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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더 리더'와 '잠수복과 나비'



*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 책을 읽다가
책을 읽어주는 것의 매력은 무엇일까 문득 생각했다.

그 흔한 영화 속 장면처럼
우리 부모님은 내 침대 곁에서 책을 읽어주신 적이 한번도 없어서
나는 단 한번도, 누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소리에만 집중하며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읽어주는 책을 듣고 있기가 답답하진 않을까.

또 나는 상상력이 풍부하지 못해서 책 내용을 귀로 들으며 머릿속에 그릴 세계가 특히 빈약하진 않을까.


**
몇주 후,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잠수복과 나비'책을 읽다가
문득 눈꺼풀을 깜빡여 글을 썼다는 그 속도에 조금이나마 맞춰보면 어떨까 하여
조그맣게 소리내어 책을 읽어 보았다.

한두장 정도밖에 읽지 않았는데도
소리내어 읽는 책이 은근히 매력있게 다가왔다.

쉽게 지나갈 문장도 차분히 음미하고 충분히 공감하며 충만히 품어지는 그런 기분.
쓰인 단어 하나하나와, 수많은 고민끝에 간결하게 나온 쉽고도 깊이있는 문장을 통채로 섭취한 그런 기분.
 

이대로라면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천천히 읽어주는 책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s ***
잠수복과 나비는
책 시작부터 끝나는 때까지
삶과 죽음이 너무도 극명하게 결정되어 있고, 드러내 표현하는 책이다.
슬픈 이야기 속의 의연한 유머가 삶을 살아낼 힘을 얹어주는 책이다.

한문장 한문장을 천천히 곱씹으며 길지 않은 책장을 다 넘기고 나서
나는 이 책을 진양에게 기꺼이 추천했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어쩌면 그애가 마지막으로 읽었을지도 모르는 책이 되었다.

내가 본 그 희망은, 그녀에겐 너무 작은 빛이었을까. 


내가 끝내 진양에게 받지 못한 책
나는 이 책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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