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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Portugal

포루투갈 11 - 아베이루, 작은 염전에서 뜻밖의 석양

 

 

 

아베이루는 저녁 무렵에 입성했다. 이 동네의 첫 느낌은 저지대 느낌? 낮게 쫙 깔린 지대의 느낌. 물과 땅이 섞여있는 늪과 같은 곳에 가운데 단단한 길을 찾아 차를 달리는 기분. 꼭 이럴땐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가 생각난다.

 

 

흡사 늪과 같은 도로를 달리는데 어느사이에 보니 물이 바로 옆까지 가까이 와있다. 멀리 다리가 보인다. 호텔은 고속도로 나오자 마자 코너에 있는 곳이라고 네비가 목적지를 화면에 표시해준다. 호텔을 확인하고 건물이 위치한 블럭의 코너를 돌아서 주차장 쪽으로 들어서자 건물 사이에 숨겨졌던 작은 공터가 등장했다. 차량이 돌 블럭위로 올라서게 만들어놓은 이동네 주차공간인 모양이다.

 

 

한쪽편에 코인기계도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공영주차장인 모양. 하지만 빈자리가 없네? 주차장을 서서히 한바퀴 돌며 간보기 모드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헤드라이트를 켜고 출발하려는 타겟을 선정, 눈치 끝에 오분도 되지않아 무사히 주차를 완료하였다. 코스트코에서 쌓은 실력 이럴때 발휘하는 거지, 한국산 주차스킬 어디가겠나?

 

 

차에서 내리니 바람이 서늘하다. 앞에 한무리의 아이들이 잔디밭에 모여서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검은망토를 두르고 앞섭엔 뱃지를 여럿 달고 있는 아이들. 또 한 무리는 녹색 티셔츠를 단체로 입고 모여서 둥글게 이야기를 나누고 구호를 외치는 게 무슨 셀레브레이션인가 ?

 

 

갑자기 추워진 기분에 옷깃을 여미며 캐리어를 챙겨 호텔로 향했다. 고장난 코인기계와 싸우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주차티켓을 차 앞부분에 잘 보이게 모셔놓았다. 혹시나 이 작고 낯선 도시에서 차량 견인이라도 되면 이런 타이트한 여행은 폭망 되는 거다 ㅋㅋㅋ

 

 

호텔로비로 들어서니 작지만 깔끔한 느낌이다. 한눈에 봐도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가 유창한 영어로 맞이해준다. 

“아베이룬 처음이죠? “ 하더니 책상 구석에서 지도를 꺼내어 묻지도 않았는데 선셋 포인트로 동네 염전을 소개해준다. 먹을만한 식당도 하나 소개해줬는데, 론리에도 유일하게 나온 그곳은 아마 이동네의 유명한 맛집인가보다. (하지만 문을 닫아서 가볼 수는 없었음)

 

 

체크인을 마치고 2층을 배정받았는데, 아까 그 직원이 따라들어와 엘리베이터를 친히 열어주며 타라고 눈짓한다. 첨엔 멋모르고 탔는데 우리 두명에 짐까지 낑겨넣고 문을 닫자니 이거 엘베가 너무 작다. 가녀린 직원이 문을 닫아보려 거의 유리문짝에 테이크다운을 하는 지경.

간신히 문을 닫고 나니 덜컹거리면서 소리가 난다. 겨우 운행을 시작하는가 싶었는데 거의 움직임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읭? 뭐지...
엘리베이터가 초당 한 오센치 정도 움직이는 건가. 정말 느으으릿 느으으릿 ... 이럴게 느린 엘리베이터는 인생 처음이다. 이건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그냥 도르래정도 되겠어... 혹시 뭔가 잘못 되서 이렇게 느릿한건 아니겠지? 온몸에 솜털이 돋았다. 엘리베이터 공포증 있는 나한테 이게 왠말이니.옆에 분 등짝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시간이 한 10분은 지난 것 같은 기분. 그나마 이층일 뿐이었어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나중에 내려보니 짐만 올려도 되었겠다 싶을 정도로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까지 고작 10초거리 높이였는데 이걸 굳이 왜 타라고 한거여. 사비스 정신이 너무 투철하네 ㅎㅎㅎ

 

 

방에 들어섰다. 작은 숙소였고, 거리쪽 뷰의 방도 숙소를 통틀어 네개밖에 되지 않았다. 이층이라서 또 하필 우리가 배정 받은 방이 제일 낮은층인가 했는데, 세층짜리 건물이라 숙소방으로 두층만 쓰는 중이었고, 2층의 방 중에서는 그나마 이방이 나머지 것보다 더 컸다. 

 

 

작지 않은 방의 창문을 활짝 열면 바깥의 교차로와 운하가 잘 내다보였고 아담한 뷰를 제공했다. 스튜디오 안도 깨끗하고 트렌디한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너무 해가 지기전에 짐을 정리하고 선셋을 보러 길을 나섰다. 고속도로 바로 앞이라 끄트머린가 했더니 걷다보니 숙소 위치가 나쁘지않다.​

 

 

직원이 지도에 그려준대로 일단 서쪽으로 서쪽으로 걸었다.

 

 

고속도로 위에 걸린 현수교를 지나 더 먼 강쪽으로 쭉 건너오면 이렇게 나무데크가 나타나고 

 

 

서서히 염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노을과 물과의 조화는 참으로 아름다워서, 볼품없었던 염전이 순식간에 놀라운 분위기로 바뀌어간다. 

 

 

속는셈치고 찾아갔던 소금호수는 역시 물의 마법이 비친 광경이 경이롭다. 좀 늦은 듯도 하였으나 아직 해의 마법이 좀 남은 시간. 현지인들도 몇몇 일부러 차 대놓고 감상하는 것 같으니 이동네 선셋 포인트 인정. (그러나 현실은 거의 논두렁)

 

이하 사진 감상 ㅋㅋㅋㅋ( 추려내기 너무 어려워 중복주의)

 

 

하늘이 너무 깨끗한 것이 (뻥좀 보태) 거의 아프리카 색감이 아닌가. 포르투갈이 차량 매연은 좀 많지만 확실히 공기는 깨끗한 듯하다. 바다에서의 낙조는 흐르는 물결 때문에 노을이 수면에서 부서지는 느낌인데, 잔잔한 수면위의 낙조는 색깔을 오롯이 드러나는 것이 더 고요하고 경건한 느낌.

해가 다 진듯 하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경이롭게 바뀌어 하늘의 사진을 찍고 찍고 또 찍다가 거의 40-50분이 지난것 같다. 그래도 이 작은 마을이 사진으로 확실히 기억된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 열곳의 맛집보다 한장의 사진이 내게는 더 소중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물가를 맘껏 찍은 후에는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아가

 

 

마지막 노을까지 감동적이다

 

 

이미 어두워져버린 거리에는 충분한 조명이 없다. 리스본부터도 밤에 밝지 않았으니, 이런 작은 시골마을은 어련하겠어

 

 

어두워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고-
조금 밝아 보이는 큰 대로변 식당거리를 걷다가 마땅한 곳이 없어서 이리저리 발길을 옮기다 갈곳이 없어 결국 햄버거나 먹기로 하였다. 7시가 갓 넘은 시간일 뿐이었는데, 거리가 너무 어두워져서 좀 무서울 지경.

 

 

찾아간 햄버거 집도 밖에서는 어두컴컴하니 닫은줄 알았는데 들어가니 손님이 꽤나 앉아있었다. 밖에는 사람들이 잘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렇게 다들 오밀조밀 들어와앉았나보다 하는 생각

알바하는 젋은 청년 하나가 다가와 무심한듯 주문을 받았다. 맥주로 사그레스와 수퍼복을 하나씩 달라고 했더니, 이러쿵 말도 없이 수퍼복만 두개 가져다주는 (본인은 생각했지만 손님에게 이야기는 해주지 않는) 놀라운 서비스 정신의 그곳. 알바의 전형적 특성인지, 이곳 포르투갈의 특성인지 잘 알수가 없다. 친절함과 불친절함의 양극단의 사람만 있는 기분.

 

고열량으로 마무리!!

 

그래도 알바가 묻는말엔 곧잘 대답해주어 덕분에 처음보는 메뉴를 하나 시켜봤다. 햄버거랑 비슷한데 패티와 치즈를 두툼하게 깔고 뭔 소스를 듬뿍 깔아서 나이프로 잘라먹는다길래 신기하여 시켜보았던 그 메뉴가 꽤나 맛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바로 그것이 그 유명한 내장파괴버거 “프란세지냐” 고열량의 끝판왕 ㅋㅋㅋ
파파존스의 올미트피자 급이다 ㅋㅋ

 

​저녁만 먹고 나왔을 뿐인데, 한밤중이 된 도시의 분위기도 적응이 어려운 곳. 한낱 미천한 관광객이 더이상 어쩔소냐. 숙소로 돌아온지 얼마 되지않아 조용한 도시에서 곧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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