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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봄이 왔다. 결국 무슨 꽃인지 밝혀지지 않은, 봄맞이 분홍 꽃 건물 뒤 응달 화단에 잔뜩 심어져있던 그 꽃을 한 두가지 꺾어올 땐 꽃에게 좀 미안했지만 초록색 예쁜 병에 꽂아 사무실 테이블에 올려 놓았던 그 이틀새에 활짝 만개하여 지나가던 모든이들에게 봄을 알려주며 얻었던 사랑과 관심은 사실 그 가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을까 싶다. 꽃이 주는 즐거움. 절대적인 아름다움과 향기보다도, 흐뭇한 미소를 만들어주는 그 여리하고 작은 생명력. 며칠전엔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가 클로버 밭(?)을 발견했는데 그 중에 몇 개의 네잎클로버를 데리고 왔다. 클로버밭에서 네잎클로버 찾기가 은근히 쉽다는 사실. 책갈피에 끼기엔 너무 진부해서 머그잔에 물담아 둥둥 띄워놨는데 분홍꽃 못지 않게 만 하루간 .. 더보기
노력 단순히 잘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능력이 딸린다고 생각하면 부 단 한 노력을 기울이는 방법을 나는 한번이라도 제대로 시도해본적이 있는가? 언제나 '난 독하지 못해'라고 말하며 의지가 약한 것을 성격이 모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해왔던 것 같다. '넌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야'란 말은 그냥 남의 말이고 프레디 머큐리의 99% 재능설에 낄낄거렸지만 마음속으로 실제로는 그게 맞는거라고 무게를 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세종대왕의 백번을 읽어서 이해가 안되면 천번을 읽어라는 말이 조금의 위로가 되었다. 노력하는 자가 되어 끝장을 한번 내볼까. 내 생에 한번은- 내가 지금 하늘이 준 재능을 필요로 하는,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잖는가 명민하지 못하다면 성실한 노력파의 케릭터도 괜찮다. 더보기
조금씩 무서워지고 있다 조금씩 무서워지고 있다. 멋모르고 덤벼들 땐 슬슬 알아가는 것 같아, 이제 좀 뭔가 보이는 것 같고 조금만 살을 붙이면 금세 어느정도엔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갈수록. 알수록 더욱 깊은 굴로 들어가고 있는 기분. 자신감도 중요하고 내 한계를 뼈저리게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동기를 잃지 않고 꾸준함을 지키는 것. 더보기
리딩으로 리드하라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아, 이 얼마나 자극적인 문구인가! 독서법에 관련된 독서를 한다는 말 자체가 주는 아이러니가 참 안타깝지만 책의 홍수 속에서, 어떤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한 길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전과를 손에 쥔 것마냥 든든하기만 하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축척한다 한들 단테처럼 머리에 통채로 도서관을 집어 넣는다 한들(물론 이것의 만분의 일도 불가능한 일이지만은) 백과사전은 될 수 있을지언정 천재는 될 수 없다. 천재는 지혜의 영역이기 때문에. 사고하고, 생각하고 배우는 것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으면서 나는 얼마나 갖춰져 있나를 돌아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도록 부끄러울 뿐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적어도 어떤 부분은 갖춘 상태로 살아가는 게 인간답게 (지식.. 더보기
약속장소로 가는 길 인간관계 업뎃을 위해 만나면서 오랜만에 들뜬 기분이 든다. 오늘은 그녀의 다이나믹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refresh하고 그 아이의 매력을 다시한번 느끼고, 그 훌륭한 발걸음을 많이 칭찬해줘야겠다. 조용히 듣고만 있어도 충분히 의미있고 재미있을 저녁시간을 기대한다. 3.22 더보기
조깅 연남동에 산지 올해로 22년째. 집에서 5분거리에 있는 모래내 홍제천변에 처음으로 가봤다. 액정이 나가 틀어본지 오랜 MP3를 충전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후드티를 걸치고 주머니엔 핸드폰만,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한 이십분 아무생각 하지 않고 하천을 따라 경쾌하게 뛰고 있으니 왠지 무언가 훌훌 털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를 짓누르는 상념 같은 것. 별로 많지도 않고 있다해도 구애받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기분탓인가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던건? 조그만 변화이지만 다음엔 쉽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요즘들어 한걸음 떼어 뭔가에 착수하는게 참으로 어려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던 차에. 더보기
셜록 그 살인자가 다시 거기 오겠어? 멍청하게? 놀랄만큼 머리가 비상한 놈이야, 딱 내 취향이지. 그런자들은 잡히기를 열망하고 있어. 어째서? 인정받고 싶으니까. 박수갈채. 감탄. 스포트라이트. 천재의 약점은 관객을 원한다는 거야. 홈즈, 자넨 비범해. 진정한 천재지. '추리과학'이라고 했던가? 사고는 그렇게 해야하는거야. 사람들은 왜 생각을 안 할까? 화나지 않아? 사람들이 왜 생각을 안 하는지 .. - 셜록 1시즌 , Study in Pink 더보기
교양으로 읽는 건축 vs 조용헌의 백가기행 교양으로 읽는 건축 - 임석재 #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서양건축의 역사, 건축가 지망생의 소질, 건축 분야에 있어서 예술가와 사장님 사이의 괴리 건축계의 표절사태, 엘크로키, 소비상업주의, 아파트와 현대사회의 고속발전의 원인,예술 인문 공학의 융합인 건축의 오묘함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한국의 혼, 한옥의 의미.. 어느 하나의 이야기라도 조금 더 쉽게 이야기 했다면, 좀더 깊게 이야기 했다면 이해하려고 했다. 하나라도 건지려고 펴본 서양건축사 얘기에서 수많은 거장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압축되어 훑듯이 지나갔다. 책 전반에 걸쳐 훌륭한 롤모델로 백번은 차용된 르 코프뷔지에와 가우디가 왜 대단한지도 책 끄트머리에 가서야 단 대여섯장의 할애로 끝났다. # 어디까지 갈런지, 주제가 뭘까 이 이야기. 저자는 우리나.. 더보기
내가 이렇게나 집중력이 없었던가 내가 이렇게나 집중력이 없었던가 몰입할 때의 효과가 이거밖에 안되나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눈을 반짝 뜨고 온 신경을 집중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순간이 그렇게 쉽게, 자주 흐트러지나 오랜만에 나에게 정말 실망했다. 그동안 너무 해이한 상태로만 있었나보다. 절박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아서일까 몸과 마음이 너무 늘어진 느낌이다. 영민하진 못할지라도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기반지식이 부족해서인지 따라가기는 커녕 받아적기에도 급급하다. 원래 어려운 거라고 위로하기에는 혼자 하나하나 뜯어서 이해하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소비된다. 마치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 몇장 읽어내리는데만도 꽤나 긴 시간이 걸리듯. 절대시간이 부족한데, 절대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 이건 집중력과 효율의 문제이다. 언제나.. 더보기
카페 마실. masil 상암동으로 출근했다가 갑작스레 안산에 있는 농구장까지 동원된 날, 멀리 나들이 간 김에 산본에 있는 민아를 만났다. 산본까지 납셨다며 홈플레이스에서 턱을 약속한 민아씨, 본인이 일하는 카페에서 빵과 커피로 대접하겠다며 잔뜩 들뜬 마음으로 이곳까지 날 안내했다. 카페 masil - 산본역에서 오분정도 거리에, 건물 이층에 자리잡은 아담한 카페 사장님은 아마 오랜 여행 매니아이신듯 본인이 다녀오신 여행지로 꾸민 책과 사진이 여기저기 그득했다. 가게 안은 조금 어두운 감이 있지만, 왠지 곧 크리스마스 파티라도 열릴 것만 같은 설레는 기운이 감도는 그런 곳이다. 무엇을 드시겠냐는 물음에, 뭐, "사장님이 주시고 싶은 걸루 주세요." 라고 했다가 정작 어떤 놈을 마셨는지 커피명을 기억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신맛이.. 더보기
경복궁 앞 카페에서 경복궁 앞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앞에 두고 빛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이날 이 시간을 곱씹어 본다. 팔십년대 팝과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높은 나무 의자에 혼자 멍하니 걸터앉아 있는 지금 시간은 마치 정지한 것만 같다. 옆구리에 끼고 온 작은 책 한권과 지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영화속 주인공들이 테이블에 물건 하나를 올려놓고 한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장면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러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작은 시작부터, 그동안 일어난 사건들과, 이미 엎질러진 일, 돌이킬 수 있는 일 내 말에 대한 여파,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결과.. 내가 그러지 못해서, 난 늘 잠잠히 앉아 가장 현명한 방법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려깊은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늘.. 더보기
'더 리더'와 '잠수복과 나비' *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 책을 읽다가 책을 읽어주는 것의 매력은 무엇일까 문득 생각했다. 그 흔한 영화 속 장면처럼 우리 부모님은 내 침대 곁에서 책을 읽어주신 적이 한번도 없어서 나는 단 한번도, 누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소리에만 집중하며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읽어주는 책을 듣고 있기가 답답하진 않을까. 또 나는 상상력이 풍부하지 못해서 책 내용을 귀로 들으며 머릿속에 그릴 세계가 특히 빈약하진 않을까. ** 몇주 후,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잠수복과 나비'책을 읽다가 문득 눈꺼풀을 깜빡여 글을 썼다는 그 속도에 조금이나마 맞춰보면 어떨까 하여 조그맣게 소리내어 책을 읽어 보았다. 한두장 정도밖에 읽지 않았는데도 소리내어 읽는 책이 은근히 매력있게 다가왔다. 쉽게 지나갈 문장.. 더보기
천안함주 천안함주라고 들어보셨나 반쯤 채운 맥주잔 안에 소주잔을 띄우고 소주를 찰랑찰랑 따른 뒤에 젓가락을 양쪽 손에 쥐고 맥주잔 중간을 가볍게 치면 안에 든 소주잔이 거품을 내며 맥주잔 안으로 가라앉는 폭탄주 복분자주로 소주잔을 채우면 그 핏빛 색깔이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천안함주 한 나라를 들썩이는 비극적 사건이 이렇게 희화화되어 술판위에 벌어지고 있다니 그리고 나는 그 술판에 둘러앉은 한 사람으로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박수를 치지도 화를 내지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만 있다. 이거 나만 이상한 거니, 사람들이 무감각한거니 나는 도대체 모르겠다. 더보기
뷰티클래스 뷰티클래스 다니고 싶다. 좀더 우아한 신녀성으로 태어나기 위해 누구 나랑 같이 다닐 사람? 더보기
쥰배님 birthday party 설을 일주일 앞둔 주말저녁 지난 추석을 함께했던 준배님의 생일 파티 샷을 더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는 2010년 9월 22일, 추석 당일 두둥. 추석 당일날에도 회사에 출근하신 그분을 특별히 위하는 뜻에서 준비한 투썸 케익 30임을 깜빡하고 29개를 준비한 생일 초에 불을 붙이다가 긴 초 하나가 불이 붙어 중간이 꺾이는 바람에 졸지에 (큰초1+ 작은초 10) 스무살 생일이 되어버렸다. 근데 진심으로, 좋아하더라 생일 축하 별게 있나.. 주인공이 좋아하는 거 해주면 그만인거다. 허허 생일날까지 출근하신 준배님은 회사에 대한 분노를 '법인카드 결제'로 표출해주셨는데 신촌을 수없이 들낙거리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스시엔'에서 은색 특접시를 마음대로 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셨더랬다. (십.. 더보기
쓰는 게 아니라 쌓는다 에너지를 허튼 데 쏟지 않는다. 예를들면 CS회의, 실적회의, 남 흉보는 시간, 말초적인 고객 응대, 업체와의 기싸움 등등 모름지기 직장인이라면, 6+ 3+ 3+ 4(+1or2) = 다년 간의 공력으로 이제는 그만 '배운 것 좀 발휘'해야 할 때이지만 대개 그 발휘는 16여년간의 학습내용과는 판이한 일주일정도짜리 업무능력에 16여년간 갈고닦은 인간성을 '소모'하는 모양새가 될 때가 많다. 충전은 그저 체력충전. 근데, 여기서 난 배운다. 아침 8-9시도 통채로. 매일.시간중에도. 응대전화를 통해서도. 저녁 연수 시간에도. 하루하루 쓰는 게 아니라 쌓는다. 아 이건 정말 엄청난 플러스이다. 지난주 내내 10시 넘어 퇴근했지만 이렇게 쌓아가는 기분. 공부하고 커가는 느낌. 도전하는 느낌. 아주 만족스럽다. 더보기
선순환 싸이클 매우 바람직하게도, 선순환 싸이클에 들어섰다. 좋은 징조다. 촌철살인의 말솜씨와 꽉찬 내공과 그 와중에 보이는 인간미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수줍음 가운데서 즐거운 일거리의 끈을 찾아냈다. 보란듯 보여줄테다. 나의 에너지 그가 나에게 여기 잘 온거라고 말했을 때, 비로소 나는 마음이 충만해졌다. 그동안 불안하고 왠지 안좋은 길을 가게 된것만 같았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제 나는 열심히 하는 일만 남은 거라고 길을 인정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더보기
떠나며, 들어서며 떠나며 내일 이 시간에 난 울고 있을수도, 무서움에 떨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아쉬움과 이별은 겪어내야 하는 과정이다. 누구나 겪는 과정이고, 누구나 아프다 담대함은 이럴때 필요하다. 회피가 아닌 담대함은 맞서 싸워서 극복해내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큰 걸 이루어낸 사람들의 힘은 그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환경과 사람에 연연하지 않고 고통을 극복하여 혁신에 이르는동안 견디어 내왔다는 점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래야 발전이 있고, 환희가 있다. 들어서며 생각지 못한 자리에 앉은 건 사실이다. 지저분한 랩타임의 업무, case by case, 순환이 안되는 보직, 원하던 수출입과는 거리가 먼 일들. 거기에 난 백업이 없는데다 최종 마지노선이라서 매우 꼼꼼하고 빈틈이 없어야 한다. 평소 규정 찾.. 더보기
느낌이 온다 느낌이 온다 상당히 둔감한 나도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대쉬 내가 거꾸로 상황일 때 마음 졸이며 썼다 지웠다 하는 문자와 무심결에 한 것 같지만 어색한 타이밍의 전화 툭 던지는 말까지. 짐작이 간다. 모르는 척 하기가 의기양양한 게 아니라 슬프다 그 전화를 끊은 뒤 그가 잠길 시름이 수그린 고개가 되뇌일 말이 하지만, 슬프면서도 설레이지 않는 마음은 분명하게 말한다 잘 생각해보아도 그의 몸부림이 절절히 느껴져도 '내키지 않는다'고 그래서 더 안타깝다 대부분 모든 게 엇나가서 더욱 그렇다 더보기
양심적 병역거부 국민의 의무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의무는 필요한 것이고 적극적으로 요청되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 2010년 병역거부가 아직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거나, 적어도 현재 우리나라 군대규모의 강성군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작은 발걸음이라도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 의미있는 것이다. 세상이 어떠해야 한다면, 어느순간 갑자기 변해지는 게 아니라 작은 움직임이 모여 서서히 바뀌어가는 거니까. 누군가의 전례가 되고 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 역시 시작은 작은 누군가에 불과하니까. 병역거부를 통해 얻는 개인적 가치 역시 존재한다. 본인이 군필이라는 특권을 포기하고 페널티를 안고, 본인 스스로의 관성을 깨어 가치를 얻겠다는 것. 우리나라는 아직 휴전상태이고, 전.. 더보기
고양이 버스 이 자리를 빌어 말하지만, 고마웠어요 언니 집에 갖고와 무심코 꺼내 놓았는데 우리오빠가 보더니, 침 흘리며 탐내더라 대나무 숲 사이의 바람같이 멋진 녀석이라며? 고백하는데 난 토토로를 보지 않아서 그날 리액션이 클수가 없었어 알고도 그냥 받아 집어 넣은 게 아니야, 그 가치를 몰랐던 거야요. 당장 볼께 토토로! 더보기
소설가 김영하는 소설가 김영하는 이런 말을 했다. 글이라는 게 그것을 쓰는 인간하고 너무 밀착돼 있어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 는 질문은 마치 ’인생을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나요?‘ 라고 묻는 것과 비슷한 어려운 질문이 돼버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글이 물론 인생 그 자체는 아니죠. 저는 글이 가진 매력은 세계와 인간 사이에 흥미로운 매개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여행을 하고 여행기를 쓰면 그 순간 글이 실제의 세계를 대신하잖아요.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을 쓰면 그가 실제로 본 세계는 사라지고 동방견문록의 세계만 남지 않겠습니까. 더보기
성격이 너무 좋으시네요 성격이 너무 좋으시네요 하던 소개팅 남자와 남자에게 비집고 들어갈 틈을 달라던 현빈의 대사 그 둘이 묘하게 겹치는 구석이 있다. 내가 틈없이 완벽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난 곰과 여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의 눈치를 봐가며 행동한다. 상황파악하지 못하는 건 최악이니까. 상대를 보면서 그에 맞춰 가능성을 타진해본 뒤에 용기를 낼지, 무모함을 버릴지 선택한다. 그 때 나는 어쩌면 상대방에게 여지를 주지 않고, 신호를 주지 않는 그런 상대일지 모른다. 그런 상황이라면 설사 그 상대방이 내가 맘에 들고 내가 그 상대가 맘에 들어도 일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 그건 미련한 짓이다. 밀고 당기기를 하란 얘기가 아니라 조금 더 센스있게 캐치하라는 거다. 싸이는 곰보다 여우가 좋다고 했다... 더보기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여행 : 스페인 산티아고편 언젠가 한비야와 김남희의 여행에세이가 같이 소개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한비야만큼 많이 걷고 여행한 여성작가,김남희. 그렇지만 한비야와는 너무 다른 스타일의 여행을 하는 여자. 강하고 적극적인 것이 한비야라면, 김남희는 소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조그맣고 내성적인 사람이다. 적당히 지껄인 글과 핀트 날린 로모 사진만 갖다 대면 그저 여행에세이라고 서점에 흘러 넘치는 요새 여행에세이들. 난 몇 권 읽지도 않았지만 집어들 때부터 거부감이 들었었다. 내가 인정하는 작가가 아니면 읽지도 않겠다는 폐쇄주의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걸 전부 읽어주기에는 시간도 돈도 아까웠다. 그런데 김남희의 소설도 시작은 똑같이 여행 에세이였는데 이상하게도 그 소설은 시작부터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할까. 뭐 그렇게 감칠맛 나는 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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