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마오, 사랑하는 내 딸아
네가 사하라 사막으로 떠나겠다고 결정하고 나서 우리는 하루도 마음편할 날이 없었단다. 틀림없이 고생스럽고 외로울텐데, 네가 사막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네 편지는 모두 천국에 있는 것처럼 유쾌하고 자신감이 넘치더구나. 넌 물질적 어려움이나 변화무쌍한 기후에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고, 오직 사막의 아름다운 모습에만 깊이 매혹된것 같았어. 석양의 신기루,. 끝없이 펼쳐진 모래. 늘 네가 꿈꾸던 거였지. 그래 어느 누가 그 속으로 뛰어 들어 몸소 체험하고 음미할 수 있겠니?
...
단조로운 사막의 신혼 생활에 완전히 적응하자 너는 오랫동안 놓았던 붓을 들어 글을 쓰고 싶어했지. 네 글이 뽑힌다면 자신감이 생길테니, 혜안을 가진 편집장이 너의 실력을 판별해주길 바랬지. 엄마는 매일 저녁 기도했단다. 그 편집장 양반의 눈이 우리 싼마오의 문장을 알아보기를. 정말이지 그날 아침 신문에 네 첫번째 글 '사막의 중국반점'이 실린 걸 보고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모두들 소리를 지르며 앞 다투어 읽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 샴페인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콩국으로 축배를 들었단다. 그 편집장 양반이 어찌나 고맙던지.
...
내 딸아, 흘러가는 세월 속에는 울퉁불퉁하고 험한 길이 너무나 많단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의 금실로 한 땀 한 땀 기워나가련다. 부모의 솜씨와 노력으로 하늘이 당초 너에게 선물했던 천의무봉을 이룰 수 있기를. 그래서 부디 네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길 바랄 뿐이다.
아가, 우리의 축복과 기도를 받아주렴.
사하라이야기 서문 '엄마의 편지' 중
#
사하라이야기의 서문을 열어주었던 싼마오 엄마의 딸에게로 보내는 편지가
나를 이 소설로 성큼 들어서게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을지 모르겠다.
기껏해야 두어장 되는 서문에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그토록 가슴뭉클하게 그려지는 장면을 보고
싼마오가 그렇게 긍정적이고 발랄하게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던 원동력을 느꼈다.
그 모녀의 따뜻한 성품이 좋았고, 적극적인 행동이 좋았다.
#
대학에서 노신과 같은 격정적인 중국현대사의 작품만 접한 나에게
중국 현대문학은 그저 딱딱한 작품들뿐이었는데,
이렇게 인터넷소설마냥 상큼한 소설이 있다는 사실,
더군다나 이미 몇십년전에 씌여져 심지어 생을 마감한 작가인 걸 알고나서 깜짝 놀랐다.
작가인 싼마오는 대만에서는 꽤 유명한 여류작가이지만 우리나라에는 많이 소개된바 없는 작가인데
스물네살부터 세계각국을 떠돌다 서사하라에서 스페인 남자 호세를 만나 결혼해 정착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 근데 사진은 너무 무섭다...남성을 제압할것만 같은 전형적인 중국여성!
#
‘사막을 사랑한 미녀와 그녀를 사랑한 야수의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인터넷 소설느낌 물씬 나는 이 한줄의 책소개 -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넘쳐나는 여행자의 길거리 스냅에세이보단
사하라사막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에피소드 자체가 주는 무게가 남다르다.
#
그리고 무엇보다 그 다양한 경험을 풀어놓는 문체!
그게 이 소설의 포인트인 것 같다.
번역소설이니 번역가의 재량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상큼발랄함이 글 너머 밖의 독자에게까지 웃음을 짓게 했던건 아마도
원작가인 싼마오의 성격 자체가 어둠보다는 밝은 면을 주목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무겁지도 않지만, 슬픈이야기도 웃음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
이 책에서 나는 에피소드에 공감을 했다기보다, 그 작가의 가치관에 더욱 공감을 했달까.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같은 느낌으로 풀어놓게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소울메이트란 말처럼
내가 '아'를 생각하면 '아'를 떠올리는 사람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아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 짐작할 수 있는 사이
책을 보면서 그만큼 싱크로율이 높았던 적이 없었는데
속이 다 통쾌했다고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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