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이트를 훑어보다가, 케이크메이커를 우연히 발견하였다. 이 영화는 어디 영화제인가에 추천작으로 소개되었던 걸 봤었는데, 잔잔한 분위기와, 차분한 영상이 내 시선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 소재로 빵과 쿠키가 등장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는데, 한때 리치몬드에서 제과제빵 수업도 들었던 내게, 옛추억 떠올리며 약간 반가운 느낌?
시종일관 하얗고 차분하며 겨울의 느낌이 나던 그 색감도 그렇고 , 다른 화려한 영화처럼 번쩍거리지 않던 것도 그렇고 조용한 대사들도 그렇고, 개봉을 기다리고 소문듣고 보고싶고 그런 영화라기보단, 보다보니 서서히 마음속에 들어오는 기분이 있었다.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시작과는 달리, 좀 지나면 마음속에 들어와 한켠에 은근 자리를 잡고는 나름의 존재감을 뽐내는 영화, 이 영화가 무척 그러했다.
초반에 매개가 되었던 등장인물이 의외의 사고로 죽었을 때 아무래도 영화가 조금 우울한가 싶었는데, 의외로 극복은 새하얀 색감처럼 그 슬픔을 환하게 비추어 희석시키는 기분이었다.
예쁜 케익과는 대개 발랄한 분위기가 매칭되는 편인데 다른 영화와 달리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특별하였다. 빵 반죽을 치대면서 간간히 섞이는 밀가루가 공중에 흩날리며 새하얀 빛에 섞여들어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초콜릿가나쉬 케익에 얹어진 빨간 체리가 너무나 탐스러워서 영화를 보자마자 빵집에 뛰어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이 영화 홍보차 만들어진 아무것도 아닌 케익모양의 핀뱃지 하나가 그리 갖고 싶었고, 언젠가 독일의 크레덴자 케익점에 가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