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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15 - 자그레브, 이름도 건물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곳 드디어 마지막 도시인 자그레브로 간다.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이동거리이니 아침을 여유롭게 보내고 점심쯤 도착시간 맞추어 출발했다. 길이 넓어지고 건물 사이즈가 커져 큰 도시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차를 근처 공영에 적당히 대고 숙소를 배정받기 위해 예약처를 찾아가니 마치 부동산 같은 사무실. 단기임대물건을 여럿 관리하는 곳 같다. 키를 받아들고 숙소로 향한다.노천카페들이 성업중인 골목을 지나 번쩍거리는 건물을 지나니 탁 트인 광장에 도착. 이곳의 이름은 반 옐라치치 광장이다. 자그레브의 여러 광장 중에서도 가장 큰 곳.첫번째로 들러보고 싶었던 자그레브 대성당. 크림색 고딕 성당이 너무 예쁜 느낌이라 기대했는데 보수중이라 조금 아쉽성당을 구경하고 언덕을 올라올라 오늘의 하이라이트로 간다. 골목 어귀에.. 더보기
크로아티아 14 - 카를로바츠,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작은 도시라고 하니 숙소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모닝산책이나 한번 나가보기로 했다. 그간 자전거를 타고 구경했던 도시들이 다 느낌이 좋았다. 부다페스트도, 산타바바라도, 오키나와도 그랬다. 그게 도시가 좋은 때문인지 자전거 때문인지 알 수가 있나? 적어도 따뜻한 햇살과 상쾌한 바람의 조합은 실패할 수 없는 건 맞지. 그럼 쾌청한 날의 자전거 여행이 실패하기 어려운 것도 맞다. 준비하시고 출발해봅시당!! 시내로 보이는 곳에 진입하여 천막 밑에 세운 몇개의 부스를 구경하였는데 이른 아침이라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 소소하게 모닝 마켓도 구경하면 딱 좋은데 아쉽.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 그런지 사진이 죄다 급한 느낌 ㅋㅋㅋ 안장에 탄 채로 걍 찍어제껴서 로우앵글이나 광각 그런거 없음 ㅋ.. 더보기
크로아티아 13 - 카를로바츠 숙식의 조건 예상치 못한 숙소가 큰 만족을 주었던 경우를 꼽으라면 그간의 여행 이력중에서도 best3에 들만한 숙소. 카를로바츠라는 이름의 이 도시는 애당초 우리가 미리 가고자 정해 놓았던 도시가 아니었다. 플리트비체에서 자그레브까지 가는 길의 지도를 살펴본 뒤 적당한 위치에 있는 맘에 드는 도시를 픽한 것. 몇년 전부터 '즉흥적 여행의 즐거움'을 위해 중간 일정을 오픈해놓고 떠나왔었는데 여기도 그렇게 정해진 곳이다. 정재승 선생님이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고 했는데, 이 도시가 그런 셈이다. 플리트비체에서 넘어간 시간이 이미 늦었기 때문에 어두웠다. 밤에 새로운 도시에 진입하는 것은 언제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유럽의 소도시들은 생각보다 일찍 문을 닫고 컴컴한데 조명도 밝지 않아 으슥한 편이니.. 더보기
크로아티아 12 - 재잘대는 방울소리가 들릴 것 같은 플리트비체 하이킹 멋진 자연을 보고 나면 특정한 디테일한 감상보다는 분위기로 기억이 남는다. 아마도 한눈으로 볼만한 작품, 혹은 소품, 커봐야 건축물 한두어개가 품은 공간과는 스케일이 다른 대자연의 압도감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내 온 몸을 둘러싼 공기와 소리와 빛까지 좌우한다. 높은 산 중턱부터 하단까지 층층이 형성된 호수들이었기 때문에 새로이 나타나는 장면과 분위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핫플이었던 대형 폭포 앞 뷰 포인트. 우리가 간 때는 수량이 적은 계절이었고 다른 땐 훨씬 웅장한 모습이라 했다. 그나저나 도대체 왜 이 아름다운 곳에 이렇게 칙칙한 검은색을 입고 돌아다녔는지 그게 안타까울 뿐이다. 어떻게 찍어도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는 이 곳에 사람만이 티끌이요, 나는 그중에서도 두껍고 찐한 티끌이 되었다. 이.. 더보기
푸릇푸릇 제천 3 마지막날은 여주 산소에 들르기로. 체크아웃 전 방에서 한컷. 타이머로 셀카 찍은 것중에 젤 잘 나옴. 이럴 줄 알았으면 내 폰으로 찍는 건데, se로 찍어서 화질 지못미 제 가방을 챙겨 다니기로 한 첫 여행. 밖에 드나들 일이 없어서 나가는 날 처음으로 메보았는데 귀여움이 +10 추가되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첫날 받은 풍선을 좋아해서 요며칠 계속 들고 다녔는데 이번 여행에도 가지고 갔다. 산소에 들고 온 분홍 풍선이라니. 어무니아부지 분명 웃으실 것 같다. 요새 꾸러기 모드인 아기. 개월수가 차서이니? 어린이집 영향이니? 궁금하다 궁금해. 또 늦게까지 시간 보내고 해가 어둑할 때쯤 서울로 출발했다. 아기가 있어도 부모의 여행패턴 어디 안가는구만. 우리집에 온 네가 적응해라 친구. 푸릇푸릇 제천 여행 마지.. 더보기
푸릇푸릇 제천 2 놀러와 리조트(혹은 호텔)조식을 이용할 때마다 한없는 뿌듯함을 느낀다. 아기 친화적 메뉴가 많기도 했지만 , 그래도 그렇지 이젠 세접시 이상은 힘든 부모보다 더 잘 먹는 거 같아. 아기는 테이블 중앙에 앉아서 눈웃음+먹보 콤보로 직원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온갖 관심과 귀여움을 받았다. 식당에 아기가 꽤 많았는데 달래고 보채고 정신없는 테이블과 다르게 여유 넘치는 식사를 아주 만족스럽게 했다. 8시 반에 들어가 10시 반쯤 나옴. 유모차를 끌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포레스트 동을 따라 이어진 산책길을 나섰는데 언덕이 좀 가파르고 구불구불하기로소니 이렇게 아무도 없기? ㅎㅎㅎ 아침 산책은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매력포인트인데 여긴 다들 사우나 가느라 바쁜가 .. 지질학자가 되려나 싶은 아기는 나뭇잎과 돌수집에.. 더보기
푸릇푸릇 제천 1 8주년 결혼기념일 + 아기 600일 + 남편 휴직기념 으로 떠난 제천 리솜포레스트 2박3일 명분is 뭔들. 새해 들어 처음 떠나는 여행! 오예 어린이집 출석 3일차라서 오전 등원을 마치고 출발하기로 했다. 적응기간인데 일주일도 안되서 이렇게 빠지기 🤣 추억의 여주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맛있는 휴게소’를 표방하는 이곳의 짜장면과 잡채밥은 …. 음 다시 안오고 싶은 맛. 월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 한가한 건 좋았드. 4시쯤 도착. 체크인하는 웰컴센터와 방에 걸린 초록초록 그림이 내 스타일이었는데 작가명 찾기에 실패함. 제천 숲의 능선은 명성다웠다. 첩첩 쌓인 산의 굴곡은 언젠가 그림으로 꼭 그려보고 싶은 소재. 지난 가을에 잘 입었던 주황색 조끼를 오랜만에 꺼내 입었더니 겨우내 입던 두꺼.. 더보기
친밀함이 깊어지는 밤 아기는 밤에 가끔 자다가 깨서 운다. 대체로 잘 자는 편이지만 새벽시간에 깨서 한참 울때는 같이 자기 시작했던 엄마가 곁에 없다는 걸 알 정도로 깨버렸을 경우다. 그럴 때 문을 살금 열고 들어가보면 어구컴컴한 방 구석 침대한켠에 일어나 앉아있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오늘도 아기가 울었다. 내가 들어와 매트리스 위에 눕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아기는 자기 이불위로 풀썩 엎어졌다. 그리곤 잠시 뒤에 벌떡 일어나서 내가 살짝 열어둔 방 문을 꾹 눌러 닫고 다시 누웠다. 요샌 아기는 거의 문을 닫고 자는 편이긴 했지만 왠지 내가 뜨끔하다. 가끔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아직 푹 잠들진 못한 것 같다. 사실 소환되기 전 난 잘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렇다. 클렌징과 양치를 미처 하지 못한 것이다... 더보기
크로아티아 11 - 우리는 플리트비체로 간다. 크로아티아 여행계획을 처음 짤 때, 이곳저곳 도시들을 넣었다 뺐다 했지만 한 곳은 무조건 픽스였는데 그게 바로 이곳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다. 영화 아바타의 비주얼적 모티브가 되었다는 소문도 함께 크로아티아 내에서도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현지인들은 물론 유럽 각국에서 관광온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은 핫플이다. 나는 원래 대자연보다는 도시와 건축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인데 이건 뭐 취향의 문제가 아닌 의무사항에 가까운 것. 동선상으로도 내륙 한가운데 애매한 위치에 있었지만 이곳을 위해 온전한 하루를 할애했고 규모도 워낙 크고 붐비는 것으로 유명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하이킹을 준비했다. 날씨도 맑고 컨디션 굿 공원 입구쪽으로 가는 배가 있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배를 올라탔다.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하나같이 설.. 더보기
크로아티아 10 - 파그섬 : 해수욕장에서 스노쿨링하다가 물고기 백마리를 만났다. 블루 플래그 해변의 위엄 파그섬에 또 유명한 것이 있다. 그것은 넘사벽 해변 클라스. 면적에 비해 마을도 작고 인구도 적은 조용한 섬이지만 블루플래그 인증(국제 인증된 청정 해변) 받은 해변이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즈르체(zrce)해변으로 스페인 이비자 섬에 필적할만큼 떠오르는 핫플이라던데, 우린 끼어놀기 제발저리게 핫하지 못하여 옆동네 해변으로 향했다. (궁금하신분 인스타에 zrce치면 깜짝놀람) 아드리아해의 투명한 바닷물은 이미 즐라트니 해변에서 한번 경험한 적이 있는 바 이 동네 해변의 물맛은 어떤지 발 한 번 담궈볼까 적당히 나무숲에 차를 세워두고 비치타월과 스노쿨링 장비를 챙겨 슬리퍼 끌고 해변가에 편하게 드러누웠지만 남의 동네 놀러온 이방인 느낌은 지울수가 없네 ㅋㅋㅋ 이쯤에서 , 그러니까 기껏해야.. 더보기
크로아티아 9 - 파그섬, 세상 끝의 풍경 파그섬은 아드리아해에서 다섯번째로 큰 섬이다. 그간 북으로 달려오며 만난 여러 섬 중에서도 압도적인 사이즈이다. 지도에서 보면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모양이 꼭 들어서 달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식물이 부족한 파그의 동쪽은 마치 달에서 본 풍경으로 유명하단다. 하지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해변과 비옥한 숲도 만날 수 있는 곳. 처음 크로아티아 여행을 계획했을 때 파그섬은 우리의 예상 경로에 없었던 곳이었다. 시간과 발 닿는대로 가보자고 떠났던 여행 중에 처음으로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한 게 이 곳이었다. 짧은 시간 부지런히 달려 틈을 내 자다르의 일몰을 기어이 보고 난 후 받은 감동이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었던 것 같다. 자다르에서 떠난 우리의 다음날 숙박지는 플리트비체였다. 목적지까지.. 더보기
크로아티아 8 - 자다르 : 흔한 일몰 하나로 도시가 이렇게 로맨틱해질 수 있다는 걸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유독 잊혀지지 않는 도시가 있다. 가보기 전에는 존재도 몰랐지만 발길 한번 들인 인연으로 평생동안 소망하게 되는 그런 도시. 크로아티아의 많은 소도시들이 그러했지만 자다르는 그중에서도 마음속에 깊이 박힌 인상이 있었다.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도시였다. ‘자다르’ 그 세글자 이름자도 ‘Zadar’ 영문자의 조합도 어여뻤다. #거리 늦은 오후에 도착하여 차는 숙소에 두고 시내까지 걸어들어갔다. 길은 깨끗하고 기분좋은 설렘이 가득했다. # 걸어가는 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처음엔 대여섯씩 일행이던 사람들은 어느새 한 무더기가 되었다. 모두가 약속한 듯 똑같은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지도도 필요 없고 시계도 필요 없었다. 해가 들어 모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 기다림 광장의 끄트머리에 다달았다. 여태.. 더보기
봉변 당한 아기 간만에 날이 따뜻해서 오후에 아기와 둘이 한강에 나갔다. 요새 아기는 돌 줍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원 없이 줍고 또 주웠다. 손에 그득 쥐고 걷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바닥도 못 짚고 다칠까봐 줍는 족족 받아 내 패딩 주머니에 보관해줬는데 덕분에 내 왼손은 돌무더기 주머니에 찔러넣을 수 없어 하릴없이 시려웠더랬다. 한참 줍고 걷던 중에 반대쪽에서 한 아주머니가 운동하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셨는데 아기가 그분께 갑자기 다가가 손에 들었던 조그만 돌멩이를 건넸다. 아는 사람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자연스러운 행동에 미처 말릴 틈도 없어 당황. 그러나 놀란 건 나 뿐인지 아주머니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살짝 허리를 굽히고 왼손을 펴 돌을 받고는 “고마워”하고 싱긋 웃은 뒤 돌이 든 주먹을 가볍게 쥐고 오던 .. 더보기
재우기 미션 임파서블 잠을 잘 때 아기는 양손에 엄마 아빠를 거느리고 침실로 들어선다. 자자고 들어는 왔지만 잠은 아직 멀고 먼 일. 아기는 졸려도 자고 싶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놀거리를 찾는다. 하지만 상호작용을 원하는 아기의 기대와는 다르게 우리의 할일은 자극을 줄이고 아기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 손으로 부드럽게 아기의 배와 다리를 감싸안고 이불을 덮어 토닥이면서 궁극의 자는 척에 돌입한다. 파닥거리던 아기의 움직임이 잦아드는 것 같으면 너무나 궁금해서 실눈을 뜨고 동태를 살피지만 자칫 아기와 눈이라도 마주칠까 서둘러 다시 감는다. 지루하게 늘어지는 시간. 어두운 방 안에 엉켜 누워있으면 없던 잠도 찾아와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 조용한 가운데 주기적으로 쪽쪽이를 세차게 무는 소리가 들리면 잠이 온다는 신호다. 조금.. 더보기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심윤경 마음에 든 책일수록 각 잡고 독후감을 남기기 너무 어렵다. 그래도 아쉬우니 그냥 아무 소회라도 작지만 남겨보기로. 이 책을 권하며 빌려준 친구가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너무 좋아하니 , ‘제 주인에게 잘 도달한 것 같다’ 며 예상치 않게 선물해주었을 때 사실 정말 행복했다. 책의 값을 떠나 동경하고 갖고 싶은 문장을 선물 받은 기분이 들어서 어떤 선물 보다도 귀중했다. 심윤경 작가의 소설은 두권 본적 있지만 그때보다도 오히려 에세이를 읽고 나니 그녀의 어마한 수준의 글쓰기 내공이 무섭도록 느껴졌다. 오늘부터 무조건 모시는 작가로 하기로. 육아를 하는 대부분의 이들이 겪는 일상 속에 아주 작지만 뻔하지 않은 통찰의 포인트들, 그리고 그 가운데 등장하는 현명한 어른들의 속 깊은 마음씀을 단아하고 따뜻한 문장에.. 더보기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 역 근처 스벅에 들러 라떼를 한잔 시켜놓고 남편을 기다리는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커피를 픽업하고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있는데 골목을 지나가던 한 할아버지가 아기를 보곤 흐뭇한 표정으로 오시더니 갑자기 지갑을 여신다.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 거절할 틈도 없이 서둘러 자리를 뜨시는 바람에 반 접힌 천원짜리가 한장은 아기 손에 한장은 바닥으로 팔랑이며 떨어졌다. 흡사 구호와도 같은 그 문장이 조금은 거창하여 웃음이 나왔는데, 그래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한사코 아니라 부정하기도 그렇고 결국 2천원을 손에 말아쥐고 유모차를 힘주어 밀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끝나고 주변을 돌아다니다 가끔 내 외할아버지를 길에서 뵌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항상 할아버지는 지갑을 꺼내어 이만원 삼만원씩 내게 쥐어주셨었.. 더보기
치앙마이 10 - 환상의 쿠킹클래스2 이전의 동남아 여행에서도 쿠킹클래스를 찾아본 적이 없진 않지만 첫 클래스를 이 같이 훌륭한 곳으로 택할 수 있었던 건 언니의 공이 크다. 치앙마이 물가 치고는 싸지 않은 가격이었으나 이 정도 레벨은 되어야 제대로 된 클래스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걸 분명하게 느꼈다. 모닝 클래스 가격은 일인당 1280바트 (우리돈 5만원가량) 게다가 점심 끼니도 태국 전통식으로 풀코스 해결하는 것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하나 우려는 과연 내가 만든 태국 음식들이 그정도 맛을 내느냐…! 였는데 돌이켜보니 이건 별 일이 아니었다. 재료와 레시피가 이만큼 정해져 있으니 내가 조절할 수 있는건 그저 냄비에 주걱 휘젓는 속도 정도. 메뉴는 총 다섯가지였는데 같이 서빙되는 것 빼고 내가 본격적으로 만드는 건 세가지. 1... 더보기
치앙마이 9 - 환상의 쿠킹클래스 1 이번 태국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단연 쿠킹클래스를 꼽겠다. 언니가 유튜브로 미리 찾아보고 나도 같이 예약해줬는데 예상치 못한 호화로운 환대에 완전 뿅 반해버림. 쿠킹클래스는 모닝과 디너 둘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만드는 메뉴는 같고 모닝은 시장 투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으로 픽! 당일날 목적지 근처 재래시장에 들러 자세한 설명을 들었는데 설탕 하나부터 코코넛 밀크 팜 슈거 쌀까지 방대한 정보였다. ㅎㅎㅎ 나처럼 심심풀이가 아니라 태국의 음식을 진정 탐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과정이 꼭 필요할 듯. 역시 현지의 맛은 현지의 소스를 사야하는 법. 그냥 몇봉지 업어오면 집에서 팟타이 쌉가능 ㅋㅋㅋ 클래스 시작 전에 시간을 주고 정원 구경을 맘껏 하라는 걸 보니 비주얼에 힘을 준것이 분.. 더보기
나는 어렸을 때 가장 싫어하는 음식이 콩이었다. 그 중에서도 검은색 서리태 콩. 엄마가 밥에 콩을 섞어주면 몰래 콩만 먼저 꿀떡꿀떡 삼켰었는데 덕분에 알약을 잘 삼키는 목구멍으로 단련되었지. 남편도 콩을 썩 좋아하진 않아서 결혼 후 우리 식탁에서 콩은 거의 자취를 감췄었다. 그런 우리에게 콩순이가 태어날 줄이야..! 더보기
갑자기 기분이 요상해서 적어봄 아까 저녁에 들었는데 나 담주에 밥먹기로 한 친한 회사 언니가 ** 발령났단다 근데 그언니가 진짜 내가 휴직전 최근 3년 사이 완전 가까이서 친하게 지내던 언닌데, 진짜 훌륭한 사람이거든 언니랑 나랑 그때 같이 세트로 일하면서 이래저래 좋은일 궂은일 성취감 많이 있었는데.. 나는 우리의 기억이 참 즐거웠고 소중하고 언니에게도 물론 그런 이야기를 들었고. 그 언니가 나보다 서너배는 족히 나은 인간인거 분명하고 그때 나도 알고 있었지만 이런 발령이 나고 나니 나와 같이 뭉개면서 지내던 것들은 그냥 그녀의 진흙탕시절은 아니었을까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드네 함께 지지고 볶고 해서 남아있던 일체감이 약간 사라진 기분? 그러면서 지난 2년간 잘 잊고 살았던 회사의 일들이 갑자기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내 가슴이 계.. 더보기
치앙마이 8 - 딱 한 곳 골라 구경한다면 그 곳은 바로 도이수텝 산 중턱에 조성된 대규모의 황금사원. 치앙마이에서 유적지 딱 한군데만 구경한다면 바로 이곳이란다. 치앙마이 대학교 앞에서 모집, 출발하는 성테우를 타고 둘째날 오후를 할애하여 도이수텝에 다녀왔다. 차타고 올라오는 길에 멀미가 나서 내리자마자 휴식이 좀 필요했다. 다행히 사원주변정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먼저 한바퀴 휘 둘러보며 두통을 달랬는데 구경하며 하품을 쩍쩍 한 거 지루해서 그런거 절대 아님. 멀미 때문입니다요. 근처에서 제일 높은 지역이라 일품이라는 전망대도 역시 좋았다. 근데 오늘따라 미세먼지 농도 무엇 ㅎㅎㅎ 드디어 메인스테이지 입장. 한낮의 뜨거운 태양과 사정없이 반짝이는 금빛은 조화롭다기보다 비현실적이었다. 경건한 느낌을 갖기엔 사람이 너무 많았기도 했지만 한편 뭐랄까. 낮은 하늘 아래 천.. 더보기
상대방 말의 자잘한 뉘앙스나 상황에 상대방 말의 자잘한 뉘앙스나 상황에 너무 몰입 상상 하지 말자. 붙잡고 있는 내 시간 아까움. 할말만 제대로 하면 그만. 더보기
치앙마이 7 - 살랑살랑 걷다가 카페에나 들릅시다 날씨가 좋으니 그저 살랑살랑 걷다가 마음에 드는 서점이나 카페를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여행이 이곳의 일상이 아닌가 싶었다. 질 좋은 커피도 많고 귀여운 카페는 더 많은 곳. 한낮의 산책은 좀 덥고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했다. 추운 날씨에 있다가 갑자기 따뜻하고 화사한 길을 걸으니 갑자기 봄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무들도 싱싱하고 푸릇푸릇해서 상콤하기도 하고 활력이 절로 솟았다. 저 수많은 엉킴 속에 과연 질서가 있는 것일까. 사진 좀 찍으려 하면 프레임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무지막지한 전깃줄 뭉치가 기억에 남는다. 빅 관광 포인트인 사원은 의외로 많이 가지 않았다. 유명하고 큰 사원들이지만 막상 들어가서 본격 살피기엔 입구부터 너무나 눈이 부시게 휘황찬란해서 약간 부담(?)된 까닭이랄까. 어차피 이.. 더보기
잠버릇 아기는 잠이 들 때 이불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있다. 차렵이불의 겉감만 살짝 들어올려 꼭 중지와 약지 사이에 넣고는 조그맣게 원을 만들어 살살 굴리면서 부드러운 촉감을 느낀다. 아기의 잠버릇을 알고 나서 우리는 아기의 손가락 앞에 이불 끝자락을 열심히 대령하기 바빴다. 여행을 할 때도 애착이불을 가지고 다니면 쉽게 잠이 들었다. 어느날 아기의 이 모습을 보고는 부모님이 놀라며 말씀하셨다. 너도 어릴적에 손가락으로 이불 만지며 잠들었는데 어쩜 닮았냐며. 그러자 오래된 기억이 파듯 떠올랐다. 갑자기 어릴적 이불 무늬 감촉과 색깔까지 선명히 기억이 났다. 맞아 난 손가락 사이에 이불 자락을 끼는 걸 좋아했었지. 가끔 발가락 사이에도 이불을 끼고 옴싹이며 놀곤 했다. 마치 간지러운 곳을 긁듯이 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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