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오빠네와 우연히 만나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에서야 부리나케 짐을 챙겼다.
여전히 짐싸기에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는 나는 무슨 가방을 가져갈지 무슨 옷에 무슨 외투를 입어야할지 막판이 되서야 충동적으로 골라 들고 나왔는데 이것은 일박이일 내내 날 괴롭게 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3월 초 부산 날씨는 롤업 청바지를 입기에 추웠고, 오버사이즈 하늘색 니트코트는 평소 애매한 상 그대로 이틀 내내 어정쩡한 사진을 찍게 했다. 와중에 양말은 하나밖에 안 챙겨가 부산에서 하나 사서 신어야지 했거늘...... 첫날 흔한 양말가게 하나 발견하지 못해 이틑날에야 기념품 숙제마냥 하나 사서 가방에 쑤셔넣었다.
애매함의 정석, 이정도는 되어야 패션테러리스트
토요일 , 날씨는 서늘했지만 제법 햇살이 좋았다. 약간 쌀쌀하면서 햇빛이 따뜻한게 역시 좋다. 머리는 맑아지고 몸은 약간 긴장하는 기분이랄까. 따뜻한 햇빛은 건강해지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몸을 좀더 활동적으로 움직이면 딱 적당한 온도가 될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람을 에너제틱하게 만드는듯하다. 기차여행은 이런날씨에 더 적절했는데, 창가에 쏟아지는 햇볕 때문이었다.
부산역 인포메이션에서 지도를 하나 집었는데, 외국이 아닌 우리나라 도시 관광지의 은근한 재미가 있다. 토박이도 잘 모르는 10선,12경은 물론이고 나름 최신 업데이트 정보를 담고 있다. 지도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근데 부산엔 맛집이 유명한 줄 알았는데, 이 지도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맛집 안내는 의외로 별로 없어 좀 의아했다. 너무 많아 꼽을수 없어 그런건가
세시에 체크인하는 콘도 시간이 좀 남아 먼저 들른 센텀시티에서는 벡스코 건물 너머 시립미술관 별관에 있는 이우환 미술관을 들렀다. 일본 나오시마에서 안도타다오 만큼이나 명성이 있던 이우환의 이름을 보기도 했고, 짧은 여행이라 원래 굳이 뭘 볼 생각은 없었지만은 소규모의 전시라면 부담없이 보고가도 좋을것 같아서였다.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상설전시를 하고 있는 이우환 미술관은 자연소재를 활용한 묵직한 주제의 설치 현대미술이 메인이었는데, 돌과 철판, 나무, 유리 등을 주로 이용했다. 영훈이는 사실 나의 갑작스런 제의에 여기 들어왔는데도, 나름 같이 많이 느껴(?)주려고 애쓰는 느낌을 받았는데, 말인즉슨 전시가 재미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이우환;선으로부터 출처:서울경제신문
하지만 그 안에서 둘이 뭔가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나쁘지 않았다.
세로줄이 가득 그어진 그림앞에서 ,
나는 아래로 새는 느낌을 ,그는 솟구치는 느낌을 받는 것도 재밌었다.
날씨가 적당히 차갑고 흐려서 좀더 그윽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다.봄처럼 따뜻했으면 오히려 좀 사진이 더워보여서 싫었을지도.
방을 나와 마린시티 거리를 천천히 걸어 해운대쪽으로 향했다.
거창한 '결혼기념일 기념여행'이라는 말을 붙였지만, 한마디로 '기차타고 부산가서 아쿠아리움 보고오자' 라는 게 이번 여행의 컨셉이었다. 그래서 아쿠아리움은 미리 두장 표를 서울에서 예매할 정도로 정성을 보였는데, 의외로 입장하고 나니 약간 허무할 정도로 우리 취향은 아니었더랬다. 이곳의 타겟팅은 후하게 쳐서 초딩.....
초딩동심으로 돌아가
그래도 세로로 아주 긴 수족관과, 상어가 떠다니는 해저터널은 볼만했다. 왠지 많은 방송에서도 봤던 기억이 나는걸 보니 나름 유명한 곳인가 싶었다.

차가 없어 이동이 쉽지 않은김에 오뎅안주나 사서 그냥 콘도에 들어와버렸는데
조개찜먹으며 돋운 흥은 콘도에 붙은 노래방에서 마저 만끽하고
마트에서 와인을 하나 사서 올라오다가 근사한 야경을 좀더 즐기러 32층 bar에 입성.
이로써 광안대교의 야경은 9할이 되었다.
추천받은 돼지국밥집을 찾아가 점심을 한상하고
'Travel >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해 첫 겨울여행 (1) 춘천 (0) | 2020.02.17 |
---|---|
급작여행 1. 강원도 원주, 강릉, 대관령 (2) | 2017.09.27 |
봄차밭 나들이 - 보성여행 (6) | 2015.04.29 |
경주여행6: (3) | 2013.04.09 |
경주여행5: (4) | 2013.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