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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영화] 피나: pina

 

 

 

 

1. "언어를 춤으로 표현하는게 아니고, 언어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춤으로 표현한다"

​영화를 보고 계속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다. 

생각해보면 난 무용수가 춤이란 걸 출때 우리가 말하는 특정 단어와 그 단어가 뜻하는 감정을 춤으로 옮긴다고 어렴풋이 생각해왔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근원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음미체를 주입식 교육으로 배운 결과물인지는 모르겠다.

피나바우쉬라는 무용수를 기리기 위해 그녀의 인생을 필름에 담은 다큐와 같은 이 영화에서 피나 본인 인터뷰에 따르면 그녀는 “언어는 한계가 있어서 나는 춤을 춘다”고 했다.

이건 무용수에게 '이별’에 대해서 표현해봐라 했을때 이별의 감정이 무엇인지 자기식으로 해석하여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거나 가슴을 부여잡는 몸짓으로 옮기는 식이 아니고, 처음부터 주어지는 단어가 없는데도 본인이 자기도 모르게 (하물며 집중의 대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내 몸을 맡긴 결과가 언어화되지 않은 특정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겐 너무 어려운 현대무용. 명확히 해석되지 않는 춤 때문에 답답했던 건 바로 이러한 이유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면 단순히 이렇게 생각해볼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비록 아무생각 없이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라도, 그 무용수의 몸짓을 보면서 맘 깊숙한 곳에서 나도 모르는 무엇이 끓어올라 기분이 이상해지는 경험을 하게되는것 같은 거. 심장박동이 좀 달라지거나 황홀한 기분이 든는 것 같은 거. 그걸 어떤 단어로 정의하지 않아도 그냥 마음이 조금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만으로도 그 무용수는 뭔가를 전달한 게 분명하다고. 그렇다고 그 뭔가를 어떤 단어로 특정화하는 건 때론 좀 어려울수도 있는게 아니겠냐고. 

 

 

 

2. 발레대비 현대무용이 갖고있는 장점이 분명하다. 아무래도 자유로운 표현에는 현대무용만한 것이 없으니. 하지만 정형화되지 않은 몸짓은, 확실히 무용을 아예 안 본 사람에게는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표현하려고 했던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 속 나온 춤을 보면서 '봄의 제전' 작품에서는 원시성과 격동성을, '카페뮐러'란 작품에서는 가녀린 몸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고독감과 상실감을, 연애에 대해 얘기한 작품인 '콘탁트호프'에서는 경쾌함과 자유를 느꼈다. 이런 형이상학적 종류의 단어를 무용수들이 내게 이렇게 표현해낸다니, 생각해보니 놀라운 일이다. (내가 단순한건가) 

 

 

3. 사족이지만, 현대무용은 머리가 길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여자무용수들을 보니 마치 머리카락이 몸의 일부처럼 같이 춤을 추는 기분이다. 춤을 춰보면 춤출때 머리카락이 얼마나 걸기적거리는지 알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발레는 머리를 아예 틀어올리고 시작하거나, 춤 초보는 해봤자 연속동작 불가한 정적인 동작 뿐이니 별로 신경쓰일게 없는 반면 현대무용은 그렇지가 않다. 마치 모든 몸이 자연의 일부인것처럼 흐느적 거리다보면 '흐느적거릴수 있는 모든 것'이 표현의 대상이 되므로, 머리가 길면 그것 역시 장점이 된다고 할까.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4. 정말로 눈이 호강하는 영화였다. 가장 좋았던 건 그 유명한 봄의제전 공연을 실제무대버전으로 관람해볼 수 있었던 행운.

아름다운 가을이 물들어가는 산속에 통유리로 만들어진 빛이 잘 드는 건물에서 춤추는 것도 좋았다. (세르게이폴루닌의 전설의 뮤비 take me to church와 비슷하기도) 배우중에는 마치 러시아 갱단 역할로 나올것만 같은 장신의 남자무용수가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을 리듬감있게 동작을 이어서, 부버탈 무용단 무용수 전부가 마치 행진하듯 일렬로 춤을 추며 이동하는 장면이 여럿 나온것도 인상에 깊게 남았다.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쯤 보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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