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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김연수님의 책은 산문집 '소설가의 일' 이후로 처음이다. 정작 소설가의 '소설'은 처음인 셈이다. 그때 '소설가의 일'을 나름 재밌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의 소설을 한권도 읽어보지 않았을까 돌이켜보면 한국소설이 흔히 가진 "신파 내지 처절함" 같은 것이 나오지 않을까 경계했기 때문 같다. 난 소설을 보면서 감정소모하는 것을 그렇게 내키지 않아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어쩌다 이 책을 집어들었을까 모르겠다. 그냥 갑자기 소설이 보고 싶었다. 기쁨과 낙담을 조울증처럼 오가는 시기에 책을 고른다면 팩트보단 판타지였다. 그때 행자언니가 늘 추천해 마지않던 김연수 작가님이 생각이 났다. 김영하 작가님이 알쓸신잡에서 언급했던 '문장수집가' 가 나의 꿈 중에 하나라면, 이 책은 내게 그 꿈의 조각들을 많이 제공.. 더보기
포르투갈 12 - 아베이루 : 예쁜 이름과 예쁜 운하를 가진 작은 마을 여행 여섯째날 ​ ​​아침마다 꿈을 꾸는데 무슨 꿈인지를 잘 모르겠다. 시차가 있어서 자꾸 꿈을 꾸는 건지. 알람이 울린게 6시반쯤이었나, 일어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제도 그저 잠이 들어버린 것 같은데 시간을 아껴써야 한다. 밖은 아직 어둑하여 조금 기다리다가 7시쯤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였다. 아베이루 메인 운하를 한바퀴 운행하는 배를 타고, 근처의 코스타노바에 들르는 것 정도가 오늘 오전에 할 일. 7시 30분부터 조식이 시작이라 일착을 해볼까 서둘렀다. 부지런 떤다고 7시 40분에 내려갔는데 왠걸 벌써 두팀이나 앉아있네. 숙소의 자그마한 조식 코너는 며칠째 비슷한 음식들이다. 굽는 빵, 치즈, 버터, 주스, 커피, 계란, 햄, 요거트, 시리얼 등이 숙소는 작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마음에 .. 더보기
포루투갈 11 - 아베이루, 작은 염전에서 뜻밖의 석양 아베이루는 저녁 무렵에 입성했다. 이 동네의 첫 느낌은 저지대 느낌? 낮게 쫙 깔린 지대의 느낌. 물과 땅이 섞여있는 늪과 같은 곳에 가운데 단단한 길을 찾아 차를 달리는 기분. 꼭 이럴땐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가 생각난다. 흡사 늪과 같은 도로를 달리는데 어느사이에 보니 물이 바로 옆까지 가까이 와있다. 멀리 다리가 보인다. 호텔은 고속도로 나오자 마자 코너에 있는 곳이라고 네비가 목적지를 화면에 표시해준다. 호텔을 확인하고 건물이 위치한 블럭의 코너를 돌아서 주차장 쪽으로 들어서자 건물 사이에 숨겨졌던 작은 공터가 등장했다. 차량이 돌 블럭위로 올라서게 만들어놓은 이동네 주차공간인 모양이다. 한쪽편에 코인기계도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공영주차장인 모양. 하지만 빈자리가 없네? 주차장을 서서히 한바퀴 돌며.. 더보기
책 고르기 어제는 가져온 책이 없어 오랜만에 교보에서 눈에 띄는 책들을 이리저리 들춰보았는데 보고싶은게 많았다. 그동안 제목만 적어놓았던 “아무튼 발레”도 들춰봤는데 한 1/4보았나 , 역시나 글도 좋고 내용도 좋아 살까하고 선뜻 집어들었으나 그 책을 품은 채 또 다른 책들을 훑어보다보니 그것보다 훨씬 중하고 노력과 고민이 담긴 책들이 많아서 과연 이 구매가 최선의 가치있는 선택인가 하는 생각에 도로 책장에 꽂고 말았다. 발레 책도 잘쓴 글인데, 이 책도 사고 그 책도 사면 안되는건가 싶다가도, 독자로서 ‘작가의 노력과 고민’ 을 인정해 주는 것이 단 한권 고를 때 그 책을 선택하고, 그 책만을 사는 것을 통해서 ‘책을 통한 성취’를 이룬다는 기분이 들어서 꼭 고민하게 된다. 사실 출판계 전체로는 나처럼 고작 한권.. 더보기
포르투갈 10 - 바탈랴, 미완성의 미학 오후 1시가 좀 넘은 시각. 카스카이스를 떠나 북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바탈랴를 들렀다가 아베이루까지 가는 여정. 출발할 때 네비에 바탈랴를 찍었더니 150km가 나왔다. 카스카이스에서 리스본 근처로 돌아가 북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탈 것이다.포르투갈은 우리나라(99천km2)와 비슷한 면적(92천km2)에 비슷한 위도에(북위 39도) , 심지어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북동쪽에 비교적 높은 산맥이 있고 서쪽으로 서서히 산맥줄기가 뻗어있는 구조까지도.우리는 리스본 남쪽과 포르투 북쪽을 포기하고 대략 리스본(in) -> 포르투(out)로 북상하는 여행을 짰는데 , 그 중 오늘이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하는 날이다.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곧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산이 높지 않아서 그런지, 토목기술이.. 더보기
포르투갈 9 - 카스카이스 : 컴팩트한 아름다움, 카스카이스 산책 여행 다섯째날 일어나 산책을 해야한다는 의무감에 벌떡, 알람이 계속 울린다. 어제밤에 진한 포트 한병을 다비워 그런가 숙취인지 모를 배아픔이 올라와 바로 조식먹으러 출동!!식당은 일층 로비 옆에 붙어있었는데, 다시 보니 어제 밤 와인잔을 얻으러 들렀다가 벨기에 아줌마를 만난 곳이다. 친구들과 여행 모임이 있어 세계방방곡곡 여행을 즐기신다면서 일본 중국 다 가봤는데 한국만 안가봤다던 분. 아니, 우리도 프랑스 이태리 네덜란드만이 아니라 중간에 낀 벨기에의 앤트워프 겐트 브뤼셀을 들렀는데, 당신은 일본 중국 가면서도 왜 한국은 못 와봤냐고 취한김에 이런저런 말을 신나게 주고받았었네. 해외나가면 쓸데없이 인지도 놀이를 하게 되는건 모든 여행자가 다 그런가 봄 ㅎㅎ식당 통 유리창 너머로 바깥 광경이 벌써부터 말.. 더보기
회사를 떠나는 동료를 보며 상을 치르면서 홍 생각이 많이 났다. 남편이 계속 아프고, 회사 부서는 너무 늦고 힘들게 하여 그저 가족에게 충실하고 싶어했던 그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그 친구에게서 처음 들었을 때 , 분개했던 건 나였다. 오히려 억울하게 네가 왜 관두냐며 회사의 그 부조리함에 분노했던 건 아무 액션도 하지 않고 있던 우리 부서의 나였다. 그러나 시부모님을 보내면서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그친구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소리랍시고 지껄였지만 , 다 부차적인 것이다. 마음을 보듬어주는 그런 말을 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했다. 그친구의 마음, 배우자를 그저 바라보고 기도밖에 할 수 없는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마음에 대해 난 들어주지 못했다. 홍은 결국 그만두는 걸 택했다. 그녀.. 더보기
포르투갈 8 - 신트라 : 알록달록 레고같은 페냐성 호카곶에서 나온 우리는 차를 돌려 다시 신트라로 돌아가는게 아닌, 카스카이스로 향했다. 벌써 3시가 넘어간 시각이라 숙소에 체크인을 먼저 하고 재출발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선택도 기대만큼 효과는 없었다. 이것 역시 결과론적 이야기긴 하지만.카스카이스로 넘어가는 길은 그 와중에 너무나도 예뻤다. 헤어핀을 도는 동안 예쁜 뷰가 나왔다 가렸다 또 나왔다가 무한 반복. 탄성의 음도 점점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크로아티아와 비슷한 바다 뷰이기긴 했는데, 그만큼 심한 절벽은 아니라서 덜 무서운 것이 내게는 개인적으로 좋았다. 해안가의 경도만으로는 제주도와 비슷한 그런 지형이라 할까.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니 또 회전교차로가 나왔다. 포르투갈은 차량이 적어선지, 효율적 도로교통 설계때문인지 유독 .. 더보기
우리몸이 세계라면 회사 끝나고 시간이 좀 남아 교보에 들렀다가 우리몸이 세계라면 이란 책을 봤는데, 이 책이 꽤나 괜찮았다. 첫장 딱 펼치는데 벌써 문장이 정갈하고 어느 단어하나 걸리는 부분 없이 수월하게 읽히며 중언부언 하지 않고 꼭 필요한 내용만 눌러담은 것이 분명 수많은 퇴고를 거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내기까지 준비가 오래걸리고 쓰는 것은 오히려 그보다 짧았을 것이다. 공을 들인 책은 그진가를 금세 알수 있다. 내용과 상관없이 오랜만에 만나는 잘쓴 책이었다. 책을 들고가 오랜만에 교보 책상에 앉아 몇장 넘겨보았다. 내용은 생각보다 여성의 이야기를 많이 담았고, 역사 기록과 통계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난 두 경우 다 익숙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읽기에 나쁘지 않았다. 특히 아토피 걸린 아이를 둔 경우 아토피.. 더보기
자기앞의 생 꽤 오래전부터 보고싶던 책이었다. 앞부분만 읽고 덮어둔 채 몇년 동안 리스트에만 항상 있던 책. 오빠 작업실 책장에 세권이나 있길래 오래전 사모하던 그 마음이 생각나 빌려왔다. 예전에 읽을 적에도 , 앞부분이 생각보다 길고 늘어진다는 생각에 한두어번 시도하다가 덮었던 기억인데,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나 흔한 프랑스 소설의 쓸데없이 긴 묘사같다고 느끼며 책장을 넘기던 이야기가 마지막 순간 엄청난 밀도로 파고들었다. 그 지리멸렬하던, 구구절절하던 글의 효력이 나타나는 순간. 반절을 읽고서도 이해가 여전히 되지 않던 제목도 어느순간 부터 그 의미가 느껴졌다. 삶을 입에 억지로 먹일수는 없다고 울먹이던 모모의 대사부터 시작하여 결국 마지막에야 비로소 ‘자기앞의 생’ 이 완성되었다. 로.. 더보기
FACTFULNESS - 팩트풀니스 가짜뉴스와의 전쟁이다. 유투브에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들이 넘쳐나고, 이는 또 집단 간에 차별과 혐오를 양산하고, 고정관념을 고착화 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절박한 이 때, 그런 가짜뉴스의 정체를 판별할 수 있는 눈을 갖추는 것은 무엇보다 핵심이 될 것이다. 팩트풀니스는 탈진실 시대에, 막연하기만 한 두려움과 편견을 상대하는 ‘팩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이다. 책 제목인 ‘팩트풀니스’는 ‘사실충실성’이란 뜻으로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와 관점을 의미한다. 이 책은 세상이 우리의 통념보다 괜찮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세상은 분명 괜찮은 편인데, 우리가 오해하는 이유는 우리가 가진 어떤 극적 본능들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이 과연 괜찮아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더보기
포르투갈 7 - CABO DA ROCA : 홧김에 호카곶 피리퀴타에서 나와서 식당 옆에 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갔다. 잘 꾸며놓은 돌바닥을 따라 나란히 상점이 이어져있었고, 처음엔 구경도 할겸 헤갈레이아를 향해 걸어 가보려고 했다. 그러나 점차 언덕배기가 나타난데다 거리가 아주 가까웁지도 않아서 곧 우리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아까 아래쪽에 대 놓은 차를 가져갈 것인지 말 것인지 말이다. 우리 차는 신트라 궁전에서도 한참 아래쪽에 있는데 헤갈레이아는 그것과는 반대방향이었다. 지도상으로는 2KM내외로 걸어갈만도 한 거리인 듯 했는데, 고저를 몰라서 주저했다. 평지였다면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행은 늘 앞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주차된 차로 돌아가는 걸 선택했다. 오기 전부터 신트라가 주차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긴 했었는데, 아침에 쉽사리 .. 더보기
포르투갈 6 - 신트라 : 높은 산속에 숨겨진 왕실의 신비한 궁궐 여행 넷째날 벌써 넷째날이라니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새벽녘에 깼는데 시간이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아침의 햇볕은 좀 흐렸다. 조식을 먹고 얼른 출발하려고 부지런히 준비를 했다. 렌트카를 확보했으니 오늘은 차를 타고 리스본 근교 ‘신트라’ 를 구경하고 또다른 근교 도시인 ‘카스카이스’ 에 묵기로 계획했다. 어제 렌트카를 수령할때 이동시간이 생각보다 짧아서 차에 적응할 틈이 없었다. 아침에 호텔 직원이 발렛으로 빼준 차에 탔는데 또다시 처음 타는 느낌. 도로와 네비게이션에 적응할 틈도 없이 고속도로가 바로 나오는 것 같아서 난 좀 걱정이 되었는데, 막상 운전자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내가 운전자라면 훨씬 적응이 어려웠겠지. 갈수록 퇴화하는 나의 능력을 어찌할고 ..? 신트라로 가는 길은 멀지 .. 더보기
김상욱의 과학공부 신기한 과학나라(금금밤)에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님이 나와 소개해준 내용들이 꽤나 재미있었다. 그중에서도 완전 기초만 소개해준 양자역학이 왜인지 흥미가 생겨, 그 부분을 좀더 알아보고 싶었다. 이 책은 김상욱 교수님의 발자국을 따라 알쓸신잡도 정주행해보고 유투브도 찾아보다가 알게된 책. 사실 김상욱님의 책은 이것 말고 심화과정도 좀 있는데, (김상욱의 양자공부, 떨림과 울림) 서점에서 책을 좀 살펴본 결과 이정도가 나의 레벨에 맞는 것 같아 선택했다. 사실 2년전에 떨림과 울림 신간이 나왔을 때 그 책도 한번 들춰본 적이 있긴한데 그게 참 ... 내게는 어려웠더랬다. '모든순간의 물리학 책'도 쉽다고 하여 야심차게 집어들었다가 절망한 건 마찬가지. 내 과학소양은 아마도 기껏해야 중딩 수준이 아닐까. 그나마.. 더보기
돌아와서 일상으로 돌아온 첫 출근일. 사람들은 똑같이 붐비고 , 세상은 흘러간다. 마치 꿈을 꾼 것이 아닌가 아침에 일어나 다시금 되짚어 생각하고 슬픔에 잠기는 것도 이제 조금 익숙해질 지경이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날이 휴가 포함 열흘 남짓. 무언가를 정리한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없었다면 그냥 모든 것을 내팽개쳐버리고 방안에 주저앉아 울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상투적인 말이 이만큼이나 유용한 말인지 몰랐다. 그래 ,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어떤 것이든 정신을 팔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을 하였다. 늘 아까웠던 시간인데, 지금만큼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흘러가게 내버려두었다. 그럼에도 너무 벅찬 슬픔은, .. 더보기
포르투갈 5 - 리스본 : 코메르시우 광장에 오르는 단 하나만으로도, 리스본에 머무를 이유는 충분하다 바뀐 방은 6층, 한참 창밖 뷰 감상에 빠져있을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아마 아까 맡긴 발렛차량 차키를 가져다주다보다 싶어 무심코 문을 열었더니 “서프라이즈~~!! 해피벌쓰데이!!” 상냥한 미소의 직원이 눈을 찡긋하며 들고온 자그마한 케익과 샴페인을 내밀었다. 와..! 오늘 남편 생일인 거 까묵고 있었다!!! 농담으로 내가 시킨 거다 둘러대보려 했지만, 나 역시 서프라이즈에 너무 당황한것을 이미 들켜버렸다. 게다가 생일주간 놀러오면서 미리 준비한것이 아무것도 없어 부끄럽고 미안함이 쓰나미처럼 몰려들었다 (언제쯤 준비력이 갖춰진 사람이 될까. 다시 태어나야 되나 ㅋㅋㅋ) 어쨌던 기분좋게 샴페인을 받았으니 이걸 다 먹고 나가기로 했다. 잠시 쉬기도 하고 풍경도 보면서. 시원하고 상큼한 샴페인은 금세 훌라당 .. 더보기
포르투갈 4 - 리스본 : 일곱개의 언덕과 일곱개의 전망대가 있는 도시 여행 셋째날 리스본에서 눈을 뜬 첫날. 이제서야 진정한 여행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아무리 스탑오버로 많은 곳을 들러도, 여정을 풀고 가벼운 몸가짐으로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기분과 같을 수는 없다.우리의 숙소인 사하 호텔은 폼발광장 근처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광장의 회전 교차로를 지나 내려오니 검은 망토를 입은 학생들 여럿이 구호를 제창하며 지나가고 있다. 졸업식 시즌인가. 여튼 그들 덕분에 응원이라도 받은 듯 힘찬 발걸음으로 지하철역으로~어제는 뒤늦게 벨렝 지구를 다녀오느라 리스본 시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벨렝에서 저녁무렵 트램을 타고 히게이라 광장에 내려 어둑해진 길을 걸어 올라온 것이 전부다. 오늘은 아침부터 시작이니까. 그 유명하다는 28번 트램부터 타보기로 했다. 일단 숙소근처에 있는 메트로.. 더보기
포르투갈 3 - 리스본 벨렝 : 대항해시대 용사들은 가고, 따뜻한 햇살만이 남아있는 곳 날이 꽤나 더웠다. 햇볕이 말도 못하게 따가운 기분. 쨍한 날씨에 화면조차 잘 보이지 않는 핸드폰으로 우버를 켜서 목적지로 벨렝지구를 찍었다. 두번째 우버기사를 기다리면서 벌써 더워서 지치기 시작했는데, 도착한 그는 우리를 한층 더 지치게 만든 것이 분명하다. 이분, 일단 말이 많았다. 포르투갈에 대해서 장황한 설명을 내뱉기 시작한데다가 (포르투갈 우버기사들은 관광객 대처 교육을 따로 받는것인가..), 운전이 너무 거칠기도 했고, 무엇보다 구글지도로 봐도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게 골목길을 디귿자로 돌고 회전교차로도 쓸데없이 도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긴장했던 것. 알고보니, 시내가 파업인지 뭔지 차량 운행이 막혔고, 차가 막히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이 아저씨가 고속도로를 타고 외곽길을 지름길로 돌아 벨렝쪽 .. 더보기
사진 미니멀리즘 사진에 관심이 폭발했던 몇년전 시절이 있었다. 요새는 사진도 일종의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선지 , 이것도 나의 챙길 짐이 늘어난다는 생각 때문인지 되도록 간소화하고 줄이고 지우고 정리를 해야겠다는 다짐이 늘어난다. 한편 여러장 찍힌 사진은 확인하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걸 바로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데 아니라면 사진이 정말 계속해서 무한 증식하기 때문. 가장 문제는 그작업이 시간이 꽤 많이 들 뿐 아니라 눈도 피로해지고, 무엇보다 지울때마다 이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 맞는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괴롭다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이라는 문화는, 안그래도 여러 의사결정의 홍수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주변이라도 선택지를 줄이고, 가장 편안하고 잘 맞는 것만을 남겨놓자는 것. 그래서 그 남는 시간을 원하는데 쓰.. 더보기
포르투갈 2 - 리스본 : 여기서 돈 많이많이 써주세요. 여행 둘째날 잘잤다. 새벽에 다섯시에 샤워실소리로 한번 깬 거 빼곤- 두시간정도 더 자다가 일곱시에 알람듣고 바로 깼다. 어제 무지 졸렸던 것 치곤 일어나는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유럽은 한국보다 시차가 느려 그런지 잘때는 미친듯이 졸리지만 일어날땐 눈이 잘 떠진다. 시차란 정말 신기한 것 같단 말이지. 방 바로 옆에 붙은 샤워실에서 후딱 사워를 하고 정비를 했다. 민박이라고 방안에 샤워실이 붙어있지 않지만, 이 방은 다행히 문열면 바로 코앞이 샤워실. 뭐 좀 멀다고 하여도 그리 불편할 건 없다. 도미토리는 아니어도 어렸을 적에는 시골에서 그런 생활도 잘만 했었는데 나이 좀 들었다고 못하겠다 까탈스럽게 구는 건 내 취향은 아니다. 영훈이는 친구들끼리가 아니라 나랑 같이가면서 민박을 잡는 것에 그부분을 유달.. 더보기
회사에서의 상하수직관계 상하 수직이 분명한 관계(내가 위인경우) 에서 능란하지 못한 나를 종종 발견한다. 아래 한사람을 전담으로 두고 가르치라고 하니 이제부터 더욱 그럴 것이다. 그친구가 나의 모든 말을 수긍해줄 필요도 없고 늘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데도, 그러나 최근 나는 그 친구의 업무외적 소신발언에 마음이 쓰이는 현상을 겪고있다. 그건 지난주 금요일에도 일어났는데 나도 사실 검증하지 못했고 그친구도 아는지 모르는 특정요일의 출근시간이란 쓸데없는 주제였다. 누군가에게는 팩트라고 불리고 누군가에게는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업무외 논쟁. 모든 대화가 나에게서 종료될 필요는 없다. 그러니 내가 더 수양해야할 부분일 것이다. 향후 이런 도전은 계속 되리라 생각한다. 업무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내 담당 업무.. 더보기
포르투갈 1 - 포르투갈 가는길 19.09.28 ~ 19.10.06 포르투갈 여행 지난 가을, 남편 생일 주간을 명분삼아 다녀온 유럽여행 : 8박9일 포르투갈 여행기 - 올해는 어지간한 해외여행은 힘들테고, 유럽은 더더욱 어려워 보이니 추억팔이라도 하면서 심심함을 달래볼까나 -——-——- 여행 첫째날 출발 당일이다. 어제 저녁, 여행전날 급 신남을 주체하지 못하고 ㅇㅇ 님을 불러 새벽까지 먹고마신 벙개 여파로 머리가 아픈 와중에 짐을 다 못싸서 갤갤대다 아침부터 쿠사리를 들었다. 마지막 한식으로 라면을 한그릇 끓여먹고 짐은 뭐 까이것 대충 욱여넣고 집을 나섰다. 그나저나 짐싸기 필수품 중에, 여행지에서 DSLR SD카드 사진을 폰에 바로 옮기는 아이폰 악세사리 잭이 있는데, 갑자기 어디로 갔는지 그걸 결국 못 찾았다. 그리고 여행앞두고.. 더보기
질문하기게임 최약체 오후 집중력을 더해줄 커피를 뽑으러 간 탕비실 앞, 황과장님과 간단히 나눈 10분여의 대화속에서 나는 그녀의 가벼운 호기심(본인은 모르는 자의 오지랖이라 하였지만)에조차 대응하지 못하여 버벅였다. 그녀의 질문에 횡설수설하며 얘기하던 중간에 오류를 깨닫고 다시 내 대답을 화급히 정정했다. 이러한 복잡한 거래구조의 업무에서 모든 작은 가능성까지 상상하고 답을 미리 내려놓는 그러한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상상력이든 꼼꼼함이든 어떤 이름을 달았든지간에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나는 예상조차 못한 질문을 , 그것도 다른 업무의 주 담당자가 , 그것도 커피뽑으면서 떠올릴 줄 아는 건 다 뭔가! 짧은시간이었지만 감탄한 나는 돌아와 몇분후 그녀에게 감동의 톡을 보냈다. “과장님은 쟁점 캐치가 빠른거 같.. 더보기
소설처럼 책읽기를 잠시 숨고르기 하고 있다. 지금은 멈춰있지만 쭉쭉 읽히는 소설도 땡기고, 지식이 그득한 비문학도 땡긴다. 나란 인간이 뭔가를 잘 결정하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뭘 읽고싶은 기분이다 라는건 비교적 잘 캐치한다고 볼 수 있겠다. 결정에 따른 결과물 부담이 없어서인가. 책에 있어선 자유로움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의미에서 엊그제 소설처럼에 나온 10가지 권리가 마음에 쏙 들었다. 그 책을 처음 고를 때부터 그부분 목차가 눈에 띄었었다.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건너뛰며 읽을 권리 3.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4. 책을 다시 읽을 권리 5. 아무책이나 읽을 권리 6. 보바리슴을 누릴 권리 7. 아무데서나 읽을 권리 8.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9. 소리내서 읽을 권리 10...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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