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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Croatia

크로아티아 9 - 파그섬, 세상 끝의 풍경

파그섬은 아드리아해에서 다섯번째로 큰 섬이다. 그간 북으로 달려오며 만난 여러 섬 중에서도 압도적인 사이즈이다. 지도에서 보면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모양이 꼭 들어서 달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식물이 부족한 파그의 동쪽은 마치 달에서 본 풍경으로 유명하단다. 하지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해변과 비옥한 숲도 만날 수 있는 곳.

처음 크로아티아 여행을 계획했을 때 파그섬은 우리의 예상 경로에 없었던 곳이었다. 시간과 발 닿는대로 가보자고 떠났던 여행 중에 처음으로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한 게 이 곳이었다. 짧은 시간 부지런히 달려 틈을 내 자다르의 일몰을 기어이 보고 난 후 받은 감동이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었던 것 같다.

자다르에서 떠난 우리의 다음날 숙박지는 플리트비체였다. 목적지까지 최단거리로 하면 A1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편이 조금 더 빠르고 수월했겠지만, 자다르 끄트머리에 붙은 파그섬을 들르기로 선택한 것은 섬 북측에 있는 노발야 선착장에서 카페리를 타고 본 대륙으로 건너갈 수 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브라치섬에 들르며 두 번 카페리를 경험한 것이 시간운용과 방법 면에서 자신감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 경로선택은 돌아보니 매우 옳았다.

출발전

자다르의 숙소였던 빌라 발렌티나
이렇게 아담한 거실 겸 주방이 있었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에 마당이 바로 앞이라 답답하지 않고 좋았다.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먹은 거 같은데
제공되는 조식도 먹었나?? 시간이 좀 지나서 가물가물 ㅋㅋㅋ

자다르에서 플리트비체까지 가는 것이 오늘의 할 일이다. 어느 코스를 택하여 가는지는 우리 맘이다. 아침에 근처 대형마켓에 들러 그날 하루 식량과 음료 간식거리를 확보하면 마음이 든든하게 떠날 수 있다.

하루의 주요 식량 중 하나인 맥주 - 오주스코

파그섬을 들르기로 했으니 북쪽으로 전진하기로 한다. 매일 봐도 놀라운 새파란 바다가 오늘 아침도 우리를 맞이해준다. 이 길은 우리로 치면 국도인 셈인데, 가는 길에 집은 계속 보이지는 않고 마을이 형성된 곳에만 집들이 빼곡히 가득하다. 바닷바람이 꽤 세게 부는지 풀들이 다 누워있다.

크로아티아의 먼산 풍경은 흰 바위산이 많아서 그런지 마치 반지원정대가 찾아가는 깊은 산 배경 같은 느낌을 준다.

드디어 파그섬으로 건너가는 다리에 이르렀다.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려 주변 풍광을 좀 둘러보았다. 뭐랄까 이곳의 느낌은 마치 공사판 한가운데 같다고 해야되나. 초록색이라고는 전혀 없고, 그저 회색만이 가득하다. 땅 사이의 바다도 예쁘게 파랗다기보다는 짙푸른 검은 물결 같은 느낌이다. 높낮이도 별로 느껴지지 않게 같은 높이로 쭉 이어진 마른 먼지 날리는 대지.

paski most

본 대륙의 흰 바위산과 어우러지니 더더욱 희한한 풍경이 되었다. 이래서 아마 책자에서 '달에서 본 풍경'이라고 파그를 소개한 것 같다.

우리나라가 산이 많은 건 알겠지만, 이렇게 풍경이 평지인 거 나만 이상한가. 이 나라의 토양 구조를 이해하면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그것까지 알아보기엔 바쁨 ㅋㅋ

 

 

독사진 남기기 좋은 풍경 ㅋㅋㅋㅋㅋ


파그타운

귀여운 동네에 도착했다. 파그섬의 읍내, 파그타운이다. 이런 동네풍경이라니 ! 물 색깔도 그렇고 하얀 흙으로 덮인 산도 그렇고 우리 동네와는 너무 다른데 ㅋㅋㅋㅋ 

아드리아해에서 길고 깊게 들어온 물의 끄트머리를 막아서 염전으로 쓰는데 그래서 이 동네가 염전으로 유명하다. 그 소금을 머금은 허브 및 식물을 먹고 자란 동물이 생산하는 파그 치즈도. 염전과 강을 나누는 이 둑방길은 마을의 메인 도로인 모양이다. 

소금창고로 운영하던 곳을 개조해 만든 소금박물관
레이스 모양의 창문을 가진 성모 마리아 성당. 파그 전통 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새겨져 있다

파그섬에 유명한 것으로 즈르체 해변, 파그 치즈 그리고 레이스를 꼽는다. 그중에서도 크로아티아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있는 레이스는 옛날 파그 여인들이 생업을 위해 뜬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길거리에 간혹 나와 파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보지는 못했고 시내에 레이스 박물관이 있어서 들러보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문을 닫았다.

무려 레이스 박물관인데 외관 너무 밋밋한 거 아님? ㅎㅎ

마을이 여기밖에 없으니 점심을 해결하고 가야한다.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밖에 사진간판을 내걸은 작은 가게의 노천 테이블에 앉아 부리또와 샐러드를 먹었다.

키웨스트에서 샀던 지도 비치 타올이 맘에 들어서 크로아티아에서도 지도 무늬로 구입!

노발야 선착장에서 본섬으로 건너갈 때 필요한 페리 가격표와 타임테이블


파그타운을 출발하여 섬 북쪽의 선착장으로 향했다. 마을이 해발 낮은 곳에 위치해있어 조금 높은 곳에 이르르자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진 왼쪽은 깊게 들어온 바다, 오른쪽은 염전이다. 염전을 만들려 막은 둑방길을 두고 해안 양쪽으로 마주보고 들어찬 집들이 보인다.

왼쪽에 보이는 전망대에 귀여운 사람들 ㅎㅎ

재미나고 귀여운 파그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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