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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은 한국의 소득계층상 하위를 말하는 정도의 개념은 아니다. 말그대로 세계적 빈곤국가의 원조에 대한 부분. 최근 총균쇠에서 서구/비서구간 문명격차의 원인을 짚어준 데 충격을 받고 보니 나에게 이 문제는 뻗어나온 가지처럼 추가로 자연스레 궁금해진 (사실 예전부터 평소 정말 의아했던) 부분이었다.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은 왜 아이를 계속 낳을까? 교육이 미래라는 건 알지만 그들의 국가에 그정도 수준의 학교를 세우는 것은 이후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 노력을 거쳐야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올 것인가. 단순히 건물을 세우고 알파벳을 겨우 가르친다고 하여 우리가 실감할 수 있는 그런 잠재력이 끌어나와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왜 보험이나 의료정책은 빈곤국가에서 작용하지 않을까. 해외원조는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는 것일까.

눈길을 끄는 이 책의 제목은 대략 이런 뜻이다. 가진 것이 적을수록 선택은 더욱 신중해진다는 것.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실패라는 것. 그들이 무식해서, 게을러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 개인적 이유가 있다는 것 등. 이걸 보고나서 우리는 이제 결정해야 한다. 원조(를 찬성하는)낙관론자가 될 것인가? 원조비관론자가 될것인가?

이 책을 보며 몇 년전 읽었던 ‘냉정한 이타주의자’와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냉정한 이타주의자

그리고 최근 브런치에서 읽은 글 중 결이 같은 내용(한국의 가난을 다루지만 원인 분석은 일견 비슷하다) 이 있어 이또한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하면서 관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by정문정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중산국가라고 하자)의 경제적 연결관계도 잘 모르면서 빈곤국가의 경제논리를 이해하려는 나의 시도가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무작정 어떤 무형의 선의를 향한 노력 말고 먼저 나부터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 지피지기하면 백승은 몰라도 일승은 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이후 최근 각국의 대응 및 경제 정책에 대해 관심 급증ㅋㅋ)

 

 

 

1부. 가난의 덫에 갇힌 사람들

어떤 나라는 성장하는데 또 어떤 나라는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떤 근거로 설명할 수 있을까. 경제가 성장하려면 인력과 지식이 필요하다고 할때,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영양을 섭취하고, 건강을 유지해야만 기본적 조건이 만족될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활의 안정과 더불어 자신감이 생겨 자녀에게 장기적으로 지원해줄 때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정상 사이클에 들어서기 전까지 참을성있게 기다리며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


1. 가난을 해결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서

인간은 감당해야할 문제가 거대할수록 보다 쉽게 압박감을 느낀다. 빈곤에 관한 논의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거창한 문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빈곤의 덫: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까닭은 그들이 지정학적으로 열대의 불모지에 위치해 말라리아가 극심하고 육지에 둘러싸여 물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대적인 초기 투자로 지역 특유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지 않으면 이들 지역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문제는 가난한 나라가 이런 투자자금을 변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핵심은 해외원조의 효용
원조낙관론자: 제프리삭스의 빈곤의 종말. 주변국에서 특정금원(계산)의 원조를 제공하면 2025년에는 빈곤이 완전히 사라진다.
원조비관론자: 원조는 독자적인 해결책 마련을 막을 뿐 아니라 피원조국의 여러기구를 부패로 내몰고 기반을 약화시킨다. 나아가 원조기구가 영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든다. 가난한 나라의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대안은 자유시장 시스템을 도입해 적절한 동기부여로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매년 가난한 사람들 위해 쓰이는 금액중 원조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주 낮다. 세계곳곳의 프로그램은 대개 해당국가 내부의 재원을 활용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조의 득실을 따지는 기존의 끊임없는 논쟁이 돈의 흐름과 쓰임새라는 더 중요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킨다는 점이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기본전제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가난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재능낭비를 낳는다. 가난은 단순히 돈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한 인간이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할 가능성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현실적으로 유익한 방안은 해외원조라는 일반적인 해답대신, 모든 문제는 저마다 고유이 해답이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문제를 좀더 구체화해서 무조건 원조금을 주기보다 실질적 도움을 주자는 의미다.

 



2. 그들은 정말 배고픈 것일까?

각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가난한 사람에게는 식량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빈곤퇴치정책을 시행한다. 가난하 사람이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상황은 종종 '빈곤의 덫'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탓에 생산성이 떨어져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에 놓여있다는 인식이 강한 까닭이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많은 소득 덕분에 잘 먹고 힘이 강해져 더 많은 소득을 올린다. 이들의 소득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 이 이론은 가난에 허덕이는 대다수 사람들의 상황에 적용하기에 타당할까?

소득이 늘어도 배불리 먹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보조금을 지급받거나, 할인혜택을 받으면 열량섭취를 늘리는 대신 맛있는 식품 섭취를 우선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적절한 영양섭취를 할 정도의 소득은 벌고 있다. 식품 가격은 상당히 낮아진 편이다. 식량 가용성 측면에서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 세계에는 기아가 존재한다. 그 원인은 식량 부족이 아니라 식량 배분 방식에 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굶주리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식량을 산더미처럼 쌓아놓는 관행을 허용하는 제도적 실패 때문에 일어난다.

영양 불균형의 악순환
아동기의 적절한 영양 상태는 여러가지 면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내일보다 오늘이 중요한 사람들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자신과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식습관을 바꾸라고 권하는 조언을 쉽게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개개인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영양소의 가치를 깨닫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까닭에 가난한 사람이 가격이나 영양학적 측면이 아닌 맛을 기준으로 식품을 선택하는 것은 그리 놀랄일이 아니다.

음식보다 중요한 것
가난한 사람들의 식습관은 그들이 음식보다 다른 무언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체통을 잃지 않기 위해 혼례식과 지참금, 세례식에 많은 돈을 지출한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은 대체로 생활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물건을 마련하는데 관심이 많다. 이러한 사치를 신중하지 못한 사람들의 충동구매로 치부할 수는 없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향상시킬 물건에 투자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의심하는 것은 대개 기회 실현과 생활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이다. 희생을 감수할만큼 의미있는 변화를 이루려면 오랜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고 가능한 현실을 즐기는데 돈을 쓰는 경향이 있다.

값싼 곡물대신 영양제 한알을
앞의 사례에 등장한 여러 극빈층은 대부분의 성인이 영양 섭취 부족에서 비롯된 빈곤의 덫에 갇혀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양 섭취 부족에서 비롯된 빈곤의 덫 메카니즘이 성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의 영양 섭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음식의 양보다 질이다. 특히 충분한 영양섭취의 혜택을 가장 크게 받는 태아와 어린이는 섭취할 영양소 종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각국 저부와 국제기구의 식량 정책에 전면적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 곡물 지급량 증대는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핵심문제는 열량이 아니라 영양소 섭취에 있다. 보조금을 단순 지급하는 것도 충분치 않다. 소득이 늘어도 더 많은 식품을 균형있게 섭취하지 않을 뿐더러 식품 외에도 다른 긴박한 사항과 욕구가 많다.
한편 아동과 임산부에게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 수익을 낳을 수 있다. 임산부 및 영아가 있는 부모에게 영양 강화식품 지급, 학생에게 구충제나 영양소가 함유된 식사제공, 부모가 영양제를 구입하도록 유인제공방법 등이 있다.


3. 무료 예방접종도 받지 않는 이유


건강분야에는 엄청난 가능성과 좌절이 공존한다.
예방접종이나 모기장처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수많은 인명을 보호할 수 있는 '따기 쉬운 열매'가 많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아주 적다. 손쉬운 예방법을 널리 보급할 수 있을것 같지만, 그 따기쉬운 열매를 따게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질병이 만들어낸 빈곤의 덫
건강문제는 다양한 종류이 덫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면 생계를 책임진 남성의 몸이 아파 생계가 위태로워지고, 아이들은 병치레가 잦아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으며, 여성은 병약한 아이를 낳을 확률이 높다.


건강에 대한 욕구
가난한 사람들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안전한 식수, 모기장, 구충제, 영양강화밀가루를 구입하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가난한 가정은 건강관련 지출의 비율이 높고,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출을 줄이거나 소유한 물건을 팔거나,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린다.

예방이 아닌 치료에 쓰이는 쓸데없는 돈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건강에 돈을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다. 비용이 적게 드는 '예방' 보다 비용이 많이드는 '치료'에 돈을 쓴다. 사설의료기관을 신뢰하며, 가짜의사들은 항생제와 스테로이드제를 남용하고, 진단은 적게하고 처방은 과다하게 한다.

정부의 잘못인가?
공중보건은 정부의 역할인다. 공중 의료시설 종사자의 높은 결근율과 의욕부진은 예방조치를 널리 시행하지 못하는 주요 걸림돌이다. 사설의료시설은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급여를 받지 못하지만 공중의료시설 종사자는 무단으로 자리를 비워도 급여를 받는다. 의료의 질도 한몫한다.시설도 더 열악하다. 그러나 보건소가 제공하는 기본서비스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잘못된 정보에 휩쓸리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 효과적이고 저렴한 의료 혜택을 이용하지 않는 까닭은 그것이 너무 저렴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은 자신이 많은 돈을 지불한 대상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심리적 매몰비용 효과다. 사람들은 때론 가격을 근거로 품질을 판단한다. 보건분야는 전통적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보조금 정책을 지지해온 분야다. 따라서 시장가격 이하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많다.

근거없는 믿음
사람들의 신념 혹은 신념에 바탕을 둔 확신 및 이론은 보건의료체계를 대하는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충분한 근거에 기초하지 않은 채 막연한 확신과 추론에서 비롯된, 인습적으로 인정해오던 관행들이 여전히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근거로 결정을 한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대다수가 고등학교 수준의 기초 생물학 조차 배우지 못했고, 의사의 능력과 전문성을 신뢰할 이유가 전혀 없는 탓에 막연한 추측으로 결정할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건강관리와 관련된 기본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빈부를 떠나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경험치로 지식을 습득하고, 판단한다. 사설의료시설에서는 과잉진료가 이루어진다. 약을 처방하는 주체와 약을 공급하는 주체가 같은 상황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하다.
예방접종에 대한 건강관리 지식을 습득하는 것 역시 어렵다. 예방접종을 받아도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부모는 속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건강문제와 관련해 너무 쉽게 그릇된 확신을 받아들인다.

넛지를 이용한 예방 의료 정책의 중요성
우리는 수많은 편의 시설에 둘러싸여 살고있고 그것을 당연한 일로 여긴다. 우리는 자제력과 결단력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환경이 부족한 가난한 사람들은 늘 자제력과 결단력에 의존해야 한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완벽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만큼 똑똑하고 참을성 있고 현명한 사람은 없다. 부유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넛지에 둘러싸여 있는 덕분에 비교적 쉽게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따라서 가난한 나라도 가난한 사람들이 가능한 쉽게 예방의료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고, 의료 행위의 품질을 규제하는 보건 의료 정책을 주요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4. 교육은 복권이다

학교에 아이들이 없는 이유
교육은 개발원조와 마찬가지로 열띤 정책 논쟁의 중심에 있다. 교육논쟁은 정부가 개입해야하는가, 정부가 제대로 개입하고 있는가를 둘러싸고 진행된다. 원조 낙관론자는 대체로 교육간섭주의를, 원조 비관론자는 자유방임주의를 지지한다.

공급지지자의 입장
공급측면에서 학교교육을 강조하는 사람을 공급 지지자라고 하자. 대부분 학교를 늘리고 숙련된 교사를 배치하면 나머지 문제는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첫 단추는 취학률을 높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다음으로 확인해봐야할 것이 교육의 내용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극히 적거나 전혀 없다면 학교에 다녀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느 국제선언도 학습내용을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다.

수요지지자의 입장
수요지지자는 확실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교육을 제공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며 공급지지자를 비판한다. 교육의 질이 낮은 것은 그 원인이 부모이 관심 부족에 있으며, 이는 현실적이득(경제학자용어로 교육의 '수익')이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이 주는 이득이 늘어나면 국가가 간섭하지 않아도 취학률은 높아진다. 이러한 주장의 기저에는 '교육은 투자의 일종'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투자의 목적은 당연히 돈은 버는 데 있다. 실제로 교육에 투자하면 미래 소득이 늘어날 확률이 높다. 그런데 교육을 투자로 생각하는 경우 투자는 부모가 하고 수익은 자녀가 얻으며, 그 수익은 대개 먼 미래에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부모에게 '상환'하는 의미로 노년의 부모를 돌보는 자녀도 있지만, 마지못해 상환하거나 아예 상환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녀도 있다. 부모는 물론 자식에게 돈한푼 받지 못해도 충분한 보답을 받는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일종의 '선물'이다 그런데 부모의 교육투자에는 이면도 있다. 가정의 전권을 쥔 부모는 자식들 중 누구를 학교에 보내고 누구를 집에 놔두며 누구를 일터로 보낼지 결정한다. 즉 자녀에 대한 희망, 기대, 애정 등도 영향을 준다. 부자나라는 대부분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부모에게는 특정나이가 될 떄까지 자녀를 학교에 보낼 의무가 있다. 국가의 역할이 제한적인 나라에서는 의무교육을 강제하기 어렵다.

조건부 보조금 제도
조건부 보조금 제도는 자녀를 꾸준히 학교에 보내고 예방보건 활동에 참여하는 가난한 가정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자녀교육에 대한 입장이 어떻든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가정은 손해를 보게 해 교육 수요를 자극하는데 목표가 있다. 가난한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된 뒤에야 비용을 상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당장 비용이 발생하는 교육에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보조금으로 극빈 상태에서 벗어난 부모는 인생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볼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소득은 교육 문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소득이 교육 투자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이다. 결국 교육 문제를 시장에만 맡겨둘 경우 모든 아이가 가정형편과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교육받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소득 격차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면 공적 주체가 공급에 개입해 교육비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모든 아이가 동등한 기회를 누리게 하는 것이 사회적 효율성에 근접하는 길이다.

엘리트 교육시스템
특출난 엘리트 한명을 길러내는 교육이 옳은가, 대다수의 학생이 어느정도 이상의 상식을 갖추게 하는 교육이 옳은가. 많은 개발도상국의 교과과정 및 수업내용은 일반 학생보다 엘리트 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런 구조는 엄청난 재능의 낭비를 낳는다. 학교를 중퇴하거나 학교에 아예 발도 들여놓지 못한 아이들 가운데 태반은 누군가의 잘못된 판단으로 희생당한 것이다. 부모가 너무 일찍 포기했거나 교사가 가르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경우 혹은 학생 자신이 자신감을 잃은 경우다.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기본적인 능력에 집중한다. 학생과 교사에게 학습 의욕을 자극하는 단기 목표를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갈수록 발전하고 저렴해지는 정보기술 이용을 확대한다. 학교는 일부 뛰어난 학생이 아니라 대다수 평범한 학생에게 이로운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5. 가난한 사람들은 왜 아이를 많이 낳을까

​많은 국가가 인구 증가를 우려하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인구증가가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인구문제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출산 자녀수를 결정하는 개별가정은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인구억제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다자녀 출산은 독인가, 득인가?
멜서스는 각 국가의 자원은 대체로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인구가 늘어나면 국가는 가난해질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지구상의 인구는 멜서스가 가설을 내놓을 당시보다 몇곱절로 불어났어도 풍족하게 살고 있다. 멜서스가 고려하지 않은 기술 진보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원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어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이 증가하고 더불어 획기적인 기술이 출현할 확률이 높어진다. 인류역사에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일반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가난한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출산율 때문에 가난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높은 출산율과 가난을 동시에 조성하는 제3의 요인도 존재할 수 있다.

높은 출산율에 대한 고정관념
가난한 사람들은 현대적인 피임법을 이용하지 못해 자녀수를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렇다고 낮은 이용율이 곧 접근성 부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선택권이 없는 여성들
자녀수를 결정하는 것과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누구의 결정인가 하는 점이다. 출산 자녀수에 대한 남녀간의 태도의 차이를 살펴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자녀를 원하며 피임도구 사용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적극적이다. 이처럼 남녀간의 의견이 다를 경우, 관건은 가정 내에서 여성의 발언권이 얼마나 강한가에 달려있다. 가령 남편보다 나이가 많이 어리거나 학력 수준이 낮은 여성은 남편의 의견에 맞서기가 어렵다. 또한 여성의 발언권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가.이혼할 자유가 있는가. 이혼한 뒤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출산 자녀수는 사회적, 종교적 규범이며 이 규범을 위반하는 사람은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공동체 규범도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아이의 성별을 선택하는 부모들
많은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경제적 미래로 여긴다. 부유한 나라의 부모는 대부분 다른 노후 대책이 있기 때문에 노후를 자식에게 의존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늙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자녀의 보살핌을 받는게 당연하다고 여긴다. 부모를 돌보는 일에 딸은 아들만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경우 부모는 딸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딸을 결혼시키려면 지참금을 내놓아야 하기 떄문에) 우리는 아이의 성별을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나라에서는 태아 감별 낙태법이 널리 보급되어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가난한 집에서 아이를 많이 낳는 이유는 자제심이 부족하거나 피임법을 몰라서 혹은 사회적인 규범에 쫓겨서가 아니다. 사실 그는 자식을 여럿 낳으면 노후에 자신을 부양할 자식이 한 명 쯤은 있을 거라는 믿음에 자녀를 아홉이나 낳은 것이다. 이상적인 세계에 살았다면 그는 지금보다 자녀를 훨씬 적게 낳아 최선을 다해 키웠을테고 노후를 자녀에게 의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인구 억제책은 자녀(특히 아들)를 많이 둘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노령연금 같은 효율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거나 수익성 높은 노후 대비 금융상품을 개발하면, 출산율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딸을 차별하는 의식도 사라지게 된다.  

<​​정리하자면>

가난할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이유

1. 가난한 사람들은 결정적인 정보가 부족하거나 그릇된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자녀가 예방접종을 받았을때의 이점을 잘 모른다. 그들은 자녀가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비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올바른 사용량은 알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의 확신이 그릇된 것으로 밝혀져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데도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 정보를 전달할때는 사람들이 미처 모르고 있던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단순 하지말라는 효과가 없다) 정보는 간단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가령 언론매체)이 제공해야한다.

2.가난한 사람들은 사소한 부분에서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은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한다. 반면 부유한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올바른 결정을 하는 비율이 높다. 가난한 이들은 깨끗한 물이 먹고 싶다면 직접 물을 소독해야한다. 주식에도 영양성분이 강화된 곡물을 구입할 여력이 없어서 자신과 자녀의 영양섭취에 신경써야 한다. 퇴직금이나 사회보장연금 분담금처럼 자동공제되는 저축방법이 없어서 스스로를 강제해서 저축할 길을 찾아야 한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탓에 무엇하나 제때에 결정하기 쉽지 않다. 소비를 줄이는 것은 애초에 소비수준이 낮은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가난한 사람이 받는 불운으로 받는 영향은 일시적인 불행보다 크다. 영세사업을 하거나 임시노동자로 일하며 늘 다음 일자리를 신경쓴다. 따라서 디폴트옵션의 힘과 주의를 환기시키는 넛지를 이용해 가능한 쉽게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만으로 생활개선을 할 수 있다. 영양강화 소금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입금은 쉽지만 출금은 까다로운 예금계좌를 개발하고 은행의 이 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수도 있다.

3.일부시장은 가난한 사람들을 아예 외면하거나 받아들여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과한다. 계좌를 개설해도 예금이자가 거의 없고 대출받을때는 높은 이자를 부담한다. 가나한 이들은 심각한 건강문제가 발생하면 생활에 큰 타격을 받지만 이들을 위한 건강보험 시장은 형성되어있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보험회사가 없는 이유로는 도덕적 해이. 역선택의 문제, 노골적 부정수급 등이 있다. 한편으로는 보험수요가 낮은 요인으로 필요시 언제든지 원조가 지정된다는 점, 보험 개념 이해부족, 신뢰성 결여, 동태적 비일관성(미래수령) 암울한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려는 방어본능, 정부의 부패 등이 있다.

4. 가난한 나라는 가난해서 혹은 불행한 역사가 있어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가난한 이들의 실패는 경제 통제권을 유지하는 구너력자들의 음모라기보다 세부적인 정책 설계 과정의 실수와 사회 곳곳에 만연한 이데올로기, 무지, 타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터무니없는 규칙도 일단 정해놓고 나면 타성적으로 계속 유지된다

5.자신이 어떤일을 할수 있고 또 어떤 일은 할 수 없다는 예상은 흔히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전환된다. 학생은 교사로부터 수업을 따라갈만큼 똑똑하지 못하다는 암시를 받으면 학업을 단념한다. 간호사가 보건소에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주민이 한명도 없으면 간호사는 그것을 구실로 보건소를 비운다. 어떤 정치인이 좋은 일을 할 거라고 예상하는 주민이 한사람도 없으면 그 정치인은 주민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유인을 얻지 못한다. 이런 예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한 상황이 개선을 이루면 그 사실 자체가 신념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선순환에 발동을 걸기 위해 필요한 경우 물품(혹은 현금)을 무료로 나눠주는 일을 꺼릴 이유는 없다.

 

 - 가난하게 살아간다는 건 정보에 접근 할기회가 적다는 걸 의미
- 가난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당연하게 여기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예방접종 등)
- 가난하면 오늘이 내일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목표까지 가지 못하고 자포자기하게 되며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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