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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혼자 자는 날은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는 날이다. 굉장히 릴랙스한 채로 온 몸이 이완되는 기분으로 눈을 떴다. 오랜만에 조용한 휴일아침이다. 늘 이맘때는 날씨가 좋았던 기억이 있다.

사과를 반쪽 잘라서 다섯등분한뒤 접시에 담아 거실 탁자 옆으로 가져와 먹었다. 거실에 펼쳐놓은 퍼즐이 유혹하여 자석에 이끌리듯 바닥에 앉아 조금 맞추기 시작하였다. 거실을 비추는 광량이 충분치 않아 침침한 기분이라서 다시 일어나 거실등을 켜고는 일어난 김에 따뜻한 차를 한잔 하려고 주전자에 물을 데우고, 페퍼민트 티백을 하나 준비했다. 물을 끓이는 시간에 잠시 서있다가 문득 옆에 붙어있는 서재방을 들여다보았더니 동쪽 향인 이 서재 방이 , 지금은 나의 시간이라는 듯 따스하고 안온한 빛으로 맞이한다. 그리고 서재 테이블 위에 반짝이듯 잘 놓여져있는 책이 눈에 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끌리듯 책을 집어 책장을 펼쳤다. 지난번 지하철에서 몇장 들춰본 이후의 광대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맥락도 없이 떠들던 짜라투스트라의 설파내용이 아닌 다른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갑작스런 사건과 당황함으로 이야기는 문득 다시 정점을 찍고 급속히 마무리되고 있었다. 불과 몇십장 읽지 않았지만 , 이후의 목차와 구성이 (그리고 지난번 지식백과 사전 탭의 지나치게 길었던 줄거리 설명이 )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도대체 누가 서술자이고, 1차원 서술인지, 3차원 서술인지, 누가 주인공이고 , 누구를 청자로 하는지 , 그리고 대체 짜라투스투라는 누구인지 , 이제 어떤 방식으로 서술해나갈 것인지 아주 조금 예상이 되었다. 목차 뒷부분에 나열식으로 나온 여러 주제 중에서 한개를 골라 펼쳐보았다. 결혼과 아이에 대한 부분이었던가, “ 부모가 될만한 인간인지 생각했는가” 특유의 시니컬하고 단정적인 문체에 속이 뻥뚫리고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져나왔다. 그 통찰력과 탁월한 비유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왜 이책을 누구도 쉽게 정의해서 쓰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비유하면 좀 그렇지만, 그리도 많이들 읽는 성경책이 무슨 내용인지 누가 물어보면 어떻게 간단히 몇 줄로 요약해줄수 없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랄까.

계속 붙잡고 읽기보다 화장실 같은데 (좋은 의미로) 둬두면 가끔 띄어띄엄 그러나 신선한 집중력으로 소주제들을 발견하고 읽기에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니체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 신은 죽었다는 말을 대표명언으로 가진 철학자답게 각 분야에서 염세적인 느낌이 매우매우 충만하다.

밖에 끓어오르고 있는 물주전자의 소리가 시끄럽고, 거실스피커에 연결해 셔플로 틀어놓은 피아노 연주음악들이 대중없는 순서와 부적절한 음량으로 시끄럽게 울려서 저걸 줄이러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몇분간 책에서 손을 뗄수 없었다. 이런 책을 난 왜 이제서야 보고, 이제서야 이런 구성을 이해하는가. 조금 더 빨리, 세상의 이치를 담은 고전들을 보지 않았는가. 자조적인 웃음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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