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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여행 : 스페인 산티아고편


언젠가 한비야와 김남희의 여행에세이가 같이 소개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한비야만큼 많이 걷고 여행한 여성작가,김남희. 그렇지만 한비야와는 너무 다른 스타일의 여행을 하는 여자. 강하고 적극적인 것이 한비야라면, 김남희는 소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조그맣고 내성적인 사람이다.


적당히 지껄인 글과 핀트 날린 로모 사진만 갖다 대면 그저 여행에세이라고 서점에 흘러 넘치는 요새 여행에세이들. 난 몇 권 읽지도 않았지만 집어들 때부터 거부감이 들었었다. 내가 인정하는 작가가 아니면 읽지도 않겠다는 폐쇄주의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걸 전부 읽어주기에는 시간도 돈도 아까웠다.  



그런데 김남희의 소설도 시작은 똑같이 여행 에세이였는데
이상하게도 그 소설은 시작부터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할까.
뭐 그렇게 감칠맛 나는 어투와 대단한 에피소드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생장피에드포르에서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길 내내
새벽에 일어나 걷고 점심에 도착해서 밥먹고 오후에 자다가 저녁에 밥먹고 미사드리고 자는
어쩌면 다른 책들보다도 훨씬 루즈하고 루틴한 여행기였는데도.
(다리 아프다는 얘기를 빼면 책 장수가 반으로 줄어들 거라는 댓글에 완전 공감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책한권을 관통할만한 따듯함을 이끌어내는 능력.
그건 어떤 유려한 글솜씨가 아니라 마음속을 채우는 사랑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 그것일거다.

종교를 초월한 그녀의 감사기도가.
눈을감고 음미하기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마음을 선사해줬다.


모든 것은 흘러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것. 우리가 가진 것은 영원히 순간뿐이라는것. 그래서 인간의 삶은 한없이 아름답다는것. 우리는 모두 사랑하고 나누고 연대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귀한 몸이라는 것을 카미노는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그 길이 가르쳐 준것은 또 있다, 우리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존재라는것 지상의 모든 존재들은 다 귀한 목숨이라는것. 이세상에 이유 없이 오고 가는 존재는 없다는것. 살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집 안에 남겨 두고 온 무엇이 아니라 우리 영혼 안에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

이 길위에서 내내 깨어있게 하소서. 제 앞에 기다리고 있을 기쁨 뿐 아니라 슬픔과 고통마저 기꺼이 껴안을 수 있게 하소서. 그래서 이 길의 끝에 섰을때 더 깊어지고 더 맑아지고 더 넓어질 수 있게 하소서
                                                                                                                               - 본문 중에서


여자혼자떠나는걷기여행2
카테고리 여행/기행 > 기행(나라별) > 유럽기행
지은이 김남희 (미래M&B,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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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행자 2010.12.22 17:28

    응 맞아.
    이분 글은 완전 잘 쓴 책이라는 생각보단
    걷는다는 솔직하고 고된 노동에 대한 진정성이 느꺄져.

    • BlogIcon 2010.12.24 11:25

      난 이 책만 보면, 책 제목을 보고 행자가 자기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라며 나에게 소개해줬던 기억이 강렬해 ㅋㅋ

    • BlogIcon Nangbi 2010.12.26 20:49 신고

      응 맞아. 진정성!

      근데 사실 난 그 성찰을 위해서
      그러한 무리한 걷기가 꼭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음.

      '단순'함과 '비움'이 포인트이고
      걷는다는 일이 그것에 집중하게 해준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만큼의 일상생활로부터 떨어져 있는 시간과 고통의 극복과정과 자신감 회복수단을 강제적으로 동원한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거든.

      내가 직접 가지 않고서
      이렇게 이룬 사람의 열매를 집에서 편안하게 얻으니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구나응 ㅎㅎ

  • BlogIcon namit 2010.12.24 15:00 신고

    아 정말 우연하게 최근에 엄마 아빠가 이야기 해주었던 책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책이었는데
    스페인 산티아고라는 장소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이 그런 느낌인가봐,
    진정성과 감사하는 마음.
    난 안가봐서 모르지만; 그리고 여행에세이는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아마 읽을 일은 없겠지만;

    산티아고라는 길이 주는 감동이 어느정도이기에
    최근얼마동안 이렇게 많이 내 주변인들 입에 오르내리는거.ㅋㅋ

    • BlogIcon Nangbi 2010.12.26 20:50 신고

      저는 스페인엔 다녀왔지만
      산티아고는 다녀오질 못해서 전해드릴수는 없겠네요 ㅋ

      너가 다녀와서 그 진정성과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주면
      난 참 생생하고도 마음 깊이 공감해줄 수 있을텐데

      어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