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구에서부터
스플리트 여행은 카페리가 항구에 도착하고 차를 내려 출발하면서 시작되었다.
도시에 처음왔는데 공항이나 도로가 아닌 항구에서부터 관광이 시작되는건 흔치 않은 일이다. 더구나 철도가 닿지 않는 크로아티아의 항구도시들은 바다쪽 항구위주로 조성된 중소규모의 도시들이 대부분인데, 그리하여 그 도시의 핵심은 곧 바다를 가장 잘 전망할수 있는 항구!
게다가 스플리트의 관광포인트들은 항구 바로 앞의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을 중심으로 다 걸어갈만한 고만고만한 거리에 있다. 굳이 말하자면, 시청에서부터 도시관광을 시작한 셈!
도시의 첫인상이 탈것에서부터 내린 순간 몇 십분 내에 좌우된다는 걸 감안하여 볼 때, 시작하자마자 최소 10분이내에 가장 눈이 호강했던, 그렇게 스플리트의 첫인상은 크로아티아 중 가장 임팩트 있었다.
단 하나, 관광지 가까이에 차를 대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무려 궁전 주차장에 마침 딱 자리가 있어 바로 주차할 수 있어 럭키!!
아침 10시 스플리트의 뜨거운 태양을 마주하며 신남 장착.
# 스플리트 맵
아드리아해의 항구도시들은 대개 위 지도처럼 만처럼 안으로 움푹 파여있는 곳을 둘러싸고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만의 가장 안쪽면에는 산책로를, 그리고 바깥쪽으로 갈수록 부두를 만들어놓았다.
두브로부터 스플리트까지 여행하면서 만난 여타 작은 항구도시들과는 다르게,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라는 스플리트는 그 명성만큼 확실히 부두의 규모가 크다. 배도 많고! 이탈리아 동부에서도 배로 몇시간이면 쉽게 건너와 여행한다니 말 다함.
# 동쪽 문 근처 노천시장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궁전의 문은 동서남북 4개가 다 남아있는데 그중 서쪽으로 나가면 수산시장, 동쪽으로 나가면 과일 채소 노천시장이 있다고 했다. 생선은 조리해먹기 힘드니께, 우리는 과일시장으로!
이 지역은 날씨가 좋아 그런지, 천막도 별로 없이 좌판에 과일을 수북이 쌓아놓고 그냥 판다. 뭐 딱히 가공하거나 박스에 담아 배달해온 것 같지도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 같은 느낌?
뭐 딱히 불량식품으로 유혹하는 그런 것도 없다. 씻기는 했나 의문이 드는 산딸기 한 소쿠리 같은 걸 들고 먹어 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팔고 있는 거 보면 , 신선하다는 건지 문화가 그런건지?
우리나라같으면 튀김에 떡볶이라도, 중국같으면 꿀 껍데기 입힌 뺀 딸기꼬치라도 팔텐데, 여긴 그런거 없다. 그냥 과일이나 치즈만 궤짝채 ㄱㄱ
사람이 붐비는 동쪽 문 안쪽까지 쭉 상점이 늘어서 있다. 사실 이 문이 300년대 (1300년대도 아니고) 에 완성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궁전의 옛문인데, 그 안에 상점도, 호텔도, 카페도 매우매우 성업중이다.
심지어 일반인들이 사는 주거지도 있는데, 불편한 옛 궁전에서 관광객들을 매일같이 부대끼면서 사는게 쉽진 않을 텐데, 이곳의 특별함은 결국 이 공생에서 오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저기 궁전 옛담 무너진 사이에 깔맞춤하고 서 있는 호텔 건물 같은 것들이 말이지.
궁전 옛터에 자리잡은 룩소르 카페도 마찬가지. 근데 이집트에서 물 건너온 스핑크스가 있다 하여 카페이름을 룩소르라 지었다는 말이 있던데, 정작 스핑크스는 못 찾았다.
몇개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던 캐리비안의 해적 젤리가게.
저 꿈틀이가 가득 담긴 나무 보석함과, 사탕이 그득담긴 오크통 같은 걸 보고 있으면
아직 애들이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랄까..? ㅋㅋㅋ
구시가 뒷골목을 발길 닿는대로 막 걸어다니다보면 가끔 탁트인 공간들이 나오고 어김없이 노천카페가 열일중이다. 사각으로 획일적으로 구획되어있지 않은 것이 구시가의 매력.
또 우리나라에 비해 유난히 많은 동상들은 이들이 사람과 역사를 기억하고 소중해 한다는 걸 느끼게 한다. 광장마다 카페만큼 어김없이 열일하는 동상.
지도로 찾아보니 여기는 아마 공화국 광장인듯.
# 지하궁전
남쪽 문 근처에 입구가 있는 지하궁전. 예전엔 포도주나 올리브오일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과연 안쪽은 서늘하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완벽한 단열을 자랑한다.
사실 터키 이스탄불 예레바탄 지하궁전과 같은 스산하면서도 광대한 스케일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별것이 없어 좀 실망했다. 그래도 이 지하궁전의 구조가 예전에 황제가 기거한 궁전의 지상구조와 같다니, 이미 상점으로 뒤덮인 지상보다 훨씬 궁전 본연의 탐색에는 적합했다고 할까.
더군다나 이 음산함을 잘 살리기 위해서인지, 안에서는 '물에 빠진 인물 그림전'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델분들의 표정이 너무 리얼하여 나까지 오싹 -ㅅ- 대체 이런 전시는 왜 하는거냐..
가끔 하늘이 나오는 지하궁전의 마당(궁정), 여긴 또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
지하 궁전 입구 주변은 기념품점이 늘어서 있다.
꽃누나에서 김자옥님이 덩실덩실 춤추던 곳이다.
# 점심식사
식당겸, 오일 가게 : 우예 UJE
건강한 크로아티아산 오일을 만드는 가게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실내에는 각종 올리브 오일이 전시되어있고, 식전빵에 찍어서 맛볼 수 있도록 두세종류의 오일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우리 앞에 단체 손님이 와있어서 그런지 정신 팔린 점원들이 우리는 그런 여러 오일을 주진 않았음 ㅠㅠ
그래도 꿋꿋이 맥주도 시켜먹고, 그리고 추천메뉴 문어샐러드와 함박스테이크도 먹었다.식사는 대체적으로 성공중. 문어 식감이 부드럽다.
나오는 길에 오일도 좀 사올까 싶었는데, 사실 너무 가격대비 정보가 부족하여 선뜻 사오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매우 아쉽네. 외국가서 뭐라도 사올라면 좀 과감한데가 있어야 하는데. 큰손이 못 되어놔서... 담에 유럽에 또 오면 꼭 오일 겟 해야지.
디저트로 젤라또도! 놓치지 않을 거에요~
# 리바거리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남쪽 문과 바다 사이에 있는 산책로.
반짝이는 하얀색 대리석이 넓게 펼쳐져 있고 바다쪽으로는 야자수와 흰 벤치가 예쁘게 꾸며진 곳. 예전엔 바다에 면한 궁전의 이 남쪽거리가 황제의 개인 공간이었다니. 역시 가장 예쁜 곳을 독점하셨었구만. ㅎㅎㅎ
아 좋아요~!! 싄나
리바거리의 쭉쭉 뻗은 시원스런 풍경이 스플리트의 매력에 팔할을 차지한다고 하면 오반가. 글쎄, 궁전도 궁전이지만 이 길의 멋이 이 도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 이상일 것 같았다. 이 도로의 어여쁜 바닥 돌은 무려 오늘 아침에 건너온 브라치 broc섬에서 가져온 것이란다.
밝고, 낭만적이고, 세련된 거리.
낮만 보고 지나가기로 했지만 아쉬운점 딱 하나도 바로 리바거리의 야경이었다. 비록 보지 못했지만, 황홀하다고!
벤치가 잘 되어있으니 , 좀 늘어져 있다 가려고 벤치 존에 들어왔는데 자리가 없다...
역시 멀리서 와서 엉덩이 붙일 시간도 없이 한시가 바쁜 우리네와는 달리 얘네들은 늘 벤치에 늘어져있는 느낌이야. 지지 않겠어 다 비켜 .
지하철 좌석 신공으로, 곧 일어날 한 노부부의 눈빛을 캐치한 우리도 그늘 자리를 하나 차지!
야자수와 개와 조깅이라니. 이것 참 한가로운 풍경일세.
우리도 삼십분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욱더 격렬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오후에 떠나는 일정이 아니었으면 두세시간 더 낮잠을 잤을지도 몰라...
예쁜 배경으로 스냅 사진도 몇장 찍어보고, 아쉬운 발걸을음 옮겼다.
기념품 마그네틱도 이렇게 예쁘다니@_@
# 성 돔니우스 대성당
점심먹고 리바거리에서 노닥거리고 놀다가 출발하기 전에 성당과 종탑 전망대에 들러서 경치를 좀 감상하고 가기로 -
팔각형의 건물로 대성당과 종탑으로 이루어진 이 건축물은 7세기에 살았던 성인 돔니우스를 기리려 만든 성당이라고 한다. 여느 유럽의 성당과는 다르게 개방형 공간도 아니고, 규모도 작은편이지만 달마티아 지방의 유수한 예술품이라 함.
# 황제의 아파트
돔이 붕괴되어 하늘이 뻥 뚫려 보이는 황제의 아파트. 궁전의 일부였던 공간인데, 지금 저렇게 구멍이 뚫린 후로는 자연 울림이 생겨 종종 아카펠라 공연장으로 쓰인다니 알다가도 모를 게 건축이다.
근데 붕괴된것 치고는 너무 깨끗하게 뚫려 있긴 한것 같은데, 아무래도 좀 보수를 했겠지? 마치 지금은 처음부터 이렇게 지은것처럼 그럴싸하게 생긴 공간.
때마침 우리가 갔을 때도 아카펠라 공연중이었는데 남성 4부합창이 제대로 멋졌다. 특히 맨 오른쪽 남자분 표정연기가 일품. 난 무슨 존 트라볼타인줄.
#열주 광장과 종탑
드디어 궁전의 하이라이트. 열주광장.
사실 뭐, 이 광장은 궁전의 가장 핵심이자 몇번씩이나 지나쳐 갈수밖에 없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옛 분위기도 가장 잘 살아 있고 대성당의 입구이자 종탑 전망대도 바로 앞이다.
아침만 해도 사람이 좀 많다 싶더니 오후쯤 되니까 발 디딜틈도 없어질 지경이다.
역시 스플리트가 핫한 관광지이긴 한가보네. 두브로도 사람 많았는데, 아무래도 접근성이 스플리트보다는 떨어지다보니, 여기 스플리트가 더 쉽게 올수는 있나보다.
종탑을 담고 싶었지만, 너무 높아서 실패 - ㅎㅎㅎ
# 종탑 전망대
그래도 스플리트에서 가본 관광 포인트중에 하나만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곳 종탑 전망대일 것이다. 그냥 전망대가 그렇겠지 싶었는데, 왠걸 절대 아니다. 절대 강추우우!
그런데 , 문제가 좀 있다.
올라가는 길이 빡시다. 사실 높이는 60 m정도 밖에 안되서 엄청 힘든 높이는 아닌데
계단이 폭이 좁고, 높고, 한사람이 겨우 통과할 작은 공간으로 오르락내리락이 일단힘듬.
둘째는 이거......
이거 뭐 합성도 아니고, 이렇게 사방팔방 다 뚫린데로 걸어올라가라니. 나처럼 고소공포증들은 덜덜덜 떨면서 겨우 올라간다.. 저 뚫린 공간으로 바람은 또 어찌나 부는지.
넘들은 여유로워보이네.. ㅠㅠ
하지만, 꼭대기에 도착한자에게 절대 후회하지 않을 멋진 전경을 선사해줌!
일단 인증샷 찍고 !
짜잔~~~!!
어딜 둘러보고 어떻게 셔터를 눌러도 그림이 되는 이곳은
아드리아 해의 달마티안의 항구도시 스플리트!
두브로가 좀더 아기자기하고 반짝거리고 오밀조밀했다면
스플리트는 더 큰 도시답게 시원시원하고 세련된 맛이 있다.
종탑에서 바라보니 스플리트가 한눈에 보였다. 도시 한켠에 자리잡은 마르얀 언덕엔 올라가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보는 전경도 여기와 비슷했겠지.
그리고보니 스플리트는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도시였다. 여기서 하루 자지 않고 바로 자다르로가는걸 걱정했지만 이젠 그게 나은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 해변은 예쁘지만 약간 들뜬 느낌이 있다. 너무 유명한 관광지가 그렇다. 약간 고즈넉하고 현지 기운이 있어야 우리가 그걸 엿보는데 이미 관광객이 많아서 현지 느낌이 사라진 기분.
어쨌거나 저 올드타운에서 현재와 과거가 뒤섞인 것은 인상적이다. 크거나 완벽한 보존상태는 아니어도 그 시절과 섞여 산다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박물관에서 따로 유물로만 간직하는 것도 구식이고 재미 없으니까. 크로아티아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있는데 두브로 성벽 카페도 비슷했다. 구시가지에 앉아 밥먹는건 어쨌거나 비유럽인들에겐 이색적인 경험이니까. 화려하고 유명한 관광도시도, 옛 궁전에서 사는 것도 일상이 되면 그것이 곧 그도시의 일부가 되는 거겠지.
반나절 짧은 시간이었지만, 스플리트를 떠올릴때마다 찬란한 기억이 따라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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