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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호밀밭의 반항아 &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반항아

영화는 책과 연관이 많다는 리뷰가 있어서 , 체실비치처럼 책을 먼저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다. 이 소설, 제목은 들어봤지만 당연히 보지는 않았었고 홍보포스터에서 보듯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미문학 1위정도의 관심은 더더욱 없었었다. 사실 난 이 제목을 헤르만헤세의 수레바퀴아래서와 헷갈릴 정도의 수준이었고, 영화를 본 이후에도 영화속 작가의 이름이 실제 이름인지 되물을 정도로 비상식적이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 초반 한시간은 굉장한 몰입도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상색감인데다 적당히 속도있으면서도 불필요한 장면이 어렵게 교차편집되지 않은 것이 좋았다. 주인공의 내적 정서를 따라가는 전개가 좋았다. 교수로 분한 케빈스페이시의 연기는 여전히 훌륭했다. 이장면부터 아마 홀딱 빠진 것 같다. 이야기가 힘이 있으면 아무리 지루한 톤으로 읽어도 흥미가 생긴다는 걸 전달하는 강의의 한 장면은 마치,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로빈윌리암스의 키튼 선생님이 생각날 정도였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셀린저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고심하다가 실제 연애를 하기 시작하며 그 대사를 실감나게 옮기기 시작한다거나, 어느날 휴가차 떠난 호텔 로비에서 처음 마주친 사물과 사람 분위기를 묘사하며 이야기의 설득력을 붙여나가는 방법을 익히는 부분이었다. 주인공의 눈으로 목격한 눈앞의 장면이 영화의 이미지에서 다시 소설의 몇줄로 옮겨가는 과정은 책과 영화가 동일한 원작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활용할수 있는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더군다나 다른때보다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대부분 책이 먼저인 원작을 영화로 옮기면서 이미지화가 잘되었다 부족하다를 판단하게 되는데 이번엔 영화로 해당 장면을 먼저 보여주면서그것을 소설로 옮겼을때 어떻게 텍스트로 매력적으로 바뀌는지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매력은 나처럼 소설을 보지 않은 채 영화먼저 본 사람에게 부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긴 하겠지만.

전쟁신도 짧았지만 인상적이었고, 환영에 시달리는 주인공에게 관객이 충분히 공감할수 있도록 설득력을 부여했다. 연기들도 모난데없이 훌륭하고, 좋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초반 매력적인 케릭터였던 교수님과의 재회가 아쉽게 된점. 이건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그렇게 마무리지을수밖에 없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에도 나왔잖는가. 현실은 다르다고 , 샐리와 홀든은 현실에선 대부분 다시 만나지 못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가 초반에 뿌려놓은 떡밥부분: 빈정거림으로 가득한 자기옹호적 재치만 넘치고 실제 깊은 내용에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셀린저의 단점이 첫 장편소설인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편집자와 문단의 공통적인 평이었는데, 그것이 어느새 그냥 대중의 인기몰이로 딱히 해결없이 갑자기 유야무야 마무리된것이 아쉬웠다. 또한 갑자기 튀어나온 호밀밭과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홀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회전목마는 뭐고 그것이 호밀밭에서 아이들을 잡아주는 역할과 어떤 관계인지 알수 없었다는점, 중반이후 주인공의 감정변화에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갑자기 아내가 나타났다 사라졌는데 독일에서 어쩌다가 돌아왔는지, 주인공은 어머니께 소설을 바쳤는지, 마지막 교수와의 재회때의 속마음 등등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충분히 더 담아낼수도 있었을것 같은데 그부분도 아쉽다.

아쉬움이 커서 불만도 길어진듯 하지만, 그래도 나에겐 꽤 만족스럽고 훌륭했던 영화. 그간 작가의 일대기를 이렇게 그린 영화가 있었나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원작인 호밀밭의파수꾼을 읽고싶어졌다는 것이 그 증거.



 호밀밭의 파수꾼

책을 읽고나서야 그당시의 독자들이 왜 다들 이 소설을 좋아하고 자기와 동일시했는지 알만한 이유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배경 영화를 먼저 보니 이런 좋은 점도 있구나.

홀든은 초장부터 낙제를 반복하여 퇴학을 당하는 스타일의 주인공인데 그리 좋아보이는 일을 겪지 않음에도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그럼에도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생각’이란 걸 하고 또 그걸 지키내 보이는 것이 멋진 그런 케릭터이다. 본인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 생각하면서도 그렇지만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사고의 흐름이 잘 드러나고 그것이 많은이들의 공감을 산것이 분명하다.
예를들면 이런장면. 자기 장갑을 도둑맞고 그걸 다른 친구의 캐비넷에서 찾아냈는데 이 사실에 무척 화는 나지만 범인일 것 같은 친구가 막상 뻔뻔하게 나오자 맹렬히 몰아붙이지 못하고 겨우 장갑만 들고만 나오는 겁쟁이의 심리, 그렇지만 왜 그렇게밖에 할수 없는지 너무도 공감가는 심리 같은 것 말이다. 홀든이 픽션의 등장인물일 뿐이긴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도 잘나고 잘나가는 사람보단 부족하고 억울한 사람들이 많고, 그런가운데서도 속으로는 그럼에도 자신만의 고유한 이유들로 삶을 외치고 있을테니 말이다. 홀든의 감정 전달이 매우 직접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연민을 자아낼 듯 조금 우스우면서도, 결국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거 아닌지 소름돋게 되는 싱크로율 같은 것이 놀랍다.

홀든의 우울을 따라가는 하룻밤의 성장 소설 같은 느낌이다. 세상 누구와도 다른 나의 마음을 읽는 것. 다른이들은 별 생각없이 흘리는 일들을 본인나름대로 좋은것과 안좋은 것으로 구별할때 우울해짐과 우울이 덜어지는 신호로써 구별해 내는 것. 세계문학중에서도 뭔가 남들과 다른 나 개인감정에 대한 해석이 뛰어난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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