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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국내여행

올해 첫 겨울여행 (1) 춘천

 

 

춘천, 인제 여행
이상원 미술관 2020.02.15~16


4주에 한번 돌아오는, 토일 함께 비번인 날은 뭐라도 하고싶어져 근질거린다. 결국 또 참지 못하고 질러버린 일박이일행. 이번엔 이상원미술관 뮤지엄스테이를 찾아내 가기로 하면서, 장소는 자연스레 춘천으로 정해졌다.

 

 


춘천 여행의 시작는 닭갈비죠. 몇년만에 다시 찾은 닭갈비의 본가 일점오닭갈비(1.5닭갈비) 그때처럼 학종이에 26번 번호를 받고 , 이십분 정도 기다려 입장하였다. 간이 세진 않지만 닭은 부드럽고 통통하며 큼직하여 과연 닭갈비의 본고장 본좌다웠다. 재료에 충실한 것이 기본중의 기본. 볶음밥 전에 철판을 싹 긁어내주는 서비스도 충격과 공포. 닭갈비 원정온 김에 오빠네 집에 택배로 배송 하나 날려주고 뿌듯한 마음으로 퇴장.

 

 


소양강처녀를 들으며 춘천댐을 건너 미술관쪽으로 향했다. 날씨는 푹한데 또 흐려서 계곡따라 빙어낚시를 해야할 호수들이 얼다 말아서 썰렁했고 , 국도길에 줄지어 지어져있는 먼지 앉은 펜션도 어둑어둑하니 휑하였다.

미술관은 국도길이 굽어돌아나가는 길 한편에 계곡 따라 자리잡고 있었다. 입구부터 바글바글한 승용차들이 이곳이 핫스팟임을 짐작케 했다. 한턱 올라와 조금 여유가 있는 공방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카운터로 들어갈때쯤 흐렸던 하늘에서 비가 떨어졌다.

 

 


예약한 방은 포레스트B타입. 티켓오피스동에 붙어있는 방이다. 2층 끄트머리 방인데 작지도 크지도 않은 방이지만 깔끔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베란다 쪽으로 산을 마주본 통유리창이 있었고, 작은 공간에도 딱 알맞은 사이즈의 액자를 걸어놓았다. 방은 간접조명이 풍부했고, 거실에 티비와 소파 외에 크고 둥근 하얀 대리석 테이블을 가져다 놓은 것이 특이했다. 베란다 너머가 바로 길가인 것이 조금 신경쓰일수 있으나 그냥 이곳 자체에 사람이 많지 않으니 괜찮았다.

 

 

 

 

이 뮤지엄 스테이에는 체험용 공방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방은 유리공방, 자기공방, 금속공방이 있었는데, 각자 나름대로 자그만 소품 만들기 수업들을 진행하고 있었다. 수업은 거의 20-30분 7세 이상 정도의 난이도. 대개 다 만들어진 것에 아주 살짝 거들고 재료비+수고비를 받는 수준 이다. 아마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아 꾸며놓은 구성이겠지만 성인 2명이 호기심 있게 뛰어들기엔 썩 내키지 않아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작은 유리 귀걸이 정도만 하나 샀다. 공방은 구경한 것으로 만족. 여행가서 무언가 체험하고 구경하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이제는 있는것에서 나아가 퀄리티와 난이도별 만족도란 것이 중요한 듯. 우리나라도 성인을 위한 체험클래스가 더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술관은 언덕 끝에 사과반쪽처럼 동그랗게 지어진 건물이었다. 건축양식도 뻔하지 않고, 미술관 내부도 여유있게 넉넉하니 좋았다. 2~4층을 전시실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방문했을 때에는 4층은 이상원화백이 쓰고 다른 전시실은 다른 작가들을 위해 대관을 해주고 있었다.

 

 

 

 

이상원이라는 분은 처음 들어봤는데, 이름보다 그림으로 먼저 강렬하게 다가왔다. 한지에 먹과 유화를 사용하여 그린 그림이 독특했다. 일단 그림의 재료가 처음 보는 조화였고 그 조화가 기가 막혔기 때문에 진심으로 감탄하였다. 생각보다 굉장히 사실주의적인 그림이었는데, 독학으로 그림을 배워 영화간판을 그리던 분이라고 하니, 그림실력이야 말해 무엇하랴. 마흔즈음에 순수 미술의 세계로 입성하셨다고 한다.

 

 

 

마치 현미경을 들이댄듯 사진기를 들이댄 듯, 확대한 피사체 포착이 특이했다. 끝까지 배경을 그리지 않고 먹으로 날린듯 처리한 배경이 대비가 잘 되어 멋이 있었고, 마치 수묵화 속에 유화로 인물화를 그린것 같은 특이한 느낌이었다.

뮤지엄스테이에 묵는 손님들은 각 방마다 그분의 작품을 담은 정식 도록이 한권씩 있어서 살펴볼수 있게 해 놓았는데 나역시 방에서 미리 살짝 들춰보고 왔지만, 막상 작품을 마주하니 도록에 담을 수 없는 사이즈의 감동, 세밀한 묘사, 주제표현이 더욱 와닿았다. 해설에는 이 작가의 작품이 해석이 난해한 편이라고 했지만, 내게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직접적으로 와닿아 이해하기 쉬운 느낌이었다. 낡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애정이라는 큰 틀에서 그의 그림들은 전부 사랑을 듬뿍 담은 아름다운 그림들이었다. 누구나 이상원 작가를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 그에게 호감을 느낄 것임을 감히 예상해본다.

 

 

3층에 전시되어있는 변대용 작가의 작품도 좋았다. Being inside라는 부제를 걸고 있었는데, 검은 피부의 사람모양 조각품들을 설치미술처럼 세워놓았다. 내면세계의 탐구라는 주제에 맞게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명상에 잠긴 조각품들이 마음에 들었다.

큐레이터가 작품해설에서 조용하게 그 주위를 거닐어보는 것을 추천하였는데, 정말 순식간에 작가의 세계에 동화되는 기분이라 깜짝놀랐다.서늘하고 쾌적한 공기와 잘 어울리는 감은 눈과 명상에 깊이 잠겨 얼굴이 반이 바닥에 잠긴 사람들. 침잠하는 느낌을 단순하도도 단단하고도 크게 표현한 것이 그 공기와 분위기와 어울려 관객을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전시실 한켠에 자리한 날개달린 커다란 조각상 하나는 바닥에 앉아서 지그시 창문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시선이 창문 아래 정확히 꽂혔다. 어쩜 이렇게 상황에 들어맞는 작품인지, 이건 공간을 보고 작품을 만들었는지, 작품을 그 공간에 갖다놓아서 좋은건지 , 누가먼저 시작했는진 몰라도 이 산속깊이 자리한 조용한 미술관과 잘 어울리는 그런 작가와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저녁은 일곱시반 이곳 레스토랑에서 예약, 방문하였다. 이곳 숙소 자체가 숙박시설로서 지어졌다기보다는, 미술관에 들른 사람이 여유롭게 쉬어가게 하는 용도라서 그런지 주변에 식당도 없고, 작은 편의점 하나 없이 운영되고 있어 레스토랑을 제외하면 딱히 식사를 할 곳이 없었다.

 

 

하나뿐인 레스토랑이지만, 과하게 비싸지도 않고 맛도 훌륭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만족스럽게 하고 슬슬 걸어 동네 한바퀴 산책 후 숙소에 돌아왔다. 올때까지만 해도 외부음식 반입금지인지 몰랐는데 얼결에 와인한병을 반입하긴 했지만 , 그것 외엔 아무것도 없는 덕분에 모처럼 뮤지엄 스테이의 컨셉에 맞는 조용하고 여유있는 밤시간을 보냈다.

 

 


새벽무렵, 밤사이 내린 눈이 하얗게 덮인 숲 풍경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완벽한 탈바꿈은 아니었다. 싸락눈이 가볍게 날리고 있었다. 한적하다못해 적막한 아침.

 

 

베란다 창문틀 사이로 비추는 프레임에는 좌우 양옆이 다 사라져 있기에 병풍처럼 늘어선 산능성이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어떤 시점을 뚝 잘라놓은듯, 정사각형 캔버스의 그림을 보듯 시공이 멈춘 느낌이었다. 겨울무렵이라 황량할 법도 했지만 창문 프레임 그림엔 은근히 녹색도 자리하고 있어 다채로웠다. 그러나 그 녹색마저도 한톤 필터를 벗겨낸듯 하얗게 바랜 색감 덕분에 겨울 계절이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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