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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Croatia

크로아티아 17 - 에필로그


1. 도시들의 지도를 정리하면서 이 여행의 스케줄이 더할 나위없이 알찼음을 느꼈다. 찬찬히 지도를 훑어보며 우리가 건너온 길을 하나씩 짚어 보았다.

몬테네그로,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닉 어촌마을, 마카르스카, 브라치섬, 볼비치, 스플리트, 자다르, 파그섬, 플리트비체, 카를로바츠, 자그레브

짧은 일주일 여행에 이만큼이나 짜임새 있게 여행하기가 과연 가능할까. 여행사에 이코스를 추천하고싶을 지경이었다니 어지간했을까.


2. 카를로바츠란 도시에서 코라나 호텔에 투숙했다. 유서 깊은 호텔이라 안에서 연회도 많이하고 디테일이 좋다는데 처음엔 너무 작은 규모에 좀 실망했었더랬다. 그래도 잠을자고 아침을 먹고 산책을 하니 작은 도시에 강변을 끼고 있는 이 고풍스러운 숙소가 너무나 마음에 드는 것이다. 누가 크로아티아 이 작은 도시의 유서있는 호텔에서 하룻밤 묵고 또 아침을 즐기고 있을 줄 알았나. 사람과 장소의 인연이란건 참 작지만 근사한 것이다.


3. 꽉 짜여진 여행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렌트여행에서 한번 더 느낀다. 이틀간 숙소를 비워놓은것이 이렇게 다른 스토리를 만들 줄이야. 숙소가 풀부킹이면 대안이 없어 여정계획이 미리 필요한 도보여행과는 달리 렌트여행이라 가능한 여건이다.

그날 컨디션과 늘어진 일정에 맞추어 선택하는 숙소 뿐 아니라 차로 구석구석 이동할 때라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 또한 그렇다. 카를로바크에서 자전거. 플리트비체 번개같은것. 파그섬의 놀라운 광경같은 것​이 그렇다.

나는 그간 주로 도보 여행을 해왔는데 이 나라가 그동안의 이해도와 많이 다른 건 그동안의 여행지가 인상적이지 않아서라기보다 교통 수단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소도시와 매일의 숙소와 주변 풍경, 도시곁의 사람들을 더 밀접하게 느끼는데는 이만큼 하는 게 도저히 없을 것 같다.

곳곳의 장소를 소중히 여기고, 일렬로 세우진 않아도 나와의 궁합이 잘맞는 곳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 새로운 도시를 만나고 지도를 얻고 명소를 가볍게 찾아보고 도시의 구조를 그려보고 밥을 먹고 인사하고 떠나는 그런 일들이 즐거웠다.

그래서 남편에게 너무 고마웠다. 내가 무서워 하는것들을 이해해 주고 양보해주고 그럼에도 좋은 옵션들을 최선을 다해 찾아주고 식당을 찾아주고 기사가 되어주고 스케줄을 꾸몄다. 모두 그가 없었으면 불가능했고 나를 빼고 그 혼자는 가능했다. (^^)

4. 마지막날 아침엔 좀 슬펐다. 그간은 돌아가는 날도 괜찮았었는데 처음으로 이완벽한 여행이 끝나는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돌아가도 이 추억을 모두 끌어안은 채 남편과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니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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