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잊혀지지 않는 도시가 있다.
가보기 전에는 존재도 몰랐지만 발길 한번 들인 인연으로 평생동안 소망하게 되는 그런 도시.
크로아티아의 많은 소도시들이 그러했지만 자다르는 그중에서도 마음속에 깊이 박힌 인상이 있었다.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도시였다. ‘자다르’ 그 세글자 이름자도 ‘Zadar’ 영문자의 조합도 어여뻤다.
#거리
늦은 오후에 도착하여 차는 숙소에 두고 시내까지 걸어들어갔다. 길은 깨끗하고 기분좋은 설렘이 가득했다.
# 걸어가는 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처음엔 대여섯씩 일행이던 사람들은 어느새 한 무더기가 되었다. 모두가 약속한 듯 똑같은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지도도 필요 없고 시계도 필요 없었다. 해가 들어 모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 기다림
광장의 끄트머리에 다달았다. 여태껏 같이 걸어온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미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계단이든 바닥이든 편한대로 주저 앉아 모두 핸드폰을 꺼내 같은 방향으로 세팅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설레는 표정이었다.
중요한 경기를 보러 축구장이나 테니스장에 모인 관중들 같았다. 다같이 모여 앉아 바다의 중요한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그 일원이 되어봅니다
# 석양을 즐기는 시간
연인들은 어깨에 고개를 묻었고, 여기저기서 셔터소리와 동영상 녹음 알림음이 조그맣게 들려왔다. 해가 바다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꽤 긴 시간동안 모인 사람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조용히 앉아 지켜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소란스럽지 않게 흘러 갔다. 각자의 일몰의 순간을 존중하는 기분이 들었다.
흔한 일몰 하나로 도시가 이렇게 로맨틱해질 수 있다는 걸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 해는 넘어갔어도
# 바다의 소리
# 식사
해가 완전히 사그라들어 아주 어두워질 때까지 서성이다가 깜깜해져서야 들어온 식당.
충만한 기분에 취해 비싸게 질러버린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는 따뜻하고 품격있었다. 트러플 향 볶음밥!
꿈결같은 자다르,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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