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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Portugal

포르투갈 9 - 카스카이스 : 컴팩트한 아름다움, 카스카이스 산책

여행 다섯째날

일어나 산책을 해야한다는 의무감에 벌떡, 알람이 계속 울린다. 어제밤에 진한 포트 한병을 다비워 그런가 숙취인지 모를 배아픔이 올라와 바로 조식먹으러 출동!!

빛이 비추는 것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계단

식당은 일층 로비 옆에 붙어있었는데, 다시 보니 어제 밤 와인잔을 얻으러 들렀다가 벨기에 아줌마를 만난 곳이다. 친구들과 여행 모임이 있어 세계방방곡곡 여행을 즐기신다면서 일본 중국 다 가봤는데 한국만 안가봤다던 분. 아니, 우리도 프랑스 이태리 네덜란드만이 아니라 중간에 낀 벨기에의 앤트워프 겐트 브뤼셀을 들렀는데, 당신은 일본 중국 가면서도 왜 한국은 못 와봤냐고 취한김에 이런저런 말을 신나게 주고받았었네. 해외나가면 쓸데없이 인지도 놀이를 하게 되는건 모든 여행자가 다 그런가 봄 ㅎㅎ

식당 통 유리창 너머로 바깥 광경이 벌써부터 말이 안된다. 뜨는 빛이 타일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선글라스를 쓰고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몇 보인다. 아예 바깥은 무지막지 햇빛이라 유리창 안쪽에 바로 붙은 자리를 택했는데도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렵다. 식사 내용은 뭐 그저그랬지만, 이 호텔은 방이고 조식이고 그냥 위치가 열일하고 그것이 다이다.

식기를 반납하고 홀린 것마냥 자연스레 밖으로 나와보았다. 반 야외테라스에서 조식 먹다가 건너편에 보였던 시청 광장 인포만 한번 간다는 것이 인포가 닫는 바람에 아쉬운 김에 몇발짝 더 둘러보기로 했다. 벼르던 아침 산책은 일단 이 차림새로 아무데나 걸어보는 걸로

바다를 따라 조성된 돌길로 언덕을 따라 올라갔다. 성벽이 높은 큰 건물이 하나 나타났는데 안내문을 살펴보니 Citadel of Cascais , 예전에는 요새로 현재는 호텔로 사용되는 곳이다.

성벽길 끄트머리에는 요트가 잔뜩 정박해있다.요트가 지저분해 보일 정도로 많다. 성벽은 한적한데 사람들은 끊임없이 오가고 조깅족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로렐라이인가봉가

다시 해변가로 내려와 널린 벤치에 그늘을 골라 앉으니 참으로 천국이 따로 없다. 한가롭고 따뜻한 이 도시는 어디서 인제서야 튀어나온 보석같은 곳이더냐. 유유자적하고 느리고 게으른 성품이라 핀잔주기전에 이 날씨를 살아가는 남쪽 나라 사람들의 애환(?)을 좀 이해해야 하겠다는 생각. 이거 뭐 바쁘게 살 생각이 들어야 말이지?!

앉아있다보니 타일 바닥이 눈이 부시고 물결 무늬가 바다 물결과 혼연일체가 되는 느낌이다. 야자수도 너무나 풍성하고 인도에 도시에 나열한 색색깔 꽃들이 이 도시가 휴양도시이고 (포르투갈 다른 도시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는 걸 보여주는 듯.

호텔 바로 앞에 붙은 모래사장에서 학생으로 보이는 두어명이 네트를 만들어놓고 비치발리볼도 아닌, 세팍타크로도 아닌 족구 비스무리한 걸 하고 있다. 남여 한쌍 같아 보이는데, 그들의 훈련선생님인거 같은 분이 네트 건너편에서 공을 던져준다.

산책 시작할때부터 하고 있었는데 성곽에 올라갔다 왔는데도 (심지어 재정비하고 나온다음까지도) 하고 있다. 열심이네 ㅎㅎ 모래판에서 하는 운동이라 좀 힘들어보이기도 했는데, 껴달라고 할만큼 놀멘 모양새도 아니라 얘기할 수도 없다.

아침마다 산책을 하는 것이 여행지의 최고 매력인거 같은데 , 그걸 잘 못하는 게으른 내가 싫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다른때보다는 아침의 시작이 빠른 편인게 그나마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대서양에 발좀 담궈보자고, 샌달을 신고 나온김에 해변에서 과감하게 발입수를 했다. 물이 꽤나 차가웠고, 아무도 없는 작은 해변에 갈매기만 여럿 끼룩거리며 날아댕겨서 갈매기 추적 달리기 같은거나 몇번 하고 나니 세상 평화로울 수가 없다. 모래가 굉장히 고와서 배수가 촘촘히 되는지, 물이닿는쪽 모래는 굉장히 단단해서 모래사장 같지 않았다. 놀기에 편안할 듯

후닥닥 씻고 오전중 카스카이스 시내탐방에 나서기 위해 서둘러 다시 나왔다. 11시가 아닌, 12시가 체크아웃이라 그나마 여유가 좀 있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늦게 출발하면 오늘 숙소인 아베이루까지 언제 간담. 모르겠다 일단 ㅋㅋ

시내를 나가기전에 먼저 이 호텔 옥상에 있다는 수영장에 들러보기로 했다. 수영을 하기에는 옷차림이 맞진 않았지만 구경만 하기에도 안왔으면 서운했을 뻔한 곳. 

와 이 광경 실화냐 ㅎㅎㅎ

카스카이스는 사이즈가 아담하고 도심에 바로 붙어있는 해변인 것이 독특하다. 이 도시는 찬란한 햇빛과 고저가 적당한 예쁜 해안가에 잘 꾸며놓은 길주변. 바로 앞에 너른바다와 해변이 펼쳐진 구성, 오밀조밀 모인 하얀색 상점들과 야자수들이 딱 예쁜 뷰였다. 방문했던 해변가 도시중에 가장 완벽히 컴팩트하게 어여쁜 느낌. 큰 바다에 접해있었는데도 지리적으로 그런지 둑을 해놓아 그런지 바다가 거칠지 않았고,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절벽 사이에 인간이 만든 견고한 집들이 쏙쏙 들어차있는데, 그 가운데를 모양 타일로 완벽히 꼭꼭 들어차게 만들어놓은 느낌.

이토록 목 좋은 옥상에 썬베드가 잔뜩 있고

우측뷰
좌측뷰
정면뷰

삼면뷰가 어찌나 각각 매력적이기도 하다.

보통 항구도시는 바다가 거칠거나, 가게들이 드문드문 있으면 좀 휑하거나, 가게들이 너무 뺵빽하면 생각보다 답답하거나 하여 생각보다 그렇게 아름답기 쉽지가 않다. 아예 자연적이거나 너무 도시화 되었거나 아니면 항구 특유의 지저분한 것들이 널려있거나 하는데, 여기는 그 모든 것들을 적당히 버무려놓은 듯한 완벽한 짜임새가 있는 곳이었다. 크로아티아의 마카르스카가 뜻밖에 좀 이렇게 아름다운 느낌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호텔바이아를 내려와 시청광장 쪽으로 향했다. 

그래피티가 있다는 골목이 있어 찾아가보았더니, 휑한 골목 가운데 이런 거대 작품들이 떠억ㅋㅋ
우리나라의 마을 벽화는 좀 귀여운 맛이 있는데, 이동네 벽화들은 좀 본격적인 느낌이다. 

어제 호텔가다 만난 세모난 공원에는 작은 벼룩시장이 서 있었는데 그야말로 골동품을 파는 모양. 매력적인 물건을 판매하는게 아니라, 누가봐도 안사갈거 같은 물건을 처분하는 느낌이다 ㅎㅎㅎ 구경하는 맛은 있지만 건질 건 별로 없는 시장. 마그네틱을 파는 분이 있어서 그나마 그걸 하나 건졌다. 카스카이스 글씨가 써진 것으로! 



놀라운 건 이 공원에 회전목마가 하나 서 있었다는 것이다. 이 작은 동네 공원에 회전목마라니. 처음 보는 구성품인데 꽤나 어울렸다는 것이 더 신기하다. 아마도 휴양지같은 도시의 분위기와 작고 오밀조밀한 구성이 알록달록 회전목마와 어울렸나보다. 노랫소리가 나오며 돌아가는 걸 봤으면 더 귀여웠을텐데.. 난데없는 회전목마라니 호밀밭의 파수꾼 생각도 나고.

공원을 지나 카스카이스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 앞에 쇼핑몰과 맥도날드가 하나 크게 서있고 걷기 좋은 길이 주욱 나 있었다. 두갈래로 갈라진 왼쪽 길로 접어든지 얼마 안되어 푸르른 바다가 한눈에 쫙 펼쳐진다.

와, 이 도시는 기차역 바로 앞 50미터만 나가면 해변이네. 휴양지 느낌 제대로!!

카스카이스가 아마도 이 기차노선의 마지막 역인 듯 하다. 더 왼쪽엔 대서양 뿐이니까. 포르투갈은 어딜가나 세계의 끝 느낌이다. 그래도 그나마 이도시는 좀 귀여워 그런지 애잔한 느낌은 좀 적다. 

이 해변 이름은 레이냑 해변이다. 내려가볼만한 여유는 없었지만, 위에서 잠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되었다. 예쁘고 여유롭다. 근데 너무 덥다....

해변 절벽은 뭐 요정도?

물결무늬 타일이 세련된 쇼핑길을 따라서 구경하면서 걸어내려갔다. 너무 뜨거움을 참을수 없어 기념품 가게에서 모자를 하나 집어 들었다. 더불어 펼쳐놓은 배쓰타월의 포르투갈 레터가 너무나 예뻐 홀려서 그것도 하나 샀다. 이 나라는 그림 그리는데 장인들만 사는듯..어제 지나다 들렀던 술집에서 오늘 저녁 먹을 포트와인도 하나 사고 카레집도 발견하고 나름 소소하게 즐거운 시간.

타월 넘나 이쁜 것!!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 골목에 이름을 표시해놓은 표지판이 아줄레주 12개를 붙여놓은 타일모양이다. 이건 세계 어디가도 포르투갈이 최고일 것이다. 이들은 너무 익숙해서 이게 예쁜지도 잘 모르겠지. 어지간한 기념품이 죄다 아줄레주로 만들어져있는 것 뿐이라도 볼때마다 이쁜 것이 타일이다.
매일 똑같은 길을 가도 볼때마다 기분 좋아질 듯!

말로만 듣던 포르투갈의 유명한 정어리 가게 입성. 이름은 CASA ORIENTAL. 이 가게의 DP는 너무나 화려하여 넋을 놓을 지경이었는데, 마치 윌리웡카의 초콜릿공장에 방문한 찰리가 된 기분. 생선 통조림만 아니었더라도 선물로라도 훨씬 많이 사왔을 것인데, 꽁치통조림 같은 내용물에 그렇게 화려하고 트렌디한 핑크핑크한 포장이라니, 언밸런싱의 극치 ㅎㅎ

주저하며 두 개만 집어왔는데 나중에 집에와서 까먹어보니 넘나 맛있어서 두개만 집은거 후회함...

이제 호텔에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 

아까 점찍어두었던 카레집에 점심을 먹으러 왔다! 가게 이름이 무려 간디팰리스 , 와이파이비번은 iloveindia  ㅋㅋㅋ
런치로 나온 플래터를 적당히 시켜먹으니 든든하다. 카레의 달콤한 향이 온 골목에 퍼져나간다.

이제 카스카이스를 떠날 시간 - 떠나려 하니 어제 처음 왔던 때처럼 반짝거리는 매력이 되살아났다. 이 도시는 햇빛이 가득 내리쬘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ps... <지옥의 입>

떠나기 전, 카스카이스 도시 근처 명소인 '지옥의 입'에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이름 참 살벌하네..

지옥의 입은 카스카이스 도심에서 차로 한 5분정도면 충분한 거리에 있는데, 그곳까지만 가도 벌써 집들은 멀찍이 떨어진 한적한 곳이다. 바다의 위용도 훌륭하지만, 지옥의 입 근교 조용한 분위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따스한 햇살과 넓은 바다 사이에 그 넓게 펼쳐진 검은 바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얏호

바로 요부분이 뚫린 입, '지옥의 문' 이렷다. 화강암이 웅장하게 고리를 만든 가운데 푸른바다가 넘실거린다. 망망대해 수평선만 보면 너무 평화로운데, 바위를 보면 무시무시하다.
기암괴석은 어느나라의 것을 봐도 잘 적응이 안되는데 볼때마다 새롭고 놀라운 이유는 아마 자연의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이라면 이렇게나 다르게 만드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짧지만 기분좋았던 카스카이스 진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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