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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왔다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왔다.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할머니는예전과 변함없는 모습이고 담담한 표정이었다.분명한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하셨다.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모든걸 정리할테니 당신을 도와달라고,다른이들은 다시 보지 않고 마지막은 혼자서 맞이하겠다 했다.여전히 담대한 모습이었다. 나는 할머니를 품에 꼭 안았다.작아진 키의 할머니의 이마가 내 턱끝에 와 닿았다.그 이마는 주름살 하나 없이 매끈하고 팽팽했다.할머니를 이렇게 안아본 건 처음인 것 같았다. 더보기
투표합시다 찰스다윈은 그의 저서 인간의 유래에서 ‘성선택’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다른 수컷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설사 생존에 불필요하더라도 성 선택에 유리한 특징을 진화시킨다는 것이다. 다윈이 이런 이론을 제기한 것은 수컷 공작이 갖는 화려한 꼬리 때문이었다. 수컷 공작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꼬리때문에 움직이기도 힘들고 잡아먹히기도 십상인데, 적자생존이 옳다면 꼬리가 이렇게까지 거대할 이유가 없다고보았다. 다윈의 성선택설은 암컷이 화려한 꼬리를 가진 수컷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성선택설을 생각해본다면 수컷을 비난할 수 없다. 암컷의 선택을 받으려면 수컷의 입장에서 어쩔수없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것은 암컷이다. 게임의 룰을 제대로 만들지 .. 더보기
내가 왜 수동적인 인간이 되었나 다음주 클로징을 두고 내게 불거진 죄책감이 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완벽한 클로징을 위해 시간적 압박 업무적 압박을 견뎌가며 열일하면서도 굳이 내색하지 않는 황과장님의 마음과 표정, 말투를 느끼면서 모른척하는 내 스스로가 너무나도 비열하여 기분이 좋을수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다른 참여자들의 공던지기식 업무토스와 의존현상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진다. 나는 여전히 너무나 소극적인 사람이다. 시간이 갈수록 어쩔수 없이 부서에 녹아들고 동화되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나를 보게 된다. 내가 원하는 바인가, 아니면 다잡아야 할 때인가. 무른 내가 할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내가 왜 수동적인 인간이 되었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7살 이래로 계속해서 스케줄을 정해줬던 학교와 회사 때문이었다. 학교는 교육이니 그렇다.. 더보기
교보문고 음악 좀 바꿔줘 제발 두번씩 끊어서 울리는 무미건조한 전화벨소리가 벌써 10번 넘게 울리고 있다. 미스테리한 마법사의 집을 연상케 하는 이 동화적인 클래식은 어제 저녁에 들렀을 때도 들었던 음악이다. 점심먹고 남는시간에 교보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30분인데 오늘은 벌써 정신팔린거 보니 망한 것 같다. 아니 여기는 반나절만에 이렇게 같은 음악을 돌려가며 트나, 고객으로서 내가 지루하다고 이야기하면 너처럼 자주 올필요는 없으니 괜찮다고 대답할까? 적어도 여기서 일하는 직원은 저 음악을 매일 들어야 할텐데 너무 괴롭지 않을까. 그냥 93.1 라디오만 틀어도 한달내 같은 음악을 반복해 들을 확률은 굉장히 적을거 같은데. 더보기
계란에 문제가 있다 그저그런 점심식당이 지겨워 새로운 곳을 찾아나서 보았다. 강남역 근처를 싸돌아다니다 우연히 입장한 한 멕시코식당. 오 너는 잘하는 메뉴가 뭐니?? 메뉴판좀 볼까?? LUNCH 메뉴가 세가지 등장- 칠라킬레스 란체로스 달걀 계란에 문제가 있다...??? 읭? 뭐지 이건? 알수가 없다. 아무래도 직원분께 여쭤보아야겠다. “이 런치 메뉴들은 어떤 음식인지 잘 모르겠는데 ,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 “아, 런치쪽에 있는 메뉴들은 계란으로 만든 덮밥 같은 거에요. 간단하게 드실수 있는 거구요. 칠라킬레스는 또띠아에 같이 나오고 , 란체로스는 나초칩이랑 같이 나오는 거구요, 계란에 문제가있다 같은 경우는....” 와 자연스러웠다. 내가 한국인이랑 대화를 하고 있는 게 맞나 다시 쳐다봤는데 그녀는 눈도 꿈뻑하지 .. 더보기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않는기술 ​ 2019 BOOK OF THE YEAR 로 이 책을 꼽은 동료가 내게 책을 소개해주었다. 그러나 정작 추천해준 옆 동료도 본인은 재밌게 보았지만 내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는데, 나 역시 이 책이 흔한 심리 안정 에세이로 비슷한 내용을 담고있을거라 생각했던게 사실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풍겨오는 느낌으로 보건대 그냥 나는 이런거 보지 않아도 충분히 심적으로 건강하다는 자신감? 그러나 오만이다. 타겟은 매우 처절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을지언정,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나와 같은 얕은 강박 공황 증상을 보이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매우 포괄적인 이야기였다. 비슷비슷한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이 아니라, 의사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달랐다. 신경증은 반드시 나아질 수 있는 과학적 치료방법이라 .. 더보기
식사시간 한시간에 정신을 다 뺏기는 것 같은 불편함 점심시간이 되어 11시반에 oo김밥으로 향하면서 오늘은 말하리라 다짐했다. 오늘도 에어컨 앞 일인석에 앉히면 꼭 이야기하리라. 지하1층 아케이드에 자리한 좁디좁은 이 분식집은 작은 테이블을 다닥다닥 붙여놨는데, 그중에도 맨 구석에 에어컨을 마주보고 붙여놓은 일인석자리가 하나 있다. 나머지는 다 이인석이고 상황에 따라 띄었다 붙였다 하지만, 저 구석 저 자리는 항상 혼자온 손님의 몫이다. 유리문을 열었더니 오늘따라 왠일인지 주인아저씨는 없고 아내분과 보조하시는분 이렇게 둘만 있었는데 손님은 내가 처음이었다. 역시나 예의 그 일인석으로 가볍게 안내하길래 나는 재빨리 이야기했다. 저 자리는 싫다, 차라리 반대편 벽쪽 이인석 구석에 앉겠다. 내가 제일 먼저 왔고 자리가 이리 많은데 혼자 온 손님이라고 무슨 벽보.. 더보기
가지 않은 길 늘 본인 스스로를 폄하하는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때 외고에 진학했다가 날고기는 동년배들에 겁에 질려 입학한지 얼마 안되어 전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려움도 두려움이겠지만 압박과 경쟁으로 가득찬 분위기와 그 사이에서 서로 견제하는 사람들을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친구는 아직까지도 그 때의 선택을 마음에 품고 있다. 그래서 본인은 이것밖에 되지 못했다는 말을 달고 산다. 그때부터였나. 무엇을 대하듯 실패한 인생이고 원죄를 품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가지 않은 그 길이 어땠을까?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았을까 하며 후회한다면 글쎄, 나는 그 친구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가지 않은 길은 늘 달콤해보인다. 혹여 그길을 가는것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수 있었을지라도, 현실의 고통을 담.. 더보기
굿라이프 핸드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채로 출근 준비를 했다. 월요일 아침의 괴로움이 조금 사라지는 것 같다. 어제 책에서 “행복이란 쾌족”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상쾌하고 만족스러운 기분에 지금 이보다 더한 조건이 있겠나. 책에선, 행복한 삶과 행복한 기분을 나누어야 한다고 했다. 오늘아침의 음악샤워는 행복한 기분에 속할 것이다.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순간들이 여러방면에 지속적으로 펼쳐지는 것이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는 것일테고. ​책에 나온 “심리적 행복”과 “행복조건으로서의 행복” 도 생각이 났다. 행복하지 않은 순간에 마음을 다스릴 것을 강조하는 수많은 유행하는 심리학 책보다, 평소 행복한 조건들을 많이 거느릴 것을 이야기한 이 책의 설득부분은 나도 꽤나 공감했다. 왜 불평할만한 상황을 택하여 다니면서 그런.. 더보기
풍경화 & 초상화 문득 영어버전으로 되어있는 노트북의 출력버튼을 누르다가 가로는 landscape, 세로는 portrait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낭만적이기도 하지, 우리도 가로세로 말고 풍경화, 초상화 이렇게 쓰면 안되나? 더보기
데미안 * 종교적 이야기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가운데, 마태수난곡이 나와서 그 노래들을 검색해서 틀어보았다. 자칫 음악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질수도 있는데, 오히려 진중하고 긴장된 내용을 적절히 뒷받침하는 것처럼, 마치 이야기가 오페라의 원작으로서 새로이 각색된것처럼 감정이 고조되고 한층 풍부해지는 기분이었다. 굉장히 새로운 기분이었고 처음 느껴보는 조화로움이었다. 바로 이 책과 이러한 내용이어서 어울리는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과 함께하는 독서”란 행위(?)를 처음 경험한 것 치고는 굉장한 행운이다. * 데미안은 여러번 읽다 말았던 책이다. 어떤 의무감에서 이 책을 읽었는지 아마도 그 명성에 비해 수월한 장수, 난해해보이지 않는 이야기 서술을 보고 괜찮을듯 싶어 사두고는, 어쩔수 없이 반정도 읽어내.. 더보기
단정할 수 있나 과학적 실증 결과로 나타난 결과에 대하여 물리학 박사조차도 혹시나 이것이 단정적 문장일까 우려한다. 점심나와 이런 훌륭한 문장의 과학잡지를 보면서도 회사의 부조리함 생각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나도 한심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모르겠다. 회사의 그 인간들은 매사에 뭘 보고 그렇게 단정적으로 구는지? 되도 않는 망발을 늘어놓는 사짜타입 인간들 레알 극혐. 더보기
호밀밭의 반항아 &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반항아 영화는 책과 연관이 많다는 리뷰가 있어서 , 체실비치처럼 책을 먼저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다. 이 소설, 제목은 들어봤지만 당연히 보지는 않았었고 홍보포스터에서 보듯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미문학 1위정도의 관심은 더더욱 없었었다. 사실 난 이 제목을 헤르만헤세의 수레바퀴아래서와 헷갈릴 정도의 수준이었고, 영화를 본 이후에도 영화속 작가의 이름이 실제 이름인지 되물을 정도로 비상식적이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 초반 한시간은 굉장한 몰입도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상색감인데다 적당히 속도있으면서도 불필요한 장면이 어렵게 교차편집되지 않은 것이 좋았다. 주인공의 내적 정서를 따라가는 전개가 좋았다. 교수로 분한 케빈스페이시의 연기는 여전히 훌륭했다. 이장면부터.. 더보기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은 한국의 소득계층상 하위를 말하는 정도의 개념은 아니다. 말그대로 세계적 빈곤국가의 원조에 대한 부분. 최근 총균쇠에서 서구/비서구간 문명격차의 원인을 짚어준 데 충격을 받고 보니 나에게 이 문제는 뻗어나온 가지처럼 추가로 자연스레 궁금해진 (사실 예전부터 평소 정말 의아했던) 부분이었다.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은 왜 아이를 계속 낳을까? 교육이 미래라는 건 알지만 그들의 국가에 그정도 수준의 학교를 세우는 것은 이후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 노력을 거쳐야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올 것인가. 단순히 건물을 세우고 알파벳을 겨우 가르친다고 하여 우리가 실감할 수 있는 그런 잠재력이 끌어나와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왜 보험이나 의료정책은 빈곤국가에서 작용하지 않을까. 해외원조.. 더보기
스타이즈본 * 시원한 가창이 나오는 예고편덕에 볼 생각이 들었다. 미드나잇선 정도의 귀엽고 풋풋한 음악영화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길고 묵직한 메세지에 조금 놀랐다. 스타탄생이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여자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진 스토리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중반 이후에는 몰락하는 남자주인공에게 감정선이 맞춰져있었다. 브래들리쿠퍼라는 배우가 감독 겸 주연배우였는데, 길이조절이 조금은 서툴어도 감정을 충실히 담은 컷들은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 * 늘 관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뷰에 익숙했던 내게, 무대에서 수많은 관객을 마주하는 뷰를 찍어낸 것 또한 감독의 신선한 연출이었는데, 벅찬 감동을 함께 느끼게 했다. 배우든 가수든 무엇이든 표출하고 싶어하는 자들에게 그래서 예의 그 '무대'라는 .. 더보기
성격과 염치 윗사람 몇이 자리를 한번에 비웠다. 예상은 했지만 훨씬 더 조용하고 일 할만 하였다. 영업점에서 물어보는 질문들에 대응하여 차분히 생각하고 이곳저곳 물어보기도 하고 대답을 정리할 수 있었고 훨씬 생산적으로 일할수 있었다. 물론 무기한 이런 상황이면 이렇지만은 않겠지. 내게도 관리자와 책임자의 역할이 추가로 부여될 것이다. 원래 그들이 있다가 지금만 잠시 없는 시간이라 편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그런 걸 접어두고도 귀마개따위 생각나지 않는 오랜만에 너무도 정말 일 할만한 날이었다. 피신을 떠나지 않아도 마음이 어지럽지 않았다. ​ 전에 친구와 함께 만났었던 한 차장님이 휴직을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육아나 건강으로 인한게 아닌, 퇴직 대신 어쩔수 없이 선택한 자발적 휴직이다. 벌써 경력 2.. 더보기
기본 식당에 갔을때 덜마른 냄새가 나는 행주로 상을 닦아줄 바에는 그냥 닦지 말아달라고 하고 싶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건 별게 아니다. 회사에서도 보면 어떤 친구는 자리가 굉장히 너저분한 채로 어떤 친구는 잘 정돈된 채로 일을 하는데, 자리가 사람의 모두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손님쪽 자리에서 지나가다 보더라도 그 기본(이 회사에서는 믿을만한 직원)이라는 것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건 금방 느낄 수 있다. 간혹 회사의 어떤 이는 단정한 몸가짐과 청결에 대해 나의 (반성과 더불어) 지각과 인식의 경계가 넓어지는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깨끗히 세탁되고 잘 다려진 옷과 소지품이, 단정히 닦이고 가지런히 나열된 물건들이 그 주인의 품격을 올려준다. 그런 주인은 여지없이 해야할 일과 하지않아야 하는.. 더보기
어느덧 봄 양양여행 (2) 2020.03.07-08 아침 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 9시에 눈떴을 때 다시 자지 않으려 노력했다. 일단 파도소리가 들리는 베란다에 들락거리며 사진을 찍고, 아침갬성으로 메모장에 일기를 쓰다가, 가져간 책을 또 들춰보다가, 근데 이번엔 꼭 아침산책도 나가고싶은데, 그전에 차분히 따뜻한 차도 한잔 마셔야겠고, 이와중에 엄마는 코로나로 취소된 주일 예배 대신 온라인 예배 동영상을 보라고 카톡이 왔다. 바쁘다 바빠. 힐링은 어디에...? 그래도 방에서 보는 바다 뷰가 탁 트이고 좋은 편이라 가끔 답답하면 방의 통유리창문을 열고 테러스에 나가서 숨좀 쉬다 들어오면 적당히 서늘하고 적당히 따뜻한 기온이 딱 기분좋게 좋았다. 10시가 다 되어 남편을 깨우고 해변산책로를 걸을까 고민하다가 시간이 애매해진 터라 그.. 더보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혼자 자는 날은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는 날이다. 굉장히 릴랙스한 채로 온 몸이 이완되는 기분으로 눈을 떴다. 오랜만에 조용한 휴일아침이다. 늘 이맘때는 날씨가 좋았던 기억이 있다. 사과를 반쪽 잘라서 다섯등분한뒤 접시에 담아 거실 탁자 옆으로 가져와 먹었다. 거실에 펼쳐놓은 퍼즐이 유혹하여 자석에 이끌리듯 바닥에 앉아 조금 맞추기 시작하였다. 거실을 비추는 광량이 충분치 않아 침침한 기분이라서 다시 일어나 거실등을 켜고는 일어난 김에 따뜻한 차를 한잔 하려고 주전자에 물을 데우고, 페퍼민트 티백을 하나 준비했다. 물을 끓이는 시간에 잠시 서있다가 문득 옆에 붙어있는 서재방을 들여다보았더니 동쪽 향인 이 서재 방이 , 지금은 나의 시간이라는 듯 따스하고 안온한 빛으로 맞이한다. 그.. 더보기
어느덧 봄 양양여행 (1) 2020.3.7-8 5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떠난 여행. 몇달전 미리 예약해 둔 날짜인데 그간 바이러스가 전국을 강타하여 고민했지만 여기저기 가지 않고 조용히 숙소 근처만 들렀다 오기로 했다. 결혼기념일이라 남편이 준비해 준 꽃을 병에 옮겨 담아놨는데 어제는 중력에 고개를 숙였던 꽃이 어느새 턱을 들고 꼿꼿히 섰다. 대단한 생명이다. 가장 예쁠때의 꽃을 더 보지 못하고 가는게 좀 아쉽지만 부지런히 물도 갈아주고 나머지 꽃봉오리들도 피워봐야지 ㅎㅎ 차가 막힐까 일찍 부지런히 나오던 것도 오늘은 별로 해당이 없다. 그냥 푹 잔 다음 아침도 해먹고 11:30분쯤 나옴 ㅋㅋ 이디야에 들러서 커피를 준비하고 출발. 국내 단기여행용 (기분내기) 보스톤 백을 출발 전 마련하려던 계획은 역시 이번에도 게을러서 실패. .. 더보기
삼겹살 평일 저녁 퇴근후 지친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자고 고깃집에 앉아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나는 이것이 누군가의 명상의 시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워지는 소리와 그 뜨거운 기름판위에 부글거리는 비주얼이 뭔가 백색소음처럼 머릿속을 멍하게 만든다고 해야하나. 원시시대의 동굴 속 불을 바라보는 일처럼 긴장감을 내려놓는 일. 한편 익어가는 불판에 얼굴이 뜨거워지고 짠하는 유리잔에 차곡차곡 쌓이는 공감대가 어떨때는 동료애로, 어떨때는 인간미로 기화하여 온 정신을 사로잡는다. 다른 관계적 의미나 사회적 지위들은 다 벗어던지고 지금 이 고기를 먹는 일과 마주 앉은 이와 짧아도 집중된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내게 지금 주어진 미션같은 그런 느낌. 특히 회사라는 전장에서 누군가와 진흙탕 싸.. 더보기
[영화] 킬링디어 신화에 근거한 작품성있는 스릴러라니 내가 매혹될만도 하지만, 요새는 어릴적보다 간이 더 콩알만해져서 영화볼때 음향이나 영상에 민감해져있는 터라 무서울까봐 솔직히 걱정도 많이 했다. 홍보영상에서 끊임없이 깔리던 음악은, 딸래미가 합창단에서 부르던 carol of the bells라는 노래인데 아무때나 멜로디가 생각날만큼 내 뇌리에 아주 박혔다. 원곡은 따뜻한 캐롤이고, 이건 합창단버전일 뿐이지만 요상한 장면에 쓰여서 그런지 기괴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영화에선 딱 한장면에만 잠깐 나온것이 의아할정도로, 예고편의 임팩트로만 보기엔 영화 내내 나오는줄 알았다. 어려운 영화인것이 확실했으나,해석을 찾아봐도 이렇다할 명쾌함이 없어서 답답했다. 그냥 그렇게 상징만 난무하고 찜찜함을 남기는게 .. 더보기
상식밖의 경제학 댄 애리얼리.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중 권위자로 유명한 분이라 한다. 이분의 책을 읽는 건 처음이지만 이름은 들어본 건 아마도 몇 년 전 한참 광고하던 ‘부의 감각’ 때문인 것 같다. ‘상식밖의 경제학’은 옆에 한과장님의 추천이 있고 표지가 맘에 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이것은 10주년 기념판 양장본이고 2008년에 초판이 나왔다고 한다. 그걸 찾아보니 책표지는 왠지 알만한 익숙한 책이다. 아마 당시에도 꽤나 유행했으리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다는 소개가 다시금 생각났다. 경제학을 복수 전공하신 남편님이 행동경제학을 가끔 최애경제학 분야로 꼽는 바람에 나 역시 덩달아 익숙한 (그러나 잘 모르는) 분야. 그런데 보다보니 나 역시 이런 ‘행동경제학’의 분야를 좋아할 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치 심.. 더보기
글쓰기 아침에 당번이라 일찍 출근한 김에 어제 못다 쓴 글을 이어쓰기 시작하였는데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데만 20분이 훌쩍 지났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일단 서사를 늘어놓는 일기의 본질적 한계 때문에 맥락없이 나열을 하다가도, 뭐든 끝마무리는 말끔히 되어야 제대로 끝난 기분이 들기 때문에 마지막에 집중하는 편인데, 유독 어떤날에는 문장이 꼬인다는 느낌이 한번 들면 그건 희한하게 어떻게 써도 도저히 답이 안나올 때가 있다. 어떻게든 얼른 마무리 하고 싶어 이리저리 고쳐봐도 나아지긴 커녕 더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드는데 마침 오늘이 딱 그랬다. 마무리로 몇 문장 정도가 경합을 벌였는데 아무리 해도 만족스런 결말이 되지 않아 고민하다 아예 다 들어내고 순서를 뒤바꿔버렸다. 어려서부터 뭔가 한 뭉텅이의 글을 써야할때, 나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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