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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봄 양양여행 (1) 2020.3.7-8 5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떠난 여행. 몇달전 미리 예약해 둔 날짜인데 그간 바이러스가 전국을 강타하여 고민했지만 여기저기 가지 않고 조용히 숙소 근처만 들렀다 오기로 했다. 결혼기념일이라 남편이 준비해 준 꽃을 병에 옮겨 담아놨는데 어제는 중력에 고개를 숙였던 꽃이 어느새 턱을 들고 꼿꼿히 섰다. 대단한 생명이다. 가장 예쁠때의 꽃을 더 보지 못하고 가는게 좀 아쉽지만 부지런히 물도 갈아주고 나머지 꽃봉오리들도 피워봐야지 ㅎㅎ 차가 막힐까 일찍 부지런히 나오던 것도 오늘은 별로 해당이 없다. 그냥 푹 잔 다음 아침도 해먹고 11:30분쯤 나옴 ㅋㅋ 이디야에 들러서 커피를 준비하고 출발. 국내 단기여행용 (기분내기) 보스톤 백을 출발 전 마련하려던 계획은 역시 이번에도 게을러서 실패. .. 더보기
삼겹살 평일 저녁 퇴근후 지친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자고 고깃집에 앉아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나는 이것이 누군가의 명상의 시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워지는 소리와 그 뜨거운 기름판위에 부글거리는 비주얼이 뭔가 백색소음처럼 머릿속을 멍하게 만든다고 해야하나. 원시시대의 동굴 속 불을 바라보는 일처럼 긴장감을 내려놓는 일. 한편 익어가는 불판에 얼굴이 뜨거워지고 짠하는 유리잔에 차곡차곡 쌓이는 공감대가 어떨때는 동료애로, 어떨때는 인간미로 기화하여 온 정신을 사로잡는다. 다른 관계적 의미나 사회적 지위들은 다 벗어던지고 지금 이 고기를 먹는 일과 마주 앉은 이와 짧아도 집중된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내게 지금 주어진 미션같은 그런 느낌. 특히 회사라는 전장에서 누군가와 진흙탕 싸.. 더보기
[영화] 킬링디어 신화에 근거한 작품성있는 스릴러라니 내가 매혹될만도 하지만, 요새는 어릴적보다 간이 더 콩알만해져서 영화볼때 음향이나 영상에 민감해져있는 터라 무서울까봐 솔직히 걱정도 많이 했다. 홍보영상에서 끊임없이 깔리던 음악은, 딸래미가 합창단에서 부르던 carol of the bells라는 노래인데 아무때나 멜로디가 생각날만큼 내 뇌리에 아주 박혔다. 원곡은 따뜻한 캐롤이고, 이건 합창단버전일 뿐이지만 요상한 장면에 쓰여서 그런지 기괴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영화에선 딱 한장면에만 잠깐 나온것이 의아할정도로, 예고편의 임팩트로만 보기엔 영화 내내 나오는줄 알았다. 어려운 영화인것이 확실했으나,해석을 찾아봐도 이렇다할 명쾌함이 없어서 답답했다. 그냥 그렇게 상징만 난무하고 찜찜함을 남기는게 .. 더보기
상식밖의 경제학 댄 애리얼리.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중 권위자로 유명한 분이라 한다. 이분의 책을 읽는 건 처음이지만 이름은 들어본 건 아마도 몇 년 전 한참 광고하던 ‘부의 감각’ 때문인 것 같다. ‘상식밖의 경제학’은 옆에 한과장님의 추천이 있고 표지가 맘에 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이것은 10주년 기념판 양장본이고 2008년에 초판이 나왔다고 한다. 그걸 찾아보니 책표지는 왠지 알만한 익숙한 책이다. 아마 당시에도 꽤나 유행했으리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다는 소개가 다시금 생각났다. 경제학을 복수 전공하신 남편님이 행동경제학을 가끔 최애경제학 분야로 꼽는 바람에 나 역시 덩달아 익숙한 (그러나 잘 모르는) 분야. 그런데 보다보니 나 역시 이런 ‘행동경제학’의 분야를 좋아할 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치 심.. 더보기
글쓰기 아침에 당번이라 일찍 출근한 김에 어제 못다 쓴 글을 이어쓰기 시작하였는데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데만 20분이 훌쩍 지났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일단 서사를 늘어놓는 일기의 본질적 한계 때문에 맥락없이 나열을 하다가도, 뭐든 끝마무리는 말끔히 되어야 제대로 끝난 기분이 들기 때문에 마지막에 집중하는 편인데, 유독 어떤날에는 문장이 꼬인다는 느낌이 한번 들면 그건 희한하게 어떻게 써도 도저히 답이 안나올 때가 있다. 어떻게든 얼른 마무리 하고 싶어 이리저리 고쳐봐도 나아지긴 커녕 더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드는데 마침 오늘이 딱 그랬다. 마무리로 몇 문장 정도가 경합을 벌였는데 아무리 해도 만족스런 결말이 되지 않아 고민하다 아예 다 들어내고 순서를 뒤바꿔버렸다. 어려서부터 뭔가 한 뭉텅이의 글을 써야할때, 나는.. 더보기
[영화] 피나: pina 1. "언어를 춤으로 표현하는게 아니고, 언어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춤으로 표현한다" ​영화를 보고 계속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다. 생각해보면 난 무용수가 춤이란 걸 출때 우리가 말하는 특정 단어와 그 단어가 뜻하는 감정을 춤으로 옮긴다고 어렴풋이 생각해왔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근원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음미체를 주입식 교육으로 배운 결과물인지는 모르겠다. 피나바우쉬라는 무용수를 기리기 위해 그녀의 인생을 필름에 담은 다큐와 같은 이 영화에서 피나 본인 인터뷰에 따르면 그녀는 “언어는 한계가 있어서 나는 춤을 춘다”고 했다. 이건 무용수에게 '이별’에 대해서 표현해봐라 했을때 이별의 감정이 무엇인지 자기식으로 해석하여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거나 가슴을 부여잡는 몸짓으로 옮기.. 더보기
생각해보니 이게 더 먼저 올 겨울여행: (2) 문경 2020.01.18-19 수안보 , 문경 수안보 콘도를 골랐으니 숙소가 있는 도시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반나절 둘러볼 도시는 어디로 할 것인가 하여 근처에 붙은 도시들을 이곳저곳 탐색해봤는데, 제천, 문경, 괴산, 음성 등이 물망에 올랐다. 고민하다 최종 낙점된 곳은 문경! 사실 경북까지는 생각보다 멀어서 잘 안오게 되는 거리다. 수안보에서는 많이 멀지 않은 것 같아 직접 드라이빙하며 자신있게 도전! (그러나 뭐 기껏 20km거리를 덜덜 거리며 반시간 넘게 걸렸다는 슬픈 이야기) 문경새재 스타벅스는 한국의 스타벅스 10선에 꼽히는 (스벅발간 다이어리에도 나옴) 유명한 곳이다. 한옥처럼 꾸며놓은 내부에 좌식 자리가 있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그냥 고깃집에 테이블 반 좌식자리 반 있는 정도의 심플한 구성.. 더보기
생각해보니 이게 더 먼저 올 겨울여행: (1) 수안보 2020.01.18-19수안보 여행 이름만 들어봤던 수안보에 찾아온 것은 처음이다. 몇몇 지인피셜 이곳 한화리조트가 한화 전국리조트중 최악으로 구린 시설을 자랑한다 해도 나에게 온천호텔이 주는 설레임은 여전했다. 온천이 포인트였으므로 목욕짐을 싸면서 스킨푸드 필링과 마스크팩을 넣었다. 잠옷 한벌과 여분의 옷, 걸칠 옷 하나. 책은 ‘상식밖의 경제학’과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두권. 과연 이번엔 여행지에서 얼마나 읽고 갈란지. 오늘도 시작은 이디야의 풍경 - 라지 아이스 아메리카노. 언젠가부터 이곳의 커피를 큰 잔 아이스로 테이크아웃하여 차를 본격적으로 달리는 루틴이 형성되었다. 가는길은 수월하였다. 별로 쉬지 않고 차를 달렸고 휴게소에서 기름을 한번 넣었는데 그 휴게소에 롯데마트가 붙어있어 들어가보.. 더보기
톰오브핀란드 영화 소개를 보고는 재밌겠다 기회가 되면 봐야지 생각만 했었는데, 근데 영화 내용이 이렇게나 상상이상일줄은 ㅎㅎ ​ 할리우드- 메이저 대작이나 몇몇 한국 대중 영화들을 제외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를 고르다보면, 이런 요상한 분위기의 영화이 걸려들고 만다. 그러나 콜미가 주었던 만족감 때문인지 작은 영화에 기대감이 부쩍 생긴건 사실이다. ​ 영화는 내 예상보다도 표현이 훨씬 적나라했고, 편집을 굳이 섬세하게 분초로 비중을 나눠서 하지 않아도 충분한 느낌을 뭉텅이로 전달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그런 느낌. 세련된 거장의 은유와 편집이라기보다, 초보이고 거칠지언정 풍푸한 감정과 영상을 캐치하는데 집중하는 신진감독의 패기가 엿보이는 그런 느낌이랄까. 개연성이나 장면별 비중이 타이트하게 짜여져있진 않지만, 보고나.. 더보기
맘마미아2 맘마미아는 추억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워낙 노래들도 익숙하고 좋아하는지라, 내게는 운명같은 영화이다. 그건 아마도 아바 때문이겠지. 아주 오래전 가수이긴 하지만, 아바와의 잊지못할 추억이 많이 있다. 어렸을적 엄마가 가끔 전축으로 LP를 틀곤 했을때 몇개의 클래식 음악과(거기 바하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도 ㅎㅎ) 몇개 올드팝송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자주 들리고 좋아했던게 아바의 SUPER TRUPER였다. 마치 돌림노래같은 신기한 노래구성과 신나는 박자와 긍정적인 멜로디가 우리나라의 어떤 음악과도 다른 신비로운 느낌을 많이 주었던 기억이다. 대학시절, 진양과 함께 뮤지컬의 이해 수업을 들을때는 기말평가로 팀원들과 짧막한 뮤지컬을 따라하며 아바의 I DO I DO 를 같이 불렀었는데, 그녀와 가장 친밀하.. 더보기
더 스퀘어 더스퀘어는 한달전쯤부터인가 영화소개에서 슬슬 나오기 시작했는데,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도 있지만 얼핏 보아도 영상의 색감이나 고급스럽고 차분한 화면들, 예쁜 물건들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미술관의 수석큐레이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다가, 전시물과 더불어 사람들과 얽히고 꼬이는 이야기라니 벌써부터 재미있을 냄새가 솔솔. 출발 비디오여행에서 소개할때에도 앞에 한 1~2분 보고나서는, 이건 나중에 필히 볼것 같다 하고 스포일방지를 위해 채널을 과감히 돌려버린 영화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영화가 블랙코미디라는데, 과연 북유럽의 그 유머를 내가 소비할만큼 문화적 이해가 충분할까. 너무 어려운 영화는 아닐까 그것이 조금 우려스러웠는데, 다행히 예상보다는 이해하기 쉬웠다. 칸느에서 같이 겨뤘던 한국영화 버닝보다 오히.. 더보기
감정다루기 12년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는 지리한 회사생활속 쉽게 흘러가는 나날 중에서도 간혹 밀도 있는 인간관계를 경험할 때가 있다. 가끔 내가 그분에게 왜 이렇게까지 감정이입하였나 생각할때가 있는데, 아마도 그것은 그분의 말과 글에 내면의 감정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인것 같다. 나는 그간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무언가. 그건, 남들이 언뜻 보기에는 별다를것 없는 말로 비슷하게 표현되지만, 사소한 단어나 미묘한 타이밍으로도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진심이 담겨 있는 말은 작아도 엄청난 힘이 있는 법이다. 그분으로 인하여 나는 많은게 바뀌었다. 그 중 가장 큰 건 내 감정을 소중히 다룰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저 부정적인 기운이라 몰아내려고만 했던, 약해빠지고 나약해서 도망가거나 극복해야만 하는 .. 더보기
2018년 생활정리 독서생활 1.스노우맨 - 요 네스뵈 2.쏘아올린 불꽃, 밑에서볼까? 옆에서볼까? 3.이동진의 독서법 4.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5.목숨을 팝니다 6.고령가소년살인사건 7.지식인의서재 8.막다른골목의추억 9.김영하 산문 보다 10.살인자의 기억법 11.다섯째아이 12.레드스패로우1 13.타인의섹스를비웃지마라 14.나쁜그림 15.샬로테 16.쓰기의말들 17.O이야기 18.스마트폰을떨어뜨렸을뿐인데 19.살인자의건강법 20.플립 21.오후네시-아멜리노통 22. 그시절,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3.잠1 24.잠2 25.그 여름 마리아 26.임금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27.채식주의자 28.I iove you 29.아무도알려주지않은도서관사서실무 30.회색인간 31.앙리픽미스터리 32.가끔은 .. 더보기
하모니카 연주회 오늘의 일정 세종문화회관. 시어머니가 취미로 하시는 하모니카연주 공연이 오늘 여기서 있다고 한다. 생활체육처럼 생활예술을 장려하는 그런 느낌인지 오늘 이 하모니카 연주 포함, 클래식 기타, 실내악 합주 같은 몇몇 공연들을 몇주간에 걸쳐서 진행하는 듯 싶었다. 세종문화회관에 붙어있는 세종미술관에 괜찮은 전시를 자주 해서가끔 들르는 편인데 이곳 광화문광장은 올때마다 기분이 뿌듯하고, 너른광장 보면 마음도 탁트이고 넘나 좋은 것. 삼청동 산도 예쁘고, 건물이 높아도 다닥다닥하지 않고 시원스레 보이는 하늘도 그렇고 광화문 시청 을지로 시내가 내 취향인가, 난 역시 강남 스타일은 아닌듯. ​난생처음 본 하모니카연주에 대한 느낌은 굉장히 신선하다는 것? 그동안은 대중음악의 공연에서 가끔 전주사이에 들어가는 신나는 .. 더보기
급작여행 2. 부여, 군산 2017.09.01 - 03 급작 여행 1탄에 이은 2탄은 그 바로 다음 주! 전주 금토일 강원도(원주, 강릉, 대관령) 여행으로 부족했던 우리가 10년치 휴양소 TO 원기옥을 끌어모아 (도대체 왜?) 당첨된 부여로 떠난 이야기 전주에 떠난 그 여행은 포스팅한지 2년도 더됐네 ㅋㅋㅋㅋ 2017/09/27 - [Travel/국내여행] - 급작여행 1. 강원도 원주, 강릉, 대관령 급작여행 1. 강원도 원주, 강릉, 대관령 ​2017. 8.25~27 금요일 마감후 퇴근 한시간쯤전에, 갑자기 문득, 어딘가 가고싶어졌다. 주말에 여행하는것은 부지런해야 하는 것. 일찍 일어날 자신도, 주말 아침에 안 피곤할 자신도 없는 우리는 지금, 금요일밤.. nangbi.tistory.com 올 여름(8월 초)에 갔던 다낭여.. 더보기
고미숙님 두 권의 책 1.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재밌게 글을 쓰시는 분이다.그러나 뭔가 모르게 글이 살짝 오래된 느낌이 드는건 (유행이 지난 느낌이랄까) 철지난 유머의 수사가 많기 때문인 듯 하다. 주절주절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느낌의 수사. 그녀는 연암에게 유머가 있다고 극찬하는데, 아직은 연암의 유머보다는 고미숙씨의 유머시도가 더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역시 유머는 피터드러커같이 진중한 가운데 촌철살인으로 웃기는게 내 취향인듯. 그런 가운데 역시나 오랜만에 보는 좔좔 흘러넘치는 지식들, 엄선한 단어들과 비유와 유희들이 훨씬 더 반갑다. 몇달전에 “우리몸이 세계라면”을 쓴 김승섭 작가의 글을 읽으며 정중하고 잘 퇴고된 젠틀한 문장에 감탄했다면, 뿜어져나오는 그녀의 단어들은 발라당 까진 느낌이지만 에너지가 콸.. 더보기
행복 결혼 이후로 집에 사람들을 여럿 초대하여 먹고 마신적이 꽤 있지만 언젠가부터는 방에 먼저 들어와 쉬는 적이 많았다. 합정근처에서 놀다가도 일차만 하고 난 먼저 들어와 쉬거나 잠이 들었다. 둘이함께 있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억지로 누군가가 기다리거나 억지로 끝내기보다, 서로의컨디션에 맞추어 원할때까지 편히 노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일차가 끝나면 날 집에 데려다주었고, 나는 다시 그들끼리 편하게 놀게 두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체력이 점점 고갈되는 게 느껴졌다. 자꾸 끝을 잊어버리는 술자리의 기억 역시 하나의 증거이다. 내 해마들은 벌써 많이 없어졌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편의를 추구하는 나의방식은 누군가에게는 서운하게 느껴질수도 있을것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십여년전쯤에, 아니 20대초반부터.. 더보기
올해 첫 겨울여행 (2) 인제 오늘의 목적지는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이다. 춘천에서 못다이룬 설산 절경의 꿈을 인제에서 이뤄보리. ​ 춘천에서 인제는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국도를 탈수도 있었지만 눈도 오고 하여 무서움을 타는 나를 위해 조금 더 넓은 길을 택했다. 고속도로를 거쳐 44번 국도를 따라 펼쳐지는 장관을 구경하면서 자작나무숲 주차장에 도착한 건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자작나무숲은 2시 이후에는 입산 통제를 한다고 하여 서둘렀다. 도착도 전에 숲으로 향하는 고개를 넘으며 차도 사이로 늘어선 하얗게 내려앉은 나무눈꽃에 일찌감치 감탄의 역치를 넘어섰다. ​ 등산을 좋아하지 않아서 산에 가본지도 오래인데, 그것도 겨울 산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거의 뭐 학창시절에 오르고 처음인 듯? 만석인 주차장에 겨우 자리를 .. 더보기
올해 첫 겨울여행 (1) 춘천 춘천, 인제 여행 이상원 미술관 2020.02.15~16 4주에 한번 돌아오는, 토일 함께 비번인 날은 뭐라도 하고싶어져 근질거린다. 결국 또 참지 못하고 질러버린 일박이일행. 이번엔 이상원미술관 뮤지엄스테이를 찾아내 가기로 하면서, 장소는 자연스레 춘천으로 정해졌다. 춘천 여행의 시작는 닭갈비죠. 몇년만에 다시 찾은 닭갈비의 본가 일점오닭갈비(1.5닭갈비) 그때처럼 학종이에 26번 번호를 받고 , 이십분 정도 기다려 입장하였다. 간이 세진 않지만 닭은 부드럽고 통통하며 큼직하여 과연 닭갈비의 본고장 본좌다웠다. 재료에 충실한 것이 기본중의 기본. 볶음밥 전에 철판을 싹 긁어내주는 서비스도 충격과 공포. 닭갈비 원정온 김에 오빠네 집에 택배로 배송 하나 날려주고 뿌듯한 마음으로 퇴장. 소양강처녀를 들으며.. 더보기
진보의 역설 - 그레그 이스터브룩 “우리는 왜 더 잘살게되었는데도 행복하지 않은가” 많은 현상을 임팩트 있게 분석해낸 이 책은 그야말로 요약정리를 필요로했다. 그저 요약본을 주기적으로 읽기만 해도 내게는 큰 도움이 될것 같아 남긴다. ​ • 현대미국인과 유럽인의 삶에서 거의 모든 경향선이 긍정적인 형태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과정 가운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서구의 삶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 사실조차 부정하는 이유, 풍유롭고 자유로우며 기본적으로 꽤 훌륭한 미국과 서구유럽에서 너무도 많은 불행한 사람들이 생겨나는 이유 존재하는 모든 문제를 극복했는데도 더 많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 • 낙천적 사회적 환경과 개인의 불행의 오버랩 1)선택불안:사회적 힘에 구속되어 선택해야할 사항이 지나치게.. 더보기
남의 여행기 (feat 태원준) 내가 언젠가 지나가다 읽은 여행기가 마음에 들어서 등록해놓은 블로그가 태원준의 블로그인 것을 최근에 알게되었다. 여행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 내가, 거의 유일하게 읽은 여행책의 작가. 60 넘은 엄마와 30후반의 아들이 같이 세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책 제목은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외 다수) 책이 좋았던 기억처럼 태원준의 블로그도 역시나 재미있다. 일단 작가 자체가 가식이나 허세를 부리는 면이 전혀 없어 좋고, 문사철 관점으로 외국문화를 소개해주는 인문적 교양은 좀 적지만, 정말 부지런히 그리고 긍정적으로 여행을 해대는 그의 에너지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장점이다. 내가 블로그를 보기 시작했을 즈음에, 그가 100일 100도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했는데 그것인즉슨 3개월짜리 .. 더보기
진로 그간 미래를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아니, 치열히도 아니고 그냥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는 시간조차 별로 갖지 않았다는 자각. 서가를 정리하러 서재에 들어갔다가 짝꿍의 책중에 '신 행정학' 이라는 두꺼운 책이 보이길래 그걸 열어봤다가 한시간쯤 앉은채로 한 챕터를 읽게되었다. 은행서 외국환 법관련된 일을 하다보니 법대들과 법률 기관, 민사법과 더불어 행정학이란 학문과 행정학과라는 생소한 내용만 듣다가 요 책을 보다보니 국가분립의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서 마지막이 행정이라는 단어가 겹치는게 나 나름으로는 충격이었다. 은행에서 일하며 겪는 각 대외기관들, 선임기관들 국가의 부서들을 늘 귀납적으로 엮어서 생각해왔다면 그걸 이미 이런 책에서 연역적으로 상세히 서술해놓은 것이 충격적이었고, 그간 나의 전반적.. 더보기
구호선 출근길 아침. 지하철 맨끝차량으로 탄 김에 벽자리에 자리를 잡고 등을 기대었는데 내 옆에 선 키 큰 남자의 패딩이 나를 짓눌러와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약간 움찍했지만 이내 다시 자리를 잡은 남색 패딩은 다음역까지 가는 동안 또 나를 서서히 눌러오기 시작했다. 정말 모르는사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압력이 심해졌는데, 보통 역에 도착할때 밀려드는 사람땜에 일시적 압박 이후 역과 역사이에는 크게 변동이 없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저 패딩이 그냥 뒤로 눕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 벽에 기대고 서있는 내 오른쪽 어깨가 눌리다 못해 팔이 저려온다. 내가 구호선 낑겨가는거 어지간하면 안마의자 정도로 좋게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안마의자도 팔을 저리게 누르진 않는다고! 너무하네 정말 더보기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연휴 끝 월요일. 3일밖에 되지 않는데 이번 연휴가 오기전에도, 지나가는중에도, 마무리할때도 참 소중하고 시간이 조각조각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목요일에도 자꾸 요일확인을, 금요일에도, 토요일, 일요일도 마찬가지였다. 나 스스로에게도 확인,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도 확인했다. 아마도 이런 기분은 요새 나의 삶이 어딘가 억눌린 것이 아닌가 , 그걸 반영하는게 아닌가 싶은 추측이 든다. 휴일의 시간을 붙잡고 싶은 기분은 비휴일의 나는 정상적인 내가 아니라는 말이 아닌가. 일본 철학자가 쓴 50 철학책 뒷부분을 읽고있는데, 이 사람의 논조가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어 마음에 든다. 최근에 되돌아 복기하며 본 것중에는 특별히 한가지 부분이 잔상이 남는다. 나의 환경이 단순히 내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1) 내가 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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