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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소설처럼

 

책읽기를 잠시 숨고르기 하고 있다. 지금은 멈춰있지만 쭉쭉 읽히는 소설도 땡기고, 지식이 그득한 비문학도 땡긴다. 나란 인간이 뭔가를 잘 결정하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뭘 읽고싶은 기분이다 라는건 비교적 잘 캐치한다고 볼 수 있겠다. 결정에 따른 결과물 부담이 없어서인가. 책에 있어선 자유로움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의미에서 엊그제 소설처럼에 나온 10가지 권리가 마음에 쏙 들었다. 그 책을 처음 고를 때부터 그부분 목차가 눈에 띄었었다.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건너뛰며 읽을 권리 

3.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4. 책을 다시 읽을 권리 

5. 아무책이나 읽을 권리 

6. 보바리슴을 누릴 권리 

7. 아무데서나 읽을 권리 

8.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9. 소리내서 읽을 권리 

10. 읽고 나서 아무말도 하지 않을 권리 

덧붙여 이런말도 했다. 모세는 십계명에  금기를 열거했는데 이건 그에 비하면 허용사항이 아니냐고. 얼마나 유쾌한 일이냐고. 나도 일고여덟개 정도는 해본 것 같다. 결국 무언가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면 내 결정장애도 극복한다는 뜻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생각해볼수록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중요한듯 싶다.  


그런데 독서의 즐거움, 행복한 책읽기란 과연 무엇일까? 새삼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이제까지의 정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제까지 우리 인격을 형성해온 책읽기란 대개는 순응하고 따르는 책읽기라기보다는, 무언가에 반하고 맞서는 책읽기였다. 즉 이제껏 우리는 마치 세상과 등지듯 현실을 거부하고 현실과 대립하기 위해 책을 읽어왔다. 그래서 때론 우리가 현실 도피자처럼 여겨지고 현실마저 우리가 탐닉하는 독서의 ‘매력’에 가려져 아득해지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는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도망자,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탈주자인 것이다. / 모든 독서는 저마다 무언가에 대한 저항 행위다. 그리고 그 무언가란, 다름 아닌 우리가 처한 온갖 우연한 상황이다. [……] 제대로 된 독서는 우리 자신까지도 포함하여 이 모든 것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한다. --- p.103~104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이다. (글을 쓰는 시간이나 사랑하는 시간처럼 말이다.) / 대체 어디에서 훔쳐낸단 말인가? 굳이 말하자면, 살아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의무의 시간에서다. / 그 ‘삶의 의무’의 닳고 닳은 상징물인 지하철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도서관이 된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 책을 읽는 시간은 사랑하는 시간이 그렇듯, 삶의 시간을 확장한다. / 만약 사랑도 하루 계획표대로 해야 하는 것이라면, 사랑에 빠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군들 사랑할 시간이 나겠는가? 그런데도 사랑에 빠진 사람이 사랑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 나도 책 읽을 시간을 내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그렇지만 다른 일 때문에 좋아하는 소설을 끝까지 읽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독서란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효율적인 시간 운용과는 거리가 멀다. 독서도 사랑이 그렇듯 그저 존재하는 방식인 것이다. --- p.16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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