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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Australia: Cairns

케언즈 6 -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매일 손님을 받는데 익숙한 레져 강사가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유쾌함과 장난스러움 그리고 건강하고 자유로움. 엄청난 친화력. 밝은 사람의 에너지란 이런 좋은 에너지.

배를 타고 꽤 멀리 나왔다. 배멀미를 하는지 아닌지 잘 몰랐는데 아마 아닌가보다. 한시간 십오분 지나니 모두 초토화 됐는데 나만 멀쩡한거 보니.

호주 북동쪽에 있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하루짜리 투어를 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가 자라는 곳. 리프의 길이가 2300km에 달한다는데 상상은 잘 되지 않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섬 북동쪽을 가볍게 둘러싼 형세쯤 되겠다고 혼자 모양을 그려보았다.
여객선으로 한참을 달려와서 바다 한가운데 있는 포인트에 떨궈졌으니 이곳이 산호가 어떤지 어디서부터가 리프인지 사실 여기서는 알기가 어렵다. 다만 알 수 있는 하나는 옅은 하늘색 바다가 드문드문 보인다는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 띄워놓은 수상정박기지에 짐을 풀었다. 여러 액티비티 중 선택하여 즐길 수 있는데 나는 체험다이빙과 헬기 중에 고민하다가 헬기를 타기로 했다. 다이빙은 산소통 같은 장비메고 바닷속에 들어가보는 기초체험인데 몇년전 스킨스쿠버 해보고 생긴 조금의 공포심 때문에 썩 땡기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고작 7미터 내려가는 걸 알았다면 다시한번 도전해볼수도 있었을텐데.
헬기는 공중에서 제대로 리프를 감상할 수 있는 면에선 괜찮다고 생각한다. 한번에 4-5명 타는데 하필 가운데 좌석을 제안받고 대신 시간을 같은 값에 5분->10분으로 올려준다고 했다. 그 자리가 아무래도 사진찍기는 불편할까 걱정이 되었지만 고소공포증까지 두루 갖춘 나는 가운데 자리가 무서움이 조금이라도 덜어질까 싶어 두말 않고 수락했다. 근데 그렇게치면 공중에 있을 시간을 늘려준 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네?

헬기를 타지 않은자 리프를 감상했다고 할 수 있나? ㅎㅎㅎ

새삼스레 지구가 아름답다는 거창한 생각에까지 이르는걸 보니 오랜만에 자연에 감동받은 모양이다

헬기는 좋은 걸 보는 시간이었다면 스노쿨링은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나는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그만둔 수영을 다시 하고 싶어졌다. 폰으로 예쁘게 사진찍는 건 실패했지만 물속에서의 고요한 숨소리와 그냥 바다위에 떠있기만 하는데도 파도에 이리저리 쓸려가며 물속을 유영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물고기도 예뻤지만 그보다도 물속에서 보이는 내 손과 물고기가 잡힐 듯 지나가는 광경이 신비롭고 감동적이었다.

스노쿨링이 거의 끝날때쯤 거북이 한마리가 바다 깊은 곳에서 헤엄쳐오는 걸 보았다. 웅성이던 사람들과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던 나에게만 조용히 제 모습을 허락했는데 나는 그를 보자마자 숨을 멈추고 행여 방해가 될까 한 숨도 내뱉지 못했다. 그가 왜 물 속에서 신성하게 묘사되는지 보자마자 바로 알았다. 수많은 촐싹이는 물고기들 사이에서 천천히 우아하게 신비롭게 움직였고, 그 모습도 그간 목격한 바닷속 어느 생물보다 멋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난 거북이에게 첫눈에 반한 것 같았다. 깊은 바다에서 등장한 거북이가 물에 떠 있는 내쪽으로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오더니 거짓말처럼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침내는 물위로 그 얼굴을 내밀고 뾱하고 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금세 가라앉아 회색으로 사라져갔다. 그리고 숨도 못쉰 채 거북의 움직임을 눈으로만 좇았던 삼십여초는 마치 사진처럼 각인된 기억이 되었다.

나는 두손을 등뒤로 뒷짐을 지고 물위에 떠 있었는데 오리발과 허리힘으로만 인어처럼 수영하고 싶었다. 오리발을 낀 발목이 뻐근해져왔지만 쥐가 날 것 같지는 않았다. 따뜻한 물속은 고요하고 신비로웠다. 물에 떠 있는 구명조끼와 마스크로 숨쉬기가 편했다. 중간에 비가 왔는데 빗소리마저 경쾌했으며 물속에서 보는 비는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물속은 정말 태초의 그것 같았다. 편안했고 자유로웠다.

하늘보다 바다가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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