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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Portugal

포르투갈 6 - 신트라 : 높은 산속에 숨겨진 왕실의 신비한 궁궐

여행 넷째날

벌써 넷째날이라니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새벽녘에 깼는데 시간이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아침의 햇볕은 좀 흐렸다. 조식을 먹고 얼른 출발하려고 부지런히 준비를 했다. 렌트카를 확보했으니 오늘은 차를 타고 리스본 근교 ‘신트라’ 를 구경하고 또다른 근교 도시인 ‘카스카이스’ 에 묵기로 계획했다.

 

 

어제 렌트카를 수령할때 이동시간이 생각보다 짧아서 차에 적응할 틈이 없었다. 아침에 호텔 직원이 발렛으로 빼준 차에 탔는데 또다시 처음 타는 느낌. 도로와 네비게이션에 적응할 틈도 없이 고속도로가 바로 나오는 것 같아서 난 좀 걱정이 되었는데, 막상 운전자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내가 운전자라면 훨씬 적응이 어려웠겠지. 갈수록 퇴화하는 나의 능력을 어찌할고 ..?

신트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유턴 몇번 하고 고속도로로 바로 들어왔는데, 고속도로 역시 적응할 틈도 없이 금세 신트라 쪽 출구로 들어섰다.

신트라는 리스본 서쪽 산 지형 높은 곳에 형성된 유적지 구역이다. 신트라 왕궁과, 헤갈레이아 별장, 무어인의 성, 페냐 왕궁 등 수많은 명소가 몰려있다.

 

우측하단 노란색별표가 리스본 시내의 코메르시우광장, 좌측 초록색 산지가 신트라. 가장 왼쪽 끄트머리는 호카 곶이다.

 

그중 신트라 왕궁은 포르투갈 유일의 중세시대 궁전으로 알폰소1세가 지어서 왕가의 여름 궁전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일단 우리의 첫 목적지는 이곳으로 정했다.

 

 

본격적으로 마을길이 나왔는데, 길이 좀 좁아 보인다. 구글지도는 굉장히 좁은 길을 굽이굽이 안내했다. 골목길 같아 보였는데, 아직 메인 구역이 나오기도 전에 옆으로 차들이 불법주차를 줄줄히 해놓은 것으로 보아 주차가 만만치 않겠다는 예감이 벌써 들었다. 신트라가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이곳 자체가 좀 워낙 좁은 구역같아 보였다.

트라의 앞마당에 도착했다. 크지 않은 곳인데 줄지어 다니는 관광객이 가득했고 그 뒤로 광장이 펼쳐졌다. 광장 주변은 주차할 곳이 워낙 적어 다시 같은길을 한바퀴 돌아 아까전에 봐두었던 담 아래쪽 주차장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좀 먼가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주차를 빨리 해결하고 걸어서 올라가는 게 나을것 같았다.

 

 

 

다행히 지름길 계단을 찾아서 그길로 올라가니 아까 보았던 광장이 나타났다 ㅎㅎ 럭키!

 

벌써 제대로된 관광지스럽게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사람도 많고 주변에 아기자기한 샵도 많고, 무엇보다 모두들 상기된 표정들이다.

여기가 정문 입구다. 난 아무리 봐도 마치 옆문마냥 생긴 기분인데

 
길가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더 많은 사람이 오기전에 일단 신트라 궁전부터 얼른 봐야한다. '신트라궁+페냐궁' 세트 티켓이 있어 이걸 선택하여 값을 지불한뒤 입구로 향했다. 그러나 문이 어딘지 헷갈릴 정도로 궁전 입구 치고는 아무리봐도 화려하지 않고 좀 소박한 느낌. 티벳 궁전 같은 느낌도 있었다. 누가봐도 입구가 명확한 유럽성당 스타일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신트라 궁전 전체구역의 미니어처. 5시방향이 입구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바깥에 웅성대는 사람들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었다. 급 조용해진 느낌. 유료공간이라 그런가. 아니면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바닥에 그려진 동선을 따라 구경을 시작했다. 그런데 보다보니 내부도 어디가 어딘지 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한눈에 공간의 구성이 들아오지 않는 것이 좀 신선했다. 물론 높은 산지에 지으면서 불규칙한 지형에 따라 맞춰야 해서 그런것도 있겠지. 그래도 기본적으로 뭔가 대형 사이즈에 틀에 박힌 구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건 분명했다. 입구에 전시된 가죽의자에 잠시 앉아 생각했다. 뭔가 신비로운 곳이야.

 

 

살라 두스 시즈니스 : 백조방

첫번째 감탄 포인트가 등장했다. 와 이건 뭐야.
천장에 하얀 백조가 여러마리 노니고 있다. 이렇게 화려하고 어여쁜 공간이라니..!!

 

신트라궁은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포르투갈 왕실이 사용했는데 여러 차례에 걸쳐 확장과 보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고딕ㆍ이슬람ㆍ르네상스 양식이 혼합된 이국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특히 천장이나 벽 등에 그려진 그림들 때문에 백조의 방(Sala dos Cisnes)ㆍ까치의 방(Sala das Pegas)ㆍ문장의 방(Sala dos Brasões)ㆍ인어의 방(Sala das Sereias) 등으로 불리는 방의 내부장식이 백미라니 요놈들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저 오른쪽의 하얀색 굴뚝 두개는 신트라 궁전의 외관 포인트다. 용도는 주방의 굴뚝!!

 

살라 두스 페가스 : 까치방

뒤이어 나타난 까치방. 백조방만큼 블링블링하진 않지만 고풍스럽고 엄격한 절제미가 느껴진다.

 

계단과 정원을 통해 동선이 섬세하게 짜여져 각각의 방을 연결하고 있었는데 프랑스 러시아의 궁전처럼 광활한 공간은 없지만 아담해도 머무르고 싶은 그런 공간들이었다. 금박도 없었지만 갈색에 회칠한 벽들이 좀 투박해도 볕이 따뜻하고 공간이 아늑하였다.

 

 

그리고 가는 동선마다 구석구석 색다른 공간들이 펼쳐져서 지루할 틈이 없다. 딱 둘러보기 좋은 사이즈!

 

 

멋진 가구들도 많다. 그래도 역시 나에게는 공간 그 자체가 주는 인상이 가장 큰 것 같았다. 공간은 높은 천장, 벽의 색깔 , 채광 같은 것이 크게 좌우하는 듯.

이곳은 높은 산속이라 구름이 늘 가까이 있는 편인데 구름속의 해가 들락날락할 때마다 방안의 분위기가 시시각각 변하였다. 그래서 더욱 신비로운 느낌인 기분.

 

살라 두스 브라소이스 : 끝판왕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바로 여기!! 문장의 방이다. 

아줄레주가 잘 장식된 이 방이 가장 이쁘고 화려했고 빛도 잘 들어와서 너무나 분위기 있었다.

 

순서상으로도 가장 마지막이고, 방의 크기나 그 화려함의 정도가 남다른 걸 보니, 가문의 문장(과 영광)이 역시 한낱 동물들보다 우위인 모양이다. (백조와 까치에게 미안)

 

 

이 파란색 그림 타일이 바로 포르투갈 특유의 아줄레주 타일기법이다. 포르투갈의 어느 도시 어느 집에 가도 아줄레주 천지다. 도시 전체가 아줄레주로 꾸며진 곳이 얼마나 로맨틱한지는, 막상 보기전엔 절대 알수 없다!

 

아줄레주라는 말은 '작고 아름다운 돌'이라는 아라비아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옆나라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에 장식된 이슬람 타일장식이 부러웠던 포르투갈 왕(마뉴엘 1세)이, 본인의 별장에 흉내내 따라서 장식하기 시작한게 처음이라고 한다. 근데 알함브라도 예쁘긴 하지만, 포르투갈은 뭔가 더 독특하고 심미적으로 발전한것 같다. 청출어람일세 

 

 

아줄레주 앞에서 인물사진 대충 찍어도 , 바로 인생샷 건지는 것!

 

 

이 공간은 이슬람과 크라이스트교가 오묘하게 섞인 양식 . 이슬람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남유럽 건축의 특징이다.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멋진 전망 한번 느끼고!

 

 

 

주방과 침실 등 여러 장소를 꼼꼼히 둘러보고 나오니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붐비는 점심시간을 피해 지금은 간단히 먼저 간식으로 배를 달래고, 근처에 있는 헤갈레이아 궁전까지 돌아본 뒤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간식을 먹기 위해 찾은 디저트 가게가... 이렇게나 사람이 많다 ㅋㅋ

피리퀴타 라는 이름의 이 과자가게는 전통이 깊은 곳 같았다. 사람들이 완전 제대로 바글바글했는데, 이런 카오스에선 이곳만의 질서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포장용 줄과 앉아먹는데가 나눠져있는것 같아 각각의 공간으로 둘이 일사불란 흩어져서 효율을 도모했다.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는 사이 좌석이 났다. 구석에 앉아서 베개디저트(베개를 닮아 베개빵이다) 와 설탕 타르트 같은 걸 하나씩 시켜먹었다. 종류별 디저트를 시키고 커피와 콜라를 하나씩 시켜먹으니 딱 적절.

먹어보니 베개빵은 나에게 너무 달았고, 설탕 타르트는 먹을만 했다. 어릴적에 외할머니네서 먹던 시나몬 과자 같은 맛이 났다. 이것이 포르투갈의 트레디셔널이라니. 몇십(혹은 몇백년) 전 감성은 대륙을 뛰어넘어 계피로 대동단결인 것인지? 우리나라의 전통이 미제 초콜릿 같은 이상한 혈통인 것인지? 알수가 없고만

 

 

기껏해야 20분 정도 머물렀나. 사람이 끝도 없이 밀려 들어왔다. 대학생쯤 되어보이는 여자직원 하나가 정말 발에 땀나도록 주문 받고 서빙하고 치우고 했는데, 옆에 같이 일하는 아저씨 하나는 너무 대충 대충 일하고 있다. 설렁설렁하는 폼이 방금 들어온 우리 눈에도 보일 정도였으니 그 여자직원은 얼마나 성질이 났을고.


여튼 그 직원이 바쁜게 눈에보이니 뭐라 항의할 수도 없고, 우린 어엿한 손님이고 자리도 잡았지만 주문한번 하기위해 그저 손을 몇번씩이나 들고 그녀의 눈길을 좆으며 우리를 한번 봐주면 좋겠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돌아보면 포르투갈에서 이일은 간단한 시작일 뿐이었다. 내 돈내고 간 가게에서 눈치를 보고 사람을 부르고 직원의 관심을 구걸하는 것이.

 

 

 자 이제, 헤갈레이아 별장을 찾아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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