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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상

호구 vs 집요한 민원인

아침에 샌드위치 먹으려고 한강에 새로생긴 서브웨이에 갔는데 일이 처음이신지 알바 한분이 정말이지 심하게 버벅였다. 내앞에 다른 손님 한분(2개 주문) 뿐이었는데 내 주문 받아서 빵굽고 야채넣고 계산하는데 15분이 넘게 걸렸다. 빵/야채/계산으로 분담체계라 총 3명이 함께 일한 결과라 더욱 충격. 위생장갑 한번 바꿔 끼는데 기존 장갑 빼는 것 버리는 것 다시 새거 집어서 비벼서 열고 손가락 알맞게 끼는 데 10초정도 걸리는 것 같았고 바구니에 샌드위치를 옮겨 담는데 빵을 들었다 놨다를 세번정도 하였다. 야채는 어떻게 할지 소스는 뭘로할지 드시고 가는지 심지어 지금 본인이 만든 메뉴가 무엇인지(맨첨 빵담당이 아니라서 몰랐던 듯) 계산은 단품인지 모두 두번씩 물어봤다. 그리고 카드는 세번 취소하고 네번째 다른 금액으로 계산했으며 금액은 계속 바뀌고 심지어 꾸준히 낮아졌다. 본인이 감당이 안되니 자꾸 옆사람을 호출했고 그때마다 난 세번째 다시 설명하고 모닝 메뉴는 차갑게 식어갔다. 내 뒤에 줄줄이 사람이 계속 섰고 답답해서 미치기 직전의 나는 새로 터치받은 매니저마저 계산대에서 주문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걸 보자 한숨을 쉬며 그냥 그렇게 달라고 하고 말았다.


이틀전에 방문한 아울렛에서 옷을 구매하는데 그 브랜드의 쌓인 포인트를 사용하려고 했다. 사용 가능한지 미리 직원에게 확인하고 옷을 골랐는데 계산할때 물어보니 가진 포인트의 50%만 사용가능하다고 했다.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포인트를 털려고 일부러 옷을 산건데 애매하기도 했고 가진 포인트의 반씩만 사용가능하면 다쓰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란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인내받았던 문자에서 50% 사용 가능 비슷한 문구를 본 것 같아 그런가보다 하고 집에 왔다. 집에 와 찾아보니 내가 확인한 건 ‘ 결제금액의 50% 사용가능’. 그럼 포인트를 모두 쓸 수 있었어야 했다. 나는 이 건으로 매장에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연결이 쉽지 않기도 했지만 어제는 10번, 오늘은 4번, 아울렛 통합 고객센터 포함 전화번호를 2번 남기며 여러 규정과 대안을 논의한 끝에 결국 재방문 없이 포인트를 정정하고 재결제에 성공하였다.



비슷한 시기의 두 사건에 어떤 것은 오기로 달려드는데 어떤 것은 그냥 포기해버리는가 생각해봤다. 어떤 경우 나는 제 몫조차 똑바로 챙겨먹지 못하는 호구이고 어떤 경우 나는 집요한 민원인이다.

처음이라 일처리가 미숙한 신입에게 아량을 베풀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긴 싫었는데 안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누구나 초년생 시절이 있고 능숙하지 않아도 쩔쩔매며 열심히 하려는 걸 보면 그냥 좀 애처로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는 법인데, 그저 태평하게 느린 것을 보면 속이 너무 터진다. 문제는 그럴 때 답답함에 지쳐 내가 나가 떨어져 버린다는 것인데 마치 안볼란다 하고 눈을 가리는 것과 같다. 내 뒤에 동동거리고 기다리는 사람 때문에 같은 손님인 내가 숨이 막히는 건, 나역시 '순서를 지켜서 손님을 받는 업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인건가. 이럴 때 나는 몇 푼 차이나지 않는다면 그냥 어서 자리를 떠버리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린다. 

반면 집요한 민원인 윤씨는 대개 말이 그럭저럭 통하는 상대를 만났을 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아주 매몰차게 잘라버리면 당황하고, 어버버하면 포기하는데 멀쩡히 잘 응대해주면 더 많이 집요하게 요구하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나와 같은 사람이 강약약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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