 긴 구간을 업그레이드 받다니 럭키! 비즈니스까진 아니지만 프리미엄 이코노미라고 케세이에서 새로이 도입한 좌석이다. 우등버스 정도 생각하면 적당할 듯. 돌아보면 이것 또한 1인 여행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도착지 기준으로 이렇게나 어두운 새벽에 도착하는 건 처음이다. 보통은 항공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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