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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Culture

더 스퀘어


더스퀘어는 한달전쯤부터인가 영화소개에서 슬슬 나오기 시작했는데,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도 있지만 얼핏 보아도 영상의 색감이나 고급스럽고 차분한 화면들, 예쁜 물건들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미술관의 수석큐레이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다가, 전시물과 더불어 사람들과 얽히고 꼬이는 이야기라니 벌써부터 재미있을 냄새가 솔솔. 출발 비디오여행에서 소개할때에도 앞에 한 1~2분 보고나서는, 이건 나중에 필히 볼것 같다 하고 스포일방지를 위해 채널을 과감히 돌려버린 영화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영화가 블랙코미디라는데, 과연 북유럽의 그 유머를 내가 소비할만큼 문화적 이해가 충분할까. 너무 어려운 영화는 아닐까 그것이 조금 우려스러웠는데, 다행히 예상보다는 이해하기 쉬웠다. 칸느에서 같이 겨뤘던 한국영화 버닝보다 오히려 쉬운 느낌.

러닝타임이 151분으로 긴것 또한 신경이 조금 쓰였는데, 키가 크고 표정이 풍부한 주인공 큐레이터 크리스티앙의 연기가 훌륭하여 금세 몰입되었고, 황당한 에피소드가 벌어질때마다 차분히 조명하던 주변인들과 공간과 대사들도 부산스럽지 않고 아주 이입적이었다.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151분의 시간은 마치 이런데 쓰라고 있는 것처럼, 인물들의 감정을 느낄시간을 충분히 선사하여 오히려 지루함보다는 풍부함을 더했다. 줄거리전달을 위해서였다면, 벌써 편집점이 넘어갔을 (일반적으로 지루하다고 느낄시점을 한참 지나서) 장면도 길게 보여주었는데 , 예를들면 크리스티앙이 새벽에 몰래 협박편지를 돌리던 빌딩의 집들을 집마다 층마다 계단을 따라가며, 개짖는소리를 따라가며 계속해서 보여주었고, 슬럼가에서 남아있던 차량에 슬몃 다가온 불량배들도, 집에 따라온 꼬마가 계단에서 도와달라고 외치는 장면들도, 행위예술가의 공포체험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던 장면 같은 것들도 모두,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끔, 충분히 고통스러워질때까지 이어지는 그런 기분.

편집증처럼 화면을 사각사각 분할하던 감독의 촬영 화면도 느낌있고 매우 좋았다. 빌딩을 걸어 올라가며 끝없이 이어지던 네모난 계단, 쓰레기장을 뒤질때 넘나들던 네모난 철창 같은 것들. 또한 홍보대행사가 만들어온 유투브 홍보영상은 내가 봐도 입이 떡벌어지고 원성을 일으켜낼만큼 충격적이었고, 나라도 넣은 동전 다시 빼고싶을만한 난민구걸자들의 그럴싸한 철면피 연기들이나, 별 의미를 다 캐물어오던 원나잇 상대 여자기자와 끝도없는 토론을 이어가는 것, 행위예술가 원숭이씨가 날뛸때 그 잘난귀빈들이 마치 벌을 받듯 바닥을 쳐다보고 꼼짝않던 요상야릇한 웃기는 상황들도 모두 실소를 자아내고 경탄한 장면들이었다.

고급미술(?)을 소비하는 자들의 위선을 까발리겠다는 동기는 이미 매우 충족되었다. 영화적 구성을 위해 좀 머피의법칙 같이 몰아간 것도 있지만 그냥 일상이 안풀리는 시트콤의 고급버전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한해 보았던 영화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인상적이고 좋았던 영화. 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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