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숙소가 큰 만족을 주었던 경우를 꼽으라면 그간의 여행 이력중에서도 best3에 들만한 숙소.
카를로바츠라는 이름의 이 도시는 애당초 우리가 미리 가고자 정해 놓았던 도시가 아니었다. 플리트비체에서 자그레브까지 가는 길의 지도를 살펴본 뒤 적당한 위치에 있는 맘에 드는 도시를 픽한 것. 몇년 전부터 '즉흥적 여행의 즐거움'을 위해 중간 일정을 오픈해놓고 떠나왔었는데 여기도 그렇게 정해진 곳이다. 정재승 선생님이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고 했는데, 이 도시가 그런 셈이다.
플리트비체에서 넘어간 시간이 이미 늦었기 때문에 어두웠다. 밤에 새로운 도시에 진입하는 것은 언제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유럽의 소도시들은 생각보다 일찍 문을 닫고 컴컴한데 조명도 밝지 않아 으슥한 편이니까.
숙소는 이 근방에서 평가가 좋고 깨끗한 곳으로 골랐다. 워낙에 유명 관광지가 아니어서 숙박할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았는데, 그 중에서도 오래된 곳. 이런 도시의 장점은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숙소가 터무니없이 비싸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좀 좋은 숙소를 골라도 예산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 도시에서 전통있고 깨끗하며 좋은 평가를 받는 곳으로 선택에 고민이 필요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곳이었다.
무려 맥주가 특산품인데 피자를 안 먹을 수 없지 (읭?)
어렸을땐 에어텔로 정해진 숙소에도 묵어봤고, 한참은 지도를 탐색하며 호텔도 예약해봤고 공유 숙소도 써 보았다. 그중 가장 많이 묵어본 건 역시 호텔. 어렸을 때는 호텔이라면 그저 신나고 조식이라면 그저 기대됐지만 어느 순간부터 호텔의 뻔한 인테리어가 지겨운 날이 왔다. 간단한 음식조차 차려 먹기 힘든 것이 불편하고 편안한 쉼이라기보다는 바싹 마른 린넨 침구가 버석거리거나 축축한 베개가 찝찝하기 일쑤였던 것 같다. 아무리 일류호텔이라도 몇시간 전까지 누군가가 누웠고 앉았던 곳에서 산뜻한 느낌을 가지기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래서 자꾸 신식, 리뉴얼한 곳 위주로 찾아서 리스크를 줄여갔었다.
그런 추세와 다르게 이곳은 신식이 아닌 곳. 그렇지만 정갈하게 클리닝한 침구와 룸 컨디션은 오래되어도 한편으로 숙박객에게 청결과는 다른 안식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낡고 오래된 가구들이라도 잘 닦고 관리된 곳은 매끈하고 포근하고 안정감이 있었다. 이 숙소가 그런 곳이었다.
아침을 먹으러 내려와 전날은 늦은시간이라 보지 못했던 숙소 주변을 산책했다. 호텔 주변도 널찍하고 조용했고, 도시를 흐르는 강 바로 옆에 위치해서 공원도 잘 조성된 것이 더 없이 훌륭한 위치였다.
마침 날씨도 화창하고, 잘자서 기분도 컨디션도 좋아 모든것이 아름다워보임 ㅋㅋㅋ
특히 강변을 낀 데크에서 먹은 아침 식사는 두고 잊지 못할 황홀한 시간이었다. 조용하고 맛있고 여유로웠다. 카를로바츠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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