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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Portugal

포르투갈 13 - 코스타노바 : 줄무늬 집들이 가득한 해변 도시

아베이루를 떠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 작은 도시는 귀엽지만 그렇게 치명적 매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으로 소도시 여행에 회의가 들었다고 해야되나, 이동시간에 뺏기는 시간도 있는데 만족스럽지 않은 도시에 이미 숙박을 정해버렸을 때, 특히 그 도시가 지나치게 이른 시간에 어둑해질 때 (이건 포르투를 제외한 모든 포르투갈 도시들이 거의 비슷한것 같았다) 아쉬움이 짙어진다.

 

 

아베이루에서 25A 고속도로를 다시 올라타고 바다쪽으로 향했다. 바다끝까지 가니 고속도로가 T자 모양 양갈래로 나눠지며 각각 코스타노바 비치 (Costa Nova) , 바라 비치 (Barra) 를 표시하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왼쪽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아침이라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다. 아니, 거의 없었다는 것이 더 적절할 지도 모르겠다. 마치 유령도시 같이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상점도, 주택도 하다못해 개나 고양이가 지나가는 것도 보지 못했다. 빈집만이 가득한 거리에 활기란 찾아볼수가 없었다. 아직 너무 초반인가 싶어 차로 일단 안쪽 까지 쭈욱 진입해보기로 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베네치아같은 그러나 조금 현대적인 그런 물의 도시를 기대했는데, 웬걸 전혀 아니올시다. 게다가 바다로 추정되는 방향은 길고 흰 모래 언덕이 보일 뿐 물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해변은 좀 다르겠지 싶어 모래사장 앞 공터에 차가 진입할 수 있는 최대한까지 들어가 차를 댔다. 바다가 옆으로 시야에 쭉 펼쳐지는게 아니라 2-3미터 언덕을 사이에 두고 구분되어있는 것이 특이했다. 이게 자연적으로 이렇게 된걸까?

모래언덕 비주얼. 호카곶이 세상의 끝인줄 알았는데, 마지막 같은 쓸쓸함과 황량함은 여기가 한층 더하다. 이런 비주얼이 끝이 아니라면 무엇이 끝인 건가

모래언덕을 넘어가니 드디어 휘몰아치는 거센바다가 나타났다. 이것이야말로 ‘대양’이다. 지중해와 같은 내해와는 차원이 다른 바람과 파도의 세기. 구름낀 흐린 날씨가 4D효과의 실감을 더해주었다. 해안을 따라 하얀 백사장이 끝도없이 넓게 펼쳐져있었지만 오히려 황량함을 더해주는 느낌이었다.

바다쪽으로 쭉 쌓여있는 돌길을 따라서 걸어들어가보았다. 부스러지는 하얀 파도가 바로 옆에 넘실대어 그 위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이 돌길은 무슨 용도인지?? 부두인가? 해변가에 몇백미터마다 이렇게 돌을 쌓아놓은 것은 눈에 띄었지만 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날것의 바다다.

기대했던 아기자기함은 커녕 무서운 인상만 남기고 다시 차에 올랐다. 여름에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글쎄 코스타노바는 그렇게 휴양지로서 따뜻함을 만끽하는 베짱이 같은 느낌은 잘 들지 않는다. 이 도시가 사람이 적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리스본과 포르투를 제외하고 소도시들에 사람이 적고 좀 쓸쓸한 느낌이 든다.

바다와 먼쪽으로 돌아나오는 길에 새로운 광경이 나타났다. 이들이 소문으로 들었던 코스타노바의 줄무늬 집들이다. 쉬운 예상처럼 바다쪽을 면하고 있던게 아니라, 아베이루 방향 내륙쪽 저수지쪽에 면한 집들이었다. 그래도 요쪽 부근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맛이 뭔지 알게끔은 해준다. (그나마도 사진이 더 낫다는 비밀)

이런 강렬한 색감의 줄무늬 집들을 만든 이유는, 바다에 나간 배들이 멀리서도 찾아오기 쉽게 함이라는데 바다쪽이 아니라 내륙쪽에 집이 있음은 왜 때문이죠?? ㅎㅎ

한편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알게된 사실인데, 포르투갈 테이블웨어 중에 ‘costa nova’가 있다는 것.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커트러리 ‘큐티폴’도 포르투갈 것이다. 큐티폴이야 워낙 유명하여 들어봤는데, 코스타노바는 그릇가게에서 처음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설마 이거 내가 갔던 ‘그’ 코스타노바인가??

네 그 코스타노바 맞구요

줄무늬 집과 그릇의 심볼이 넘나 똑같지 않습니까 여러분?ㅋㅋㅋ 이날 이거 팔던데라도 들렀으면 덜 억울했을텐데, 과연 가게는 어디 있었을까.

코스타노바가 아쉬우니, 아까전에 갈라진 T자 길에서 오른쪽도 한번 들러보기로 한다. 코스타노바가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도시이고, 바라 비치는 오래전부터 있던 해변이라고 했다.

고만고만한 집들이 이어지다가 섬 끝에 등장한 파스텔톤 등대가 랜드마크 같이 귀여웁다.

도시를 떠나기 전 길가의 조그만 마트에서 포르투갈 전통 진자술과, 과자 몇개를 샀다. 계산대의 아저씨한테 거기서 파는 진자술 두개 중에 무엇이 더 나은지 여쭤봤는데, 수줍게 손사래치다가 젊은 여직원 하나를 불러서 응대를 시키곤 등 뒤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릴 주시한다. 낯선 여행객을 만나는 순박한 설레임이 느껴져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추천해준 술은 맛이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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