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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Australia: Cairns

케언즈 7 - 여행에서 만난 사람

다시금 혼자하는 여행의 매력을 느끼게 되는구나. 어색하고 눈치보고 좀 뻔뻔해지고 예정된 사진은 놓칠수 있지만 곧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사람을 얻을 수도 있겠다.

오늘 나의 원래 일행과 같이 스노쿨링을 했다면 돌아가는 길에 이만큼 즐거이 얘기할 순 없었겠지.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고 내일 또 포트더글라스에서 만날 수도 있는데 물론 두번째는 첫번째만큼 반갑기 어려울수도 있다. 다시 헤어질 타이밍을 잡기가 첫번째보다 어려워서. 그건 홍콩행 비행기에서 그친구와도 이미 느낀바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중간 틈에 만난 사람들과 나라는 사람과 너라는 사람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이다. 아주 다른 배경의 사람이 여행이라는 공통분모로 그리고 한국이라는 공통분모로 친해진다. 나와 완벽히 다른 삶과 일에 놀라고 , 나의 삶이 모두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에 , 그리고 내 삶에 내 일이 얼마나 비중있는 일이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만난 사람하고는 정말 필요한 얘기만 하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랑하거나 허세를 떨 필요도 없고 , 내가 영어를 못하는지 내가 몸매가 못났는지에 대해서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가십이나 날씨같은 쓰잘데기없는 대화에 시간을 쓸 필요도 없다.

그저 내 삶에 대해 차분히 얘기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몇마디 내 경험을 얘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전부다. 다만 나의 이야기가 적다면 내 성찰이 적다면 얘기가 재미없어지겠지. 그래서 이야기가 없을 것 같은 친구는 여행동반자 후보로부터 피하는 것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대화를 이끌만한 언어실력도 되야한다. 그래서 외국인을 사귈 기회는 난 아직 못 갖는 것이기도 하고.

현지에서 만나 마음이 맞으면 한 두어 텀 일정을 함께 하고 일정이 달라지면 다시 기꺼이 헤어지고 하는 배낭여행의 형태가 그래서 좋구나 하는 깨달음이 지금 서른셋에서야 온다. 흥미가 생긴 사람과의 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좋은 조건이다. 다만 그 아름다운 형태에서도 일정이 안맞으면 홀로 떠날 수 있는 결정력과 강단도 필요하겠지. 상실감과 편안함도 생각나겠지만 가지고 있던 것을 버려야 새것을 사듯 다시 혼자가되어야 다음 사람도 만날수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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