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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Portugal

포르투갈 4 - 리스본 : 일곱개의 언덕과 일곱개의 전망대가 있는 도시

여행 셋째날

리스본에서 눈을 뜬 첫날. 이제서야 진정한 여행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아무리 스탑오버로 많은 곳을 들러도, 여정을 풀고 가벼운 몸가짐으로 아침에 숙소를 나서는 기분과 같을 수는 없다.

우리의 숙소인 사하 호텔은 폼발광장 근처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광장의 회전 교차로를 지나 내려오니 검은 망토를 입은 학생들 여럿이 구호를 제창하며 지나가고 있다. 졸업식 시즌인가. 여튼 그들 덕분에 응원이라도 받은 듯 힘찬 발걸음으로 지하철역으로~

에고 폼발후작님 머리가 댕강

어제는 뒤늦게 벨렝 지구를 다녀오느라 리스본 시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벨렝에서 저녁무렵 트램을 타고 히게이라 광장에 내려 어둑해진 길을 걸어 올라온 것이 전부다. 오늘은 아침부터 시작이니까. 그 유명하다는 28번 트램부터 타보기로 했다.

일단 숙소근처에 있는 메트로역에 내려가 데일리 티켓을 끊었다. 오늘은 이동이 많을 것 같아 일찌감치 비바비아젬 장착.

누가 그림장인들의 나라 아니랠까봐 이렇게 예쁜 타일도 잔뜩

두 정거장을 지나 내렸다. 어제 밤에 걸어올라간 길이다 양 옆으로 하드락카페와 알마니가 보인다. 어제와는 또 완전 다른 분위기다. 

연두색 싱그러운 잎파리를 가득 단 아주아주 큰 나무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싱그러운 거리를 걸어 트램 정류장을 찾아 가는 길. 바닥에 하얀색 작은 돌타일이 마름모꼴로 촘촘히 박혀있다. 

길거리를 걷는 것이 참 좋은 도시이다. 한적하고. 예쁘고 반짝 거린다. 두로브닉 같은 느낌의 하얀 타일이지만 더 작고 조약돌처럼 반짝거리는 돌들. 다른 유럽광장바닥처럼 정사각형이 아니라 여긴 특별히 마름모꼴로 박혀있다. 하얀 타일 덕분에 화사한 느낌은 기본이요. 강한 햇살이 아주 강하게 반사되어 눈을 뜰수가 없는 건 옵션이다.

눈을 가리는 선글라스는 그냥 한겹의 셀로판지를 얹은 것 정도의 느낌. 맨눈은 물론이고 선글라스를 쓰고도 앞을 잘 쳐다볼 수 없어서 손차양을 만들어 햇볕을 차단 하여야만 한다. 이곳에서 왜 그렇게들 모자를 내놓고 파는지 이제 알것 같다. 

트램을 타는 곳에 다다르자 긴 줄이 보인다. 벌써 많이 늘어선 줄인데다, 트램이 사이즈가 작고 배차가 길어서 도통 줄어들것 같지 않아보였다. 구글지도를 검색하던 남편이 근처에 비슷한 코스의 737버스를 찾아내었다. 마침맞게 버스가 오고있었다. 또 뛰어서 마을버스 탑승 ㅋㅋㅋㅋ(어제부터 왜이리 뛰어다니는지)

작은 마을버스 사이즈를 오랜만에 탄 것 같다. 기동성이 좋은 컴팩트한 버스는 언덕을 거침없이 올라간다. 외길인데 트램은 전차길대로 가다서다 해야되서 오래 걸리지만 버스는 요리조리 빠져나가 머지않아 우리를 알파마 높은 곳에 내려주었다.

알파마 꼭대기에서 가장 가까운 곳, 처음 찾아가는 전망대는 그라사 전망대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조용하고 햇볕이 따뜻했으며 약간 서늘한 바람이 땀을 식혀줄 정도만 불어서 아주 쾌적했다. 

곳곳에 벤치가 많았는데 이는 거주민에게나, 관광객에게나 훌륭한 쉼터가 되었다.  나중에도 느꼈지만 리스본은 도시 곳곳에 벤치가 꽤나 많아서 편안히 쉬다 갈수 있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더라. 좋은 날씨 따뜻한 햇볕에 시원한 그늘 그리고 많은 벤치, 이것만으로도 이 도시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기 충분했다.

성당을 돌아서 금방 눈앞에 펼쳐진 전망대. 강과 성과 눈아래 가득한 지붕들이 잘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었다. 사람도 아주 많지 않고, 한켠의 작은 키오스크에선 아침부터 에스프레소와 맥주를 배달하는 중이었다. 우리도 함께 앉아서 시원스레 한잔 먹고 가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으나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리고 이곳 리스본엔 전망대가 많다니 곧 또 기회가 있겠지 (라고 생각한 건 오산, 전망대는 많지만 이곳같은 분위기는 딱 여기 한 곳이라서 각각의 전망대는 각기 나름의 취향을 탔다)

알파마 지구는 워낙 복잡하여 게다가 언덕이 많다길래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코스대로 걸어보기로 했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야 하니까.

기생충이 아카데미 받기전 , 이때도 핫했구만그려
상 비센테 드 포라 교회

도시 뷰가 예뻐서 전망대가 많은지, 전망대가 많아서 도시 뷰가 좋은지 알수가 없지만 그중애서도 알파마가 정수라는 건 알겠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도시에 관광객이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점잖게 즐기는 느낌. 특히 나이가 적잖은 노부부들이 손을 잡고 한적한 관광을 오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예전에 니스에 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유럽 노부부들의 휴양지 ㅋㅋㅋ (사람이 너무 많지 않으면서 산책하기 좋은 적당히 따뜻한 남쪽나라)

아줄레주 벽면
높은지대의 알파마 지구는 걷다보면 저렇게 아래 지붕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론리가 알려준 길은 그르사 전망대부터 출발하여 상 조르주 성벽을 따라 돌아 내려온뒤 두솔 전망대와 리스본 대성당을 들러 코메르시우 광장에 닿는 길이다.

 

오전시간이라 그런지, 비교적 높은 곳이라 그런지 윗동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침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선선히 돌아서 구경했다. 생각보다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았다.

장난감같은 문보다 더 눈이 가던 취객 그림 ㅋㅋ

조용한 동네를 마음껏 느끼며 쏘다니다가 상 조르주 성 하단부에 닿을 때쯤엔 사람이 급격히 많아졌다. 아마 단체 투어도 많은 듯 하고 요쪽은 그냥 관광객들이 정처없이 걷다가도 많이 들르는 모양이다.

두번째 산타루치아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라고 거창하기보다 그냥 난간 근처에 꾸며놓은 정원 정도랄까 ㅋㅋㅋ그래도 귀욤귀욤한 맛은 있다.

전망대 입구에 있던 벽에 꾸며놓은 타일 그림

깜짝, 이 무섭게 생긴 양반은 누구여 -

아래 이름을 보니 ST. VICENTE라고 써있다. 여행 출발 전 읽었던 대항해시대 책에 나왔던 인물이다.
순교한 그를 까마귀가 지켰고 유해를 배로 옮겨왔다 하여 늘 그의 상징으로 까마귀와 배가 등장한다 함. 어디보자 정말 배를 들고 계시네~

이분 동상이 내려다보는 광장에 이르렀다면 그곳이 바로 포르타 두 솔 전망대이다. 탁 트인 광장에 노랫소리와 드글드글한 사람들, 식당들이 늘어서있다. 트램도 쉴새없이 지나다니는 이곳은 포르투갈 전망대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다. (= 접근성이 가장 좋다)

그림을 파는 사람, 기념품을 파는 사람,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자리를 펴고 있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틈새를 비집고 한쪽 구석으로 가 해변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싸구려 팔찌를 가득찬 한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누가봐도 장사꾼이라 노땡큐를 외치고 도망가려고 했는데, (사람이 많아 재빨리 피하기 실패) 남편을 바라보더니 팔찌는 파는게 아니라 선물이라면서 옆에 있는 여자친구(나?)에게 기념으로 선물해주라면서 흔히 그렇듯 술술술 썰을 풀어간다. 아저씨의 일방적 질문폭격에도 잘 참는 중이었는데 , 그중 국적을 묻는 질문에 결국 남편이 못참고 대답을 해버린다. 이런이런 너는 질문하기 게임에서 졌구나.


난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시하고 걷기 시작했는데, 뒤돌아보니 남편은 아저씨와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있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그가 상기된 표정으로 내게 돌아왔다. 팔찌 두개를 들고 -


결국 산거냐 물었더니 , 직접만든 팔찌 두개를 공짜로 준 건 맞지만 태어날 자기 아이를 위해 축복을 해달라고 해서 5유로-> 3유로-> 결국 1유로에 합의 보았단다. 그래 뭐 이것도 관광의 일부이긴 하지. 비싸지도 않은데 기꺼운 마음으로 커플 팔찌를 하기로 했다. ( 다음날 카스카이스 골동품 시장에서 같은 팔찌를 본 건 그냥 안본걸로 하자)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리스본 대성당이 있어서 이곳까지 구경을 마치고,

슬슬 배가 고파 밥을 먹으러 왔다.

포르투갈 특산(?)요리 ‘해물밥’ 을 먹어보려고 검색한 결과 평점이 괜찮은 마리아 카티나라는 식당을 찾아갔는데, 점심 한창 타이밍이 좀 지났는데도 기다리는 팀이 있었다. 이럴 때 사람이 많은 것은 맛집이라는 증거지 !! ㅋㅋ

역시 맛은 나쁘지 않았다. 수프와 해물밥 2인분을 시켜먹었나. 유쾌한 분위기에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코메르시우 광장이 멀지 않았다. 한낮에 땡볕이라서 오래 걷기 힘들만큼의 광량이 내리쬐었다.

가운데 우뚝 서있는 탑에 가보았지만 그뿐. 정말로 오분도 서 있을 수 없었다. 옆나라 스페인에서는 시에스타가 한창일 시간이다. 오늘도 다시한번 느끼지만, 시에스타는 여유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이다.

햇볕을 피해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이동해서 일단 예약해둔 렌트카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다가 일사병 걸릴 지경 ㅋㅋㅋ

참, 요기 코메르시우 광장 바로 앞 개선문 위에도 전망대가 하나 있는데 ‘아우구스타 개선문 전망대’ 이다. (여긴 저녁무렵 들렀는데, 그 감상은...이따가!!)

숙소 부근에 예약해둔 렌트카업체는 숙소까지 걸어서도 갈 수 있을만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인터넷으로 전부 예약하고 갔기 때문에 확인하고 차량만 픽업하려고 했는데 , 우리의 예약이 풀보험이 아닌지라 또한번 보험팔이(?)를 당했다. 그것은 차량 차체 보험도 아닌, 윈도우 파손보험이었다.
한 35유로정도의 가격이었는데, 무엇보다 그 직원의 "근데 왜 나머지 보험을 안하는지 좀 물어봐도 될까? " 라는 질문이 압권이었다. 아니 뭐, - 그럴거면 보험 선택을 굳이 나눠놓은 이유는 뭔지 물어봐도 될까?? 세부적옵션을 이렇게 미리 선택하고 온 의미가 없지 않겠니?

하지만, 이건 내 마음속의 답변일 뿐.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다. 흑 . 해외에서 렌트할땐 어지간하면 보험사 말을 듣게 되더라.
안녕 35유로..

그나저나 이 렌터카업체의 특이한 점은, 건물의 한쪽 벽이 아예 통으로 열려서 차가 드나들수 있게 해놓았다는 점이다. 주차장이 나오는 구멍 바로 옆으로, 반납된 차나 출고된 차가 드나들었다. 우리나라 건물에 비하여 벽들이 전부 붙은 유럽의 리모델링식 건물 구조는 이럴때 너무나 신기하고 또 불편해보인다 ㅎㅎ

 

차를 끌고 폼발광장 회전교차로를 돌아서 숙소에 차를 댔더니 발렛파킹을 해준다. 차량 발렛을 맡기고 로비로 찾아갔다. 이유인즉슨 다름아닌 방을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

첫날 뷰

사실 언덕에 위치한 폼발광장에서도 꽤 높은 층으로 이뤄진 이 호텔의 뷰는 모름지기 바다쪽이어야 하는데, 반대쪽은 좀 그렇지 않나. 진짜 보잘것없는 뷰. 어제 도착한 시간이 저녁이나 밤도 아니고, 오후 4시 정도였는게 이게 최선이라니 믿을수가 없지만, 다음날에 바꿔준다고 하여 하루만 참기로 했었다. (근데 지금와 생각해보면 이게 시작일 뿐이었다. 우리의 호텔뷰 참사는...)

둘째날 뷰 , 바다다!ㅋㅋㅋ

그리하여 어제 요청한 바뀐 방키를 받으러 로비에 갔더니 새로 내준 방키. 바뀐 방은 6층이다. 리스본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시원스런 뷰였다. 오 그래 이정돈 되어야지. 이제야 만족스럽네!

그때,  누군가가 벨을 눌렀다. 올사람이 없는 데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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