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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국내여행

어느덧 봄 양양여행 (2)

 

 

 

 

 2020.03.07-08


아침 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 9시에 눈떴을 때 다시 자지 않으려 노력했다. 일단 파도소리가 들리는 베란다에 들락거리며 사진을 찍고, 아침갬성으로 메모장에 일기를 쓰다가, 가져간 책을 또 들춰보다가, 근데 이번엔 꼭 아침산책도 나가고싶은데, 그전에 차분히 따뜻한 차도 한잔 마셔야겠고, 이와중에 엄마는 코로나로 취소된 주일 예배 대신 온라인 예배 동영상을 보라고 카톡이 왔다. 바쁘다 바빠. 힐링은 어디에...?

그래도 방에서 보는 바다 뷰가 탁 트이고 좋은 편이라 가끔 답답하면 방의 통유리창문을 열고 테러스에 나가서 숨좀 쉬다 들어오면 적당히 서늘하고 적당히 따뜻한 기온이 딱 기분좋게 좋았다.

 

10시가 다 되어 남편을 깨우고 해변산책로를 걸을까 고민하다가 시간이 애매해진 터라 그냥 씻고 나가기로했다. 오늘도 아침산책은 실패. 츄리닝이랑 모자까지 챙겨왔는데 ㅋㅋㅋㅋ

 

 

 

 

그렇게 준비하다가 체크아웃 할때쯤 시간은 결국11시 30분이 다 되었다. 차에다 짐을 옮기고 해변산책로를 먼저 한번 잠깐 돌기로 했는데 한시간 예정을 잡은 것이 무색할만큼 짧은 코스.

 

 

 

 

컨셉이 스페인인 것이 분명하다. 이건 구엘공원에 있는 벤치가 아닌가용?

 

생각해보니 어젯밤 산책할때 돈키호테도 보았었구만 ㅎㅎ 

 

 

 

 

 

별것없는 해변산책로를 마무리하고 발걸음을 옮긴 것은 낙산사. 원래는 양양2경인 의상대를 보러갔던 것이었는데, 입장권이 낙산사 전체가 포함된 표라서 크지 않은 경내를 다 둘러보기로 하였다. 

 

2005년 화재로 많은 것들이 불에 타버렸던 낙산사. 아마 난 낙산사는 처음인 모양이다. 어렸을적에도 와보지 않은듯 처음 보는 모습들이 많았다.

 

 

 

 

이것이 바로 양양 제2경에 빛나는 의상대의 늠름한 자태. 15년 전 낙산사 화재 때에 타지 않은 것이 의상대와 홍련암 뿐이었다고 하니, 이것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일 것이다. 아마 바다쪽에 가장 붙어있어서 불길이 닿지 않은 모양이지. 

 

구불구불한 해안선 사이 바다쪽으로 튀어나온 작은 반도에 자리잡은 의상대. 넓다란 바다를 내려다보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는 정자에 앉아있는 걸 상상해보면, 상상 그대로의 시원함이다. 

 

 

 

 

 

우리나라에 몇개 없다는 해수관음상.
이런 탁트인 높은 곳에 요런 모양의 석상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아왔던 느낌이 아니긴 하다. 중국이나 동남아쯤에 많았던 거 같은데?? 언제부터 이런게 있었지?

이력을 찾아봤는데 1970년대 지어진 것이래서 감흥이 좀 떨어진다. 새마을운동하면서 같이 지었나봄 ㅋㅋ

 

 

반면 요 석탑은 단순하고 낡았지만 굉장히 수려한 기품을 자아낸다. 단순하지만 절제된 미학이 있다고해야되나. 노랗게 변한 부분은 아마 화재 때 그을린 것 같다 ㅜㅜ

 

 

사실 의상암만 보고 들어왔다가 크지 않은 경내를 겸사겸사 둘러보게 된 것이라, 낙산사의 관람순서가 거꾸로 되었다. 정문으로 들어왔으면 사찰의 구성 기승전결에 따라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마음가짐을 차곡차곡 쌓아 꼭대기 법정까지 보고나서 산속 옆에 붙은 언덕끝 해수관음상을 지나 바다로 향하는 의상대에서 절정의 하이라이트를 맛보았을텐데- 순서를 거꾸로보니 어째 마음이 점점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 ㅎㅎ
이래서 유현준교수님이 건물의 시퀀스를 강조했나보다. 건축자의 의도에 맞춰 건물을 관람해줘야 하거늘-

 

 

빙빙 돌아왔지만 낙산사의 원래 정문은 여기다. 이름하여 홍예문. 아래층엔 화강암으로 만든 아치식 문이 있고, 2층에 한 공간 띄고 얹은 문루. 신기한 모양이다. 사찰문이라고 하는데 역시 이렇게 생긴 정문은 잘 보지 못했었는데, 일본식 문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파란 하늘에 단아한 기왓장이 어여쁘다. 흙길따라 줄줄이 늘어선 나무들의 모양도. 15년전 전부 타버려 새로 심은 나무들(기념식수)도 있고, 탄 나무둥지 속에서 새 순이 솟아 나오는 것들도 있었다. 자연의 생명력은 정말 위대한 듯. 

 

 

낙산사의 가장 멋진 뷰중에 하난 여기였다. '길에서 길을 품다'라고 새겨진, 멋들어진 소나무가 도열한 곳 

 

 

바이러스 때문에 문 꼭꼭 닫고 들어앉아있느라 봄이 온줄도 몰랐네. 매화가 경내에 꽤 많이 예쁘게 펴 있었다. 

 

 

낙산사 관광을 마친후 해물 홍합 장칼국수를 한그릇 해치우고 

 

 

다음 목적지는 양양에서 (낙산사 다음으로 유명한) 서핑비치 

 

 

 

양양은 안전한 모래사장과 파도높은 바다로 서핑의 성지가 되었도다. 서피비치는 중광정해수욕장 근처에 찾기 어려운 골목으로 쫌 들어가야 있는데, 막상 들어가니 주차장은 허허벌판에 엄청나게 큰것이 여름에 얼마나 북적거릴지 예상가능 ㅋㅋ 

 

 

이국적인 프라이빗 비치와 펍앤 라운지, 해변파티가 벌어지는 곳의 가장 유명한 포인트는 바로 이 옐로 서피비치 사인! 

 

 

여기서 사람없이 찍기란  I amsterdam만큼이나 어려운 것 ! 

 

 

생각보다 자그마한 규모라 예쁜 구경 맘껏해도 오래걸리지 않는다. 언젠가 서핑하러 올날이 올까? ㅎㅎ

 

 

집에 가기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하조대 전망대 포인트다. 하조대 해수욕장 남쪽 끝에 방파제를 따라 언덕끝까지 올라가면 하조대 정자와 등대에 올라가볼 수 있는데

 

뭐 비슷비슷한 뷰가 이어지겠지 하는 예상을 가볍게 뒤엎고 이렇게 오후볕 받은 소나무가 자연지형으로 둘러싸기 시작하는데

 

짜잔!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에서 못다 보고온 론리 사이프러스에 필적하는 하조대 외로운 송정 되시겠다. 

사진보다 막상 실물이 훨(*10배) 멋짐. 

 

 

바다 가운에 혼자 우뚝 서있음. ㅎㅎ 

양양 관광지도에 실린 하조대 메인 사진도 요 나무 샷이다. 

 

 

정자도 나무사이에 멋들어지게 지었다. 진짜 여기 앉아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듯!

 

 

반대편 등대쪽으로 건너가면 아까 그 하조대 정자가 서 있는 기암괴석이 한눈에 보이고

 

 

철계단을 올라서면 갑자기 바람이 멎으며 등대로 향하는 귀여운 돌길이 나타나는데 분위기 급반전.

흰 등대는 자태를 드러내기 수줍은지 나무에 가렸지만, 이리저리 잡아봐도 도저히 흰 기둥을 원샷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가 없어 이 사진으로 만족 

 

 

 

돌아오는 길은 광속 주행 ㅋㅋㅋㅋ

 

양양 여행도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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